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2

Kyung Hee Rho - * 착한 끝은 있다. (<폭싹 속았수다>에 대한 어쩌면 엉뚱한 감상-스포 없음) 이틀에... | Facebook

(1) Kyung Hee Rho - * 착한 끝은 있다. (<폭싹 속았수다>에 대한 어쩌면 엉뚱한 감상-스포 없음) 이틀에... | Facebook
* 착한 끝은 있다.
(<폭싹 속았수다>에 대한 어쩌면 엉뚱한 감상-스포 없음)
이틀에 걸쳐 꼬박 16부작 드라마를 보느라 현실 삶을 전폐하다시피 했는데, 다 본 지금 생각하니 근래 들어 오히려 가장 밀도 높은 16시간이었다. 그 장르가 무엇이건 어떤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그 작품을 만나기 전의 향유자는 만난 이후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 라고 한다면,
나는 분명 이 드라마를 보기 전과 그 이후에 아주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착한 끝은 있다”
<폭싹 속았수다>를 내내 관통하는, 이 작품을 판타지라 부르게 하는, 그와 동시에 지독한 리얼리즘으로 만드는 주제이다. 그리고 우리 엄마가 나 어린 시절부터 종종 하던 말씀.
입에서 입으로 전승되는 설화 문학 장르 중 백성들의 이야기인 ‘민담‘을 가르칠 때면 늘 설명하기를,
착한 주인공이 현실의 어려움을 만나 고생하지만 결국에는 하늘의 도움을 받아 복을 받는 이야기, 권선징악이 핵심 주제지만, 그 해결 방안은 끝내 현실에서 찾지 못하고 판타지의 성격을 보인다.
덧붙이기를, 우리나라 민담에서 특히 이런 이야기가 많은 것은, 현실의 고통과 억울함을 환상적인 방법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는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웃음과 희망으로 극복하려는 백성들의 낙관적인 정서를 동시에 보여준다, 라고.
어느 나라 어느 시대건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들은 힘들고 억울한 일을 겪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 또한 장대하게 존재했지만,
다른 한편에서 우리나라 백성들은 고단한 삶을 풍자와 해학, 착한 사람은 하늘이 복을 내린다는 절대불변의 교훈을 끌어 안고, 이런 이야기들을 서로 전하면서 위안을 삼으며 삶을 버텨내었다.
민중의 이야기에서 ’권선징악‘ 서사를 그 어느 곳보다 강하게 유지하는 곳은 단언하건데 우리나라다. 지금도 우리나라 드라마는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 ‘해피엔딩’이 아니면 결코 흥행에 성공할 할 수가 없다. 이 영역에서는 작품성이니 예술성이니 하는 전문가 비평은 감히 끼어들 수가 없다.
그런데 <폭싹>은 우리에게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다’가 판타지가 아닌, 사실은 리얼리즘이라고 내내 이야기한다. 흥부가 제비에게 박씨를 얻는 것은 흥부의 가난을 사회구조의 개혁이라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판타지로 한방에 해결하는 서사구조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흥부의 착한 행동들이 차곡차곡 쌓여 응당 하늘에서 받아야 할 그의 ‘삯’을 받은 것이라 하면서, 이는 봄에 뿌린 씨앗을 여름 햇살 지나 가을에 거두는 알곡 같이 너무도 당연한 우주의 섭리이자 반드시 일어나야만 하는, 지독할 정도의 사실적인 내용이라고 말한다.
가진 것 하나 없는, 돈도 빽도 없는 일개 백성이 하늘의 복을 받으려면 결국 착한 일을 매일매일 ‘무지비한 성실함’으로 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며,
한탕으로 순식간에 저 위로 올라가기를 노리는 이들에게는 가장 바보같고 불가능한 전략이 사실 가장 유일하고 빠른 길이라고 끝없이 강조한다.
다만, 전래동화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복을 내려주는 이가 저 멀리 높은 곳의 ‘하늘’이 아니라 바로 내가 언젠가 무심코 베푼, 너무 별 것 아니라 나도 잊고 있던 아주 작은 ‘선의‘의 씨앗이,
시간의 복리로 무장하고 한참 뒤 나타나 큰 복이 되어 ’행운‘이라는 이름으로 생각도 못한 곳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내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구현된다는 것을.
