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7

17 “농업생산 올가미가 된 포전제와 주체농법”



“농업생산 올가미가 된 포전제와 주체농법”



“농업생산 올가미가 된 포전제와 주체농법”
서울-박성우·이현웅 parks@rfa.org
2017-06-21




영농공정들에 주체농법을 적용한다는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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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다시 보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2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노동신문을 읽은 북한 전문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박성우: 이현웅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현웅: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은 어떤 기사를 살펴볼까요?

이현웅: 노동신문 6월 13일자 3면에 실린 “농장 포전은 나의 포전이라는 자각 안고 농작물비배관리를 책임적으로 하자 - 과학적인 비배관리는 알곡고지 점령의 근본담보”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농작물 가꾸기 모든 공정을 ‘주체농법’에 따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제재와 봉쇄가 절정에 달한 엄혹한 환경에서 협동농장에 할당된 포전을 나의 포전처럼 가꾸고 1950년대 애국농민들처럼 농사열풍을 세차게 올려야 한다며 농민들의 생산 열기를 고조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박성우: 이 시간에 북한의 농업 문제를 다루는 건 처음인 듯한데요. 기사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이현웅: 이 기사는 북한 농업근로자들에게 협동농장 ‘포전’과 ‘주체농법’을 매개로 하여 북한체제의 ‘집단주의’와 ‘세습독재’를 유지 관철시키려는 목적을 바탕에 깔고 작성되었으며, 농업근로자의 심중에 반미의식을 깊이 심어 놓으려는 사상적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좀더 살펴 보면, 첫째로 공산주의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인 ‘집단주의’를 계속 유지 강화하려는 목적을 선명하게 드러낸 부분은 “농장 포전은 나의 포전”이라는 구절입니다. 포전은 협동농장의 가장 말단 작업 단위인 ‘분조’에 할당된 농사지을 땅을 말하는데요. 이런 포전은 농업생산분야에서 ‘집단주의’를 유지하고 농민 개인의 자유를 말살하며 농민들의 이익을 철저하게 배격하기 위한 사회주의 체제의 기본 제도 중의 하나입니다. 북한 농업근로자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없어져야 할 ‘착취제도’인것 이지요.

둘째, 북한 농업근로자들에게 김씨 가문의 대를 이은 독재를 은연중 정당화하고 김정은의 혈통세습을 공고화하려는 목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부분은 “농업부문의 모든 일군들과 근로자들은 농작물 가꾸기의 모든 공정을 철저히 ‘주체농법’의 요구대로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입니다. 김일성은 1960년대에 농작물의 종자를 심는 방법과 이양 방법, 포기와 포기 사이 길이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 있었는데, 이를 ‘주체농법’이라고 부르고 있죠. 문제는 반세기가 지난 현시점에서도 북한 통치세력들은 주체농법을 ‘금과옥조’처럼 떠받들고 있다는 것이지요.

셋째, 농업근로자들의 반미 적개심 고취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내용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경제제재와 봉쇄책동이 절정에 달한 오늘의 엄혹한 환경”을 언급한 부분, 그리고 “1950년대의 애국농민들처럼 수령의 유훈관철전, 당정책 옹위전을 세차게 일으켜 최고 수확연도 수준을 돌파할 것” 등을 요구한 부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북한은 농업근로자들이 6.25전쟁 기간과 전후 복구시기는 물론 그 이후 지금까지 고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미국의 강력한 대북 제재와 봉쇄 때문이라며 역사적 사실을 날조하여 선전하고 있습니다.

박성우: 북한의 ‘포전담당제’나 ‘주체농법’이 북한체제와 세습독재를 정당화하는 기본 제도라고 지적했는데요. 이런 제도들의 부작용은 무엇이며, 이로 인해 북한 주민들은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 걸 까요?

이현웅: 원래 포전담당제는 중국이 개혁개방을 하면서 농민들에게 토지를 돌려주는 방법의 하나로 실시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포전담당제를 실시하였지만 농민들에게 포전사용권을 허락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당국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수확물의 할당량을 달성 불가능할 정도로 높게 설정함으로써, 농민들은 죽도록 일만 하고 개인적으로 가져갈 몫은 없는 가혹한 착취대상으로 전락하였습니다. 명칭은 중국의 포전담당제와 같았으나 북한 농민의 입장에서는 노동력만 더욱 착취당하는 결과가 되었지요. 그렇다고 북한 농민들은 협동농장의 포전 농사를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포전은 포전대로 가꾸어야 하고, 자기 스스로 먹고 살기 위해 개인텃밭을 별도로 가꾸어야만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지요. 최근 개인텃밭의 수확량이 높게 나오자 ‘포전을 나의 포전 처럼’이란 구호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음은 주체농법입니다. 김일성이 60년대에 창안했다는 주체농법은 현재의 북한실정에서 전혀 맞지 않는 농사법으로 이미 판정이 난 구태의연한 농사방식입니다. 주체농법의 내용들은 한반도가 온대지역이고, 삼한사온의 주기적인 기온변화를 유지하며, 기계농 이전의 전 근대적인 농사방식에나 맞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를 보이고 있고 씨앗을 심고 이식하는 방법도 획기적으로 개량되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반세기전의 ‘주체농법’을 강요하는 것은 북한 농업을 말살시키고 생산량 증가를 가로막는 ‘올가미를 씌우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는 거죠.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면 마땅히 수정하고 보완해야 하지만 ‘수령’과 관련된 사항은 절대 수정할 수 없도록 대못질을 해놓은 ‘수령의 무오류성’ 원칙 때문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우: 주체농법은 과연 김일성이 만들었을까, 이런 의문이 생기고요. 주체농법이 시대에 뒤떨어진 농사방식이라고 지적하셨는데, 이해하기 쉽도록 사례를 들어서 좀 더 설명해 주시죠.

이현웅: 주체농법은 사실 김일성이 창안한 것이 아니라 김일성종합대학 생물학부의 엄 모 박사가 연구한 방법을 김정일이 가로채 김일성이 집필한 것으로 둔갑시키고 북한에서 김일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용어인 ‘주체’를 넣어 ‘주체농법’으로 명명했다고 하지요. 또한 주체농법에서 가장 중시하는 농사방법이 조밀하게 심는 ‘밀식재배’ 인데, 지금은 밀식재배보다 간격을 넓혀 심는 ‘소식재배’가 훨씬 많은 소출을 하는 것으로 밝혀져, 주체농법과는 달리 소식재배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민둥산과 잦은 산사태 등도 주체농법이 낳은 부작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체농법은 당국의 강요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분에서 겉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성우: 농사는 직접 지어 본 사람이 가장 잘 아는 거겠죠. 집권자가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실정에도 맞지 않는 구태의연한 방법을 고수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노동신문 다시 보기’, 지금까지 이현웅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현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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