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7

코로나 팬데믹 시기 ‘식량긴장’과 고난의 행군 사이에서: 식량 가격은 정말 요동치고 있는가? 정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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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cho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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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시기 ‘식량긴장’과 고난의 행군 사이에서: 식량 가격은 정말 요동치고 있는가?

저자 정은이


https://www.kinu.or.kr/www/jsp/prg/api/dlV.jsp?menuIdx=351&category=53&thisPage=1&searchField=&searchText=&biblioId=1549651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와 자연재해까지 더해 삼중고를 겪고 있다. 그러나 2020년 1월 북한 정부는 코로나 19에 대응하여 자발적으로 국경을 봉쇄하여 전년 대비 무역량의 약 80%가 극감했지만 식량 과 같은 인도주의적 협력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한편, 2021년 6월 15일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3차 전원회의에서 “농업 부문에서 지난해 태풍피해로 알곡 생산계획을 미달한 것으로 하여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라고 발언했
다.1) 이러한 미스터리한 상황에서 서울, 워싱턴 등 여러 언론은 김정은 총비서의 ‘식량긴장’ 발언을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식량 위기 징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2)
‘식량긴장’과 ‘요동치는 가격’의 개념은?
그렇다면 ‘긴장’의 의미는 무엇일까? 남한에서 ‘긴장’은 ‘마음을 조이고 정신을 바짝 차리 다’의 의미가 강하고, 북한에서는 ‘상황에 여유가 없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어 남한의 긴장 과 유사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북한의 ‘긴장’은 중국어 ‘긴장(紧张)’과 거의 동일 의미로 쓰인다. 즉, ‘물자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표1>의 노동신문에서 언급된 ‘긴장’의 빈도수만큼 물자가 풍족하지 못한 북한에서는 경각심을 불어넣기 위해 사용하는 일상용어이다. 반면 일부 언론에서는 ‘긴장’을 ‘식량 가격이 요동치는’ 북한경제 상황과 결부 시켜 ‘고난의 행군’으로 가는 위기 징후로까지 과잉 해석하기도 한다. 이는 전형적인 ‘확증편
향의 오류(Error in confirmation bias)’라고 볼 수 있다. 남북 사이 미묘한 용어 차이만이 아니라, ‘식량긴장’, ‘식량부족’, ‘요동치는 가격’, ‘식량 위기 징후’, ‘고난의 행군’이라는 각각 의 상황에 대하여 개념이 혼재되면서 혼돈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표 1> 시기별 로동신문에서 언급된 ‘긴장’ 빈도수
시기 2016 2017 2018 2019
‘긴장’빈도수 1632 1652 1795 1321
출처: 로동신문에 의해 필자 발췌
그러므로 이 연구에서는 여러 언론에서 식량 위기 징후의 증거로 지적하는 ‘요동치는 쌀 가격 급등’, ‘옥수수 가격폭등’, ‘지역 간 식량 가격 격차 확대’ 등 3가지 쟁점 분석을 토대로 ‘식량긴장’과 ‘요동치는 가격’의 의미를 도출하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 2021년 7월


1)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개최,” 로동신문, 2021.6.16.
2) “KIM FOOD CRISIS North Korea to run out of food in TWO MONTHS amid fears Kim Jong Un faces repeat of famine that killed millions,” The U. S. Sun, June 19, 2021, <https://www.thesun.com/news/3117328/north-korea-will-run-out-of-food-in-two-months-amid-fears-kim-jongun-faces-repeat-of-famine-that-killed-millions/> (Accessed July 10, 2021) 외 다수
북한 정부가 공개한 ‘자발적 국가별 검토(VNR, 이하 검토보고)’의 코로나 팬데믹 시기 자료 를 교차 분석한다. 이를 위해 이 연구는 첫째, VNR 및 FAO, 한국농업진흥청 등이 추정하는 최근 중장기 식량 생산량 추계치를 비교·검토한다. 둘째, 코로나19 시기 변화를 좀 더 심도 있게 이해하기 위해 Daily NK, NK투자개발, RFA기자 등 북한 전문 조사기관에서 제공한 물가자료 등을 교차 검토한다. 이들은 지난 10여 년간 북한 내부 정보원을 통해 매월 평균
2회, 평양 및 국경도시 중심으로 장마당 물가에 대한 통계를 내고 있다. )
VNR을 통해서 본 코로나19 시기 ‘식량긴장’이란?
