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Yu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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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슬그머니 남산행을 쉬기로 한다. 학교에 일찍 가는 날이라는 걸 핑계로.내 '비장한 각오'의 수준이 고작 요 정도다.
'그 나무의 오늘아침 얼굴'대신 올리는 건 그저께 찍은 남산의 다른 풍경들.오른 쪽 사진이 꽃비를 맞을 곳으로 점찍어둔 장소. 몽환적인 분위기로 찍혀 '실물보다 잘 나온'사진이다.^^
일본과의 과거청산에 대해 말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어제와 그제 이의제기를 해 주신 두 분은 나와 함께 '한일연대 21'이라는 모임을 함께 하셨던 분들이다. 그러니 나의 시도가 옳건 그르건 대한민국에서 나는 고독하고 또 고독한 사람인 게 틀림없다.
사실, 일본에 관한 책을 낼 때마다 비슷한 심경이었다. '화해를 위해서'를 낼 땐 '인당수에 뛰어드는 심경'이라고 후기에 썼던 것 같다.
의외로 몇개 일간지들이 주목해 주었지만 책은 팔리지 않았다. 누군가가 '제목이 나빠서' 그랬을 거라고 지적했을 때에야 나는 납득했다. '사죄도 보상도 안 했는데 웬 화해?'라고 생각했을 거라던가.
실은 '화해하자'는 것이 아니라 '화해를 위해서''논의의 지평'을 바꿔보자는 것이었는데.
아무튼 8년이 지나도록 상황은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더 나빠졌다.그러니 자괴감과 무력감을 느낄 수 밖에.
그래도 또다른 시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건 한국에서 일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나름의 '책임'을 지고 싶기 때문이다.'평화'를 만들지 못한 책임.차세대에 또다시 불화를 물려주지 않기 위한 책임.
보수의 정치경제논리에 저항하면서 '역사화해'에 대해 말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일본을 향해 일본을,한국을 향해 한국을 비판하는 일도 생각보다 에너지가 필요하다. 매일 줄타기를 하는 느낌.
내일은 남산에서 맑은 공기를 더 마시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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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Young Park
선생님 힘내세요..선생님의글에 의견을 말할 식견조차없습니다만,한가지분명한건 그러한선생님의 노력은 감동그자체입니다..존경합니다^^
11 y
Taebak Ko
쉽지 않는 '작업'은 누구라도 핱수있는 일이 아니예요^^
11 y
Park Yuha
격려의 말들,고맙습니다. 아침엔 좀 센치해졌었지만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분명히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도 느낍니다. 컵의 물이 반이나 채워졌는데 반밖에 없다고 투정부린 꼴이네요.^^
11 y
Daul Jang
솔직히 최근에 컵 밑에 구멍으로 조금씩 새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긴 호흡으로 갔으면 합니다.
11 y
Park Yuha
정혜경 선생님, 벌써 11년이 지났네요.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럭저럭 건강해 대화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한 마음이 드는 아침이네요.
5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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