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는 인민은 없고 평양만 존재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평양의 큰물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인민들을 동원해 보통강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시 도시정비의 목적으로 시작된 이번 사업은 2007년 8월 무더기 비로 범람해 큰물 피해를 겪고 나서 큰물 방지를 위해 강바닥에 쌓인 퇴적물을 걷어내는 작업입니다.
평양시 도시정비 사업은 2001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됐습니다. 처음에는 주로 낡은 주택과 공공건물들을 철거하고 현대식 건물들을 세우는데 치중했지만, 최근에는 도로 개보수, 상수도 정비, 가로수 심기, 궤도전차 현대화 등 그 분야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평양시의 현대화는 북한이 주장하는 '2012년 강성대국 건설'에 맞춰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양의 도시정비 사업은 하루하루를 힘들게 사는 일반 인민들에게는 달갑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정비사업 자체가 지도자의 즉흥적인 발상에 의해 시작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평양 출신 탈북자의 말입니다.
탈북자: 김정일 위원장이 냉천 사이다 공장을 새벽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공장 앞길이 너무 한심하다고 길을 정비하라고 해서 그 길을 1주일간 공사를 했습니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는 천식이 있는 학생들은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은 건설공사 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공채를 만들어 인민들에게 강제로 팔아 왔으며, 청년 돌격대를 조직하고 수많은 청년을 평양시 정비사업에 투입시켰습니다. 청년 전투원들은 특별한 장비 없이 맹목적으로 거의 밤낮으로 일하기 때문에 지치고 고달픈 삶이었다고 돌격대 출신의 탈북자들은 전합니다.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일도 충성이라는 명분으로 희생을 강요해 대형공사 도중 목숨을 잃는 젊은이들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도시 정비는 오로지 평양시에만 국한될 뿐,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어. 평양과 지방간의 차별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입니다.
김광인: 평양시 정비는 지금 전체 북한 경제 사정을 봤을 때, 과연 재정 투자를 잘하는 지 의심스러운 현상입니다. 전체 주민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는 지금의 시점에서 또다시 평양시에 재정적 투자를 한다는 것이 정책적 우선순위가 잘못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최근 한국에 온 탈북자는 "얼마 전 북한 당국이 자금을 풀어서 평양은 좀 활기를 띠었지만 농촌은 계속 죽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굶는데 도로를 포장하고 건물을 치장할 돈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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