‘검토보고’는 2015년 제70차 UN 총회결의에 따라 회원국가별로 ‘지속가능한 발전목표 (SDGs)’에 대한 이행현황을 자발적으로 평가·공개하는 제도이다. ) 이는 통계와 정책 모두를 포함한다. 북한의 검토보고는 국가계획위원회가 작성하여 UN 총회에 2021년 7월 발표하였 다. 유엔아태경제사회위원회(UNESCAP)는 통계 및 검토보고 작성 과정에서 2019년 4월부 터 10월까지 3차례에 걸쳐 북한중앙통계국과 외무성 등 전문가를 대상으로 SDGs통계와 보고서 작성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 앞서 북한은 1950년대 사회주의 계획경제로의 개조 과정 이후 통계 조작에 대한 비판을 소련 등으로부터 받아왔다. 그러나 김정은 시기에는 통계 작성 과정에서 일어나는 ‘허풍’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통계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계획위원회에서 작성한 검토보고는 상당한 신뢰성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FAO와 한국농촌진흥청의 식량 추정치와 북한 검토보고를 비교하면, 코로나19 이전까지 는 추이가 유사하다(<그림 1> 참조). 그러나 코로나19 시기 ‘2020년과 2021년’의 식량 소비량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2019년과 2020년’의 곡물 생산량은 FAO, 한국농촌진흥청의 식량 추정치와 북한 검토보고 사이에 100만 톤 이상의 차이가 난다. 특히 검토보고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 2020년 소비량을 결정하는 2019년 생산량은 최근 10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
다. 즉, 2019년 생산량은 10년 평균 생산량보다 약 100만 톤이 많아 2020년 식량사정은 비교적 안정되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문제는 2021년 소비량을 결정하는 2020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13만 톤이 감소한 점이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에 의한 자발적 봉쇄에도 지난 10년 중 평균 수준이며 코로나19 이전 2017~2018년보다는 상황이 좋다고 볼 수 있다. 즉, 검토보고를 통하여 김정은 총비서가 발언한 ‘식량긴장’의 의미는 2019년보다 113만 톤이 감소했지만 지난 10년과 비교하면 식량 상황이 오히려 호전되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그림 1> 북한 식량 생산량 추계 비교(FAO, 북한, 한국농촌진흥청)
(단위: 만 톤)


출처: FAO의 2014~2019년 통계는 <http://www.fao.org/faostat/en/#data/QC> (Accessed July 28, 2021) 및 2020년은 <http://www.fao.org/3/cb5146en/cb5146en.pdf> (Accessed July 28, 2021), p. 15; 북한 통계는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Voluntary National Review,” p.
