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2

평양과기대 교수진, 방북 위해 비자 신청 — RFA 자유아시아방송 2024

평양과기대 교수진, 방북 위해 비자 신청 — RFA 자유아시아방송

평양과기대 교수진, 방북 위해 비자 신청
워싱턴-서혜준 seoh@rfa.org
2024.02.12

2014년 5월 21일 촬영된 평양과학기술대학 건물.


앵커: 북한의 유일한 사립 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학’의 교수진이 평양을 방문하기 위해 비자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온라인, 즉 화상으로 진행하던 수업이 다시 대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는데요.

이런 가운데 북한은 미국 회사의 프로그램인 ‘스카이프’를 이용한 화상 수업과 더불어 온라인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모든 학생이 혜택을 누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과기대 교수진, 3월 학기 앞두고 비자 기다려

코로나 대유행 이후 북한을 떠났던 평양과학기술대학교(평양과기대) 교수진이 재방북을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찬모 평양과기대 명예총장은 최근(2월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오는 3월 봄학기 개강을 앞두고 외국인 교수들이 북한 방문을 위해 비자를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명예총장은 총 몇 명의 교수들이 비자를 신청했는지 구체적인 숫자는 밝히지 않았지만 “(준비가 돼) 갈 수 있는 사람들”이 비자를 신청한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단, 이중에는 미국 국적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찬모] 3월 학기를 위해서 비자 신청을 한 상태예요. 보통은 학기가 3월 첫째 월요일에 시작하는데, 그날에 임박해서 비자가 나와요. 비자는 중국의 베이징이나 심양에 있는 북한 대사관 또는 영사관에서 받거나, 영국에서 가시는 분들은 영국에 북한 대사관이 있거든요. 거기서 비자를 받아요.

2020년 1월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했던 북한이 지난해 8월 국경개방과 함께 고려항공 운항을 재개하고, 지난 9일에는 러시아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등 인적 교류를 확대하는 가운데, 평양과기대 교수들의 방북을 계기로 해외 대학과 연구소 간 협력에도 본격적인 시동이 걸릴 전망입니다.

평양과기대는 북한의 유일한 사립 대학으로, 2017년 미국이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시행하기 전까지 미국에서 60명의 교직원이 파견된 것을 비롯해 영국에서 10명, 한국에서 7명 등이 초청되면서 총 126명의 교직원이 평양과기대 소속으로 방북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대유행에 따라 지난해 봄학기에는 학부생이 510명, 대학원생이 100명으로 줄었고, 교직원은 65명으로 감소했습니다.

박 명예총장은 현재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평양과기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지만, 일부 한국인 교수들과 기타 직원들의 방북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찬모] 평양과기대는 남북 공동 프로젝트잖아요. 북한의 교육성과 한국의 통일부가 공동으로 허가한 것이기 때문에 혹시 평양과기대에도 영향이 있을까 걱정이 됐는데, 다행히 교수들은 2월에 비자가 나올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확실히 장담은 못하지만, 북한에서 온 소식을 들으면 교수들은 (비자 발급이) 될 것 같고...

또 박 명예총장은 그동안 국경 봉쇄로 해외에 발이 묶였던 유학생들이 지금은 모두 북한에 돌아갔고, 해외 유학을 준비 중이던 북한 학생들은 곧 떠날 수 있을 것이라며, 평양과기대의 유학 준비담당 부서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 코로나 이후 온라인 교육 적극 활용

조선익스체인지’가 지난 해 3월 북한과 진행한 온라인 세미나. / Choson Exchange

평양과기대가 북한에서 유일하게 인터넷이 개방된 대학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외국인 교수진의 입국이 중단됐을 때 비대면 교육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화상통화 프로그램인 ‘스카이프(Skype)’를 이용해 수업을 진행해왔다는 겁니다.

[박찬모] 학생들 졸업은 시켜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외국인 교수들이 가르치는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합니다. ‘스카이프’만 쓰고, 그렇게 (온라인으로) 가르치면서, 온라인으로 가르칠 교수가 없는 과목은 ‘김책공업종합대학’이나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컴퓨터기술대학’ 등에서 온 강사가 가르치죠.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비영리 민간단체인 ‘조선익스체인지’(Choson Exchange)도 지난 1월 23일 발표한 ‘2023년 연간 보고서’에서 코로나로 국경이 닫힌 지난 3년 동안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는 “2023년에 수백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3개의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며 “북한의 신진 기업가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디지털 공간에서 계속해서 번창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단체는 코로나 대유행 이전까지 매년 두 차례씩 북한을 방문해 젊은 북한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경제 관련 설명회와 연수회를 개최해 왔는데, 지난 2021년부터 화상 회의를 개최하면서 대화와 교류를 위한 새로운 창구를 확보했다는 겁니다.

또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의 소리’를 비롯해 선전사이트인 ‘내나라’와 해외홍보용 주간지 ‘평양타임즈’ 등도 온라인 교육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평양타임즈’는 지난 1월 21일 “생산 증대의 핵심인 신기술”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발전소 관리의 중요한 측면은 인재 양성을 위한 신선한 방법론”이라며 “온라인 교육 체계에서 공부하는 직원들에게 매일 보충 강의를 진행하도록 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조선의 소리’도 1월 31일, “평양 대학들이 원격교육체계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인트라넷 강의를 제작하고 있는 장면. / 연합뉴스

그러면서 북한 매체는 온라인 교육의 장점을 소개하면서 이를 활용한 교육 창구를 확대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온라인 교육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문가의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던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2월 2일) RFA에 북한이 사용하는 인터넷 연결망인 ‘인트라넷’, 즉 ‘국가망’이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접속이 가능한 인터넷과는 다르기 때문에 온라인 교육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인트라넷이 북한 전역에 깔려있지 않기 때문에 대형 공장이나 연구소, 도시를 벗어난 외곽 지역에서는 이마저도 사용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입니다.

[김흥광] 망이 인트라넷이라도 한국처럼 조밀하게 깔리지 않았단 말이죠. 돈 있는 사람들은 인트라넷을 깔았지만,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인트라넷을 집 안까지 끌어들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또 산골마을에도 (국가망이) 못 가는 거고요.

또 김 대표는 북한이 이같은 온라인 교육으로 기술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과거 종이를 이용한 교과서를 대신해 북한 전국의 동일한 교재를 전자화하는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흥광] ‘김책공업종합대학’이나 ‘김일성종합대학’, ‘원산경제대학’ 등에서는 온라인 교육이라고 하는 게 결국은, 디지털 콘텐츠를 수업에 많이 활용하는 거죠. 예전에는 교사가 종이에 그린 걸 강의할 때마다 그림을 펼쳐 넘기면서 보여준 다음에 또 다시 말아서 가져가요. 근데 이게 원만하지 않아요. 또 북한은 한 대학의 모든 강의장마다 (LCD 모니터를) 다 설치하지 못했거든요. 지금 한창 해나가고 있는 그런 단계입니다.

결국, 북한이 온라인 교육과 기술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에는 교육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고, 주민의 복지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정책임을 깨달았을 수 있지만, 북한 체제의 특성과 제한된 기술력 탓에 모든 학생이 혜택을 누리기에는 한계가 뚜렷한 실정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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