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청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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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그 누구도 일본의 침략을 자극했다고 고종을 욕하지 않는다. 한국 사람 누구나 일본제국의 침략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무능 때문에 고종을 욕한다. 또한 한국전쟁 관련하여 북한의 침략을 자극했다고 이승만을 욕하는 사람은 없다. 다들 전쟁 초반에 북한 침략 후 낙동강 까지 밀려나서 대한민국이 멸망할 뻔 한 위기를 초래할 정도로 전쟁대비를 제대로 못한 무능으로 이승만을 욕한다.
그런데 왜 여전히 젤렌스키의 외교적 무능이 푸틴을 자극해 러시아의 침략을 초래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전쟁의 참화를 겪게 한 책임이 있다는 욕이 여전히 한국에서 통용되는지 난 잘 모르겠다. 젤렌스키가 고종 처럼 제대로 된 저항 한번 못하고 국권을 빼앗겼나 아니면 이승만 처럼 전쟁 준비를 너무 못해서 초반에 확 밀려서 국토의 9할을 내주고 국가 멸망 위기 직전 까지 가게 만들었나? 물론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최종적인 평화 협상 타결 까지 가야 젤렌스키에 대한 어느 정도 종합적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전쟁 터지고 나서 침략군인 러시아 뿐 아니라 현재 우크라이나를 도와주는 미국과 유럽 모두 젤렌스키가 통치하는 우크라이나는 3일을 못 버티고 망할 것이라고 단언했었다. 그런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3방향으로 오는 침략군을 격퇴하고 이제 동부전선 한곳으로만 밀어내서 최소한 국가 멸망 위기라는 최대 고비는 넘긴 것 자체로 만으로 젤젠스키의 무능론 책임론은 이미 기각된 걸로 바와 하는 거 아닌가? 여전히 젤렌스키 전쟁 초래 책임론 운운 할꺼면 이제부터 일본 침략을 초래한 고종만 무조건 욕해야지 일본에 대해서는 더 이상 욕하면 안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참 재미있는 건, 일본의 과거 침략 범죄 행위에 대해 평소 가장 핏대 세우며 욕하는 쪽과 이번 전쟁 초래의 책임을 젤렌스키의 무능한 외교 탓으로 돌리는 쪽이, 내 개인적인 인상지만 상당히 오버랩 되는 것 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아니, 평소 일본 규탄하는 논리라면 피해국이 어떻게 행동했던 간에 일단 무조건 가해국부터 규탄하고 욕해야 하는 거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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