15 및 한국농촌진흥청의 홈페이지에 의해 작성
식량 관련 몇 가지 흥미로운 부분을 추가하면, 인구의 자연증가율이 보이는 점이다. 2015~2019년은 GDP 성장률이 연평균 5.1%인데 비하여, 1인당 GDP 성장률은 4.65%로 차이를 보인다. ) 이 차이는 인구의 자연증가, 즉 출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반대로 대량의 아사자가 발생한다는 위기 징후로 분석할 수 없다. 필자의 탈북자 인터뷰에 의하면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지만,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검토보고에서 동기간 신생아 10만 명당 모성 사망률 및 5세 이하와 신생아 사망률은 감소했으며,7) 2012~2020년 기간 5세 이하 어린이의 영양상태는 개선되었다고 기술한다. ) 물론 인구의 자연증가에 따른 식량 소비압박이 현재는 크지 않지만, 만 5세 이하 어린이가 향후 청소년기가 되는 5~10년 후에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기의 긴장 상황은 고난의 행군 시기의 위기 상황과 비교된다. 당시 식량 가격의 폭등, 관료부패, 기관·기업소별로 국유자산 에 대한 약탈, 교통·통신 마비, 그리고 식량배급체계 붕괴 등이 발생하였다. 중공업 도시 중심으로 아사자가 발생하고 도시 노동자가 농촌으로 식량을 찾아 유랑을 떠나 빈집이 생기 고 주택가격이 폭락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기에는 도동 간 임금 격차로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주 현상이 나타났다. 정부 또한 ‘2030 핵심 정책 목표’로 도시화, 도농 간 격차, 관료의 부패 척결 등을 삼고 있다. ) 결론적으로 검토보고에 나타난 통계 왜곡의 방지 노력, 2019~2020년 곡물 생산량, 인구 의 자연증가, 도농 간 인구이동, 정부의 관료부패 척결 노력 등을 검토해보면, 김정은 총비서 가 발언한 ‘식량긴장’은 고난의 행군으로 가는 위기 징후로 해석할 수 없다.
위기 징후로서 지목된 ‘식량 물가의 3대 쟁점’
식량 위기 징후로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는 요동치는 쌀 가격 급등, 옥수수 가격 폭등, 지역 간 식량 가격 격차 확대라는 3가지 핵심 쟁점을 장마당 물가를 조사하는 기관(Daily NK, NK투자개발 등)의 식량 물가통계를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쟁점 1: 쌀 가격은 요동치며 급등하고 있는가?
일부 언론에서 식량 사정이 심각하다는 근거로 제시된 지표 중 하나가 쌀 가격 변동률
및 가격 폭등이다. 특히, 2013년 이후 장기간 안정세를 유지한 쌀 가격이 2021년 6월 춘궁기 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2~3배 폭등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그러나 <그림 2>와 같이 쌀 가격은 코로나19 시기 1kg당 4,000~5,000원(북한 원) 수준
으로, 달러로 환산하면 0.2달러 내외의 약 20% 변동률을 보인다. 동시에 20% 정도의 쌀 가격 상승 이후, 수일 내로 가격이 원상회복되거나 심지어 평균 가격보다 하락하는 경향도 보인다. 코로나19 시기 쌀 부족이 심각하다면, 일정하게 쌀 가격이 폭등해야 하지만 쌀, 감자 등 곡물의 2년간 장기추세를 추적하면 비교적 안정되었다. 즉, 일부 언론에서는 20%의 변동폭을 특정 시점의 단기간에 특정하여 가격이 급등락하는 통계를 부각시켜 독자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림 2>와 같이 코로나19 시기 쌀 가격의 변동폭을 100이라는 기준으로 작성했을 때 출렁이는 현상은 있지만 위기 징후라고 보기는 쉽지 않다. 다수 OECD 국가에서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식료품 등 기초물가가 20% 급등하는 등 출렁이고 있다.


<그림 2>코로나19 시기 북한 쌀 가격 변동률 추이(2020.1.~2021.7.)


