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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이영종의 바로 보는 북한] “식량자급이 수소탄” 잇단 캠페인…‘대기근’ 빨간불 켜졌나
[이영종의 바로 보는 북한] “식량자급이 수소탄” 잇단 캠페인…‘대기근’ 빨간불 켜졌나
이영종의 바로 보는 북한] “식량자급이 수소탄” 잇단 캠페인…‘대기근’ 빨간불 켜졌나
[중앙일보] 입력 2016.06.21 01:50 수정 2016.06.21
기자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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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평양 청산협동농장의 모내기 장면. 지난해 10월 이후 배급량이 이전 같은 기간보다 떨어졌다. [노동신문]
북한의 식량 사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 등이 잇달아 경고를 울린데 이어 우리 대북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겁니다.
“원수들의 고사작전 물거품 만들자”
식량부족, 대북제재 탓으로 돌려
크리스티나 코슬렛 FAO 동아시아 담당관은 지난 주말 언론 인터뷰에서 “쌀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수확량이 26% 줄어들었고, 옥수수도 3% 감소했다”고 밝혔는데요. 대체로 5월부터 8월까지 춘궁기를 겪는 북한이 식량을 수입하거나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이런 사정 때문일까요. 올 2분기(4~6월)들어서는 북한의 1인당 배급량이 360g으로 줄어 지난해 같은 기간 410g에 비해 12% 줄었다는 통계치도 나왔습니다.
곡물 생산 목표달성 촉구 포스터.
북한 당국도 바짝 긴장하는 표정인데요. 식량 문제를 자체 힘으로 풀자는 캠페인이 봇물을 이루고, 태풍·홍수 대비책을 강조하는 TV프로그램이 등장했죠. 노동신문도 17일자에서 “식량 자급자족이야말로 원수들이 무서워 벌벌떠는 또 하나의 수소탄과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자체 힘으로 먹는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원수들의 그 무슨 고사(枯死)작전이라는 걸 물거품으로 만들자”는 얘기도 꺼냈는데요. 주민들에게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때문에 식량난을 겪는 것이란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겁니다.
물론 북한의 식량 부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1994년7월 김일성 주석 사망 후 잇단 수해 등으로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겪어야 했는데요. 97년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2010년 사망) 노동당 비서가 “200~300만명이 죽었다”고 말한 대기근 사태입니다.
북한 인구가 2400여만명임을 감안할 때 얼마나 큰 참상이 벌어졌을지 짐작이 갑니다. 그 즈음 베이징에서 열린 남북회담 북측 대표는 쌀과 옥수수 지원을 요청하며 “내가 이걸 가져가지 못하면 인민들에게 면목이 없어 평양공항에 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통사정을 한적도 있죠.
불을 꺼준 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입니다. 쌀 240만톤 등 모두 7억2000만 달러(8370억원)어치의 식량차관이 제공됐죠. 40kg 포장으로 6000만 포대에 이르는 막대한 물량입니다. 한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에 북한 사회가 무뎌지는 모습도 드러냈는데요. 지난해 11월에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방문한 한 식료공장 생산라인에 WFP의 대북 식량지원 포대가 놓여있는게 북한TV에 생생히 드러나기도 했죠.
최근 터져나온 평양발 식량위기 경고는 김정은 체제 들어 식량사정이 다소 호전됐다는 분석을 뒤집는 것이라 주목됩니다. 농업전문가들은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집단영농제와 비료·농약 등 농자재 부족을 요인으로 꼽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첫해인 2012년 6.28방침으로 불리는 새 경제관리체계를 선보이며 포전제의 시범실시 등을 내놓았는데요. 식량난을 타개할 수준의 개혁에는 크게 못미친다는 평가입니다.
잇단 김정은의 대남 도발행보도 식량난을 부채질했습니다.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바람에 질좋은 한국산 비료나 농기자재의 대북제공을 어렵게했죠. 대북 식량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차관 상환 기일이 닥쳤는데도 나몰라라하며 ‘서울 불바다’ 운운하는 김정은 정권의 태도에 국민여론은 싸늘해졌습니다.
3월 유엔의 대북결의 2270호가 나오면서 찬성표를 던진 중국·러시아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손길도 차가워졌는데요. WFP는 이달말까지 북한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1억9500만 달러의 모금목표를 세웠지만 절반 수준이 9900만 달러에 그쳤다고 합니다.
식량사정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북한 당국은 뾰족한 대책이 없는 듯합니다. 지난달 노동당 7차대회에서 김정은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시했는데요. 3시간 동안의 연설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식량문제 해결책은 피해갔죠.
다만 “경제전반을 놓고 볼때 어떤 부문은 한심하게 뒤떨어져있다”는 말에서 불만이 드러납니다. 1980년 6차 당대회 때 김일성 주석이 “곡물 1500만톤 생산”을 제시한 것과 차이가 납니다.
핵 보유국을 주장하면서도 식량난에 골머리를 앓아야하는 김정은 체제의 모순은 언제 끝날까요. ‘이밥에 고깃국’이란 소박한 꿈은 북한 주민들에게 너무 멀어보입니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yjlee@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이영종의 바로 보는 북한] “식량자급이 수소탄” 잇단 캠페인…‘대기근’ 빨간불 켜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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