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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vs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교수&전문가 칼럼토론 감상
니아홍
20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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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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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수 1
[이해영칼럼]서방언론은 허구였다! 러시아 뜻대로 흘러가는 전쟁
https://firenzedt.com/21536
[박상현 칼럼] 푸틴이 건넨 빨간약 - 위칼럼에 반박&보완요구
https://firenzedt.com/21559
[이해영칼럼]우크라이나 매트릭스II
https://firenzedt.com/21620
반박글에 대해 추가 반론&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첫 칼럼 친러글 아님 이해영교수 두번째 글 보면 느껴짐※
대충 요약하면
- 서방언론 받아쓰기 이대로 괜찮냐
- 한국만의 주장은 왜 실종되었냐
- 한국정부의 대응이 어설퍼서 우리 항공기 러시아 영공통과 못하는 결과가 나왔자나
- 푸틴이 전쟁에서 실패한게 아니라고? 그럼 미국 첩보 보고는 뭐냐?
- 걔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갈아치우기가 최우선 목표인데 실패했잖냐
- 서방언론이라 편견을 갖지말고 침공의 본질이 뭔지 다시 생각해달라
- 당신이 주장한 한국의 대응이 어설프다는것은 내용보완이 필요하다
- 우리는 서방언론 번역해서 보도하는게 전부잖냐
- 미국측에선 이번전쟁으로 여러 이득을 얻었다
- 러시아보다 미국이 이번 전쟁을 장기간 하길 원하는것 같다고 생각한다.
- 이러다보면 러시아와 중국은 가까워지고 EU는 파편화될꺼다
- 젤렌스키가 한국에 무기지원을 요청한 이상 우리도 휘말릴 가능성 있다
- 왜냐고? 우리는 파이브아이즈 후보국가니까
이런식으로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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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키
2022.04.13
사람들이 방관하는게 우리나라는 언제든지 전쟁이 일어날수도 있는 곳인걸 까먹고 사는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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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odookiss
2022.04.13
알자지라는 나도 보고 있는데 저 교수 말이 지금시점에서 맞는게 하나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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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아홍
작성자
2022.04.13
@Voodookiss 님에게 보내는 답글
나는 https://firenzedt.com/21620 이 글이 읽을만 했음
현재 저기 추가 반론 칼럼 나오는거 기다리는중..
댓글
Voodookiss
2022.04.13
@니아홍 님에게 보내는 답글
외신 보면서 각자가 판단하는게 빠름 저 교수들이 보는거 나도 보고 있음 특히 프랑스 국방부 보고는 마크롱이 대선 앞두고 역할을 하려고 하는거라 회의적임 이게 서방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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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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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의 쿠이 보노] 3차 대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한신대 교수
입력 :2022-04-13
美,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 무너뜨리려는 게 목적
군사지원은 3차 대전 참전 꼴
인도 지원 외 무기 제공 안 돼
▲ 이해영 한신대 교수젤렌스키가 우리 국회에서 화상연설을 한 지난 12일 나는 아침에 우연히 우크라이나에서 날아온 기사를 하나 받았다. 지금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에 고립된 아조프연대 부사령관이라는 사람의 얘기다. 그의 말이다. “‘우리는 당신들을 지지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당신들과 함께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정치인들이다. 그러나 2주 넘도록 그 누구도 우리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 누구도 우리와 접촉하지 않았다.”
젤렌스키는 그 전에 이렇게 말했다 한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투, 특히 마리우폴이 전쟁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만약 여기서 우크라이나군이 패배한다면 러시아는 협상 테이블을 떠날 것이고 해방된 영토를 다시 점령할 것이다.”
젤렌스키가 남긴 연설문을 읽는다. 이미 기운 전황을 배경으로 보자면 이해되는 구석도 있다. 하지만 그 메시지는 유치하고, 아울러 위험하다. 2020년 기준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556억 달러, 1인당 GDP는 3115달러다. 반면 러시아는 각각 1조 5000억 달러, 1만 126달러다(한국은 각각 1조 6000억 달러, 3만 1489달러). 우크라이나의 경제 규모는 러시아의 10분의1이며, 1인당 GDP는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쳐들어온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얼마나 잘사는지, 먹는 것과 집안 가구가 얼마나 좋은지 보고 놀라고 컴퓨터와 전자제품을 훔쳐 러시아로 보내고 있다고 하면 참 난감하다. 또 대러 경제제재가 부족하니 러시아의 외국 기업들이 철수해야 한다고 요청하는 것도 주제넘은 것이다. 한국이 전투기, 전차 등 무기를 제공하고 러시아와 맞서 싸워 달라고 하는 건 심지어 위험하다. 게다가 이 전쟁이 끝나려면 멀었다는 말은 또 뭔가.
지난 6일 미 상원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물자를 좀더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무기대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과거 이 법을 통한 미국의 대영, 대소 물자 지원은 2차 대전 전세 역전의 결정적 모멘텀이었다. 이번 대여법은 2년 기한, 우크라 및 동유럽이 대상이다. 문언대로만 보자면 전쟁이 2년은 갈 수 있고, 전장도 동유럽 전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미국이 6개월의 비축유를 방출했다는 점에 비추어 최소 6개월을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전쟁이 장기화되면 누가 나가 싸울 것인가 하는 점이다.
소위 서방은 미국과 그 ‘위성국들’로 이뤄진다. 미국의 ‘푸들’ 영국을 비롯한 소위 ‘파이브 아이스’(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독일, 프랑스, 폴란드, 발틱 3국 등 동유럽 위성국이 후보다. 여기에 재무장 찬스를 쓰고 있는 일본과 우리 한국이다. 유럽 국가들이 알아서 가 주면 좋겠지만 어느 나라도 선뜻 손 들 리 만무하다. 그러면 혹시 한국? 젤렌스키의 연설에 감동받은 이준석은 인도적 지원을 넘어선 ‘더 큰 직접적인 지원’을 말했다. 한국 ‘이대남 네오콘’의 젤렌스키 사랑은 눈물겹다.
그러면 잠깐. 미국의 장기전 목적은 무엇일까. 미 군산복합체의 기대수익은 이미 역대급이고,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 가스관이 잠기기만 기다리는 에너지 업체가 있다. 냉전 유지 비용을 그 생산력이 감당 못해 소련은 붕괴됐다. 2차 냉전도 러시아 경제가 비용을 감당치 못하게 해서, 즉 밸런스를 흔들어 압박 와해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이때 한국이 젤렌스키 정권에 무기와 돈을 대주고, 심지어 파병까지 해줘 3차 대전에 과감히 투신한다면 이는 한미동맹의 대박급 ‘부수적 이익’이다. 우리 기업이 러시아에서 쫓겨나고, 장차 중국에서 몰수당하는 것쯤 한미동맹 대의에서 그저 ‘부수적 피해’다.
참으로 다행인 건 우리 국방부가 젤렌스키의 요구, 살상용 무기 지원을 거절한 거다. 한국의 경제 규모를 볼 때 인도적 지원은 최대로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군사적 지원은 아니다. 북의 핵과 미사일도 감당하기 숨 가쁜데 무슨 3차 대전이냐.
2022-04-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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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칼럼] 서방 언론은 허구였다! 러시아 뜻대로 끝나가는 전쟁
By 이해영 | 2022년 4월 4일 | 국제, 미분류
✔ 처음도 끝도 러시아를 위한, 러시아에 의한 전쟁으로 진행
✔ 휴전 조건으로 유력시되는 6개항은 대부분 러시아 요구사항
✔ 전투는 러시아의 중규모 대대단위 전술의 승리로 보여
✔ 키에프 공격은 남부 돈바스 지역 장악 위한 ‘성동격서’
✔ 북부 전선은 미끼였다
✔ 아랍, 프랑스, 인도, 터키, 이스라엘, 브라질은 독자적 시각과 해석
✔ 한국 언론은 왜 우크라이나 발표, 서방언론 보도의 최종 하치장인가
러시아군은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인가? 미국과 영국의 언론을 통해 전쟁 개황을 살펴보면 러시아군은 매일 크게 패배하고 있다. 이해영 필자는 이것은 서방의 심리전, 홍보전의 결과이며 가려지는 것은 사실(fact)이라고 해석한다. 그는 서방 언론과 상이한 여러 나라의 여러 판단과 시각, 전망을 주목한다. 필자가 인용하는 알 자지라 방송의 보도, 인도 언론의 보도들은 심지어 프랑스군의 판단과 거의 일치한다. 중재에 나선 터키의 시각, 미국의 오랜 우방임에도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이스라엘의 입장은 왜 그러한가. 필자는 여러 미들파워가 독자적 분석과 전망을 갖고 있는데 반해 한국 언론과 정부가 서방언론 일색인 것을 게으름의 결과라고 진단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한국 국회 화상 연설을 앞두고 ‘나머지 절반’이 담긴 칼럼을 보내왔다. [편집자 주]
사진:셔터스톡
영화 <매트릭스>에 저 유명한 파란약, 빨간약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 네오가 마침내 모피어스 앞에 서게 되고 모피어스는 파란약과 빨간약을 보여 주며 네오에게 말한다. 파란약을 먹으면, “네가 믿고 싶은 걸 믿게 돼”. 그런데 빨간 약을 먹으면 “진실을 못 보도록 눈을 가리는 … ”무슨 진실요?” “너가 노예라는 진실. 그리고 “빨간 약을 먹으면 끝까지 가게 된다”. 주인공이 파란약을 선택할 리가 없다. 그래서 네오는 포스트 트루스의 가상세계를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매트릭스의 진실을 찾아 고난의 장정에 나선다.
현대의 전쟁은 경제전인 동시에 프로파간다전
혹자는 말한다. ‘전쟁이 나면 첫 번째 사망자는 진실이다’. 현대전쟁은 단순히 군사전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전이고 동시에 프로파간다전이다. 이 번 우크라이나전쟁의 전상자 추산이 그 매우 좋은 예다. 국내 언론은 3월 20일을 전후 일제히 합창을 시작하는데 그 논조는 이러하다.
서방 소식통에 의하면 개전이후 러군이 보수적으로 따져도 7천명 이상이 죽었다. 부상자는 만4천- 2만천쯤 된다. 러 육군이 37만 정도인데, 이 중 15만 이상이 투입되어 사상률이 10%를 훨씬 넘어 이제 전투불가능선을 넘었다. 대 참극이다. 러시아군이 대패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측에 따르면 러시아군 사망자는 만 4천쯤인데 반해, 알려진 바로 우크라이나 전사자는 천 미만이다.
미 정보당국은 “이미 탱크 1대에 탑승하는 인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불타는 전차수를 세어서 계산한 수라고 조사방법까지 알려주고 있다.
현대 러시아 전차의 탑승인원은 3명이다고 할 때, 전차만 놓고 계산하면 7천이 사망하자면 7000÷3=2333대가 파괴되어야 한다. 러시아 군은 약 만2천대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으니 개전 20여일 만에 러시아는 총 보유전차의 20퍼센트를 잃었다. 대패다.
그럼에도 미국이 카미카제 드론을 제공, 이번 전쟁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서방 소식통-러시아, 전혀 다른 전상자 추산
그러자 그 뒤 일주일쯤 지나 러합참 작전지휘본부 본부장 루드스코이 중장이 브리핑에 나섰다. 러시아 타스통신이 보도한 대강의 내용은 이러하다.
1. 우크라이나 공군, 방공망은 거의 완전히 파괴되었고, 해군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2. 전투중 우크라이나군 총 260,200명 중 사상자 3만명, 그 중 사망 14,000명 부상 16,000명이며 이 중 돈바스지역 주둔 병력의 1/4 이상인 7,000명이 포함되어 있다.
3. 우크라이나 군 예비병력은 고갈되었고, 제대로 군사 훈련을 받지 않은 영토방위군으로 충원중이다.
4. 우크라이나 군 탱크 및 장갑차 113대 포획, 재블린 및 NLAW 대 탱크 휴대용 미사일 138기를 돈바스지역 민병대에 이양했다.