그래서 이 드라마는 지독한 판타지면서 지독한 리얼리즘 작품이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늘 내게 말씀하셨다. 착하게 살아라, 마음을 넓게 써라, 이게 다 복이 되어 돌아 온다, 니가 잘해야 그 복이 니 자식들에게 돌아간다, 라고.
어린 시절엔 그 말이 정말 듣기 싫었고, 엄마가 집안 식구들은 제대로 챙기지도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모습들이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그저 오지랍 넓게만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이 하루하루를 무사히 살아내는 것도, 뜻밖의 장소에서 기대도 없던 따뜻한 손길을 느끼는 것도, 그 뿌리를 타고 가면 엄마가 세상에 쌓은 공덕이라는 것을, 그러니 나도 지금 베풀어야 내 아이들이 언젠가 그 열매를 받게 된다는 삶의 이치를,
그리 생각하면 단 한 순간도 허투루 살아갈 수가 없다. 세상이 무섭고 하늘이 무서워서. 내가 지금 뿌린 작은 씨앗은 언젠가 내가 아니더라도 결국 내 아이들에게 복이든 재앙이든 반드시 돌아갈테니까.
사람 2명 및 문구: '여전히 꽃잎 같고, 꽃잎같고, 여전히 여전히꿈을꾸는 여진히꽃있같고,여진히꿈을꾸는 꿈을 당신에게 专る 넷플릭스시리즈 시리즈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ONLY ON NETFLIX |3월 NETFLIX|3월7일공개 7일공개 7일 공개'의 이미지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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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옥 and 134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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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Sung-mo
못본 저는 봐야 되는건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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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Sung-mo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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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hoon Park
샘의 이글에 어떤 분이 책을 읽고 올린 정ㅇ은 작가에 대한 안타까움이 오버랩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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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은
외할머니도 늘 그러셨어요. 착한 끝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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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 Hee Rho replied
 
1 reply
이시찬
책이든 드라마든 한 작품을 통과하고 난 뒤 내 삶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저는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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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 Hee Rho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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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n Yeon Park
그래서 저희 어머니께서 어른노릇 잘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시며 어른노릇 잘하기가 어렵다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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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s post

  · 
뭐라고 해봐야 어차피 먹히지도 않고 욕만 먹을 것 같아 얘기를 안하고 싶은데 '가족주의'는 무슨 퇴치 주문이 아니다. 좌파 이론이 애들 다 망쳐놓는건데, 무슨 근대주의, 가족주의, 중산층주의 등의 주문만 외우면 세상만사가 변할 것처럼.. 폭싹속았수다에 관한 거의 모든 코멘트들이 다 가족주의 어쩌고만 얘기한다. 나도 그 드라마가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옹호하고 싶지 않지만 그런 얘기만 할거면 안보는 게 낫고, 안쓰는 게 좋다. 
 비판하는 걸 보면 그냥.. 가족을 '폭력'으로만 감각하는 이들이 애순-금명이가 가족주의적 한계를 넘어 사회적 "관계"를 이루지 못했다고 하는 걸 보면 우스울 수밖에.. 가족도 일종의 사회적 관계다. 왜? 가족은 사회적 관계 아닌 것 같나? 헤겔식으로 표현하자면 즉자적 인륜공동체라는 말이다. 본인들이야말로 가족을 '낭만화'시켜서 받아들이는 주제에 누구보고.. 
 그리고 가족이라는 문제는 가족주의 어쩌고로 치워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게 아니다. 인간이 지닌 모든 동기 중 가장 강력한 게 가족, 특히 자식을 향한 부모의 애정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주류경제학자들도 그렇게 얘기한다. 가족, 특히 자식에게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물려주겠다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야말로 열심히 일할 동기를 제공해준다. 그래서 한국의 상속제도가 세계사적으로 볼 때 굉장히 이례적이고 문제적인거고 다른 국가들처럼 상속세, 증여세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대체하자는 얘기가 나오는거다. 
