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2021 우희종의 '생명']원칙과 공정, 물어야 할 형님은 테스형인가, 소로형인가? 2021

[우희종의 '생명']원칙과 공정, 물어야 할 형님은 테스형인가, 소로형인가?

[우희종의 '생명']원칙과 공정, 물어야 할 형님은 테스형인가, 소로형인가?
우희종등록 2021.07.14 

우희종 서울대 교수·(재)생명정치 이사장
▲ 우희종 서울대 교수·(재)생명정치 이사장
 

사회개혁을 통한 원칙과 공정을 요구하는 촛불 시민에 의해 탄생한 것이 현 정부다. 또한 요즘 MZ세대도 원칙과 그에 따른 공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은 여러 조사로부터도 잘 나타난다.

 

그런 MZ세대가 사회 적폐 청산의 시도로서 검찰 개혁을 하려던 정부와 인권 말살의 추태마저 보이며 저항한 검찰 권력 간의 갈등을 보면서 오히려 현 정부를 원칙과 공정을 지키지 않는 내로남불 정부라고 말한다. 이렇게 서로 원칙과 공정을 말하고 있음에도 전혀 같이 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 MZ 세대와 촛불 정부 간의 공정과 원칙의 차이는, 촛불혁명으로 인해 야당으로 전락해 20대 총선에서마저 대패한 국민의힘당과 조중동이라고 하는 주류언론이 앞장서서 왜곡 조장하는 면이 있지만, 단지 그런 외부 선동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것은 서로 요구하는 공정과 원칙의 역사 인식 차이에 기인한다. 사회의 주어진 규칙이나 틀을 강요받으며 당장 사회 기존 체제에 안착해야 할 MZ 세대에게 사회 규칙이나 틀을 지켜달라는 요구는 자연스럽고 또한 절박하다.

 

한편, 해방 이후 미군 점령군의 치안 유지 목적에 의해 청산되지 못하고 면면히 내려온 일제 부역자 집단이 형성해온 사회 기득권 구조를 해체시키고,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공정한 원칙이 존중되는 사회를 요구하는 촛불은 친일군사 기득권자들이 만든 사회 규칙이나 틀을 새롭게 짜는 개혁을 요구했다.

 

굳이 부패 청산이라고 말하지 않고 70년 적폐 청산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자는 기존의 현행 질서와 틀에 따르면서 개선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고, 후자는 역사성에 기반해 기존 원칙과 틀을 거부하는 개혁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런 차이로 말미암아 신자유주의의 무한 경쟁 사회에서  주어진 기존 사회 구조에 편입되어야 하는 MZ 세대에게 70여 년 이래 굳어진 친일 기득권 사회의 구조와 원칙을 넘어서려는 촛불 정부의 시도는 주어진 원칙을 지키지 않는 오만하고 불공정한 모습으로 보인다. 기존 틀을 일방적으로 깨는 내로남불이다.

일전에 원로가수가 살기 힘든 오늘 세상을 말하면서 테스형을 찾았다. 과연 테스형에게 묻는 것이 정당했을까? 기존법에 길들여져 악법도 법이라면서 그 원칙을 지키겠다는 입장도 있지만, 인류 역사의 사회 발전은 기득권이 만든 사회 원칙과 틀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과 불복종에 기인한다. 그 점에서 테스형보다는 정당한 목적을 위한 시민불복종을 제시한 생태주의자 헨리 소로, 그 소로형에게 묻는 것이 타당하지 않았을까.

우리 사회가 과거에 기반한 역사적 흐름의 결과임을 아는 이들이 말하는 원칙과 공정, 그리고 당장 취직과 주택 마련에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의 원칙과 공정, 이 둘의 차이는 누가 옳고 그름의 문제 이전에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이다.

 

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청산되지 못한 역사의 몫으로서 친일 부역자들은 대대로 호의호식하며, 민족과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이들은 스스로 변절하지 않는 한 후손마저 가난 속에 허덕여 온 우리 사회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고, 
이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친일 기득권 집단이 만들어 놓은 현재의 사회 구조를 수용하기보다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재의 적폐 기득권이 더욱 권력을 강화시켜 길들여진 이들을 착취할 수 있는 사회 구조에 대한 촛불의 개혁요구는 당장의 개인 문제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 의식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그 인식의 차이를 극복해 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것이 20년 진보 정부가 유지될 수 있는 길이며, 조중동이 선동하는 원칙과 공정 요구에 부응하는 식으로 움직이는 것은 여전히 적폐 기득권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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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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