5. 러시아 정보국 추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측 해외용병은 62개국 6,595명인데 현재 감소 추세이며, 이들의 야보리브 훈련기지에 대한 3.13일 폭격으로 200명 이상이 사망하고 400명 이상 부상했다. 새롭게 충원된 해외용병은 관찰되지 않으며 지난 주 285명의 용병이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로 도피했다.(폴란드 접경지대에 있는 야보리브기지는 사실상 나토군의 우크 전진기지로서 개전 몇 일전까지 미군이 군사교관명목으로 주둔하고 있었다. 또 한국인 용병을 비롯 모든 해외용병이 적응 훈련을 거치는 곳이다.)
6. 아조프, 아이다르, 우익섹터소속 신나치를 비롯한 7천명 이상의 마리우폴 우크라이나 민병대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민간인을 인간방패삼아 도네츠크공화국 군의 진군을 가로막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 통제하 돈바스의 270개 촌락이 루간스크와 도네츠크 군에게 넘어갔으며, 이들은 현재 러시아군과 합동으로 도네츠크 서부지역 해방을 위해 작전중이다.
북부전선은 미끼. 기만당한 미·영
이런 양측의 보도내용은 누구나 어디서든 임의로 추출할 수 있다. 단지 러시아측 발표는 한국에서 거의 보도를 하지 않을 뿐이다. 단적으로 전사자 수만 놓고 봐도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 만4천명이, 러시아측은 우크라이나군 만4천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4월 2일자 전황도를 한 번 살펴보자. 이 전황도는 <알자지라>가 매일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참고로 프랑스 국방부의 전황도를 대조해 보는 데 거의 차이가 없다. 지도상 붉은 곳이 개전후 러시아군이 새로이 점령한 지역을 표시한다. 지도상 남동부 갈색은 돈바스지역을 가리키고 짙은 적색 우측이 이른바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좌측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인데 그 위 노란 점선은 전전의 양 친러 공화국 민병대와 우크라이나 군의 경계를 말한다. 녹색은 러시아 측이 장악했다고 주장하는 지역이다.
1. 러시아가 지난 주 작전 2단계를 선언하고 키에프전선의 작전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발표 한 뒤 수도 키에프 동서부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통제지역 (지도상 파란색)이 확장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러시아군이 ‘재배치’의 결과인지 전투를 통해 탈환인지는 평가가 다를 수 있다. 북부 키에프뿐만 아니라 4월 2일자 전황에서 일부 동부지역에서도 우크라이나군 통제지역이 군데군데 확인된다. 하지만 전략적 관점에서 보자면 전체 전세를 반전시킬 규모는 아니다.
2. 5차 평화회담을 앞둔 지난 3월 30일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 돈바스에서 수행 중인 특별군사작전 1단계에서는 적이 병력과 군사장비 등을 키에프를 포함한 해당 방면에 집중하도록 계획했었다”고 언급했다. 덧붙여 “러시아군 재편성의 목적은 우선적 방면에서의 행동 활성화이며, 특히 돈바스의 완전한 해방 작전 완수”라고 한다.(<경향신문> 2022년 3월 31일자) 러시아 국방부 말을 있는 그대로 보자면 개전 초 러시아군이 진입한 3방면 즉 북부, 동부, 남부중 수도 키에프를 둘러싼 북부전선은 특히 남부 돈바스지역을 장악하기 위한 일종의 ‘성동격서’였단 말이다. 돈바스를 취하기 위해 수도등 주요 도시를 포위, 우크라이나군을 산개시켜 그 자리에 묶어 두고, 그 사이 남부에 대규모 점령지를 확보했다. 실제 키에프 문턱까지 진출한 러시아군은 짐 풀고 원거리 포격에만 치중했지 키에프 진입을 시도하지 않았다. 동부 하르코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군의 주장이 맞다면 우크라이나군은 물론이고, 그 배후의 미, 영은 완벽히 기만당한 셈이다. 이에 따르면 지금도 언론에서 흔히 보이는 러시아군의 무능과 작전 실패로 인해 키에프를 점령못했다는 주장은 근거를 잃는다. 북부전선은 애당초 키에프 점령이 아니라, 남부 돈바스 확보를 위해 던진 거대 미끼였기 때문이다.
현대전은 경제전인 동시에 프로파간다 전이다. (사진:셔터스톡)
네오나치부대 본거지 마리우폴 함락
3. 남부 마리우폴시는 우크라이나의 숨구멍이라 일컬어지는 바, 네오나치부대 아조프부대의 본거지이기도 하고, 러시아로서는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와 동부의 양 친러시아 공화국을 연결하는 지리적 요충이다. 키에프와는 달리 마리우폴은 처음부터 러시아와 친러시아 민병대가 체첸특수부대를 앞세워 완전 포위 점령하는 것이 목표였다. 한 달에 걸친 격렬한 전투 끝에 결국 함락시켰고, 네오나치부대 잔존병력이 아조프철강 등 시내 공장 3 곳에 고립, 포위되어 있다. 이 우크라이나 정예부대가 한달동안 포위되어 있었지만 그 어디서도 지원군은 오지 않았고 현재 전멸위기에 와 있다.
4. 개전초 동쪽에서 진입한 러시아군 본진은 동부 최대도시 하르코프에 대한 포위망만 유지한 채 남진중이다. 이 과정에서 돈바스지역 도네츠강 우크측 방어선이 돌파된 것으로 보인다. 돈바스지역 도네츠크주 임시주도인 크라마토르스크 진입을 준비중인데 지난 24시간 동안 격렬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지도상에 보듯이 동진중인 크림반도발 러시아군과 북진중인 친러 공화국 민병대 모두 도네츠크 방향으로 집결중이다. 즉 돈바스 우크라이나군은 자칫 포위섬멸 위험에 처해 있다. 돈바스 주둔 우크라이나군은 최정예부대인데 전병력의 약 40%에 해당한다. 도네츠크가 무너질 경우 우크라이나 남부 전역이 러시아 수중에 떨어지고 전세는 회복불가능할 수도 있다.
5. 터키가 중개한 5차 휴전협상에서 양측간 일정한 진전이 있고, 또 우크라이나 측이 안을 제시했음에도 푸틴이 지금까지 가타부타 어떤 반응대신 2단계 전략전환과 함께 공세수위를 오히려 올리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전황과 연관된다. 우크라이나 남부전역을 도모할 만큼 전황이 나쁘지 않은 데 젤렌스키를 만나 수명을 늘여 줄 필요는 없을 거로 판단했을 수 있다. 따라서 평화협상은 돈바스전역을 포함, 우크라이나 남부전역의 사실상 점령이 완성될 때 대전기를 맞을 것이다.
6. 우크라이나군 정보부가 뜬금없이 소환한 ‘한반도 시나리오’ 즉 영토분할안은 국내적으로 민족주의를 고취하고 국제적으로 나토군의 위기감을 제고하는 목적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 전황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럽의 역사에서 강대국에 의한 영토분할은 흔히 있는 비즈니스이다. 그리고 그 분할이 동서일지 남동부일지 아니면 남부일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려우나 일단 러시아가 내건 개전사유로서 ‘돈바스 해방’을 군사적으로 관철하겠다는 목표는 명확하다 하겠다.
4월2일 현재 교전 상황(필자 제공)
협상 6개 쟁점 중 5개 반이 러시아의 개전 사유
그렇다면 이제 시선을 전장에서 협상장으로 옮겨 보자. 협상력은 전장의 총구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푸틴이 말한 개전이유를 상기해 두자. 서방측이 믿거나 말거나 러시아는 한 번도 우크라이나 정복이나 키에프 점령을 내세운 적이 없다. 러시아는 지금도 이 말을 되풀이 되고 있다. 그 대신 푸틴은 1. 우크라이나 중립화, 2. 탈나치화 즉 나치제거, 3. 비무장Demilitarization, 4. 크림 및 루한스크 /도네츠크 승인등을 내세웠다. 시중에선 이 모든 것이 다 구실이고 전쟁은 푸틴의 야욕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대해 지금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러시아가 어쨌든 이를 이유로 전쟁을 개시했다는 점이다.
5차 평화회담이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중재에 나선 터키 에드도간 대통령이 밝힌 바에 따르면 양측이 합의에 많이 다가섰다고 한다. 그가 언급한 양자간 쟁점은 6개다.
1. 우크라이나 중립화
2. 우크라이나 비무장과 안전보장
3. 탈나치화
4.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보장
5. 돈바스 2개 공화국 지위
6. 크림반도 지위.
역사상 그 언제 그 어디서도 패전한 나라가 의제를 결정하진 않는다. 의제설정은 교전당사국의 역학 관계를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법이다. 에르도간 대통령이 밝힌 6대 쟁점 중 다섯 개 반이 러시아가 개전사유로 들이 댄 것이고, 두 번째 비무장과 함께 들어 있는 안전보장만이 우크라이나의 요구다.
나름 ‘건설적’이었다고 평가되는 이번 이스탄불회담이후 러시아 협상단 측을 통해 흘러나온 합의 내용의 핵심은 이렇다. 일반적으로 언론에 알려진 내용과는 약간 다른 뉘앙스도 포함되어 있다.
1. 우크라이나의 독립에 대한 국제적 보장 하에 핵무기 소유를 포기하는 중립국이 될 태세가 되어 있다
2. 이 국제적 보장은 돈바스지역과 러시아 소유 크림반도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키에프정부는 크림반도를 군사적으로 재합병할 의사를 공식적으로 포기한다
3. 우크라이나에는 나토군과 러시아군을 포함 어떤 외국군도 주둔할 수 없다
4.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EU가입에 반대하지 않는다
5. 키에프정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양국 정상에 의한 최종협약을 통해 공식할 것을 요청한다.(여기서 돈바스지역은 국제 안전보장 대상지가 아니라고 합의 했다는 점에 유의하자!)
국민투표, 또 하나의 눈물의 씨앗이 될 수도
그래서 보자면 6대 쟁점 중 중립화는 진즉 합의한 것이고 새롭지 않다. 더 거슬러 올라 가면 2015년 이후 미 시카고대 미어샤이머 교수가 주장했던 내용이다. 만에 하나 우크라이나가 동유럽의 스위스처럼만 될 수 있다면, 나토와 러시아 사이에 거대한 완충지대가 생기는 동시에 또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도 매우 좋은 일이다.
비핵화를 전제한 중립국 우크라이나의 적정 무장수준을 조율하는 문제는 여전히 열려 있다. 다음으로 우크라이나의 국제적 안전보장문제인데 우크라이나는 나토조약을 모델로 제시했다. 피침시 자동개입인데 한미동맹의 인계철선 개념이다. 우크라이나의 국제 안전보장은 이미 1994년 부다페스트 의정서에 선례가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비핵화하는 대신, 미, 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보장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상원은 의정서를 당연히! 비준하지 않았다. 문제의 본질은 안전보장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지(legally binding)“이다. 그래서 이번 회담을 중재한 터키는 물론이고 심지어 이스라엘까지 끌어 들이는 것이다. 과연 누가 이런 부담을 지고자 할 까. 아마 이 문제는 1994년 때처럼 문구조정으로 적당히 넘어가게 될 공산이 크다.
러시아어의 공식사용 허용은 마이단혁명이후 반러시아 정권이 제정한 러시아어 사용금지법을 철폐하면 된다. 2014년 이래 러시아가 실효지배하고있는 크림반도를 군사적으로 재탈환 시도를 하지 않겠다는 말은 있으나 없으나 별 의미 없다.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이 러시아에 대해 우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6대 쟁점중 하나는 정리가 된 셈이다.
젤렌스키가 중립화등 합의사항을 국민투표에 회부하겠다는 것은 국내, 국제 양측면을 갖는다. 2014년 이래 젤렌스키정권에 이르기까지 우크라이나의 반러시아 정권은 극우 묵인하 리버럴-민족주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 물론 국민투표의 내용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하듯이 이것이 또 다른 눈물의 씨앗이 될 지도 모르겠다. 러시아도 젤렌스키의 국민투표안에 대해 도대체 무엇에 대해 국민투표를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이다. 특히 전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러시아계 주민이 전인구의 20% 미만인데 무슨 수로 예컨대 돈바스 독립이 통과되겠는가. 국민투표를 통한 정당성 확보전략은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루한스크, 도네츠크 역시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 연방 귀속 여부를 결정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인명과 땅 둘 다 지킬 수는 없다는 젤렌스키의 토로
6대 쟁점중 나치제거는 일단 표적이 된 아조프부대 등등이 주로 남부 마리우폴에 포위되어 있기 때문에 러시아는 차제에 협상이 아니라 무력으로 ‘갈아버릴’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 서부 루이우를 본거로 하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가 소멸되진 않을 것이다.
