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0

김대호 -- 문명개화파에서 출발한 서사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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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세력과 종교집단이 딛고 서 있는 역사적 서사(스토리)에 대해 몇 번 썼습니다. 충격적인 3.9 대선 결과, 즉 의외로 견고한 이재명과 문재인의 지지율, 특히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국힘당 후보를 찍을 수 있냐!"라는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 새로운 지적 지평을 열어 주었습니다. 역사적 서사의 힘입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역사적 서사는 사도신경입니다. 예수의 고난-죽음-부활(승리)-심판(구원)입니다. 핵심은 고난(피와 눈물)입니다.
민주진보 팔이들은 고난 받아 죽음을 당한 자 내지 (사악한 자들에 의해) 십자가에 매달린 사람들을 수없이 열거 합니다. 김구, 노무현, 5.18 희생자들, 이한열, 전태일 등 수많은 민주, 노동 열사들, 인혁당 8열사, 일제하에서 독립운동이나 의병운동 하다가 스러진 의사들, 동학농민운동 과정에서 스러진 농민들 등. 최근에는 4.3 폭동의 (무고한) 희생자들까지 이 반열에 올리려 합니다. 정조 사후 노론 세도정치에서 부터 민주진보의 서사를 써내려 가면, 1811년 홍경래의 난에 참여했다가 희생된 자들까지 추가 할 수있을 겁니다. 당연히 이들을 기념하는 무수히 많은 노래와 시와 소설이 있습니다. 저도 참 좋아했고, 지금도 입에 붙어 있습니다.
썼던 글을 또 써는 것은 자유, 보수, 중도, 우파, 애국, 상식, 양심 등으로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역사적 서사의 중요성을 너무 간과하는 것 같아서 입니다.
2007년 여의도통신이 국회의원 299명을 대상으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입니까?’(답변 263명, 미답변 36명)라는 설문 조사를 했는데,
백범 김구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승만을 선택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당시 김구를 1순위로 선택한 의원은 79명인데, 2순위와 3순위까지 합치면 모두 89명이었습니다. 김구는 모든 정당, 성별, 지역, 연령의 지지를 골고루 받았습니다.
이 조사에서 존경하는 인물 1순위 선택자는 이순신(31명), 정약용(16명), 세종대왕(10명), 아버지(8명), 링컨(7명), 간디(6명), 안창호, 전태일, 장준하, 안중근, 루즈벨트(이상 4명), 문익환, 박정희, 신채호, 김대중, 정조대왕, 만델라, 대처(이상 3명) 등 순이었습니다.

2017년 4월 세계일보의 조사에 따르면 15~18대 유력 대선 후보를 상대로 조사를 했을 때도 김구가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이인제, 노무현, 정동영이 김구를 선택했습니다. (10만원권 지폐 인물 후보 1순위도 김구 였습니다)
박태준이 박정희 대통령에게서 받은 아현동 집을 박원순의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고, 이명박이 서울시장 하면서 받은 4년치 연봉 전액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한 것은 민주진보의 역사적 서사(3.1운동 4.19, 5.18 등 시위 투쟁과 희생 중심 서사)가 보수에 부과한 부채의식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자유, 보수를 파는 사람들 상당수는 역사적 서사 문제가 나오면, 찬란한 서사가 있다고 말합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 건설(건국과 북중소 3국 합작 침략 분쇄)-산업화(한강의 기적)-민주화-남북 간의 확연한 발전/문명 격차를 얘기합니다.
그런데 1945년부터 서사를 구성하면, 서사에서 가장 중요한 질긴 고난과 피해가 없어 집니다. 그리고 구원, 즉 국가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과 비전이 흐릿해 집니다.
이승만은 해방직후부터 가장 유명한 독립투사였고, 건국 대통령이었습니다. 고난과 희생은 이북에서 박해 받고 탈출한 서북민(엘리트)들과 6.25 전몰 장병들입니다. 박정희의 만주군관학교-남로당 군사조직 참여-5.16 쿠데타 경력도 참 거시기 합니다.
긴 얘기 짧게 줄이면, 자유 보수 중도 애국 상식 양심 등으로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푸는 사람들은 개항 이후 수구 위정척사파와 대립하면서 엄청난 고난을 겪었던 문명개화파를 조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게 역사적 사실에 부합 합니다. 민주진보와 북한은 위정척사파의 후예이고, 자유 보수 중도 상식 시민/정치세력은 문명개화파의 후예입니다.
문명개화파는 실학파의 후예들, (복음, 교육, 의료와 새로운 세계관을 가지고 온) 개신교 선교사들, 조선의 압제와 차별에 울던 천민, 농공상인, 여성들입니다. 선진=서구문명(교육, 의료, 과학기술, 법치 등)에 환호하던 사람들입니다. 돈 벌려고 기업을 일으킨 사람들과 일본에 돈 벌러 간 사람들도 문명개화파의 범주에 넣을 수 있습니다.
