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는 어떻게 노동계급의 환심을 샀나
보수주의는 어떻게 노동계급의 환심을 샀나
입력 2022.03.31
신간 '블루칼라 보수주의'
미국 보수주의 변종의 역사 추적
1985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흑인 해방과 환경주의를 결합한 급진 단체 '무브'가 점령한 주택가에 경찰이 폭탄을 투하해 53채의 주택이 파괴되고 200명이 넘는 주민이 집을 잃었다. 프랭크 리조가 시장으로 있는 필라델피아에서 생겨난 도시 위기 정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사건이다. 회화나무 제공
2020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인종 차별 반대 시위를 계기로 미국 곳곳에서 인종 차별적 인물의 동상이 철거됐다. 프랭크 리조(1920~1991)도 그중 한 명이다. 백인 블루칼라의 불만을 이용해 정치적 기반을 다진 그는 1972년부터 1980년까지 8년간 필라델피아 시장으로 재직했다.
대학에서 미국사·정치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민주당 소속이었지만 우경화 성향을 보인 리조 전 시장의 정치 궤적을 따라가면서 미국 보수주의 변종의 발전사를 추적한다.
1969년 프랭크 리조 필라델피아 당시 경찰국장이 턱시도 차림으로 야경봉을 소지하고 있다. 사우스 필라델피아의 공공주택 프로젝트 단지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그의 가장 유명한 사진 중 하나다. 회화나무 제공
1960~1970년대 미국에서는 자유주의적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난제들에 대한 반발 기류로 '블루칼라 보수주의'가 부상한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블루칼라 출신의 리조 전 시장은 '근면을 통해 자격을 획득했다'는 블루칼라의 정통성과 자부심을 부추겼다. 동시에 그렇지 못한 이들에 대한 블루칼라의 반감을 자극했다. 저자는 리조 전 시장이 이끈 당시 필라델피아 정치의 정체를, 블루칼라의 "우리 중 한 명"이라는 지지를 토대로 한 포퓰리즘으로 정의한다. 그러면서 이 같은 블루칼라 보수주의가 변용·확장되면서 현대 미국 보수주의의 지배종이 됐다고 주장한다.
태평양 건너편 50년 전 이야기지만 집권을 앞둔 보수 정당 대표가 약자 혐오 발언을 쏟아내며 '우파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국의 현상황과도 겹쳐 보인다.
블루칼라 보수주의·티모시 J. 롬바르도 지음·강지영 옮김·회화나무 발행·503쪽·2만4,000원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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