역시 최고의 쟁점은 돈바스다. 이 돈바스문제는 이미 2015년 독ㆍ불이 중재한 민스크협정에서 자치보장을 합의한 바 있다. 이를 무시한 것은 우크다. 개전직전 러시아는 루한스크, 도네츠크를 독립공화국으로 승인했다. 완전 독립후 러시아 연방에 가입하는 것이 고려될 수 있다.
지금까지의 협상상황과 앞서 말한 전황을 교차대조해 보면 교전이 가일층 격렬해 지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추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돈바스를 비롯한 남부전역을 군사력으로 도모함으로써 돈바스문제를 항구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평화협정을 통해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나머지 점령지를 반환할 것인지 그리고 실제 ‘한반도 시나리오’까지 갈 것인지도 여전히 열린 문제다. 반면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가뜩이나 굴욕적일 지도 모를 지금까지의 합의도 그렇지만 여기에 영토문제에서도 완벽히 제압당한다면 정권의 미래도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 3월 27일자 젤렌스키와 <이코노미스트>인터뷰에서 그가 ‘국민의 생명도 지키고 땅도 지키고 다 할 수는 없다’. ‘땅은 그저 영역( just territory)일 뿐’이라고 토로하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곧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승리아니냐는 말이다.
사진:셔터스톡
600~1000명으로 구성된 60개 부대 배치
그렇다면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을 좀 더 명확히 하고 또 그 원인은 무엇이며 향후 전망은 어떤 지에 대해 얘기해 보자. 개전초기부터 나는 이 전쟁이 고전적 전면전, 적지 곧 적영토전부의 점령을 동반한 적의 완전 섬멸을 목적으로 하는 최대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설정된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한 또 조건에 따라 목표 상향을 배제하지 않는 “제한전(limited war)”이라는 견해를 표명해 왔다. 그래서 이런 견해는 미영계 언론과 국제뉴스에 관한 한 미영에 거의 종속되다시피 한 국내 언론과는 상당한 시각차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푸틴이 미쳤다고 할 때도, 러시아 군이 전멸되었다고 할 때도, 러시아가 참패했다고 할 때도, 키에프 점령이 실패했다고 할 때도 이건 아니다라고 보고 있었다.
이 번 전쟁의 본질을 살펴봄에 있어 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사상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상당한 분석상의 장점을 담보한다고 나는 강조하고 싶다. 즉 전쟁은 수단일 뿐이다. 전전, 전중, 전후 모두에서 정치적 교섭은 어떤 선으로 이어져 계속되는 것이고, 전쟁은 외교 즉 펜이 하던 것을 총이 대신하는 것일 뿐이다. 한마디로 전쟁이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계속이다. 그래서 전쟁은 정치에서 기원해 정치적 목적에 종속되는 현상이다.
전쟁이 수단인 한 그 수단과 정치적 목표는 합목적적 비례관계를 갖는 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우크라이나 전쟁이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한 제한전이라는 나의 견해를 지지하는 강력한 근거중 하나를 미 육군 제병협동센터FMSO 연구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었다.(방종관, “미군도 못해본 파격…지역분쟁 딱 맞춘 ‘푸틴 대대전술단’ 위력”, <중앙일보> 2022년 2월 15일자)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육군의 모든 작전은 이른바 대대전술단 BTC, Battalion Tactical Group에 기반 수행되었다. 그런데 이 대대전술단은 “강대국간의 전면전쟁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영향권내에서 발생하는 지역분쟁에 최적화된 부대편성”이라는 것이다. 약 600-1000명으로 구성된 약 60개의 대대전술단이 개전 전 국경지역에 배치된 것이 확인되는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쟁이 아니라 일종의 지역분쟁 개입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러시아가 한사코 이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부른 이유도 이와 연관된다. 사단, 여단규모 제병협동작전이었다면 전쟁 양상은 또 달랐을 것이다. 또 러시아의 전략자산의 본격 투사도 일어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반소 냉전 설계자 “나토 확장은 미국의 치명적 실책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정치적 교섭의 인과의 선을 따라가면 만나게 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기원은 1989년 독일통일이다. “동쪽으로 단 일인치도(Not one inch eastward)!” 이 유명한 표현은 1990년 미 국무장관 베이커가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에게 한 약속이었다. 독일이 재통일되더라도 나토는 “단 일 인치”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냉전 종식후 바르샤바 조약기구는 해체되었지만 나토는 남았다. 미국은 이후 일억 인치 동진했다 (독일 뮌헨에서 우크 동쪽 끝까지 일억 인치 곧 2천km가 넘는다). 지난 달 하순 폴란드를 방문한 뒤 바이든이 말했다. “단 일 인치도 나토 영토로 이동한다고 생각도 하지마라. 바라건대 푸틴이 권력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
소련 붕괴이후 30년의 미러 관계사를 이 자리에서 복기하는 건 불가능하고 의미도 없다. 그런데 여기서 1997년 2월 5일자 당시 90세가 넘은 조지 케넌의 <뉴욕타임즈> 칼럼이 재소환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조지 케넌이 누구인가. 바로 반소 냉전의 설계자이다. 모든 현대외교사 수업 거의 첫 시간에 언급되는 그 케넌이 말한다. “나토확장은 탈냉전기 전체를 통틀어 미외교정책의 가장 치명적인 실책이 될 것이다. 그 결정은 러 민족주의, 반서구주의, 군사주의 경향에 불을 붙이고 러시아 민주정치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동서관계에 냉전 분위기를 조장하고, 러시아 외교정책을 결단코 우리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몰아 갈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적어도 1997년 예측된 것이고 또 불가피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세계는 케넌의 예언대로 흘러갔다. 1997년 나토와 러시아가 <기본조약Founding Act>를 체결하며 동유럽 나토회원국에 핵무기와 군대주둔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나토확장은 이후 단계적으로 진행되었다.
1. 1999년 폴란드, 헝가리, 체코가 가입.
2. 2004년 발틱3국,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가입
3. 미러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2008년 부카레스트 나토정상회의였다. 당시 나토-러 정상회담에서 푸틴은 폴란드, 체코에 미MD배치와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에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 러시아의 경고다. “조지아의 나토가입은 코카서스에서의 전쟁에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은 러시아와의 분쟁을 조장하는 시도로 해석될 것이다.” 당시 부카레스트 정상회담은 양국의 나토가입을 환영하고, 다음 단계로 가입전 협의프로그램 MAP(Membership Action Plan)을 제안했다.
탈냉전 30년 역시 또 다른 ‘30년 전쟁’기
하지만 우크라이나 내 여론은 나토가입을 지지하는 서우크라이나와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동남 우크라이나로 확연히 양분되었다. 그리고 조지아에서의 사태전개는 마치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 전개의 거의 완벽한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조지아 나토가입시도, 러시아와 조지아의 접경지대에 있는 압바스와 남오세티아에 대한 조지아의 공격, 러시아의 양 공화국 독립 승인후 무력개입, 러시아-조지아 전쟁, 미국 조지아 지원, 조지아 항복, 휴전,
나토동진은 전쟁의 구조적 원인에 해당된다. 여기에 좀 더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러시아 입장에서 미CIA가 사주한 친미 쿠데타로 규정되는 2014년 이른바 유로마이단 운동과 그 이후의 장기간의 돈바스내전을 들 수 있다. 유로마이단은 우크라이나 네오나치의 공간을 활짝 열어 놓았다. 당시 미국의 지원은 나토주재 대사를 지냈고 현 바이든 행정부 국무부차관인 빅토리아 눌런드가 핵심고리역할을 했다 (위키리스크가 폭로한 눌런드의 통화내용에 따르면 50억 달러정도를 미국이 썼다고 한다). 눌런드는 유서깊은 미국 네오콘 집안의 며느리다. 그녀의 네오콘 남편 케이건은 소위 ‘리버럴 개입주의‘를 외치며 거의 네오콘이라 할 수 있는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
냉전 45년은 물론이고 이후 탈냉전 30년 역시 또 다른 ‘30년 전쟁’기였다. 이 시기 고독한 초강국 미국외교는 1. 친미정권 강화 2. 반미정권 쿠데타 전복 (이른바 레짐체인지) 3.미군 군사개입, 이 공식을 정확하게 반복해 왔다. 대 우크라이나 정책도 이 공식이 그대로 적용된다. 공식 3만 빼고 말이다. 왜? 상대가 러시아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아직 못 가진 초음속 미사일과 핵으로 무장한 군사대국이기 때문이다.
미, 민주화의 이름으로 우크라이나 네오나치의 ‘뒷배‘
전 세계를 통틀어 네오나치가 합법무장한 경우는 우크라이나가 유일하다. 특히 아조프부대는 지리멸렬한 우크라이나 군경을 대신해 사실상 미국이 조직한 우크라이나 국립경찰 상당부분을 차지했고 돈바스내전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정식 편입, 우크라이나군의 정예부대가 된다. 우리 해방직후를 생각하면 된다. 미국으로선 적의 적은 친구란 이유로, 또 우크라이나 민주화 지원이란 구실로 이들 인종주의, 백인우월주의, 반유대주의를 표방하는 나치들의 뒷배가 된다. 이들 우크라이나 극우 민족주의 부대들이 돈바스 내전중 친러시아계 주민에 대한 각종 테러행위들은 국제적으로 전범논란을 야기시켰고 또 전쟁의 구실이 되었다. 흥미롭게도 푸틴은 바로 이번 주 TV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 안의 네오나치를 ‘독전대blocking detachments’라고 규정하고 우크라이나 정규군이 아니라 적이라고 강조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구 소비에트 군의 ‘정치위원’이나 우리 보안사를 연상해보면 되겠다. 지금의 젤렌스키 정권은 강한 민족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 이 정권과 네오나치의 관계는 한마디로 규정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아무튼 젤렌스키의 스폰서였던 우크라이나 부패 올리가르히이자 유태계인 콜로모이스키가 동시에 아조프부대의 돈 줄이었다는 점은 지적해 두자. 오래전부터 우크라이나 네오나치를 면밀히 관찰해 온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서 대러 제재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아울러 눈여겨 볼 대목이다.
‘정치군사적 양극, 경제적 다극+‘으로
일찍이 역사가 홉스봄은 20세기를 일종의 3부작, 즉 1914-1945 파국, 1945-1972 냉전, 1972-1989 불확실성으로, ‘단기’ 20세기 혹은 ‘극단의 시대’로 파악한 바 있다. 그렇다면 사회주의 붕괴이후 즉 1989이후- 2022년 오늘까지의 세계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1914-1945 ‘30년 전쟁’과 비교해 지난 30년은 지배적인 앵글로색슨의 리버럴 단극체제unipolarity에 대한 이슬람권의 식민지 이후(post-colonial) 시대적 도전이 주된 측면이었고, 단극체제와 중러의 경쟁적 공동통치(condominium)이 보조축이었다고 나는 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세계체제의 재구조화 경향으로 보자면 중러간의 반(反) 또는 비 (非) 리버럴 세력간의 잠재적인 전략적 제휴가 어느 정도의 불신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같은 길을 걷는 미·EU 대서양동맹에 정식 도전장을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리버럴 세계질서는 이제 지금까지의 ‘정치군사적 단극, 경제적 다극’에서 ‘정치군사적 양극, 경제적 다극+’로 형태변경을 요구받게 되었다. 이 체제를 그저 신냉전이라고 구분하는 것은 이미 1980년대에 등장한 신냉전과 구분해야 한다는 점에서 충분치 않지만, 더 나은 개념규정이 나올 때 까지 ‘냉전Cold War II’로 만족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 흐름이 정치군사적 양극체제로 자리 잡을지, 즉 미 대 중+러시아간 집단안보체제의 대결이 구조화 될지 여부도 여기에 인도변수까지 산입할 경우 구도는 더욱 혼잡해 진다. 엄격히 말해 이 체제는 러시아가 원해서라기보다 리버럴 개입주의의 확장으로 인해 강제된 측면이 아울러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집단안보체제 형성까지 갈지의 여부도 아직은 불확실하다. 확실한 불확실성 외에 당분간 명확한 것은 없을 것이다. 대러 제재에 동참한 이른바 ‘서방the West’즉 한 묶음으로 통칭될 그런 것이 과연 있는 지도 의문이다. 미영과 비교해, 독일은 재빨리 재무장을 선언하면서 19세기 말부터 내려온 이른바 ‘중유럽 Mitteleuropa’라는 지정학적 공간을 재구상할 교두보를 확보하면서, 에너지의존으로 인한 전통적인 친러노선을 전면 폐기할 것인지 시험대에 올랐다. 대러 제재에 동참한 이른바 ‘서방(the West)’이라는 한 묶음으로 통칭될 그런 것이 과연 있는지도 의문이다. 미영과 비교해, 독일은 재빨리 재무장을 선언하면서 19세기 말부터 내려온 이른바 ‘중유럽(Mitteleuropa)’이라는 지정학적 공간을 재구상할 교두보를 확보하면서, 에너지 의존으로 인한 전통적인 친러노선을 전면 폐기할 것인지 시험대에 올랐다. 프랑스는 전쟁 중개를 통해 더 많은 역내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겠지만 대개 실리에 약한 프랑스외교의 특성상 그 성공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기타 유럽 강소, 약소국은 지역 안정과 조기종전에 우선 관심이 있다.
