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선거권 안된다'는 김은혜, 제시하지 않은 팩트 - 오마이뉴스 모바일
'중국인 선거권 안된다'는 김은혜, 제시하지 않은 팩트
[주장] 유독 '중국인만' 때리는 국민의힘... 이번엔 반중정서 조장하기인가
박성우(ahtclsth)등록 202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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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지사 도전장 낸 김은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외국인 지방선거 투표권 문제, 국가간 공정의 관점에서 개선이 필요합니다."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3일 올린 페이스북 글 제목이다. 김 의원은 특히 영주권 취득 후 3년 이상 거주한 '중국인'의 지방선거 투표권 행사에 부정적 의미를 부여했다.
김은혜 의원은 "(외국인 지방선거 투표권이) 2006년 처음 도입된 이후 외국인 유권자는 크게 증가했고, 이번 선거에서 12만6668명의 외국인이 투표권을 가지게 된다"면서 "이중 중국인(9만9969명)은 78.9%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만약 우리 국민이 어떤 국가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우리도 이를 제약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라며 "우리 국민은 단 1명도 중국에서 투표하지 못하는데, 10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우리나라 투표권을 가지는 것은 불공정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상호주의 원칙은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태도"라면서 "투표권 부여에 상호주의를 적용하고, 현행 '영주권 취득 후 3년 경과' 요건을 강화하는 등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제시하지 않은 '팩트'가 있다.
실제 유권자 비율과 투표율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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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자치구보다 거주민 중 중국인 비율이 서너 배 이상 높고 중국인 거주지가 형성된 관악구, 영등포구, 구로구의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외국인 투표율(표 하단 빨간색 네모 상자). 평균치인 14.7%보다 더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 선거관리위원회
'영주권 취득 3년 경과 외국인'의 실제 투표율은 어떨까. 지방선거 전체 유권자 중 외국인 유권자의 수는 극소수다. 2014년 지방선거에선 0.12%, 2018년 지방선거에선 0.25%의 비중을 차지했다.
투표율 역시 현저하게 낮다. 2014년 지방선거 전체 투표율은 56.8%였고, 2018년 지방선거 전체 투표율은 60.2%였다. 전체 외국인 유권자의 투표율은 2014년 17.6%, 2018년 13.5%에 불과했다.
지난해 2021년 재보궐선거 당시의 수치는 어떨까. 해당 선거에서 외국인 유권자의 비율은 전체 유권자의 0.35%에 불과했다. 2021년 6월 선관위가 발표한 '4.7 재보궐선거 투표율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14.7%, 부산은 21.3%의 외국인 투표율을 기록했다. 당시 서울과 부산의 투표율은 각각 58.2%, 52.7%였다. 현저한 차이다.
김은혜 의원이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제시한 수치는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근거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국적 외국인 유권자 다음으로 많은 국적은 대만(8.4%), 베트남(1.2%), 미국(0.8%) 순이다.
이를 토대로 전체 외국인 유권자 중 중국 국적 유권자가 80%라 가정하고 계산하면 2018년 지방선거의 중국인 유권자는 500명 중 1명꼴이고,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의 중국인 유권자는 280명 중 1명꼴이다. 여기에 투표율을 대입하면 중국인 유권자 중 투표자는 2018년엔 3700명 중 1명, 1890명 중 1명인 셈이 된다.
이는 평균값이다. 세부적으로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다른 자치구보다 거주민 중 중국인 비율이 서너 배 이상 높고, 중국인 거주지가 형성된 관악구-영등포구-구로구의 투표율은 10.0%-9.9%-8.8%였다. 이 선거에서 외국인 유권자의 평균 투표율은 14.7%이었다. 기자가 산출한 근삿값보다 더 적은 수의 중국인 유권자가 지방선거에 참여한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의힘, 반복적으로 '중국인만' 겨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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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차이나타운 대림중앙시장에 상인들과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 이희훈
'상호주의'를 언급하는 것 역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김 후보의 주장대로 상호주의에 입각해 투표권을 부여하면 선거권을 박탈당하는 건 중국인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유권자의 지방선거 선거권에 대한 조처는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주별로 제도가 다르며, 일본은 외국인 유권자 선거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독일과 프랑스는 EU(유럽연합) 시민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며, EU시민이 아닌 외국인에게는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영국은 EU시민이 아닌 외국인 중 영연방 국민에게만, 스페인은 멕시코·페루 등 일부 외국인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한다. 김 후보의 주장대로라면 이들 국가 출신의 외국인들도 마찬가지로 선거권을 박탈해야 논리적 일관성이 생긴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중국인'을 겨냥해 여론몰이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속적이었다. 지난 2021년 9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들의 투표는 의미가 있지만, 특정 국가 출신의 쏠림 현상이 있다"면서 "이로 인한 민심 왜곡 가능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전력이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총선 때 서울 광진을에서 고민정 민주당 의원에게 패한 이유로 "(광진구에) 조선족 귀화한 분들 몇만 명이 산다. 이분들이 90% 이상 친민주당 성향"이라고 발언했고 물의를 일으켰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8일 "현재 12만 명이 넘는 외국인 선거권자 중 특정 국가 출신 비중이 78.9%나 차지하는 상황은 제도 도입 취지와 다르게 민심이 왜곡되는 결과를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국민의힘의 외국인 선거권 비판은 중국인을 겨냥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국민의힘의 주장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반중 정서'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사기 충분해 보인다.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지방선거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은 국가가 많음에도 오직 중국만을 언급하기 때문이다.
다문화사회 돌입한 한국... 2006년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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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선거권이 주어지는 외국인 유권자가 2006년 4월 15일 서울 중구 한성화교소학교에서 열린 투표시연회에서 선관위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직접 모의투표를 해보고 있다. 5.31 지방선거 선거권이 주어지는 외국인은 영주 체류자격 취득일 후 3년이 경과한 19세 이상의 자다. ⓒ 연합뉴스
지난 2020년에도 '중국 국적 영주권자의 선거권'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었다. 그해 3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중국인 영주권자의 지방선거 투표권 박탈해야 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랐고, 21만 명이 넘는 이들이 동의했다.
답변에 나선 청와대는 "주민공동체인 지방자치단체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지방선거에 주민의 한 부분을 이루는 일정 요건을 가진 외국인도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지역주민으로서 지역사회의 기초적인 정치 의사 형성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민주주의 보편성을 구현하려는 취지"라고 답했다.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처럼 국민의 대표가 아닌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의 대표를 선출하는 권리엔 내국인과 외국인의 차이가 없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현재 한국처럼 일정 조건을 갖춘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선거권을 부여하는 국가는 네덜란드·벨기에·그리스·뉴질랜드·헝가리·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핀란드 등이다. 이중 북유럽 국가의 경우 선거권뿐만 아니라 피선거권도 부여한다.
김광재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는 <다문화사회와 민주주의의 실현방안>(2019)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외국인이 영주권을 취득한 것만으로도 지역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밀접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고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3년의 기간이 지나야 지방선거의 선거권을 부여하는 현행 법률이 오히려 지나치게 엄격한 요건'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의 지적처럼, 다문화사회에 돌입한 한국이 더 넓은 민주주의를 더 많은 이들에게 보장하기 위해서 취해야 할 조치는 김 의원의 발언과 정반대로 하는 것이다. 외국인 선거권의 국가를 '제한'하고 요건을 '강화'해야 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김 의원의 주장은 한국 사회를 외국인 선거권 보장 이전인 2006년 전으로 돌아가자는 퇴행적 주장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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