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모순은 친일 미청산과 분단"
김원웅 광복회장 광복절 기념사, "친일파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박창덕
기사입력 2021-08-16
김원웅 광복회장은 15일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독립운동가들이 꿈꿨던 나라, 어떤 나라였을까"라며 "일제에 빌붙어 동족을 배반한 자들이 입법, 사법, 행정의 최고위직을 차지하는 나라는 아니었다. 외세에 의해 분단된 나라에서 남북의 형제들이 서로 가슴에 총구를 겨누고 싸우는 나라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또 "한국 사회의 모순은 친일 미청산과 분단"이라며 "최근 독일 검찰은 나치수용소 간수였던 100세의 노인을 법정에 세웠다. 만약 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나 독일에서 나치 협력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권력을 잡게 했다면 이것 자체가 범죄행위로 처벌당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우리 국민은 독립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친일 정권과 맞서 싸웠다"며 "4.19혁명으로 이승만 친일정권을 무너뜨렸고, 국민 저항의 정점에서 박정희 반민족 군사정권은 자체 붕괴되었다. 전두환 정권은 6월 항쟁에 무릎 꿇었고, 박근혜 정권은 촛불혁명으로 탄핵되었다. 국민들은 친일에 뿌리를 둔 역대 정권을 무너뜨리고, 또 무너뜨리고, 또 다시 무너뜨리고, 처절하지만 위대하고 찬란한 투쟁의 반복된 승리로 이렇게 우뚝 선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민족 배반의 대가로 형성한 친일 자산을 국고로 귀속시키는 법의 제정에 반대한 세력, 광복절을 폐지하고 건국절을 제정하겠다는 세력, 친일을 미화하는 교과서를 만들어 자라나는 세대에게 가르치겠다는 세력, 이런 세력은 대한민국의 법통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조선총독부에 있다고 믿는 세력"이라며 "촛불혁명으로 친일에 뿌리를 둔 정권은 무너졌지만 이들을 집권하게 한 친일반민족 기득권 구조는 아직도 철의 카르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친일반민족 족벌 언론이 기득권 유지를 위한 거짓과 왜곡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 회장은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이들에게 분노할 줄 아는 젊은이들의 정의감을 믿는다. 아들, 딸, 손녀, 손자의 앞길을 가로막는 절망의 불공정 사회를 만들어온 친일반민족 기득권 세력에 편에 설 참어른은 없을 것"이라며 "민족 정통성의 궤도를 이탈해온 대한민국은 깨어난 국민들의 힘으로 이제 제 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여기서 무릎 꿇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우리의 운명은 우리 힘으로만 개척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 회장은 끝으로 "친일파 없는 대한민국, 이런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며 "이는 독립운동가의 통한이 담긴 참된 애국의 기도"라고 밝혔다.
김원웅 광복회장 기념사 전문은 다음과 같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운동가들이 꿈꿨던 나라, 어떤 나라였을까요? 일제에 빌붙어 동족을 배반한 자들이 입법, 사법, 행정의 최고위직을 차지하는 나라는 아니었습니다. 외세에 의해 분단된 나라에서 남북의 형제들이 서로 가슴에 총구를 겨누고 싸우는 나라는 아니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모순은 친일 미청산과 분단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시 일본이 인도네시아를 점령하고, 네덜란드계 여성 35명을 일본군 위안부로 끌고 갔습니다. 전범 재판에서 일본군 장교 7명이 반인륜죄로 처벌되었습니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한국인 위안부 연행에 대해서는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반인륜죄의 인류에는 백인 여성만 해당되고 아시아 여성은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반인륜죄에 대해서는 시효가 없이 끝까지 찾아 응징한다는 국제사회의 법 논리는 지금도 관철되고 있습니다.
최근 독일 검찰은 나치수용소 간수였던 100세의 노인을 법정에 세웠습니다. 만약 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나 독일에서 나치 협력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권력을 잡게 했다면 이것 자체가 범죄행위로 처벌당했을 것입니다.
1945년 일본 패전 후 미 군정은 임시정부와 광복군을 강제로 해체시키고, 일제에 협력한 전범들을 주요 관직에 기용했습니다. 백인을 학살한 나치는 반인류 범죄로 처벌하면서 일제가 학살한 아시아인은 반인륜죄의 인류에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초대 내각에 참여한 독립운동가 이시영 부통령은 친일세력들의 발호에 손발이 묶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고백하고, 부통령직을 사퇴했습니다. 광복군 출신 이범석 총리 겸 국방장관은 8개월 만에 교체되었습니다. 내각에서는 독립운동가들이 하나씩 제거되었고, 친일파 내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독립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친일 정권과 맞서 싸웠습니다. 4.19혁명으로 이승만 친일정권을 무너뜨렸고, 국민 저항의 정점에서 박정희 반민족 군사정권은 자체 붕괴되었습니다. 전두환 정권은 6월 항쟁에 무릎 꿇었고, 박근혜 정권은 촛불혁명으로 탄핵되었습니다. 국민들은 친일에 뿌리를 둔 역대 정권을 무너뜨리고, 또 무너뜨리고, 또 다시 무너뜨리고, 처절하지만 위대하고 찬란한 투쟁의 반복된 승리로 이렇게 우뚝 선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윤봉길 의사가 상해 홍구공원에서 던진 폭탄에 일본 육군 대신 출신 시라카와 요시노리가 죽었습니다. 백선엽은 얼마나 그를 흠모했던지 시라카와 요시노리로 창씨개명했습니다. 우리 사회 일각에는 백선엽을 국군의 아버지라고 칭송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시라카와 요시노리가 국군의 아버지라면 우리 윤봉길 의사는, 우리 윤봉길 의사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친일 반민족 권력 하에서 독립운동가들은 일제 때 못지않은 탄압을 받았습니다. 고문, 투옥, 심지어 학살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재판정에서는 법복 입은 친일파 출신 대법관과 죄수복의 수갑 찬 독립운동가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독립운동이 죄가 되는 세상에서 그 후손들이 어떻게 잘살 수 있었겠습니까?
친일파들은 대대로 떵떵거리며 살며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지금도 가난에 찌들어 살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 혹독한 불공정이 있을까요? 이 불공정을 비호하는 자들을 방관하면서 공정을 내세울 수 있습니까? 민족 배반의 대가로 형성한 친일 자산을 국고로 귀속시키는 법의 제정에 반대한 세력, 광복절을 폐지하고 건국절을 제정하겠다는 세력, 친일을 미화하는 교과서를 만들어 자라나는 세대에게 가르치겠다는 세력, 이런 세력은 대한민국의 법통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조선총독부에 있다고 믿는 세력입니다. 촛불혁명으로 친일에 뿌리를 둔 정권은 무너졌지만 이들을 집권하게 한 친일반민족 기득권 구조는 아직도 철의 카르텔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친일반민족 족벌 언론이 기득권 유지를 위한 거짓과 왜곡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이들에게 분노할 줄 아는 젊은이들의 정의감을 믿습니다. 아들, 딸, 손녀, 손자의 앞길을 가로막는 절망의 불공정 사회를 만들어온 친일반민족 기득권 세력에 편에 설 참어른은 없을 것입니다. 민족 정통성의 궤도를 이탈해온 대한민국은 깨어난 국민들의 힘으로 이제 제 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무릎 꿇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요? 우리의 운명은 우리 힘으로만 개척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를 스스로 도울 때만 세계도 우리를 도울 것입니다.
친일파 없는 대한민국, 친일파 없는 대한민국, 이런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는 독립운동가의 통한이 담긴 참된 애국의 기도입니다. 감사합니다.
<박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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