한국 대응은 어설프고 아마추어스러워
개전과 더불어 미국의 외교전 역시 치열하다. 하지만 그 성과는 다른 문제다. 이른바 ‘서방’이 속을 들여다 보면 각개의 산법이 서로 다르듯이 비서방은 훨씬 더 다양하다. 중국이 대러 성토에 나서지 않는다고 성토하는 미국 외교는 다소 안쓰럽고 블랙 유머같은 얘기다. 러시아를 향한 중국의 우호중립은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 인도를 쿼드로 묶어 반중견제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미국의 인태전략의 축 가운데 하나지만, 굳이 인도가 대러제재까지 거들 필요는 없다. 실리중립이다. 브릭스의 또 다른 국가인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대러 제재전선에서 중독국가군이 보이는 스탠스도 흥미롭다. 사우디가 움직이지 않고, 국제사회에서 한국과 더불어 ‘무조건’ 미국편인 이스라엘의 태도는 또 무언가. 전략적 중립으로 본다. 터키는 사우디를 견제하면서 역내 주도권을 겨누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통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제사회의 다양한 대러 지형도를 놓고 보면, 한국의 대응은 참으로 어설프고 아마추어스럽다. 전황에 대한 객관적 판세 분석, 국제사회의 흐름, 남북관계, 대중, 대러 관계에 대한 종합적 분석은 간데 없고, 차기 대통령이 전화부터 돌리고, 국회는 젤렌스키의 티셔츠 화상연설에 자리를 만들었다. 상황의 불확실성이 전혀 제거되지 않은 마당에 먼저 고개 드는 쪽이 유리할 일 없다. 당장 국적항공기의 러시아 영공 통과가 금지되면서 애꿎게 국민들만 피해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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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EU 제재 통한 우크라이나 분쟁 종식 가능성 낮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장기화 전망과 관련해 역시 중요한 것은 경제전이다. 2020년 기준 우크라이나의 GDP규모는 1,556억 달러로 인접 루마니아의 2,487억 달러에도 훨씬 못 미친다. 또 일인당 GDP는 3,727달러 정도로 벨라루스의 6,411달러에 한 참 뒤처진다. 반면 러시아의 경우 같은 기간 GDP 1조5천억 달러, 일인당 GDP는 10,12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동기간 GDP 1조6천억 달러, 일인당 GDP 31,489달러) 특히 러시아는 오일머니 유입으로 급성장하는 나라다. 그리 보면 우크라이나는 경제규모로 러시아의 1/10이며, 일인당 GDP는 유럽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오랜 내전과 특히 이 번 한 달간의 전쟁으로 GDP의 –20%가 예상되기도 하고, 러시아의 통신, 도로, 항만등 사회 기반 시설 집중폭격으로 산업생산은 거의 중단된 상태다. 양적 지표만으로만 볼 때 더 이상의 전쟁은 무의미하다. 그리고 중장기전으로 갈수록 절대 불리하다.
대러 경제제재 일환으로 국제결제시스템 스위프트(SWIFT)에서 러를 퇴출했다. 하지만 미·EU의 장기제재 대비차원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미·EU농산물수입을 금지했고 이러한 보호무역주의의 결과 러 농산물 수출이 천연가스를 뛰어 넘는 300억 달러로 성장하는 역설이 등장했다. 미주도 국제금융시스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채를 대량 매각, 대신 중국 국채를 사들이고 있고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GDP 1/3에 해당되는 준비금을 축적했다. 스위프트 퇴출에 대비해 자체 금융결제망SPFS과 국내결제용 은행카드 Mir를 러시아 국민 87%에게 발급했다. 그리고 중러간 무역의 달러화결제 비중을 꾸준히 감축시켜 왔고 23개 러시아 은행은 위안화국제결제시스템 CIPS에 연결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SWIFT에 대항할 수준이 아님은 자명하다. 중요한 것은 1차 대전이후 국제연맹시절에 도입된 국제제재가 특히 강대국이 관련된 국제분쟁을 해결할 유의미한 수단이 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미·EU의 제재를 통한 우크라이나 분쟁 종식가능성도 마찬가지다. 제재중독에 대응해 러시아가 어느 정도 내성을 키워왔고 특히 중국이 우호중립노선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 번의 경제제재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말이다. 오히려 제재의 수단으로 달러화가 남용되면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에 대한 크레딧이 훼손되어 ‘탈달러화’ 경향을 가속시킬 우려가 제기된다는 점이다. 달러의 유일독점적 지위는 힘의 과도한 투사로 인해 오히려 부메랑을 맞을 수 있고 이로 인해 경제다극화경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말이다.
파란약의 파란세계, 빨간약의 빨간세계
향후 새로운 구조가 임베딩(embedding)되는 그 기간동안 달러주도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편승 급속히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의 정치경제도 마찬가지. 불가피하게 구조변경을 해야만 할 것이다. 기존의 외교 역시 마찬가지다.
요컨대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세계질서는 동시에 포스트 테러와의 전쟁 질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미국의 리버럴 헤게모니에 대항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경쟁시기로 짚어 볼 만하다. 이 새로운 불확실성의 시대는 상당 기간의 불안정과 조정기를 경과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으로 다시 처음 매트릭스의 세계로 돌아가 보자. 파란약을 먹고사는 파란 세계와 빨간약을 먹고 사는 빨간 세계 말이다. 우리 언론은 빨간 세계의 고단함을 위해 파란세계의 아늑함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눈이 좁은 탓인지 서방의 수많은 언론인이 전쟁현장에서 소식을 전하는 동안 나는 단 한명의 한국 언론인도 현장에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저 주로 미영이 흘려주는 뉴스를 베꼈을 뿐이다. 이른바 서방 언론이 제조, 공급한 일방적 이미지와 논조에 가스라이팅된 도덕적 흥분만을 보탰을 뿐이다. 파란약의 약효가 떨어 질 때쯤이면, 언더도기즘underdogism에서 비롯된 ‘약자편’이라는 도덕적 자족감에다 ‘침략은 나쁜 거야’식 위약효과를 혼입해 왔다. 진보 언론이라고 다를 바 없다. 사실상 자신들의 대리전쟁을 치루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글로벌 선전전을 맹렬히 전개하는 미영 언론의 조직적 오보와 오리엔탈리즘에 자발적으로 귀순한 게으름에 있어서 말이다. 또 최소한의 검증도 포기한 것 말이다.
글쓴이 이해영은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마친 뒤 독일(당시로선 서독) 마부룩(Marburg) 대학교에서 철학박사(Dr.Phil.) 학위를 받았다. 주된 연구 영역은 서양정치사상과 국제정치경제다. 대학에선 마키아벨리, 그람시, 슈미트, 하버마스 등을 강의한다. 국제관계에서는 국제통상을 주되게 하면서 한미관계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리엔탈리즘과 지정학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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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칼럼] 푸틴이 건넨 빨간약
By 박상현 | 2022년 4월 6일 | 국제, 미분류
러시아 당국자들, 제3자적 국가들의 입장을 중점 소개한 이해영 필자의 칼럼에 반응이 뜨거웠다. 단일칼럼으로서는 역대 최고의 조회수에 육박한다. <피렌체의식탁>의 오랜 기고가인 박상현 필자가 이해영 칼럼을 읽고 소감을 밝혔길래 반론과 보론의 집필을 요청했다. <피렌체의식탁>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4가지가 중첩된 사안으로 보는데 1)두 나라간의 역사적 관계 2)침략과 학살에 따른 책임의 문제 3) 현재의 전황과 작전에 대한 평가 4) 미래의 전망과 변수들이다. 이 중 1)은 논란이 길고 2)는 러시아 귀책론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다. 3) 전황과 평가 4)변수와 전망에 관한 새롭고 폭넓은 기고를 적극 기대한다. edit@firenzedt.com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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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자 이해영 칼럼 바로 가기
애초에 이 글은 “푸틴은 (이번 전쟁에서) 실패하지 않았다”는 일부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있는 것인지를 살펴보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6주가 지난 지금 러시아군은 수도 키이우 주변에서 병력을 철수했고, 애초에 푸틴이 ‘탈나치화(Denazification)’라는 구실로 목표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의 제거 및 교체에 실패했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푸틴은 성공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혹은 ‘이 모든 게 푸틴의 의도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접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장 잘 보여준 것이 지난달 29일 뉴욕타임즈 오피니언란에 등장한 “What if Putin Didn’t Miscalculate? (만약 푸틴이 잘못 계산한 게 아니라면)?”이라는 글이다.
‘지난 몇 주 동안 러시아군이 보여준 실패가 사실은 실패가 아니라 푸틴의 큰 계획 안에 있는 것이라면’이라는 가정으로 전개되는 브렛 스티븐스(Bret Stephens)의 이 칼럼은 끝까지 읽어봐야 의도를 분명히 알 수 있는 글이다. 그는 주류의 분석이 아닌 대안적(alternative) 관점이 틀렸을 수 있지만, “전쟁과 정치, 인생에서는 당신의 적이 ‘영리한 여우(canny fox)’라고 생각하는 것이 ‘미친 멍청이(crazy fool)’로 치부하는 것보다 현명한 태도”라는 결론을 내린다. 푸틴이 성공했다기 보다는 이것 역시 푸틴의 계획일 수 있다는 경계 태도를 늦추지 말라는 경고다.
하지만 그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스티븐스의 글은 많은 반박을 불러왔다. 그가 본문에서 “수도를 공략한 것은 시선을 돌리기 위한 술책이었고, 사실은 동부와 남부의 영토를 노린 것”이라는 주장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의 전개 과정, 특히 러시아군의 작전과 손실 등을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수도를 공략한 것은 동부 돈바스 지역의 점령을 위한 속임수’라는 주장에 아무런 근거가 없음을 잘 안다. 복스(Vox)는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분석 기사 “No, Putin is not actually achieving his goals in Ukraine(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목표를 달성하고 있지 않다)”를 게재했다. (복스의 기사가 반박한 내용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소개하려 한다.)
이해영 교수의 “진실”
그런데 준비한 글을 쓰기 직전인 어제 피렌체의 식탁에 실린 이해영 교수의 글 “서방 언론은 허구였다! 러시아 뜻대로 끝나가는 전쟁”을 읽게 되었다. 나는 이 글의 앞부분(약 1/3)이 러시아군은 “미국과 영국의 언론”이 이야기하는 수준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등의 전세 분석인 데다가 무엇보다 “러시아 뜻대로 끝나가는 전쟁”이라는 제목 때문에 브렛 스티븐스와 같은 종류의 대안적 시각으로 쓴 글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해영 교수의 글은 ‘푸틴은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스티븐스와는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워낙 긴 글이고 다양한 주제를 모아 놓았기 때문에 전체적인 글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글쓴이가 페이스북에 “지금까지 관찰하고 분석해왔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단편들을 재구성”한 글이라고 밝힌 것을 본 후에 이 글이 여러 주제를 갖고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봤을 때 이해영 교수의 글은 크게 네 가지 주제를 갖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1) 현재까지의 전황을 살펴 보는 것으로 시작해서 2) 평화협상을 통해 쟁점을 점검하고 3) 이 전쟁의 목적, 혹은 본질을 이야기한 후에 4) 마지막으로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대응에 관한 논평을 한다.
