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 씨가 공론장에서 퇴출되어야 하는 이유
유명 자동차 경주에 종종 출전했던 A라는 드라이버가 있다. 어느날 A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치어서 크게 다치게 했다. 한동안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던 A는 사람을 다치게 한 점을 인정하면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다시는 핸들을 일절 잡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그런데 약 1년 후 A는 지상파 TV의 자동차 쇼에 출연해 화려한 운전 솜씨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음주운전을 사람을 치어서 다치게 한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을 받고 있던 중에 말이다. 심지어 A는 방송에서 다른 운전자에게 안전하게 운전해달라고 당부의 말까지 건넸다.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우선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면서도 다시 방송에 나와서 운전하는 모습을 선보인 A의 뻔뻔함에 대해 입을 모아 비판했을 것이다. 다시는 일절 핸들을 잡지 않겠다는 약속을 깬 부도덕성도 질타받았을 것이다. A를 출연시킨 방송사도 엄청난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방송심의위원회에는 A의 방송을 중단시켜달라는 진정이 접수됐을 것이고, A의 인스타그램은 비난 댓글로 넘쳐났을 것이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이 전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3월 9일 대선 개표 방송에서 벌어졌다. 허위 의혹을 제기해 한동훈 검사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유시민 씨가 대선 개표방송의 주요 패널로 출연한 것이다. 심지어 유시민 씨는 대통령 당선인에게 "자칫 잘못 생각하면 권력을 가지는 데 따르는 위험과 고통을 느끼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너른 마음,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손에 들어온 권력을 잘 활용하시기를 부탁한다"는 당부의 말까지 남겼다.
유시민 씨의 행동은 A라는 드라이버의 경우와 다를 바가 없다. A가 자신의 주종목인 운전을 하던 중에 사람을 다치게 한 후 다시는 핸들을 잡지 않겠다고 약속했듯이, 유시민 씨도 자신의 주종목이나 다름 없는 시사 평론 등을 하다가 허위 주장을 해서 한동훈 검사장에게 큰 피해를 준 후 "정치 현안에 대한 비평은 앞으로도 일절 하지 않겠다."라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그럼에도 A가 약속을 깨고 방송에 출연해 운전 솜씨를 뽐낸 것과 마찬가지로, 유시민 씨도 약속을 깨고 대선 국면에 화려하게 정치평론에 복귀해 KBS 대선 개표 방송에 출연해 가장 뜨거운 정치 현안에 대해 거침 없는 비평을 했다.
그런데도 유시민 씨의 정치평론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행동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유시민 씨 같은 사람을 출연시켜 정치 현안에 대한 비평을 요청한 제작진이 아무런 비판을 받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정치 현안 또는 시사 현안에 대한 비평을 하다가 본인도 인정한 명백한 잘못으로 다른 사람을 해친 사람이, 그리고 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정치 현안에 대한 비평은 앞으로도 일절 하지 않겠다."라고 공개적으로 약속했으면서도 1년쯤 지나가 태연하게 정치 현안에 대한 비평을 쏟아내는 사람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공론장에서 영향력이 큰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는 행위는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음주운전을 한 유명인을 방송에 출연시키면 엄청난 비판을 받는 것이 당연한데, 허위발언 때문에 기소되어서 재판까지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정치 비평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스스로 깨버린 사람을 출연시키는 것은 용납될 수 있나?
유시민 씨가 자신의 말을 스스로 부정한 사례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유시민 씨는 지난 2004년 "저는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원칙 중에 하나가 가능하면 60세가 넘으면 책임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 65세가 넘으면 때려 죽여도 책임있는 자리에는 가지 말자, 이게 제 소신 중에 하나입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65, 66, 67, 68 돼가지고, 그때, 잘 나갈 때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때의 지위를 이용해서 말을 하는데, 그것은 20여 년 전의 그 사람과는 전혀 다른 인격체가 말을 하는 겁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물론 나는 2004년 유시민 씨의 발언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60이 넘어도 양심을 지키며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미 60이 넘은 유시민 씨가 자신의 삶으로 자신의 발언을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인다. 이런 사람이 2022년 대한민국의 공론장에 계속 머물 자격이 있을까?
아래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일절" 정치 현안에 대한 비평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유시민 씨의 사과문 전문이다. 2021년 1월 22일에 유시민 씨가 노무현재단 홈피이지에 올려서 공개한 글이다. 유시민 씨가 방송에 나와서 "정치 현안에 대한 비평"을 할 때마다 2021년 1월에 유시민 씨가 어떤 글을 남겼는지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 과 문
2019년 12월 24일, 저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검찰이 2019년 11월 말 또는 12월 초 사이 어느 시점에 재단 계좌의 금융거래 정보를 열람하였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누구나 의혹을 제기할 권리가 있지만, 그 권리를 행사할 경우 입증할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제기한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그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판단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사실이 아닌 의혹 제기로 검찰이 저를 사찰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검찰의 모든 관계자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립니다. 사과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하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책임 추궁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노무현재단의 후원회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저는 입증하지 못할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노무현재단을 정치적 대결의 소용돌이에 끌어들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모든 강물을 받아 안는 바다처럼 품 넓은 지도자로 국민의 마음에 들어가도록 노력해야 할 이사장의 책무에 어긋나는 행위였습니다. 후원회원 여러분의 용서를 청합니다.
'알릴레오' 방송과 언론 보도를 통해 제가 제기한 의혹을 접하셨던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정부여당이 추진한 검찰 개혁 정책이나 그와 관련한 검찰의 행동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어떤 경우에도 사실을 바탕으로 의견을 형성해야 합니다. 분명한 사실의 뒷받침이 없는 의혹 제기는 여론 형성 과정을 왜곡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제가 했던 모든 말과 행동을 돌아보았습니다. 저는 비평의 한계를 벗어나 정치적 다툼의 당사자처럼 행동했습니다. 대립하는 상대방을 '악마화' 했고 공직자인 검사들의 말을 전적으로 불신했습니다. 과도한 정서적 적대감에 사로잡혔고 논리적 확증편향에 빠졌습니다. 제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단편적인 정보와 불투명한 상황을 오직 한 방향으로만 해석해, 입증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고 충분한 사실의 근거를 갖추지 못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말과 글을 다루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기본을 어긴 행위였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와도 책임을 나눌 수 없고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습니다. 많이 부끄럽습니다.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저의 잘못에 대한 모든 비판을 감수하겠습니다. 저는 지난해 4월 정치비평을 그만두었습니다. 정치 현안에 대한 비평은 앞으로도 일절 하지 않겠습니다.
2021년 1월 22일
유 시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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