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03

Vladimir Tikhonov [저들은 왜 서방을 증오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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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adimir Tikhonov
14 h  · 
[저들은 왜 서방을 증오하는가?]

세계인 다수가 규탄하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여론 조사마다 대부분의 러시아 응답자들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침략의 원흉인 푸틴의 지지율은 최근 아예 83-84%나 돼 국내외의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러시아인의 3분의 1 정도 친척이나 친지를 가지고 있는 이웃 나라에 대한 침략을, 저들이 도대체 왜 이렇게도 많이 지지하지요? 우크라이나인들이 벨로루시인 다음으로 러시아인과 가장 가까운 외부자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이해 불가의 현상으로도 보이지만, 한 가지를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러시아의 국가 프로파간다는, 이 침략을 이웃이나 친척인 우크라이나인이 아닌, 서방과의 '대리전'이라고 서술한다는 점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의 과거 나토 내지 유럽 연합 가입 의지를, 러시아 국가 프로파간다는 "서방의 꼭두각시가 됐다는 증거"로 이용합니다. "서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직후 같아서는, 미국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러시아 응답자들은 아예 80%나 됐는데, 그 후로는 45-60% 정도의 부정적인 미국관은 고착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정 유럽 국가, 예컨대 러시아와 정교회 신앙을 공유하는 그리스 등을 예외로 인정하곤 하지만, "서방"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의견 역시 그 정도입니다. "미국/서방과의 대리전"을 선포하면 다수의 러시아인들이 이를 환호할 것을, 평상시의 여론 조사 결과들만 봐도 대체로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저들은 도대체 서방을 왜 이토록 혐오하죠?  
"반서방"까진 몰라도 "반미"는 한국에서도 그리 상상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 완전하게 없어진 것 같지만, 2008년 광우병 항쟁까지만 해도 "반미"는 한국 여론의 하나의 "흐름"을 형성했다고는 볼 수 있습니다. 분류하자면 한국의 반미는 "진보적 반미" 쪽에 속했습니다. 미국에 반대한 이유는 미국의 (전두환 등을 포함한) 외국의 친미 독재 지원, 파괴적인 "자유 무역" 강요, 신자유주의적 질서 강요, 인종주의, 미군 주둔과 미군의 치외법권에 따르는 범죄 등등이었습니다. 이는 중남미나 유럽의 좌익, 나아가서 소련 시대의 국가적인 반미관과 일맥상통했습니다. 촘스키와 하워드 진을 애독해온 한국 좌파처럼, 소련 공민들도 시어도어 드라이저 등 진보적인 미국 문호의 책들을 탐독하면서 동시에 미국의 세계적 자본의 제국 구축이나 인종주의에 대한 비판 의식을 가져야 했던 것입니다. 적어도 공식 이념의 차원에서요. 
그 공식 이념이 붕괴돼 가던 1980년대에, 이와 같은 소련의 미국관 내지 서방관은 돌연히 "전도"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당-국가의 질서가 붕괴돼가고 소련 경제가 치명적인 위기를 맞자 수많은 소련인들의 서방관이 전도돼 서방은 이제 "낙원"이나 "구원자"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들이 생각했던 "서방"이란 아직도 복지 국가가 제대로 작동했던, 즉 신자유주의화 이전의 서방, 즉 육체 노동자도 중산층이 될 수 있었던 서방이었던 것이죠. 방향을 잃어 표류했던, 무너져가는 소련의 주민들에게는 미국은 다시 "꿈"이 됐습니다. 그 때에 소련 초기부터 폐기됐던 러시아 제국 시절의 일부 용어들이 놀랍게도 다시 귀환하기도 했죠. 예컨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1989년 이후로 러시아에서 종종 "문명국"이라고 지칭하기도 했습니다. "문명국" 따위의 어휘들은, 공산당 시절에 비서구에 대한 차별적인 언어라서 금기시됐지만, 이렇게 공산당의 위기와 함께 돌아온 겁니다. 
한데 미국과의 "밀월"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시장화된 1990년대의 러시아는 미국 내지 서구 국가와의 "동급"이 되지 못하고 제3세계의 원자재 공급자 내지 완제품 시장으로 전락되고 말았죠. 러시아 안에서 거주하는 서방인들이 "부자 행세'를 얼마든지 할 수 있어 현지인들의 원성을 사고, 나라 밖에서는 러시아와 같은 정교회 국가인 세르비아에 대한 나토의 1999년 공습을 많은 러시아인들은 러시아에 대한 "무시"나 "도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러시아는 무장해제하여 서방 세계에의 "편입 신청"을 했지만, 문전 박대를 당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니 혐오까지는 아니지만, 서방에 대한 배신감 내지 "자존심의 상처"는 1990년대말 러시아의 보편적인 분위기이었습니다. 본인들이 1980년대말부터 키워온 "문명 세계"에 대한 꿈 - 내지 환상 - 이 깨진 셈이었죠. 