그리고 글쓴이는 서두에서 이 모든 것을 영화 <매트릭스> 속 주인공 네오가 “포스트 트루스(post-truth)의 가상세계를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매트릭스의 진실을 찾는 고난의 장정”에 비유한다.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다른 주장을 들어봐야 한다는 것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에 이해영 교수의 주장을 뜯어보기로 했다. 그의 주장 또한 반론 없이 받아들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푸틴의 계획은 성공하고 있을까?
이해영 교수는 서두에서 언론에서 보도하는 전상자(casualty) 추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이런 글의 시작이 독자들로서는 좀 당황스러울 수 있다. 서방 소식통이 제시하는 통계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대패했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 러시아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이 전쟁에서 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통해서 글쓴이가 이야기하려는 게 뭐냐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글 전체를 통해 “서방 언론=파란약”이라는 주장을 하지만 바로 그 “서방 언론”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우크라이나는 일주일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라며 러시아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했다. 그들이 정말로 러시아에 불리한 쪽으로 전과를 부풀리고 현실을 왜곡할 생각이었으면 왜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러시아군의 피해 규모는 과장되었다’라는 주장은 푸틴이 침공 한 달만에 들고 나온 새로운 내러티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크렘린은 지난달 26일, “(군사)작전의 1단계가 완수되었다”라고 하면서 그 1단계가 “우크라이나군의 전투 잠재력을 대폭 감소”시키는 것이며, 그 결과 이 “작전(전쟁)”의 진정한 목적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해방에 전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즉, 그동안 수도 키이우 공략에 쏟아 부은 전쟁 자원은 우크라이나의 전력을 떨어뜨리는 데 있었던 것일 뿐, 수도를 점령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해영 교수는 동의하지 않는 듯 하지만 푸틴의 새로운 내러티브는 초기 작전의 실패를 감추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대다수의 견해다.
여기에서 잠깐, 우크라이나가 완전히 패했다고 주장하는 분석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주요 언론에서 찾는 건 불가능하고 래리 존슨 같은 음모론 블로거의 수준으로 기준을 낮춰야 한다. 이 사람은 2008년에 미셸 오바마에 대한 가짜뉴스를 시작으로 꾸준히 민주당 정치인을 타깃으로 하는 가짜뉴스를 만들어왔고, 2017년부터는 친트럼프, 친푸틴 프로파간다를 생산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인물로, 위키피디아에서도 그의 가짜뉴스를 잘 정리해놓고 있다. 극렬 트럼프 추종자 외에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없는 것 같지만, 이번에는 부차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사건이 우크라이나의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을 들고 나왔다. 이 주장이 거짓임은 금방 드러났지만 이해영 교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래리 존슨의 주장을 한국에 퍼뜨리고 있다.
이해영 교수의 트위터 페이지
초기 작전에 실패한 푸틴 소위 ‘골대 옮기기’를 통해 진정한 목적은 돈바스 지역 해방으로 규정했지만, 그렇다면 키이우 주변에서 한 달 넘게 진행된 공격이 실패한 결과로 입은 막대한 병력 손실을 설명하기 힘들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병력 손실 자체가 크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손실은 막대하다고 주장해야 한다. 그리고 예상대로 러시아 국방부는 그렇게 주장한다. (이런 주장의 변주곡이 “러시아는 키이우 주변에 최정예 전력을 투입하지 않았다”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의 허구를 잘 지적한 분석이 이 영상이다.)
앞서 언급한 복스의 기사, “No, Putin is not actually achieving his goals in Ukraine(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목표를 달성하고 있지 않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마치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다는 주장만큼이나” 허황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비유를 사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에서는 유독 트럼프 추종자들이 나서서 푸틴의 주장을 퍼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애초 목표가 “돈바스 해방”이라면 러시아군이 화력을 키이우에 집중한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초기 러시아군 전력의 이동을 보면 거의 모든 화력이 돈바스를 제외한 지역들에 집중되었다. 만약 돈바스가 목표였고, 키이우 주변의 우크라이나 전력을 소진시킬 생각이었다면 폭격과 포격을 사용했어야 하고, 무엇보다 주변 호스토멜 공항 초기에 못쓰게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엄청난 전력 손실을 감수하고 대량의 전투자원을 동원한 지상 침투를 감행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초기에 우크라이나 정부를 무너뜨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음은 미국도 첩보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러시아 스스로도 (실수로) 공개했던 사실이다. 러시아의 뉴스 매체인 RIA-Novosti에서 침공 이틀 뒤인 2월 26일에 발행하려고 미리 써둔 기사가 실수로 발행되었는데 (러시아는 이 전쟁이 2, 3일 정도면 끝날 것으로 예측했었다) 이 기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통제 아래 들어왔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해영 교수는 “러시아가 내건 개전사유로서 ‘돈바스 해방’을 군사적으로 관철하겠다는 목표는 명확하다”라고 주장한다.
프로파간다 가려내기
전쟁 때 양국에서 나오는 정보는 프로파간다이고,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이해영 교수의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그는 서구 매체에서 나오는 정보를 신뢰하지 않아도 러시아 국방부가 발표하고 러시아 타스(Tass) 통신이 전하는 정보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로이터는 지난달 23일 타스 통신의 뉴스를 자사의 콘텐츠 마켓에서 제공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우리의 신뢰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열번 양보해서 이해영 교수의 말처럼 러시아의 주장’도’ 들어야 봐야 한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도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에는 어느 쪽이 사실을, 혹은 사실에 더 가까운 이야기를 하는지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 온다. 이때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사실과 프로파간다를 구분할 수 있을까? 이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에서도 핵심적인 질문이다. 왜냐하면 뉴스를 읽는 독자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달려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는 어떤 쪽을 더 신뢰해야 할까? 1) 언론의 자유가 없는 곳보다는 더 많이 허용된 나라에서 2) 정확성에 대한 책임을 지는 조직이 3) 정보의 원천(source)을 공개하며 내놓는 정보가 그렇지 않은 곳에서 나온 정보보다 더 신뢰할 만한 정보다. 어떤 언론도 100% 진실만을 말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더 정확한 정보는 존재한다. 가령 오프소스정보(OSINT, open source intelligence) 출처의 하나인 오릭스(Oryx)의 경우,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장비 손실 기록과 관련해서 가장 신뢰할 만한 정보 출처로 취급받는데, 그 이유는 이곳에서는 통계를 사진을 통한 확인에 의존하고, 이에 근거한 자료를 모두 공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릭스가 100% 맞다고 할 수는 없다. 사진에 찍히지 않은 피해도 많을 것이고, 현장의 사진 판독이 힘든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지적이 가능하고 수정이 가능하다. 결국 매체들이 이런 출처를 선호하는 이유는 공개성(openness)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영 교수는 이런 공개된 출처에 기반해 보도하는 매체들이 단지 “서방 매체”라는 이유로 그 정확성을 의심하면서 대신 러시아 국방부의 정보를 가져온다. 그는 1) 언론의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 2) 정확성을 책임을 지지 않는 조직이 3) 정보의 원천을 공개하지 않은 채 주장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러시아 국방부 말을 있는 그대로 보자면” “러시아군의 주장이 맞다면 (…) 지금도 언론에서 흔히 보이는 러시아군의 무능과 작전 실패로 인해 키에프를 점령못했다는 주장은 근거를 잃는다”라면서, “북부전선은 애당초 키에프 점령이 아니라, 남부 돈바스 확보를 위해 던진 거대 미끼”라고 말한다.
왜 서방 언론의 주장은 ‘매트릭스’이고 러시아군의 주장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다.
‘개전 사유’와 협상의 쟁점
사소한 부분이지만, 이해영 교수는 글에서 ‘침공’이라는 말보다는 ‘개전’이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물론 전쟁의 시작이라는 시간적인 의미에서 ‘개전(開戰)’을 사용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침공을 전 세계인이 실시간으로 봤음에도 침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할 자리에 ‘개전 사유'(=침공한 이유) 같은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가 우크라이나어인 ‘키이우’ 대신 ‘키에프’를, ‘하르키우’ 대신 ‘하르코프’를 굳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한 달 동안 한국의 미디어를 전혀 접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국립국어원까지 “키이우가 적합하다”고 권하고 모든 매체가 키이우, 하르키우로 통일한 상황에서 굳이 러시아어 표기를 고집하는 건 왜일까?
실수에 불과할 수 있는 외래어 표기와 단어 사용을 굳이 지적하는 건 이해영 교수의 두번째 주제인 전쟁의 이유와 평화협상의 쟁점에 대한 논의가 전적으로 러시아의 시각에서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는 양측의 협상을 중재하는 터키의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언급했다는 쟁점 6개(우크라이나 중립화, 우크라이나 비무장과 안전보장, 탈나치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보장, 돈바스 2개 공화국 지위, 크림반도 지위)를 소개하면서 그중 다섯개 반이 러시아가 “개전사유”로 나열한 것이며, “역사상 그 언제 그 어디서도 패전한 나라가 의제를 결정하진 않는다”라는 말로 다시 한 번 러시아의 승리를 강조한다.
러시아가 승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그에게 왜 이토록 중요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이 글이 러시아측의 주장을 한글로 옮긴 것이라고 가정하면? 모든 궁금증이 풀린다. 물론 나는 이 글이 이해영 교수 본인이 쓴 글임을 전혀 의심하지 않지만, 이 글 전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요소를 하나만 찾으라면 ‘현재 러시아가 내놓고 있는 주장들’이다.
가령 그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보장’이라는 사안을 이야기하면서 “마이단혁명이후 반러시아 정권이 제정한 러시아어 사용금지법을 철폐하면 된다”라고 살짝 바꾸는 게 그렇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어의 사용을 금하지 않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어로 바꾼다는 법일 뿐이고, 우크라이나는 기본적으로 바이링구얼(bilingual) 사회다. (심지어 러시아군과 전투를 벌이는 우크라이나 병사들도 러시아어로 소통하는 모습이 흔하게 등장한다.) 공공기관용 언어를 러시아어에서 우크라이나어로 바꾸는 것을 ‘러시아어 사용금지법’이라고 부르는 것은 러시아의 프레이밍 전략인데, 이해영 교수는 러시아 측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가져오는 듯 하다.
나는 이해영 교수의 칼럼에서 푸틴의 주장과 배치되는 주장을 찾지 못했다.
미어샤이머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을 나무랐던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해영 교수도 시카고 대학교의 존 미어샤이머 교수의 주장을 가져온다. (참고로, 미어샤이머는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을 공공연하게 “쿠데타”라 부르는 사람이다. 국미의 시위로 친러파 대통령이 탄핵되고 정권이 바뀐 것이 쿠데타라면 2017년 한국의 정권 교체도 쿠데타인 셈이다.) 미어샤이머는 우크라이나가 EU, NATO에 가입을 시도하면 러시아의 성질을 건드릴 것이고, 이는 유럽을 불안에 빠뜨리는 일이기 때문에 미국은 이를 허락하거나 지지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런 미어샤이머의 주장을 이어받아 이해영 교수도 “우크라이나가 동유럽의 스위스처럼만 될 수 있다면, 나토와 러시아 사이에 거대한 완충지대가 생기는 동시에 또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도 매우 좋은 일”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런 주장이 얼마나 제국주의적인 발상인지에 대해서 다른 글에서 이야기했지만, 이해영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가져나온 요구 조건을 철저히 러시아의 시각에서 딱하다는 듯 한탄한다. 젤렌스키가 합의사항을 국민투표에 붙이겠다고 한 말(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따라야 하는 당연한 절차)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이것이 또 다른 눈물의 씨앗이 될 지도 모르겠다. 러시아도 젤렌스키의 국민투표안에 대해 도대체 무엇에 대해 국민투표를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이다. 특히 전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러시아계 주민이 전인구의 20% 미만인데 무슨 수로 예컨대 돈바스 독립이 통과되겠는가.”
