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16

황대권 아프가니스탄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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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해방
일제로부터 해방된 광복절인 오늘 아프가니스탄이 미제로부터 해방되었다.
탈레반 지지자도 이슬람 교도도 아닌 내가 오늘의 역사를 기뻐하는 이유는 단 하나, 민족의 자주권 옹호 차원에서다. 미국의 패배를 기뻐한다고 하여 ‘빨갱이’라는 소리는 말기 바란다. 언젠가 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패배한 소련을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발표한 적이 있다(<녹색평론> 2008.8월호). 소련은 1979년에서 1989년까지 연인원 65만명을 아프가니스탄에 투입하여 전쟁을 벌였다가 결국 패퇴한 이후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로까지 치닫는다. 미국은 2001년에서 2021년까지 20년 동안 무려 2조 달러의 돈을 들여가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였으나 결국 실패하고 만다. 미국에게 있어 아프가니스탄은 명백히 ‘제2의 베트남’이다(아래 사진).
미국이 원시부족을 깨우쳐 자유와 평등에 기반한 민주사회를 만들어주려 했는데 무지하고 폭력적인 이슬람근본주의자들에게 졌다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아무리 좋고 이상적인 것이라 해도 그 나라(지역) 민중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쓸데없는 간섭이 된다. 로힝야, 에스키모, 이누이트, 아이누, 아메리카 인디언 등 정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근대체제에 편입되어 불행해진 소수 부족들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미국의 칭찬을 받을 만큼 미국적 가치를 성공적으로 실현했음에도 불구하고 ‘헬조선’이라며 스스로 저주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가? 미국의 가치는 좋은 것인데 부패하고 무능력한 지도자들 때문인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미국이라는 나라와 제국주의가 무엇인지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한다. 보수언론이 제공하는 자료는 충분히 봤으니까 됐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다른 자료를 통해서. 그래야 균형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 아닌가.
‘민족의 자주권’ ‘미제’라는 단어가 나오면 사람들은 “엇, 주사파다!”하고 바로 색안경을 낀다. ‘자주’와 ‘제국주의’는 정치학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일반 명사인데, 북한이 자주 쓴다고 하여 남한에서는 금기어가 된 참 억울하기 짝이 없는 용어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북한 사람이 먹는 밥도 먹지 말고, 북한 사람이 타는 자동차도 타면 안 된다. 21세기에 이 무슨 코미디같은 일이 버젓이 횡행하고 있는지... 사실은 지금까지 이 나라의 지도층이 ‘비자주적인 제국주의 이념’에 따라 통치해왔기에 이 말만 나오면 자지러지는 것이다. 그나마 현집권당은 ‘친미자주’를 해보려고 애를 쓰고는 있으나 중국과 패권을 다투고 있는 미국은 그마저도 용인하질 않는다. 결국 남한에서는 익숙한 ‘비자주적 친미’ 노선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안전빵이다. 월남 패망 직후 박정희가 극단적 반공체제인 ‘유신체제’를 가동했듯이, 아프가니스탄을 잃은 미국은 다음 대선에서 ‘비자주적 친미 정권’을 강력히 바랄 것이다.
어렵다. 힘 없는 자주, 무능한 자주, 폐쇄적 자주 등은 모두 강대국의 장기놀이에 희생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제국주의 패권놀음이 더 나은 것도 아니다. 독일, 이태리, 일본, 소련 등이 다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어지럽고 복잡한 국제정치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법칙은 ‘Balance of Power’라고 한다. 힘의 균형에 따라 우방이 적이 되기도 하고 적이 우방이 되기도 한다. 한 나라(민족)의 운명은 힘이 어디로 쏠리고 있는지를 잘 보는 데에 달려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은 패퇴하고 말았지만, 향후 국제 정세의 요동에 따라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민족의 자주권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다.
May be an image of helicopter and outdo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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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 김정수
    구구절절이 공감합니다!
    80년대 초 이라크 후세인 치하에서 파견 근무한 적이 있는데 미국의 침공으로 결국 내전이 벌어져 비교적 평화로웠던 시절이 끝나고 수많은 사람이 죽었지요
    같은 논리로 박정희 독재시대도 미국이 침공했어야 맞는지 친미보수에게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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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h
  • Sukhyun Park
    제국주의자로부터 해방은 해방인데 더한 놈들한테 인권을 유린당할 것이 눈에 보이는데 지지하긴 어렵습니다. 탈레반의 여성들에 대한 심각한 억압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민주화나 아프칸 주민들의 강력한 의지를 만들어 나가지 못한 점은 잘못이지만 탈레반 하에서의 인민은 행복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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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h
  • MyungJib Kim
    예상된 결과였습니다! 미국 놈들 탈탈 털리고 줄행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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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5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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