​국민의 상한 자존심을, 2000년 이후 푸틴의 정권이 적극 이용했습니다. 그 정권도 초기에는 나토 가입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대서방 "편입"의 방법을 강구해봤지만, 머지 않아 국력이 어느 정도 신장된 시점에서 서방 세력과의 제국주의적 '경쟁'의 노선으로 선회했습니다. 그 경쟁의 대상은 사실 우크라이나와 같이 위치가 전략적이고 자원이 풍부한 동유럽이나 중앙아시아 등의 완충지들이 된 것입니다. 제국주의적 '경쟁'의 차원에서는 러시아 국민들을 반서방 이데올로기로 무장시켜야 하는데, 푸틴 국가의 프로파간다는 이 일을 약 2004년, 즉 우크라이나에서의 첫 "마이단" (친서방 대 친러 세력의 힘 다툼) 이후부터 계속해서 해온 것입니다. 그러니 선전선동의 차원에서는 금일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거의 18년 동안이나 준비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푸틴의 국가 관료 자본주의가 그다지 "진보적"이지 않듯이, 푸틴의 반미 역시 - 예컨대 한국의 반미나 소련 시대의 반미와 달리 - 그다지 진보적 색채를 띠지 않습니다. 물론 러시아 프로파간다는 러시아와 이해관계가 겹치는 중앙 아시아나 중동에서의 미국 침략 (이라크, 아프간 등)을 비판의 계기로 삼긴 하죠. 그러나 그것보다 일차적인 대미, 대서방 비판의 어조는 매우 보수적입니다. 성소수자 등에 대한 관용은 "자연적 인간 사회 질서의 파괴"처럼 서술되고, 복지 국가나 재분배는 "세계 주변부 약탈의 일부 산물들을 기생충이 된 자국민에게 나누어주는 일"처럼 묘사됩니다. 러시아의 국가 프로파간다는 신자유주의에 비판적이지만, 그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바로 개명 관료들이 치밀히 관리하는, 즉 국가화된 시장 경제입니다. 중국 모델이 "서방 자본주의 위기"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셈이죠. 그 모델 속에서 복지는 매우 제한돼 있고 민주성이 태부족하다는 것은, 러시아 국가 선전원들에게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자국 중심의, 폐쇄적이고 자기 완결적 세계관의 전통은 아주 길죠. 지금 푸틴 정권은, 이런 전통에 적극 편승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서방 혐오와 자기 완결적, 자급자족 국가의 이상을 '국시'로 삼는 것은, 예컨대 러시아 과학 연구자들에게는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입니다. "국경" 안에 갇혀서 최첨단 과학 연구를 하는 거나, 예컨대 세계적 수준의 한국학 연구를 이루는 것은 사실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죠. 과연 첨단 과학을 키우지 못할 정권은, 서방 열강과는 얼마나 오랫동안 경쟁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푸틴주의가 영구적이지 않으며 조만간에 다른 모델로 교체된다고 보는 편은 맞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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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Антон Ли
    선생님께서는…
    그러시면
    로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아랍세계…가 어떻게 변화 됬으면 하는
    바람이신지 묻고 싶습니다…
    영미를 비롯한 서구처럼 변화해야 된다는
    주장은 아니신것 같은데요?
    러시아, 중국은 나름 자신들의 독특한 문화를
    바탕으로 명색이 사회주의를 해 온 나라들이잖습니까?
    서구같은 문화를 도입해서 변화가 가능할 것 같으세요?
    • Антон Ли
      선생님 혹시 러시아 정교회 라디오 들어보셨나요?
    • Антон Ли
      이 사진 말고
      이 핵무기를 축성하시는
      러시아 정교회 신부님 사진도
      쉽게 발견 됩니다…
      푸찐만 타도 한다고 러시아가
      서구가 원하는 대로 잘 바뀔 수 없다는 증거죠…
    • Антон Ли
      러시아 어느 도시를 가나…
      1.레닌 동상
      2.무명 용사의 꺼지지 않는 불꽃
      3.정교회 성당
      4.fsb 방탄 건물
      이러한 그들의 문화유산들이 있어요…
      무슨 얘기냐면…
      러시아는 태생적으로
      서구와 다른 문화를 공유한다는 의미죠…
    • Антон Ли
      아~ 구글링 검색에 따르면…
      2020년부터는
      러시아 정교회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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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y be an image of 2 people and outdo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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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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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rgey Letun
    이런 맥락에서 "세계인의 다수"란 것은 인류의 14%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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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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