국민이 투표로 의견을 밝혔는데 눈물의 씨앗이 된다면 그건 러시아가 미사일을 쏘기 때문이지, 국민투표의 잘못이 아니다. 푸틴이 싫어하면 옆 나라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보류해야 한다는 주장일까? 그 주장은 푸틴이 해온 주장이긴 하다. 다시 말하지만 이해영 교수의 글은 러시아어를 번역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전혀 어려운 글이 아니다.
침공의 본질
글의 중반 이후부터 이해영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과 원인을 이야기한다. 물론 여기에서 다시 한 번 러시아는 전면전이 아니라 “지역분쟁 개입”을 한 것이며, 그래서 “특별군사작전”이라 부른 것이라는 푸틴의 주장을 친절하게 일깨워준다. “전략자산의 본격 투사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그의 주장도 앞서 이야기한 “러시아는 최정예 병력을 투입하지 않았다”는 내러티브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유명한 “단 1인치도(not one inch)” 이야기가 나온다. 1990년 독일의 재통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시 미국의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이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에게 “독일이 재통일하게 되면 나토는 동쪽으로 단 1인치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는데, 서방 세계가 이를 어기고 나토가 계속 동쪽으로 확장하면서 러시아와의 약속을 깨버렸고, 이에 분노한 푸틴은 러시아를 방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되었다는 논리다.
이는 미어샤이머와 같은 현실주의 정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주장인데, 이번 전쟁에서는 “푸틴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말로 자주 등장한다. 따라서 러시아측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이해영 교수에게는 당연한 진리일 수 있다. 그는 1997년에 조지 케넌이 나토확장을 경계한 칼럼을 쓴 것을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예측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미국은 고르바초프에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 그런 말이 대화 중에 등장한 적은 있지만 “우리가 만약에 그런 약속을 한다면”이라는 가정 형태로 등장했고, 대화 중에 나온 말 이상이 아니었다. 만약 그 문제가 소련이 독일 재통일에 그토록 중요한 요소였으면 그 결과로 만들어진 (서명한) 문서에 들어갔어야 하지만 그런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토 동진 금지’가 협상의 의제가 아니었다는 말은 다름 아닌 고르바초프에게서 나왔다. 그는 2014년 인터뷰에서 “모든 책임을 지고 말할 수 있다”면서 “나토의 확장은 전혀 이야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르바쵸프의 2014년 인터뷰
고르바초프도 그 이후 나토가 확장된 것은 당시 회담의 “정신(spirit)에 어긋난 것”이라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단지 대화에 등장했던 “단 1인치도”를 가장 즐겨 사용한 것은 현실정치(realpolitik)을 강조하는 미국의 전통적인 학자나 전직 외교관들이다. 나토의 확대는 그들이 평생 믿고 있던 힘의 균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 주장의 두 번째 문제는 침공을 결정한 푸틴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엠마 애쉬포드 같은 젊은 학자들은 미어샤이머 같은 학자의 주장을 두고 그들이 말하는 구조적인 요소들은 이 문제를 보는 좋은 틀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다른 나라를 침공하기로 한 것은 푸틴의 결정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고 주장한다. 푸틴 외에는 아무도 이번 전쟁을 주문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라는 국민적인 요구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했다면 푸틴이 들고 나왔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토 확장의 과정을 누가 주도했느냐는 문제가 있다. 심지어 미어샤이머 조차도 “미국과 나토가 허락했다”고 말하지, 부추겼다거나 강요했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EU와 나토는 서유럽의 민주주의와 풍요로움을 부러워하는 국가들이 원해서 참여한 것일 뿐이다. 그들은 주권국가이고, 주권국가의 국민들이 원해서 참여하는 것을 미국이 인위적으로 저지한다면 그것이 (지역의 평화를 원하는) 제국주의적인 욕심이지, 그들의 참여를 막지 않은 것이 제국주의적인 욕심이라고 할 수 없다.
무엇보다 바이든 정부는 집권과 함께 Pivot to Asia 정책을 추진했다. 그는 유럽의 문제는 EU(와 나토)에게 맡기고 미국은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유럽에서 서서히 손을 떼는 중이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호주에게 원자력 잠수함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결정이다. 이미 호주와 재래식 잠수함 판매 계약을 맺은 프랑스에게 외교적인 모욕감을 주었던 이 사건은 “미국은 이제 유럽보다 아시아 태평양이 중요하다”는 시그널을 가장 확실하게 주었다. 이 사건이 러시아로 하여금 오판을 하게 했을 수는 있어도, 우크라이나의 EU나 나토 가입은 미국의 국익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해영 교수는 2014년의 유로마이단 혁명을 “러시아 입장에서 미 CIA가 사주한 친미 쿠데타로 규정되는 2014년 이른바 유로마이단 운동”이라며 다시 한번 친절하게 러시아의 입장을 전달해주는데, 그 근거는 당시 나토주재 대사를 지낸 빅토리아 눌런드(Victoria Nuland)가 현 바이든 행정부 국무부차관이며, 눌런드는 “유서깊은 네오콘 집안의 며느리”이고 “남편이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기” 때문이라는 거다. 이해영 교수에게 여성은 아무리 높은 위치에 올라도 스스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단지 아내와 며느리로만 존재하는 듯 하다.
그는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 세력을 없애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침공했다는 푸틴의 주장을 가져와 반복한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모든 내용이 크렘린의 발표를 따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는 대부분의 서방 국가와 마찬가지로 네오 나치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이들이 무장을 하고 친러 반군과 싸우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푸틴이 네오 나치 핑계를 대는 것은 네오 나치가 친러 반군의 적이기 때문이지 그들이 도덕적으로 나쁜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다. 도덕적인 문제는 침략국에 있다.
게다가 푸틴은 우크라이나 정부 내에 있는 네오나치를 없애겠다고 했다. 네오나치의 자유당(Svoboda)은 2019년 의회선거에서 2.15%를 득표해서 의석은 배정받지 못했다. 이런 나라의 정부를 네오나치 정부라고 하는 건 차기 한국 정부가 심상정(지난 대선 득표율 2.3%)의 정부라고 부르는 것과 별로 다르게 들리지 않는다.
대응과 전망
마지막 부분인 대응과 전망은 팩트가 아닌 이해영 교수의 예상과 견해이기 때문에 굳이 반박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는 이번 전쟁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어설프고 아마추어스럽다”고 하지만 그로 인한 “국민의 피해”라고 드는 것이 “국적 항공기의 러시아 영공 통과가 금지된 것”이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동의를 얻을지는 모르겠다.
이해영 교수의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지는 않다. 바로 많은 국가들이 연합한 대러시아 경제제재가 우크라이나의 분쟁을 끝낼 것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 부분은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그러나 그 결과가 어떤 사람의 주장처럼 “이번 전쟁의 승자는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다소 황당한 결론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이제까지 이해영 교수의 주장에 대한 반박을 길게 썼지만 (원문이 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의 글이 가진 문제점을 하나로 요약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 힌트는 글의 첫머리에 있는 빨간약과 파란약의 비유에 있다.
이해영 교수는 미국을 위시한 “서구 세계”에 비판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건 아주 정당한 관점이다. 미국은 그 태동기부터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던 나라다. 미국은 스스로를 청교도와 계몽주의자들이 건설한 나라라고 자랑하지만, 사실 현재의 미국이 가진 문제는 이 나라가 노예들을 데려오면서 시작한 나라였다는 사실에서 시작한다. 미국이 표방하는 가치와 그를 경제적으로 뒷받침하는 차별과 착취의 구조 사이의 이런 갈등은 미국을 한 순간도 떠난 적이 없다.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비판할 때 지적하는 많은 것들이 바로 이 갈등에서 나온다.
하지만 복잡하고 허구적인 세상에서 진실을 알려주는 ‘빨간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의 스토리보드에서는 재미있고 편리한 장치이지만, 어느 한 쪽이 제공하는 단일한 세계관이 허구적인 현실을 무너뜨리고 진실을 보여주지 못한다. 영화 속 네오는 모피어스가 건네 준 빨간약이 진실이라고 믿고 삼켰고, 다행히 모피어스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지만, 그런 알약이 존재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의심을 해보는 게 맞다.
푸틴의 세계관은 미국와 서방 세계가 가르쳐온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게 진실을 보여주는 빨간약이라고 말한다. 내가 보기에 이해영 교수의 글이 가진 문제는 그가 서방 세계의 시각과 푸틴의 시각 중에서 하나만 답이라고 믿는 데 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이 종종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그들과 다른 얘기를 하는 푸틴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믿는다면 그건 이분법적 자가당착이다. 진실은 그들의 주장에서 옳고 그른 것을 하나하나 확인해가면서 프로파간다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이지 눈감고 딱 하나를 선택한다고 얻어지지 않는다.
물론 이해영 교수는 다른 사람들이 서구의 주류 매체가 주는 파란약을 삼켰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는 “서방의 수많은 언론인이 전쟁현장에서 소식을 전하는 동안 나는 단 한명의 한국 언론인도 현장에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저 주로 미영이 흘려주는 뉴스를 베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미국과 영국의 매체가 제공하는 뉴스를 “가스라이팅”으로 치부한다. 이는 서구 매체를 단일체(monolith)로 보는 데서 오는 편견일 뿐,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뉴욕타임스의 칼럼을 훨씬 작은 매체인 복스가 반박해서 이기는 것에서 보듯이 다양한 이론과 해석이 등장해서 경쟁하고, 더 설득력이 있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주류 의견’으로 등장하는 것이지, “유서깊은 네오콘 집안”이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 “뒷배”가 생기고, 그렇게 나온 견해를 모든 매체들이 받아 적는 게 아니다.
그렇게 언론에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계신 글쓴이가 러시아 국방부의 발표를 더 신뢰하는 모습은 우리가 정말 ‘포스트 트루스’ 세상에 살고 있음을 증명해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글쓴이 박상현은
뉴미디어 스타트업을 발굴, 투자하는 ‘메디아티’에서 일했다. 미국 정치를 이야기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워싱턴 업데이트’를 운영하는 한편, 여러 언론사에 디지털 미디어와 시각 문화에 관한 고정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아날로그의 반격≫, ≪생각을 빼앗긴 세계≫ 등을 번역했다. 현재 사단법인 ‘코드’의 미디어 디렉터이자 미국 Pace University의 방문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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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칼럼] 우크라이나-‘매트릭스’ II
By 이해영 | 2022년 4월 11일 | 국제, 미분류, 정치
<피렌체의식탁>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지면을 할애한 것은 이 전쟁이 강건너 불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선과 악의 싸움은 부차적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11일 한국에 살상용 무기 지원을 요청하면서 한국도 공식적으로 이 전쟁에 개입되기 시작했다. 거절했다고 끝은 아니다. 한국은 경제력에서 세계 10위권 국가이며,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화약고 라인이 터키, 발칸, 우크라이나라면 대만, 말라카 해협과 함께 동쪽 화약고 라인에 해당한다. 지정학과 세계 경제 생산 소비 체계에서 이 정도 규모면 남 일이란 없다. 이해영 필자가 두 번째 원고를 보내왔다. 이번에는 미국이 러-우크 전쟁의 장기화를 바라는 것 아닌가 의문을 제기한다. 이 전쟁이 미 지상군의 투입없이 오래 가면 미국은 꾸준히 버틸 수 있고, 대신 러시아, 나아가 유럽은 서서히 탈탈 털리지 않겠느냐는 시각을 반영한 원고다. 전편에 이어 진실의 절반을 들여다본다는 취지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 2차 대전후 80년 만에 재등장한 미국의 무기대여법, 이번에도 승자를 만드나?
전쟁 지속될수록 총격과 희생은 유럽에서, 군수 호황은 미국과 무기 수출국에서
✔ 미, ‘러시아에 신냉전 비용지불토록 유도해 1990년 같은 자체 붕괴 기대하나?