 한국은 조선후기에 잠깐 장자상속제적인 특질을 지니고 있다가 다시 균분상속제로 돌아왔는데, 균분상속제는 경제사적으로 볼 때 자본주의로의 이행, 다시 말해서 대규모 사업을 하는데 별 도움이 안된다. 북서유럽이나 일본 등과 같이 장자상속제를 유지했던 국가들이 그나마 자본주의로의 이행에 유리했던거고, 경제사가 쿠란의 주장처럼 이슬람교를 믿었던 지역도 균분상속제 등을 제도화하는 종교적 요인 때문에 대규모화가 안되어서 근대화에 실패했다. 
 그러니까 가족이라는 게 이 모든 것, 근대 자본제 사회의 근간에 있는 시스템이다. 가족이라는 걸 제대로 이해하고 어떤 남녀관계를 새롭게 만들 것인가. 그런 걸 얘기하는 게 사회주의지, 무슨 존재하는 가족들한테 "정상가족" 딱지 붙여놓고 정상가족 얘기라 별로야, 따위의 말을 하는 건 그냥.. 아이유랑 박보검은 예쁘기라도 하지, 이건 뭐.. 근대적 중산층 가족집단을 정면으로 마주해서 돌파해야 된다. 그게 인민의 삶의, 생활세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걸 욕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국민연금도 내기 싫고, 정상가족도 싫고, 독신세 내기도 싫고, 상속제도 바꾸기도 싫고, 도대체 뭐야 이게.. 좌파 이론이라는 게 사회에, 공동체에 무슨 기여를 하는건가 대체.
Inhye Ha
어떤면에서 보면 파편화에 너무 기대를 하는거 같구요. 그런데 파편화로 인한 자살 증가나 묻지마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을 보면... ㅎㅎㅎ
12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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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eyeong Kim
잠깐 게임얘기를 하자면, 크킹3에서 봉신들 아작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균분상속 강제시키는거죠. ㅋㅋㅋ 나는 장자상속제로 장자에게 영지와 재산 몰아주고, 봉신들은 영지와 재산 분할시켜 약화시킬 수 있으니 개꿀
11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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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흔
자손에게 더 나은 삶을 물려주겠다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세계사적으로 굉장히 이례적으로’ 문제적인 상속제도로 자리잡혀 있는 거네요?
11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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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중
오늘날 유약한 유아적 좌파들이 소위 상처받지 않을 권리라며 한없이 나약한 개인을 상정하고 사춘기 아이처럼 그저 방에 쳐박혀서 무균실상태에서민 홀로 고립된 채 머물고 싶어하니 이 사단이 나는거 같습니다.
1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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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k-Won Lee
이런"류"의 드라마가 처음이 아니기에 폭싹 속았수다 보고도 별 느낌이 없구요. 그래서 가족주의 들고와서 까는것도 이제 뭐 고만할때도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국의 가족형성과 서사가 일률적이지 않은데도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인것 같았다"며 감정이입하는거는 다만 신기하긴 합니다. 그만큼 감정이입하고 싶은 욕망들이 있단 이야기, 그걸 잘 아는 자본은 응답하라xx버전으로 때로는 슬의생 버전으로 가족이야기를 적당히 버무려 내놓네요.
9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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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k-Won Lee
다만 가족이야기를 상업드라마로 앞으로 계속 내놓을거면, 가난, 희생, 고생같은 기표들을 대상을 교묘히 반복하면서 사실상 판타지 서사를 양산하는건 좀 고만했으면 하네요. 그런면에서 이번 "폭싹"판 가족이야기는 여성의 시선에서 가족을 바라보는 신선한 시도가 있었지만 그 결말이 너무 뜬금없긴 했습니다. 뭐 어차피 자기배를 가진 "선주"와 서울대를 다니는 딸이 있는 집이 드라마 내내 가난하고 그래서 희생하고 고생하면서 살아남는 서사를 그걸 보는 개개인은 찰떡같이 자기 인생사와 동일시시켜 주니 "개연성"이라도 갖춘 가족이야기를 해 달라는 이야기는 씨알도 안먹힐것 같긴 합니다.
9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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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장의훈
백승종 선생님의 《상속의 역사》를 보면 이 상속제도라는게 세상을 움직이는 강력한 동인이었고 불평등의 기원 중 하나임을 재밌게 설명하고 있더라고요. 가족이라는 인간 삶의 근본상수를 너무 획일화해서 퉁쳐 비판하는 것은 참 게으른 모습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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