출처: 북한 전문 조사기관에서 제공한 장마당 물가에 기반하여 필자 작성
특히 1995년 고난의 행군 당시 노동자 1달 임금은 60원으로 고정되었음에 비해, 쌀은 1kg당 16원에서 120원으로, 옥수수는 8원에서 70원으로 약 8배 이상 폭등했고 이러한 가격폭등은 장기간 지속되었다. 현재는 쌀 외에 쌀을 대체할 이모작 작물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인간의 합리적 의사결정에 따르면, 쌀 가격이 오를 경우 감자를 소비함으로써 쌀 가격 을 통제한다. 6월 초만 해도 쌀 가격의 1/2 수준인 감자, 보리, 밀은 6월 중순 들어 쌀의 1/10로 하락했다. 이는 그간 북한이 종자 혁명, 인비료 공장증설 등 과학화를 통해 식량생산 증가와 이모작 작물의 재배 기간의 단축 등 성과와도 상관관계가 있다. 즉, 김정은 시기 춘궁기가 단축되면서, 일부에서 주장하는 쌀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다는 6월 중순은 이제 는 춘궁기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
더욱이 <표 2>과 같이 육류·야채 등 국내 조달 가능 식품은 코로나19 시기 상대적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11) 식량 가격 문제에서 심도 있게 주목해야 하는 쟁점 중 하나는 수산물 가격의 폭등 현상이다.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조치로 당국이 어업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2021년 3월 이후 어업에 대한 방역 조치가 일부 완화되면서, 수산물 가격은 하락추세로 전환하고 있다.
<표 2> 코로나19 직전과 직후 시장 물가 동향(2020.1.~2021.7.)
(단위: 원)
국내 생산 일부 수입 완전 수입
품목 김 소금 간장 고추장/된장 계란 돼지고기 동태 기타 쌀 옥수수 설탕 밀가루 콩기름 가솔린
단위 10장 1kg 1kg 1kg 개 1kg kg 교복/옷 담배 냉면 야채 석탄 kg kg kg kg kg 리터
시 기 2020.1(직전) 5백 5백 6천 1.5만 8백 2.2만 5천 – 4천5백 1.7천 4.6천 5천 9천원 7.3천
2021.6(직후) – – – – – – 5만→2.5만↑ – 2.2천↑ 2~3만원↑ 1.1만↑ 2.5만↑ –
출처: Daily NK, NK투자개발, RAF 기자 등 북한 전문 조사기관에서 제공한 장마당 물가 및 심층면담을 통해 필자정리
쟁점 2: 옥수수 가격 급등은 식량 위기 징후인가?
일부 언론에서 식량 위기 징후로 거론된 쟁점 중 하나는 쌀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하는
옥수수 가격이다.12) 옥수수는 쌀의 대체재로서 쌀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여 소득이 감소할수 록 수요가 증가하는 열등재로 간주한다. 옥수수 가격은 코로나19 직전 쌀 가격의 30% 수준 이었으나 현재는 쌀 가격 대비 60~70% 급등하였다.
<그림 3> 코로나19 시기 북한 쌀과 옥수수 가격 및 교환 비율 추이(2020.1.~2021.6.)


출처: RFA의 ○○기자 제공 자료에 의해 필자 작성


11) 이에 비하여, 주식(主食)이 아닌 간식과 같은 가공식품을 제조하기 위한 밀가루, 설탕, 콩기름 및 조미 료 등은 국경봉쇄에 따라서 가격이 3~6배가 상승했다.
12) “Risk analysis: North Korea faces crisis due to relentless COVID-19 controls,” June 23, 2021, <https://www.nknews.org/pro/risk-analysis-north-korea-faces-crisis-due-to-relentless-covid19-controls/> (Accessed July 10, 2021) 외 다수
그런데 만약 옥수수가 식량난으로 인해 주식으로 더 많이 소비되어 가격이 폭등했다면, 쌀뿐 아니라 쌀의 대체재이면서 열등재인 감자나 보리도 동반 상승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쌀 가격은 20%의 변동률을 보이는데 비해 오히려 감자나 보리는 6월 중순 수확기에 들어 1kg당 약 2천 원에서 8백~5백 원으로 4분의 1 수준인 60~70% 하락했다.