‘우크라이나 군수지원은 무제한, 자국 지상군 참전은 유보’ 입장으로 장기전 유도할 듯
✔ 미국, 러시아의 양대 블록화는 자유무역 혜택 최다국 한국에 좋은게 아냐
북한에는 호재, 미국 군사력 분산, 러 자원 수입 용이, 러-중-북 3각 연대 강화
사진:셔터스톡
나의 글 <우크라이나 ‘매트릭스’와 콜드워 II>가 <서방언론은 허구였다! 러시아 뜻대로 끝나가는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피렌체의 식탁>에 나간 뒤 몇몇 반론이 있었고, 개중에는 거친 비난도 보였다. (원제목은 편집팀에서 가독성 제고를 위해 바꾼 듯하다). 재반론을 준비하던 중 마침 김현종 대표와 소통하게 되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상대에 대해서도 미지근한 온기가 담긴 글’을 청하고자 했던 김대표의 원래 ‘실험’ 취지에도 공감되는 바가 생겼고, 해서 원래의 계획을 좀 변경해서 글을 정리해 보았다.
보도지침 아닌 보도지침에 맞춰
1. 나의 출발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해 한국 언론의 관련 기사는 거의 다가 미영 등 서방 기사의 ‘복붙’이다. 즉 번역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신문 어느 기사를 번역했는지 불명이라는 것이었다. 영상도 마찬가지 자체 생산된 것은 없다. ‘단 한 명의 종군기자도 없다.’ 하지만 나의 이 말에 ‘최초로’ 2박 3일 취재에 다녀온 특파원의 취재 리포트를 소개해 준 분이 계셨고, 또 이를 통해 규제당국 즉 외교부의 ‘예외적 여권 사용’의 불합리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가졌던 의문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 오늘 이 시간까지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한국 기사 대부분은 여전히 미영 등 이른바 서방의 그것을 그냥 베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한국 언론은 서방이 제작한 해석 프레임을 묵종하다시피 재생산해왔다. 이 프레임은 내가 알기에 대략 개전 2주일 뒤인 3월 8일의 미하원 정보 청문회 이후부터 본격화된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자리에서 번즈 미 CIA 국장은 푸틴이 침공 이전 2일 만에 키예프를 점령할 계획을 세웠는데 실패했다, 러시아 군은 패배 중이라는 발언을 한다. 이후 거의 모든 서방 언론은 ‘키예프 2일’이라는 이 보도지침 아닌 보도지침에 맞춰 기사와 영상을 편집하고 제공하기 시작했던 거 같다.
설…설…설…변주에 변주 거듭
출처가 명시되지 않은 CIA 국장의 키예프 2일 점령 계획설은 이후 푸틴 광인설, 푸틴 대노설, 러시아 군 대패설, 러시아 군 전투불능설, 러시아군 몰살설등으로 끝없이 변주되더니, 3월말 러시아가 주장하는 소위 전쟁 2단계 이후부터는 모든 학살의 러시아 자행설로 현재 진행중이다. 키예프 2일 점령은 ‘절대’ 불가능한 기준이기 때문에, 러시아 군의 모든 작전은 절대 성공할 리가 없다. 즉 미국은 ‘정신승리’를 위한 절대 기준을 찾아낸 것이다. 그런데 다 죽었다던 러시아 군이 마른 잎 다시 살아나듯 또 살아나고, 제공권을 장악 못 했다는데 러시아 전투기는 계속 날아다니고, 도대체 미사일은 또 어디서 날아오는지, 전차는 재블린이 다 깨버렸다는 데 러시아 군 장악지역은 계속 늘어나고, 민간인은 계속 죽고, 왜 그럴까 아마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이 아주 단순한 의문들이 문제였다.
카타르 도하에 있는 알 자지라 네트워크 본사 전경 (사진:셔터스톡)
‘좌파 그것도 이슬람 매체’를?’
2. 이런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현실 혹은 전황의 객관적 파악이 필수적이다. 전황은 잘 찾아보면 러시아 측이나 프랑스 국방부가 생산한 것도 그리 어렵지 않게 보인다. 내가 일상 체크하는 전황도는 <알자리라>것이다. <알자리라>! 하니 처음엔 다들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니 저 ‘좌파 그것도 이슬람 매체’를 도대체 왜 이래 하는 표정이었다. 심지어 나에게 반론을 작성한 박상현 님조차도 “이 매체가 잠시 떴던 때가 있지만 아직도 이 매체를 기준으로 삼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난 이런 글을 나의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다. “그런데 너무나 재밌는 것은 내가 전황 분석을 위해 가져온 그래픽 도면이 <알자지라>것이라고 시비 거는 건 진심 포복절도할 일이다. 왜냐하면 이렇다. 도면의 좌측 하단을 보면 이 전황도가 어디서 제공되었는지가 적시되어 있다. 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 (ISW). 즉 전쟁연구소다. 여긴 또 어딘가. 킴벌리 케이건이 대표이자 창립자고, 미 육군 퇴역 장성 존 킨 장군이 이사회의장이고, 윌리엄 크리스톨이 소장이다. 윌리엄 크리스톨은 딕 체니부통령과 함께 <PNAC 새로운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 즉 대표적인 네오콘 조직을 만든 자다.
그럼 미 네오콘이 친러라서?
요컨대 나는 미국 네오콘이 계약에 의해 <알자지라>에 제공하는 매일 매일의 전황도를 가지고 전황을 분석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럼 미네오콘이 친러라서 저런 전황도를 내놓았을까? 더 궁금하면 미 네오콘 전쟁연구소 홈피에 가보면 된다. 그런데 그래픽이 알자지라 버전이 더 보기 쉽다. 참고로 프랑스 국방부 전황도도 참고할 만한데, 그래도 그래픽이 좀 못하다.
요컨대 내가 제시한 전황도는 러시아도, 알자지라도 아닌 미국 네오콘이 제공한 것이다. 그리고 <알자지라>는 좌파매체도 아니다. 처음엔 좀 균형을 잡더니 지금은 서방과 별 차이 없는 반 러시아 친서방 매체라고 봐도 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내면에 숨어 있는 이슬람 포비아라는 오리엔탈리즘이다. 단 한번 만이라도 이 매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념 아닌 방법으로서 리얼리즘 선택
3. 이제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언급해 보자. 저 수많은 주의(ism)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리얼리즘을 택할 거다. 하지만 나의 리얼리즘은 그 무슨 이념이라기보다 방법으로 이해된다. 그래서 국제정치학 개론 시간마다 나오는 소위 구조 현실주의나 혹은 최근 가장 자주 소환되는 시카고대 미어샤이머 교수의 그것과도 자못 다르다. 또 하나 전쟁 문제에 관한 한 나는 ‘클라우제비츠주의자(Clausewitzian)’ 이라 불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거다. 전쟁이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계속이라고 말한 19세기 초 프러시아의 장군이자 전쟁 철학자말이다. 국가정책의 수단으로써 전쟁의 사용은 이미 20세기 초 규범적으로 탄핵되었고, 지금의 국제법 역시 그 연장에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쟁이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전쟁에 대한 과학적으로 올바른 유일한 견해 중 하나로 나는 클라우제비츠 전쟁론에 근거하고 마찬가지 우크라이나 전쟁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고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러의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계속으로 본다는 의미다. 즉 지금의 전쟁은 결코 일회의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전부터의 정치적 교섭과 관계의 외교적 해결의 실패가 불러 온 결과이며 그럼에도 양국의 ‘정치적’ 관계는 평화조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문제를 이렇게 본다 하더라도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규범적 비난 가능성이 배제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사안을 우선 올바로 분석하고 나아가 그 솔루션 즉 평화를 찾기 위해서는 방법적 단서는 이 것 외 다른 무엇이 있을 까하는 것이다. 즉 이번 전쟁 혹은 러의 침공은 어떤 정치적 목적을 군사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제한전’이라는 것이 나의 중심 테제다.
해서 먼저 언급할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의 양국 관계는 나토 가입 문제를 고리로 유럽 역내 정치와 또 세계 정치와 얽혀 있고, 이는 역사적으로 1989년 독일 통일 때까지 거슬러 오른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기술했기에 반복할 필요는 없다. 아울러 2014년 미어샤이머 교수의 우크라이나 중립화 제안이 이 콘텍스트에 자리한다.
‘파격적인’ 부대 편성의 만만찮은 약점
다음 두 번째로 언급하고 싶은 것이 정치적 목적과 그 관철 수단 즉 전쟁 머신 간의 ‘합목적적’ 비례관계의 문제이다. 바로 이 이유에서 이미 나는 미 육군 <제병협동센터 FMSO> 연구보고서를 인용한 바 있다. 이에 따르자면 지금 러시아의 모든 작전은 이른바 대대전술단(Battalion Tactical Group)에 기반 수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 대대전술단은 “강대국 간의 전면전쟁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영향권 내에서 발생하는 지역 분쟁에 최적화된 부대 편성”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을 나는 다시 강조하고 싶다. 왜냐 하면 이 형태의 군사적 수단은 언급된 정치적 목적에 최적화된 것이지, 우크라이나 전역의 군사적 점령과 정복에는 적합지 않다는 말이다. 우크라이나 전역의 점령이 목적이었다면 다른 전략, 전술 그리고 부대 편성을 시도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다음을 추가해 둘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에 선보인 ‘파격적인’ 부대 편성은 그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약점도 만만치 않다. 미 육군의 평가에 따르면 작전 지속력이 약해 공격 중 종심 깊이 진출할 수가 없다. 부대 편성상 첨두에 10대의 전차 그 후위에 40대의 장갑차에 탑승한 기계화보병이 서는데, 문제는 재블린 등 서방의 대전차 미사일에 전차가 무력화될 경우이다. 다음으로 병사 충원구조인데 2/3가 징집병으로 근접 전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번 전쟁 기간 중 푸틴은 징집병을 전투에서 제외시키라고 지시한 바 있다. 파격적으로 시도된 대대전술단의 구조적 약점이 의외로 많은 러군 사상자 발생의 이유 상당 부분을 설명해 준다 하겠다. 또 이런 편성은 평원의 제파 전술이지 시가전에 취약하다.
또 하나 우크라이나는 그 자체 결코 군사 약국은 아니지만 상대는 러시아다. 우크라이나는 민족주의적 열정에 기반해 인민무장으로 우위에 있는 러시아 군을 상대했다. 이른바 ‘인민의 전쟁’ 방식이다. 이들의 자발적 동원과 미국 정보자산의 대규모 투입이 전황이 러 의도대로만 전개되는 것을 저지한 셈이다.
서방언론 비판하더니 러 주장 베끼냐고?
세 번째는 나에 대한 비난 즉 ‘서방언론을 비판하더니 러시아 주장을 베끼냐’, 즉 ‘친러파’라는 힐난에 관계된다. 이를 반박하기 위해선 이미 내 주장의 주된 논거와 논리가 앞의 두 가지 즉 미어샤이머 교수의 역사적 시각과 미 육군 보고서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겠지만, 그럼에도 <경향신문>이 보도한 러시아 국방부의 브리핑내용을 내가 인용한 것과 관련해서 언급해 둘 것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위에서 말한 저 중심 테제를 입증하기 위해 러시아 국방부를 인용한 것이지, 러시아 국방부 브리핑 내용에서 나의 테제가 도출된 것은 전혀 아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전황을 주의깊게 지켜 본 사람이라면 왜 러시아 군이 키예프 혹은 하르코프 문 앞에서 멈춰서 포만 쏘고, 반면 남부전선의 마리우폴에서는 죽기 살기로 시가전을 펼치는 지 의문을 가지는 건 당연한 것이다. 이와 관련 서방측은 러시아의 탄약이 떨어졌고, 병참선이 파괴되었고, 병력 손실이 너무 커서 그럴 거라는 가설을 사실처럼 쏟아 내었다. 그러나 러시아 뿐 아니라 그 어떤 나라도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모르긴 해도 수많은 전쟁계획을 세우고 또 수십 회의 시뮬레이션 (워게임)을 해보고 또 여기에 적합한 군사훈련을 실시한다. 침공 병력이 15만-20만이고, 우크라이나 군은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26만이다. 물론 훨씬 적게 잡는 분석도 있다. 아무튼 수적으로 압도하진 않는다.
