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2

[김조년] (지도자들부터) (영적) 혁명을 해야지

[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혁명해야지 < 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금강일보

[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혁명해야지
기자명 금강일보   입력 2023.01.10

한남대 명예교수

나는 새해 초하루에 나와 내가 사는 이 시대가 어떤 모습이라야 할까를 곰곰이 조용히 깊이 생각하여 보았다. 물론 어제 떴던 해와 오늘 떠오르는 해가 다른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것들이 물질이기 때문에 약간 늘었든지 죽었든지 어떤 변화가 그 자체에 있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라지기 전에는 어제 떠오른 해나 오늘 떠오른 해는 달라진 것이 없을 것이라고 나는 느끼면서 살 것이다. 그런데 내 맘은 좀 다르게 모이고 흩어진다. 일단 새해라고 설정해 놓은 이상 그것이 끝날 때나 시작할 때는 나를 좀 갈무리하고 내가 사는 사회를 생각하여 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그래서 언제나 같이 나는 올 한 해를 행복하게 살고 싶고, 우리 사회도 평화롭고 행복하면 좋겠다고 깊게 생각했다. 그래서 맘을 모아 나나 친구나 우리 사회가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뜻으로 ‘건강하고 평화롭게’라는 문구를 붓글씨로 썼다. 그것을 가까운 친구들에게 새해에 그렇게 살면 좋겠다는 간절한 맘을 넣어 보냈다. 이런 나날을 며칠 보냈다.

새해가 되면 우리 모두는 다 서로 덕담을 하고 좋은 기운을 주고받는다. 옛날부터 정월초가 되면 사람들은 맘과 행동과 말을 조심하면서 살았다. 그 때 화를 내면 한 해 내내 화를 내고, 그 때 싸우면 한 해 내내 싸우게 된다고 여겨 조심에 조심을 하면서 지냈다. 
그런데 한반도를 둘러싼 지역에는 매우 무서운 말폭탄과 불안을 주는 말들과 분위기가 정초부터 가득하다. 남북한의 정치 최고 책임자들이 서로 다시는 상종할 것이 아닌 것들에게나 던질 아주 강력한 적대하는 말을 공식으로 선포하였다. 나는 그런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사람들에게 그 자리가 맞지 않고 능력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민들에게 공포와 불안을 조성하는 것이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할 일은 아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모든 시민들이 안전하고 평안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책무가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냥 간단히 말을 가볍게 던지면서 불안을 조성한다. 자격이 없는 것이지.

나는 우리가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인류의 역사는 그것을 향하여 왔다고 본다. 그래서 과학기술도 개발하고 발전시켰고, 그것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각종 문명의 이기 덕분으로 안락하게 살게 되는 것이 일반 흐름이다. 그러는 동안에 종교와 정치와 문화 차원에서 탁월한 ‘혁명’들도 있었다. 어느 의미에서는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는 차원에서는 프랑스 혁명이나 러시아 혁명을 혁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내가 보는 혁명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혁명들이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근본으로부터 달라지게 한 것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보는 혁명에는 미치지 못한다. 왜 그러할까?

나는 여기에서 두 사람을 간단히 생각하여 본다.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 14세요, 우리 한국의 함석헌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혁명을 이야기하였고 하고 있다. 그분들을 따라 나도 끊임없는 혁명을 말한다. 지금도 나나 사회가 함께 혁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혁명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기본이라 보기 때문이다. 내가 남을 얕잡아보거나 힘들게 할 때 나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불안하다. 사회나 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존경하듯이 남을 존경하고, 나를 사랑하듯이 남을 사랑할 때 나는 행복감을 느낀다. 사회나 나라도 그러할 것이다. 그렇게 느끼게 하기 위하여 나는 몇 가지를 맘에 작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모든 사람은 그 속에, 그 속성으로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을 존중해주면 언제나 놀랍게 귀하고 아름다운 기운이 폭발하듯이 널리 퍼져서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는 믿음으로 산다. 
이것이 개인이나 집단, 사회, 나라들 사이에서도 똑 같이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되지 않을까? 

그것을 함석헌은 이렇게 말한다.


“제가 못 보는 것은 보기 싫다고, 제가 못 먹는 것은 맛이 없다고, 제가 못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현실이니 공상이니 정통이니 이단이니 참이니 거짓이니 선이니 악이니./ 산 채로 먹을 줄을 몰라 밤낮으로 잔 칼질을 하는 인생, 생명의 깃 끄트머리를 쓸어 제 주위에 성을 두르고 그것을 안전한 세계라 믿는 인생, 그 세계란 얼마나 큰 거냐? 몇 날이 가는 거냐? 일생을 두고 제 무덤을 쌓는 인생.”(함석헌) 
바로 이런 차원의 삶을 살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서 조금 눈을 들어 우리의 한계상황을 느끼고 겸손히 자신을 살핀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혁명은 바로 위에 말한 것들을 뒤집어 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함께 하는 일이다. 

그 방법을 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제안한다.

“우리에게는 분명히 혁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정치 경제 심지어 기술혁명도 아니다. 지난 20세기 동안 그러한 혁명을 충분히 경험한 결과 우리는 밖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내가 제안하는 것은 인간의 영적 혁명이다.”(달라이 라마) 

이것은 종교지도자의 말만은 아니다. 아주 많은 온갖 고통을 거친 다음, 개인과 온 세계가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기를 온 존재로 바란 한 절망한 사람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나는 그런 치열한 삶을 살아보지 못했지만, 인간의 근본혁명,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는 사랑과 자비가 개인의 생황이나 사회체제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의 인간혁명을 경험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일단 공공한 일을 하겠다고 나선 남북한의 대통령이나 국무위원장이 스스로 사랑과 자비의 인간혁명을 체험하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불만으로 가득하고 화를 품고 있는 험상궂은 그들의 얼굴이 속으로부터 바뀌어 평화롭고 부드럽고 안온한 모습으로 일반 시민들에게 비치도록 바뀌면 좋겠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