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회건 사람의 외모에 대해 전형성을 기초로 한 집단 인상이라는 게 만들어질 수 있다. 그 전형성과 집단 인상은 보통은 드라마나 영화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을 반복적으로 소비하는 동안 대중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편의 이미지에 갇혀버린다. 예를 들어 전형적 인상으로 만들어진 남자 변호사의 이미지에 ‘장발’ 같은 건 있을 수 없다. 영화가 묘사하는 조폭의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또 얼마나 천편일률적인가. 영화나 드라마가 그려내는 주점이나 다방 여종업원의 모습도 상투적이긴 마찬가지다.
솔직히 말하면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 씨는 미인상이다. 대부분의 대중은 검찰총장 임명식에 부부동반으로 초청돼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김 씨를 처음 봤을 텐데, 그 도회적이고 세련된 외양에 놀랐을 것이다. 그런데 이 또한 부인할 수 없는 것인데 김 씨의 이미지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대중이 숱하게 보아온 성공한 커리어우먼, 또는 마담의 이미지와 유사하다. '쥴리' 같은 루머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먹힌 데는 이 고정된 이미지의 편견에 갇힌 이유가 적지 않을 것이다. 본인이 그런 일 없다고 하는데도, 증거가 하나도 안 나왔는데도 대중은, 특히 윤석열에 반대하는 이들은 박제화된 집단 인상에 갇혀 나오려고 하질 않는 것이다. 이는 젠더감수성이란 말 자체가 없던 저 1980년대에 외모가 빼어난 여자에게 "쟤는 남자에게 잘 주게 생겼어." 따위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지껄인 꼰대들의 시각과 근본적으로 다를 게 없다.
예를 들어 김건희 씨가 우리 사회가 도그마틱하게 만들어놓은 미인형에 속하지 않는 수더분한 인상이었다고 가정해보자. 거기에 비만도가 평균 범위를 초과하는 통통한 체형이었다고 쳐보자. 그럼 화려한 ‘쥴리’ 루머는 창작되지 못했을 것이다. 당연히 그 외모의 전형성에 어울리는 다른 루머를 생산해냈겠지. 이를 테면 부동산 떳다방 사모님 같은 것 말이다. 2016년 최순실에 대한 증오나 혐오가 감정적으로 치달았던 것의 기저에는 최 씨의 인상 속에서 대중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았던 탐욕스러운 졸부 갑질 사모님의 이미지를 읽어냈던 것도 깔려 있을 거라고 나는 짐작한다.
외모에 대한 왜곡된 고정관념조차 못 깨뜨리면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신분에 대한 편견마저 고스란히 노출하면서 진보연하고 정의를 외치는 자들이 나는 사실 잘 이해되지 않는다. 주점의 여종업원은 부패하고 타락해서 손가락질 받아야 할 직업이 아니라, 이해되고 보호되고 노동 조건과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어야 할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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