미 이라크침공·노르망디상륙도 성동격서
모든 전쟁에 기만전술은 기본이다. 특히 러시아 고급장교들의 작전 운용 능력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기만전술의 선례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들 수 있다. 처음에 언론 등을 통해 이라크 남부 해안지대를 노리는 척 후세인 군 정예병력을 해안방위로 유인, 고착시킨 뒤 실제로는 왼쪽으로 크게 돌아 그 뒤를 공격했다. 기만당한 이라크군은 전열이 무너졌다. 또 다른 예로 노르망디 상륙작전도 들 수 있다. 그리 보면 성동격서식으로 러시아 군이 기만전술을 전개했을 리가 없다고 주장할 그 어떤 이유도 없다. 지금 돈바스지역에 배치된 약 6만의 우크라이나 정예부대의 상황은 사실 좀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병력이 수도와 동부에 고착 견제되는 와중에 러시아는 우월한 공군력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역의 군사적, 경제적 인프라를 거의 파괴했고 남부전선에서는 포위 점령을 통해 돈바스를 넘어 남부 대부분을 군사적으로 장악해 가는 과정이다.
당혹감과 불쾌감 줬을 수 있지만
4. 다소 익숙지 않은 나의 분석과 기술이 어떤 이들에게 당혹감 (불쾌감?)을 가져다줬을 가능성은 있다. 그렇다고 내가 친러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진행 중인 양국 간 평화협상의 의제를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정치의 계속임을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중립화, 탈나치화, 무장해제, 러시아어 공용어 문제, 크림반도, 돈바스 이렇게 말이다. ‘키예프 2일설’이 맞고 이후 미영이 제작 유포, 한국 언론이 재생한 전쟁 내러티브가 맞다면, 어떻게 협상 테이블의 의제가 저렇게 진행될 수 있을까. 의제 설정은 대개 강자의 권리다. 협상 결과는 전황의 총괄일 뿐이다.
이렇게 여기까지는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계속으로서 양자 간 군사적 관계를 중심에 놓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것이 끝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바로 미국 변수 때문이다. 그리고 무기대여법이 80년 만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최광은 박사의 요약이다. “이번 렌드-리스 법안(Ukraine Democracy Defense Lend-Lease Act of 2022)은 지난 4월 6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와 상원을 통과했고, 4월 7일 현재 하원으로 넘어가 있는 상태다. 발의된 날짜가 궁금해 확인을 해보니 지난 1월 19일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이 2월 24일이니 이미 침공 한 달 이전에 발의된 것이었다. 대표 발의는 공화당의 존 코닌 John Cornyn 상원의원이었다. 최초 발의된 법안과 이번에 통과된 법안을 살펴보니 약간의 수정이 있었다. 이번 법안에는 ‘회계연도 2022년과 2023년 동안‘이 구체적으로 들어갔다. 미국은 최소한 내년까지는 전쟁이 지속될 것임을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최초 법안에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물품을 보내는 것으로 명시되었는데,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정부 또는 동유럽 국가 정부들(the Government of Ukraine or to governments of Eastern European countries)‘이라고 명시된 것이 눈에 띈다. 우크라이나 이외의 동유럽 국가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나열되지 않았다. 혹시 모를 동유럽으로의 전선 확장을 미리 예비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3차 대전으로 가는 디딤돌?
2차 대전 당시 무기대여법에 근거 영국과 소련에 쏟아부은 전쟁물자는 전세를 역전시키는 중요 모멘텀이었다. 이제 우크라전쟁은 3차 대전으로 가는 디딤돌인가? 상황은 긴박하다. 신뢰할 만한 코멘테이터 한 분은 이로써 3차 대전의 첫 문턱을 넘었고 한국군이 우크라 파병으로 갈지도 모르겠다고 강한 우려를 표한다.
미 무기대여법의 부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묻게 만든다. 문득 2019년 미 랜드RAND 연구소의 이 보고서가 떠오른다. <Overextending and Unbalancing Russia Assessing the Impact of Cost-Imposing Options> (2019).
무기대여법의 엄청난 위력으로 보자면 나는 이제 우크라이나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전쟁의 신국면이 도래하지 않을까, 아주 우울한 전망을 갖게 된다. 즉 이제 우크라이나는 일 가구 일 탱크, 일인 일 휴대용 미사일 시대, 하늘에서 무기가 비처럼 내리는 영구 전쟁의 시대에 들어서는 게 아닐까.
지금 미국 여론은 아주 기괴하다. 미어샤이머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최근의 강연에서, 그는 미국의 입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크라이나인은 “최후의 일인까지 투쟁하라. 단 우리는 거기 가지 않는다”! 혹시 젤렌스키는 이렇게 말해 오지 않았을까. ‘조금만 참자, 미군이 우리를 구하러 올 거다’. 이 믿음은 그러나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하늘에서 탄약과 전투식을 무한 지원해 줄 거다.
지난 3월 이코노미스트의 미국 내 여론조사를 보면, ‘우크라이나 무한 지원, 미군 참전 반대’로 요약된다. 흥미로운 것은 민주당 지지자가 공화당 지지자보다 더 강하게 전쟁을 지지한다.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의 바이든 반대는 압도적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지지도 압도적이고 푸틴의 악마화는 완성형이다. 우크라이나 중립화는 반대가 더 높다.
이 모든 것은 한 가지 방향을 가리킨다.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과 속전續戰! 리버럴ㆍ네오콘 동맹으로서 바이든 정권은 전쟁의 계속을 원한다. 바이든이 결재하지 않았는데 젤렌스키가 평화협정에 서명할 수 있을까? 마침 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상안은 러시아 입장에서 보자면 후퇴중이다. 러시아 외무장관은 휴전 이후 우크라이나 영토 내 군사 연습시 러시아를 비롯한 안전보장 제공국의 동의하에서만 한다는 이스탄불안에서 러시아를 제외했다는 점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이 전쟁이 좋다. 무기 팔고, 러시아 가스 대신 미국 가스 팔고, 미국산 농산품 팔고 영, 독, 불외 다수 EU 소속 국가들을 제대로 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군은 단 한 명도 죽을 일 없다. (미납세자 세금으로 우크라이나에 20억 불 지원해서, 미 4대 방산이 거둘 예상수익이 1,017억불이라는 주장이 있다. 수익률 5,000%. 여기에 나머지 방산 수익이나 또 러시아 가스 대신 미국산 가스 팔아 얻는 에너지쪽 수익도 더해야 한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수익은 늘어날 것임은 자명하다.)
러시아가 망할지, 미국이 망할지
미국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일까. 평화로 가는 정치의 계속이 아니라 전쟁의 계속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죽음의 아카데미‘ 미 랜드연구소의 이 보고서는 답이 어디 있는지 시사한다. 소련은 생산력이 냉전 비용을 더 이상 감당하지 못 할 때 엎어졌다. 이제 러시아 차례다. 러시아의 약점이 무엇인가. 경제다. 러시아가 과잉 확장 overextending하게 유도해 균형 무너뜨리기 unbalancing, 이를 위해 러시아에게 ‘비용을 강제하는 cost-imposing’ 옵션을 찾아라. 곧 러시아가 신냉전 비용을 지불하도록 강요해 경제에 부단한 스트레스를 가해 장기적으로 압박 와해시키자는 거다. 미국으로서 저비용 고효율 옵션이 대러시아 제재다. 우크라이나 지원도 이 중 하나다. 2019년 보고서라 지금 상황에 곧바로 적용하자면 약간의 응용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의도가 만일 이것이라면 러시아의 대응은 무엇일까. 지켜볼 일이다. 1988년 소련 붕괴 직전 미국 역사가 폴 케네디는 제국 흥망의 이유를 “제국적 과잉팽창 imperial overstretch”라고 요결했다. 20년에 걸친 테러와의 전쟁과 리버럴ㆍ네오콘의 무한 개입이 여기로 귀결될지 아직은 열린 문제다. 러시아가 과잉 확장해서 망할 지, 미국이 과잉 팽창해서 망할 지 말이다.
한국도 ‘파이브 아이즈’ 후보국
여기서 잠깐 무기대여법이 2차 세계대전을 열었다는 점을 상기할 때 3차 세계대전 우려와 관련해 한국군 참전 가능성을 언급해 두자. 무기대여법을 통한 군사지원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이 비가 되고 강을 이루더라도 이를 운용할 병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아프간 전선에서 막 돌아온 미군을 대신해 우크라이나에서 뛰어 줄 용사들은 어디에 있을까. ‘이근 대위’의 복제품들 말이다. 당연 앵글로색슨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다. 미 영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말이다. 여기에 파이브 아이즈의 후보국인 일본과 한국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파병 우려가 생성된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전 지원을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이 광적으로 지지하고, 여기에 한국의 진보 네오콘 동조화 징후가 읽히긴 하지만, 현재 본격 국내 여론전은 아직 진영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사안에 관한 한 진보 진영의 균열이 향후 더욱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는 다만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하게 보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에 경사될 것이 확실한 북의 미사일 동향이라는 한반도 안보적인 요소, 글로벌 자본으로서 중국과 아울러 러시아에도 상당한 투자 지분을 갖고 있는 국내 자본의 이해관계, 야당으로 바톤터치한 민주당도 새 정부가 만에 하나 참전 시도를 할 때 오히려 국회 동의권을 주장 강력 반발할 가능성 (anything but Yun), 여전히 대세를 이루지 못한 채 허약성을 노정하는 새 정부의 지지기반, 대다수 국민이 우크라이나가 어디 있는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국민여론을 전쟁으로 몰고 가기엔 아직도 너무나 갈 길이 멀다는 점 등을 길항 요인으로 상정해 볼 수 있다. 아무튼 매우 주의깊게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부정적 영향
5. 나는 러시아보다 미국이 장기 전쟁을 원한다고 본다. 미군 참전만 없다면 미국 내 여론도 이 방향으로 흐르지 않을 까 본다. 조기 종전을 강제하기 위한 국제적인 툴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러 중 접근은 공고화될 것이고, EU는 파편화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리버럴 단극체제의 포스트 리버럴 양극 내지 다극체제로 이행은 현실이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루블 가스와 페트로 위안을 첨두로 달러의 기축성은 도전받게 될 것이다. 에너지가 무기화되면서 핵+에너지가 이제 초강국의 힘의 척도가 되었고, 금융 만능 세계 자본주의 역시 이대로는 안 된다. 자본주도 세계화는 이제 그 형태 변경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아울러 코비드 위기와 결합해 경제의 내적인 모순이 순방향으로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중국와 러시아가 블록화 될수록 기존 자본주의의 모순은 서방측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비즈니스 사이클상 공황에 대한 경고는 전혀 새롭지 않다.
이 전쟁은 원하건 원하지 않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양극체제화로의 이행이 진행될수록 북한 체제의 스트레스는 감소될 가능성도 예측되는 반면, 한국의 세계화 레짐은 어떻게든 새로운 상황에 적응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특히 FTA만으로 대외경제를 운용하는 시대는 사실상 종결될 것이다.
당장의 전쟁에서 최대 피해자는 물론 우크라이나 민중이다. 전쟁 중단 요구와 ‘최대한의’ – 물론 전비와 전투무기는 배제한 – 인도적 지원은 그나마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최소한이다.
글쓴이 이해영은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마친 뒤 독일(당시로선 서독) 마부룩(Marburg) 대학교에서 철학박사(Dr.Phil.) 학위를 받았다. 주된 연구 영역은 서양정치사상과 국제정치경제다. 대학에선 마키아벨리, 그람시, 슈미트, 하버마스 등을 강의한다. 국제관계에서는 국제통상을 주되게 하면서 한미관계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리엔탈리즘과 지정학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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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토론회에 "학살로 우크라이나 이익" 주장한 인사 초청
노경목 기자
입력 2022.04.07
민주당, 토론회에 "학살로 우크라이나 이익" 주장한 인사 초청
노경목 기자
입력 2022.04.07
젤렌스키 대통령 국회 연설 당일,
'포스트 우크라이나' 주제로 발제
"러측 주장 대변 인사 초청 부적절"
비판 목소리 나와
"반인도적 범죄(부차 학살)를 통해 이익을 보는 첫번째는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비밀정보원들이 다녀간 4일 뒤 (부차에서) 시신이 발견"
SNS를 통해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 주장이 서방측 선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온 인사가 11일 국회에서 열리는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게 됐다. 11일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한국 국회에서 화상연설을 하는 날이다.
7일 국회에 따르면 오는 11일 열리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라는 토론회에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가 발제자로 나선다. 이 교수는 2부 종합토론에서 '포스트 우크라이나 세계질서'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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