쌀 가격의 일정한 유지, 감자와 보리 가격의 60~70% 폭락, 수입품인 밀가루 가격의 200%
폭등, 옥수수 가격의 200% 폭등은 동시에 일어난 현상이다. 비싼 쌀을 살 수 없는 빈곤층들 이 가격이 싼 감자와 보리는 먹지 않고, 옥수수만을 먹는 비합리적인 경제적 선택을 한 결과일까? 빈곤층의 비합리적인 경제적 선택보다는 첫째, 옥수수의 활용도 증가와 둘째, 옥수수와 밀가루가 상호 대체재로서 상관관계가 있다고 분석하는 것이 좀 더 논리적이다.
그 이유는 첫째, 국경봉쇄 상황에서도 육류식당, 장마당에 육류 공급과 술 공급이 유지된다
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옥수수, 감자 등은 돼지사료나 주정(酒精)의 원료가 되고 있다. 오히려 검토보고의 곡물 생산 증가 현상과 옥수수 가격의 상승을 연동하여 분석하면, 곡물 생산 증가에 따라서 식용 곡물만이 아니라 옥수수가 돼지사육과 같은 단백질 생산 및 알코올 과 공업용 원료에 투입된다고 분석할 수 있다. 둘째, 북한의 과자, 비스킷, 빵 등 장기 보존 가능한 간식 제조공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빵과 과자 등 가공·제조에 밀가루와 옥수수를 다양한 비율로 섞는데, <그림 3>과 같이 옥수수 가격의 상승 시점이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1월 말이 아닌 그해 11월부터 다음 해 1~3월 사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당국이 주민에게 선물용으로 각 식품 공장에서 사탕·과자를 생산하는 시기와도 맞물린다. 즉, 수입용 저렴한 밀가루가 부족하기에 옥수수 투입 비율이 높아진 점도 하나의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추론은 주민 선물 배급 시기가 지나자 옥수수와 밀가루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는 점에서 가능하다.
쟁점 3: 지역 간 식량 가격 차이가 확대되고 있는가?
일부 언론에서 지역 간 식량 가격 차이의 확대를 위기 징후로 지적하였다. ) 장마당 조사
기관에 따르면, 2021년 6월 초 주요 대도시의 쌀 가격이 1kg당 4천 원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양강도 혜산시는 7천 500원으로 폭등했다.14) 북·중 국경의 대표적인 무역도시 혜산이 국경봉쇄 장기화와 국내 이동의 제한으로 식량 위기에 빠진 것일까?
2021년 6월 초 혜산시 쌀 가격은 약 60~70% 폭등했는데, 문제의 핵심은 열흘도 되지 않아서 쌀 가격이 회복됐다는 점이다. 일부 언론에서 회복 요인으로 군량미 방출 등 국가적 개입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 이러한 당국의 곡물 가격 통제는 2021년 6월 중순 혜산 사례 만이 아니라, 코로나19 직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물론 식량 가격은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생명 안보 사안으로 모든 국가가 통제한다. 혜산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특정 지역의 특정 물품 가격이 요동치며 폭등하다가도 1~2주가 지나면 안정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가격이 당국이 통제하는 고정가격이 아니라 시장가격이 근본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물가 회복의 탄력성을 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해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전국 단위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물류망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인터뷰한 바에 의하면, 특정 지역의 특정 물품 가격이 오르면, 가격 차이에 따라 상인들이 물류를 운반하여 수익을 올리는 시장이 작동한다. 폭등 기간 식량을 소유한 돈주는 ‘차익거래(arbitrage)’를 취할 수 있다. 또한 필자의 인터뷰만이 아니라 6~8월 사이 혜산의 백화점, 장마당 등 상당량의 동영상에 의하면, 식량이 부족하지 않게 거래되고 있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OECD 국가와 비교하면, 몇 시간 만에 가격이 회복된다는 점에서 북한 유통망 구조가 아직은 초보적 단계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기에도 운송과 유통수단이 유지되고 있고, 특히 휴대전화 보급은 전국 단위에서 식량 가격을 일물일가(一物一價)화시키는 데 기여한
다. ) 2021년 7월 22일 혜산 시장 일상 영상 )을 보면 과거 북한 물류상황이 열악하여 혜산은 무연탄을 사용하지 않는 지역이지만 평안도 지역의 무연탄(구멍탄)이 양강도 혜산까 지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지역 간 물류이동이 코로나19 시기에도 상당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
‘식량긴장’과 ‘고난의 행군’ 사이에서 확증편향의 오류
코로나19 시기 북한 식량 징후로 제기되는 3대 쟁점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김정은 위원장
의 ‘식량긴장’ 발언과 ‘요동치는 가격’의 의미를 고찰해보았다.
