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2

손민석 - 뉴라이트가 건국절을 주장하게 된 데는 김일영의 역사관이 주요하게 작용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손민석 - 뉴라이트가 건국절을 주장하게 된 데는 김일영의 역사관이 주요하게 작용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김일영은... | Facebook

손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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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가 건국절을 주장하게 된 데는 김일영의 역사관이 주요하게 작용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김일영은 과거 어느 토론회에서 권위주의적 정체와 전체주의적 정체 중에 어느 것이 더 좋은 체제인가에 대해 분석하는 글을 발제한 적이 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는 결코 이 두 정체 중 어느 것이 그 자체로 좋다고 주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서 그가 중점을 두었던 것은 어떠한 정치체제가 체제개선의 여지를 더 많이 지니고 있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다시 말해서 북조선과 같은 전체주의 체제와 한국과 같은 권위주의 체제 중 후자에 체제개선의 여지가 더 많았기에 후자를 선택한 것이 어느정도 정당화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주장의 근간에는 한국이라는 정치체제의 권력 정당성은 애당초, 건국 과정에서 원천적으로 획득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이후의 수많은 선택의 누적 속에서 획득되는 것이라는 논리가 있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적 질서는 건국 당시에 주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이들의 주체적 결단 속에서 부단히 수정되며 형성되었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그러한 수정의 여지를 어느 정치체제가 더 많이 지니고 있는지 여부라는 게 김일영의 생각이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전체주의 체제로 나아간 북조선에 비해 한국이 더 우월한 정치체제를 선택했다고 주장하며 건국의 정치사적 의의를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체제 수정의 여지를 중시했다는 점에서는 세련된 논리지만, 그런 식으로 치자면 북조선을 제외한 수많은 국가사회주의, 전체주의 체제들도 다 1990년대 이후 시장경제로 전환되며 체제수정의 여지를 지니고 있었기에 한반도의 두 정체를 갖고 지나친 일반화를 시도한다고 볼 수 있지 않나 한다. 권위주의적 정체와 전체주의적 정체를 비교정치학적인 맥락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더 숙고의 여지가 필요한데, 이영훈은 김일영의 논리를 더 급진적으로 확장시켜서 이승만, 박정희는 "독재자"가 아니라는 말장난을 하기에 이르렀다. 전체주의 체제의 지도자만이 '독재자'라 불리울 수 있다는 그의 논리는 대중적으로뿐만 아니라 학술적으로도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좌파의 입장에서 권위주의적 정체와 전체주의적 정체를 어떻게 비교하여 파악할 것인가, 더 나아가 그것을 한국 현대사의 분석에 어떻게 적용하여 분석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치학 연구자들과의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한데 그쪽은 별 관심이 없을 듯하고.. 좌파적 입장에서 정치학 연구하시는 분들도 갈수록 적어져서 그냥저냥 유야무야 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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