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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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반아칼럼] '시민중심' K-중립화 운동
기자명 김반아 객원편집위원
입력 2024.07.12 

냉전시대의 중립화 운동은‘한반도 중립화 운동’이라 불렀다.

냉전 시대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강대국의 힘겨루기 한가운데 놓여 끊임없는 긴장과 대립이 이어지는 불안한 상황이었다. 현재의 미중 갈등은 이러한 냉전적 요소를 결여하고 있으며,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다극화 시대의 특징을 보인다. 다극화 시대는 미국과 중국 외에도 유럽연합, 러시아, 인도 등 여러 강대국이 부상하면서 국제 질서가 다원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다극화 시대에는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외교 전략을 구사하며, 특정 국가나 진영에 편향되지 않고 실리적인 외교를 추구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부 지식인과 사회 운동가들은 강대국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주적인 국가를 건설하고자 '한반도 중립화 운동'을 향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냉전 시대의 중립화 운동은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했다. 미국과 소련은 각자의 이념과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 했고, 이는 한반도 중립화 운동의 이상과 충돌했다. 또한, 남북한 간의 깊은 이념적 대립과 불신은 중립화를 위한 대화와 협력을 어렵게 만들었다. 결국 냉전 시대의 중립화 운동은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은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을 극복하고 자주적인 국가를 건설하고자 했던 민족의 열망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사례로 남아 있다.



다극화 시대가 요청하는 새로운 양상의 중립화 운동


다극화 시대의 중립화는 특정 국가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국가들과 균형 잡힌 관계를 유지하며 자주적인 외교를 펼치는 것을 의미한다. 각 국가의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조율하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리적인 외교 전략을 통해 국가의 자율성과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냉전 시대의 한반도 중립화’ 개념을 넘어 ‘다극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중립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단순히 군사적 중립을 넘어 경제, 문화,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균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국제 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다극화 시대의 중립화는 단순한 이상이나 구호가 아니라 치밀한 전략과 실천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 정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균형 잡힌 시각, 그리고 유연하고 실용적인 외교 전략이 필수적이다. 과거에는 중립화가 군사적 측면에 집중되었지만, 이제는 경제, 문화,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 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다른 나라와 협력하여 국익을 증진하는 적극적인 중립화 전략이 필요하다.



흥미롭게도, 한국 시민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형식적인 운동은 없었지만 자주와 평화를 추구하며 중립국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왔다. 1904년 고종의 중립국 선언은 비록 선언에 그쳤지만, 한국의 자주적인 외교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70년이 흐른 후, 한국 시민들은 교육, 경제 자립, 문화적 다양성 존중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중립국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왔다.



과거 한국은 냉전 시대 이념 대립과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면서도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를 조율하는 데 한계를 보였고, 이는 한국의 외교적 입지와 자율성을 제약했다. 하지만 21세기 다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한국은 문화 강국으로서 새로운 형태의 중립화를 모색할 기회를 얻었다. K-POP, 드라마, 영화 등 한류 콘텐츠의 세계적인 인기는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고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문화적 영향력은 외교적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새로운 형태의 중립화 개념을 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새로운 '시민중심 K-중립화' 의 변화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문화 교류를 통한 중립화: 과거 군사적, 정치적 중립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문화 교류를 통해 국가 간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고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한류 콘텐츠를 매개로 다양한 국가들과 문화 교류를 확대하고 상호 이해를 증진함으로써 외교적 갈등을 완화하고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가치 중심의 중립화: 특정 국가나 이념에 편향되지 않고, 인권, 민주주의, 평화 등 보편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외교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한다. 이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도덕적 리더십을 확보하고 국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중립화: 과거 수동적인 중립 자세에서 벗어나 국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하는 능동적인 중립을 추구한다. 국제 분쟁 해결, 인도적 지원, 기후 변화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고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다자 협력을 통한 중립화: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국제 문제를 해결하고 국익을 증진한다. 다자 외교 무대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지역 협력체를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하며 국제 사회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한다.

이러한 새로운 중립화 개념은 한국이 문화 강국으로서의 강점을 살려 국제 사회에서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평화와 번영을 이끌 가능성을 제시한다. 문화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보편적 가치 중심의 외교 정책을 추진하며,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국제 협력에 참여하고, 다자 협력을 통해 국익을 증진함으로써 한국은 다극화 시대의 세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중립 국가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4. 문화강국 K-중립화 운동의 주체와 참여, 방식의 변화

과거 냉전 시대 중립화 운동은 소수 엘리트 중심이었지만, 다극화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중립화 운동은 시민 사회 전체의 참여로 서서히 탈바꿈 해가고 있다. 시민 의식 성장, 사회 참여 확대, 정보 접근성 향상이 이러한 변화의 주요 요인이다.


'좋은 사회 만들기' 운동은 이미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되고 있다. 지역 농산물 소비, 사회적 기업 지원, 재생 에너지 생산 참여 등은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중립화를 실천하는 대표적인 예시다.

이러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중립화 운동의 저변을 넓히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경험은 새로운 중립화 운동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즉, 다극화 시대의 K-중립화의 대중화는 시민들의 힘으로 되어져 갈 것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며, 이러한 변화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함께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K-중립화 운동의 핵심이 될 것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일어나는 시민중심 중립화 운동은 꾸준히 발전하면서 한국 사회를 지구촌의 모범이 되는 성숙한 사회로 만들어 갈 것이다.
다극화 시대의 중립화 물결은 한국이라는 국가 사회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 사회의 평화를 향하여 일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운동을 'K-중립화 운동'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주 적합하다. 'K-'는… K-Pop, K-드라마 등의 위상이 잘 보여주고 있듯 한국이라는 국가적 개념을 넘어 세계를 이끌어 가는 국제적인 브랜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K-중립화 운동은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시민들이 평화와 공존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글로벌 운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김반아, 한반도평화운동가, 생명모성연구소 소장
아름다운 우리 고장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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