분석 결과, 북한에서 ‘긴장’은 부족으로 인해 여유가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대비와 독려 차원에서 사용하는 일상용어이다. 김정은 총비서의 ‘식량긴장’이 상당한 식량부 족을 인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식량 위기와 경제 위기상황으로 간다면, 이러한 파장은 고난의 행군 시기와 유사하게 사회 각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국경봉쇄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같은 우호적인 동맹이 제공하는 인도주의적 협력을 수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 시기 곡물 생산량은 지난 10년간과 비교하면 평균치를 상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이후 지난 1년 7개월간 일부 수입 식품과 수산물을 제외하면 쌀과 육류, 채소 등 식량 물가만큼은 비교적 안정세를 이루고 있었다. 즉 최소 식량에 한해 수급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곡물 가격은 요동을 치다가도 1~2주 간에 회복하였다. 이는 전국 유통망이 작동하여 가격이 탄력성이 있다는 반증이 된다. 더욱이 곡물 가격의 일시적 급등은 대체적인 쌀, 옥수수, 감자 등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곡물별로 따로 요동치는 특성을 보인다. 김정은 총비서는 고위층의 부패에 대해서도 엄중 단속을 하고 있다. ) 이는 고난의 행군이 배급망 붕괴와 부패에서 기인한 경험에서 나온 정책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에 입각하여 ‘식량긴장’ 발언의 의미를 종합해 보면, 북한이 자연재해 등으로 식량 부족
분이 발생하여 식량 상황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전년 대비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분석된다. 따라서 일부 언론에서 ‘식량긴장’ 발언을 ‘요동치는 물가’와 결부시켜 위기 징후라 는 해석은 북한 통계에 대한 과잉 해석으로 전형적인 ‘확증편향의 오류’라고 볼 수 있다.
북한 당국은 국제적 다자주의에 기반한 인도주의적 협력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식량의 부족에서 오는 식량긴장에도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 상태이다. 오히려 북한 경제의 핵심적 문제는 만성적인 식량과 같은 기초물자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상황 에서 빈곤국가 특유의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경제적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도농 간 소득 격차의 확대이다. 곡물 가격이 2013년 이래 장기간 거의 동일 수준으로 유지되 는 반면, 공산품은 다양해지고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즉, 곡물 가격의 상대적 가치가 지속적 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도농 간 소득 격차를 발생시켜 농민이 도시로 이주하는 현상이 관찰되며, 북한은 도시화로 인한 고민이 생기고 있다. 빈곤국은 일방적으로 분배 거버넌스에 취약한데, 북한도 역시 개발경제학의 연구대상인 ‘빈곤과 분배’ 관한 핵심적이며 전형적인 딜레마에 빠져있다.
그러나 대부분 빈곤국은 외부 지원에 의하여 이러한 격차에 따른 모순을 완화하는데, 북한은 외부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북한이 국경봉쇄를 풀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중국과 같은 사이좋은 이웃의 제안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한국과 미국의 인도주의적 제안은 핵 협상 직전에 수용이 극히 어려운 사안이다. 결국 북한은 각국의 인도주의적 협력에 대한 제안을 수용하지 않고, 다자적 국제 백신 협력을 주도하는 코백스 지원만을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다자주의적 국제협력 사업이나 비정부기구, 기업, 종교단체 등에 의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한정해 수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KINU 2021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통일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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