요컨대 역사적 서사의 시간대를 좀 확장하면, 이승만, 안창호, 김성수와 서북지방 유산자/엘리트/기독교인 등 건국의 아버지들은 처절한 고난과 위대한 승리의 스토리가 보입니다. 윤치호, 박정희, 박태준 등의 인생 스토리도 전향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45년부터 서사를 시작하면 건국의 아버지, 어머니들의 기나긴 고난과 고민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항일독립운동, 그것도 무장독립운동을 중심을 정통에 놓으면 김일성, 김원봉 같은 자들이 빛나고,
윤치호, 김성수, 박정희, 박태준 등은 악질 친일파나 변절자, 기회주의자로 되고, 이승만은 외교 독립청원이나 일삼던 자가 됩니다.
국가도, 정치집단도, 개인도 나름 감동적인 서사가 있어야 합니다. 그 서사에 부합되는 인물, 특히 십자가에 매달린 희생자와 죽음에서 부활하여 새로운 나라를 만들 것 같은 영웅이나 메시아가 있어야 합니다. 민주 진보 팔이들에게는 그런 것이 있습니다.
서사에는 고난과 승리와 구원=희망(감동과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 같은 비전이나 인물)이 있어야 합니다.
27년 검찰 관료 출신이자 정치 초년생 윤석열에 많은 국민들이 환호한 것은 나름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어서 입니다. 이는 이재명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어제(4.😎 금요일 어떤 포럼에 갔더니 나경원 전의원이 윤석열의 스토리를 이렇게 요약하더만요.
정의감 "여당이든 야당이든, 우파든 좌파든, 진보든 보수든 법을 어기면 좌고우면 않고 수사"
용기 "폭주하는 권력' 앞에 헌법과 법치주의 깃발을 들고 막아선 '검객(劍客)' "대한민국 시스템 및 법·원칙·소신을 지키기 위해 할 말을 하고, 은폐된 진실을 증언하고, 추미애 전 장관, 3차례나 수사지휘권 박탈 + 법무부 감찰을 통해 정직 2개월 징계, 법원 소송 끝에 2020년 12월 말 징계 집행 정지 결정을 받아 검찰총장 직무에 복귀 "
그런데 윤당선인이 짧지만 강렬한 고난과 승리의 서사에 의해 대통령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각료 인사에서는 이런 서사를 너무 의식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감동적인 고난과 승리와 희망의 서사를 무시해 버리고 인선을 하면, 국정 경험자 중에서 사람을 찾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 출신들은 적폐 수사 때문에 악연과 불신이 많을테고, 그러면 남는 국정경험자들은 mb정부 출신, 노무현정부 출신(김병준 등), 김대중정부 출신이 남습니다. 노무현정부 출신은 민주당의 주력인데 반해 김대중정부 출신은 민주당에서 노선이나 연령 문제로 팽 당했기에, 결국 mb정부 출신과 김대중정부 출신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 대한민국은 문명개화파에서 출발한 건국 신화 아니 서사를 새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 자유 보수 중도 상식 세력도 감동적인 역사적 서사(스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 그리고 윤정부의 주요 인선에서도 가능한 한 고난-승리-희망(비전, 경륜, 실력 등)의 서사가 있는 사람들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 "저 사람을 왜 저 자리에 기용했지?" 설명이 잘 안되는 사람(윤, 안이나 윤핵관, 안핵관과 좋은 인연 외에 별로 설명할 것이 없는 사람)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 김구, 노무현 숭모 현상과 윤석열 현상이 말해주듯이 한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유형은 기회주의자 출세주의자입니다. 소신 원칙 강단을 갖춘 실력자를 선호합니다.
아무튼 사람도 감동과 기대를 가지게 하는 스토리가 필요하고, 정치세력도, 국가도 마찬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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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yung Mok Lee
    박근혜 이회창은 존경하는 인물 선정에 진정성이 느껴지지만 김대중은 좀 생뚱맞다. 서재필은 한양 최고의 명문가 대구 서씨 집안의 엘리트로서 고향은 충남 은진, 김대중과는 삶의 궤적이 전혀 다른 인물. 서재필은 미국 체류시 교민 집회에서 연설할 때 강연료를 안 받았고 오히려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참석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평생 남의 돈으로 살았던 김대중과는 인생관 자체가 다르다. 율곡 역시 벼슬에서 물러났을 때 호미를 만들어 생계를 유지했지 남의 돈을 탐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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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영수
    무에서 시작해 갑자기 정권을 잡은 만큼 일단 본인이 안정을 찾으려면 내각에 검증된 사람을 쓰려는 심리가 생기지 않을까요.
  • 이헌목
    "사람도 감동과 기대를 가지게 하는 스토리가 필요하고, 정치세력도,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중요한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이 말씀을 누가 어떻게 실천되게 할 것인가?
    • 이헌목
      먼저 깨친 김소장님 같은 분이 나서셔야죠.
  • 김국성
    감동 보다 실용을 선택하는 거지요.
  • 마용철
    이명박 안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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