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미국 없는 한반도’ 시나리오도 대비해야”
[짬] ‘미국 외교는 왜 실패하는가’ 펴낸 문정인 연세대 석좌교수
이제훈,강성만기자수정 2025-04-01

문정인(74) 연세대 제임스 레이니 석좌교수는 마당발이다. 어느 행사장에 가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맥이 두텁고 넓게 퍼져 있다. 나라 안에서뿐만 아니라 나라 밖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정치학자로 불리는 그는 나라 안팎의 국제정치학계를 연결하는 네트워커다. 70대 중반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활동이 왕성하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미국에 한달간 머물다 3월29일 귀국한 문 교수와 대면·전화 인터뷰를 병행해 신간 ‘미국 외교는 왜 실패하는가’(메디치)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은 ‘마당발 문정인’을 빼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지난 2023년 9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진행된 ‘제임스 레이니 강좌: 미국과 세계’ 강연의 결과를 정리한 것인데, 문 교수가 기획·섭외·대담·정리를 주도했다. ‘제임스 레이니 강좌’는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국대사를 기려 태평양세기연구소의 후원으로 연세대에 설치된 특별강좌다.

강연과 책은 세 모듬으로 나뉜다. 첫째,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역사적·이론적 고찰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국제정치학자인 찰스 쿱찬, 월터 미드, 존 아이켄베리가 각각 진보·보수·자유주의의 시선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을 분석했다. 둘째, 미국 외교의 중요 쟁점을 다룬다. 미·중 관계,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 미국의 신경제책략과 중산층외교, 인태전략, 기후변화 등의 굵직한 쟁점을 수전 손튼, 칼 아이켄베리 등 여러 전직 관료 출신이 점검한다. 셋째는 ‘북핵 문제’다. 북한과 협상을 한 로버트 갈루치, 미국의 대표적 북핵 전문가인 로버트 칼린과 시그프리드 해커가 맡았다. 북핵 문제는 “미국 외교정책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고 문 교수는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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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미국이 만드는 세계의 명암’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2025년 세계를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의 역사적 배경과 국내정치 및 국제정치적 맥락을 살피기에 좋다. 시의성 있는 미국 외교정책 교과서라 할 만하다.
강연이 트럼프 2기 출범 이전에 이뤄진 탓에 강연자들의 추가 분석이 책에 실렸는데, 11명의 강연자 가운데 월터 미드 정도를 빼면 대체로 비관적이다. 지금껏 드러난 트럼프 2기의 정책은 미국과 세계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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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표하는 국제정치학자들 참여
‘제임스 레이니 강좌’ 강연 엮어
미 외교정책과 북핵 문제 등 다뤄
강연자 11명 대부분 비관론 펼쳐
“트럼프 2기, 한국과 미국 사이에
대북과 대중 위협 인식차 커 우려
과도한 미 의존, 큰 화 부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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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제임스 레이니 강좌 시리즈 01’이라는 문패를 달았다. 하지만 문 교수한테 이런 작업이 처음은 아니다. 문 교수는 미국 이전에 중국과 일본의 외교정책을 분석하는 작업을 그 나라의 대표적 학자, 전직 관료들과 함께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09년 중국 베이징대 초빙교수로 있을 때 23명의 중국 학자와 대담한 내용을 추려 2010년 ‘중국의 내일을 묻다’(삼성경제연구소)를 펴냈다. 2013년엔 다나카 히토시, 오코노기 마사오 등 일본의 지성들과 대담을 정리한 ‘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삼성경제연구소)를 서승원 고려대 교수와 함께 펴냈다. 중국-일본-미국의 보수·진보·중도 성향 학자들을 두루 꿰는 대담집은 ‘마당발 문정인’의 존재 가치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문 교수는 ‘제임스 레이니 강좌 시리즈’ 2번과 3번도 준비 중이다. 이미 강연을 마친 문 교수의 ‘동북아국가들의 국가전략’ 분석을 담은 단행본이 미국과 한국에서 조만간 출간될 예정이다. ‘시리즈 02’이다. ‘시리즈 03’은 올해 여름부터 내년 여름까지 ‘한국의 핵무장 바람직한가?’라는 화두로 문 교수, 시그프리드 해커 미국 스탠퍼드대 명예교수, 피터 헤이스 미국 노틸러스연구소 소장의 10회 강연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문 교수는 “이번에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 쪽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니 ‘한국이 너무 오래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인식이 아주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그러곤 트럼프 2기에서 한국과 미국 사이에 “대북 위협 인식과 대중 위협 인식의 괴리가 특히 우려된다”며 “한국이 미국에 너무 의존하면 큰 화를 입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자율적 전략적 사고를 키워야 한다”며 “‘미국 없는 한반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창의적 대안을 탐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교수는 오는 4일로 예고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선고 문제와 관련해 “절대 다수 국민의 뜻에 따라 순리대로 마무리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외교는 결국 내치의 연장”이라며 “국민적 지지가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대통령의 외교무대에서 말발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민주적 정당성이 튼실하지 못하면 외교가 힘을 받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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