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교수논단] 어느 정치부 기자의 요설 - 굿모닝충청 2023

[교수논단] 어느 정치부 기자의 요설 - 굿모닝충청

[교수논단] 어느 정치부 기자의 요설
김동규 동명대 교수
승인 2023.11.2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굿모닝충청 김동규 동명대 교수] 1. 성한용은 한겨레 신문의 얼굴마담 격 정치부 기자다. 나는 평소 그의 논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개혁적 지향에 기초한 견고한 전망보다는, 시종일관 물에 물 탄 듯 타협적인 글쓰기 때문이다. 11월 18일자 주말 판 신문에 그가 쓴, 전면 2페이지 짜리 기사 <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를 읽었다.

주제는 내년 4월 총선이다. 내용을 요약하면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의 모든 정치인들이 내년 4월 총선에 과도하게 올인하고 있다는 거다. 여기까지는 현상 분석이니 그렇다 치자.

둘째는, 그리고 문제는 총선이 지닌 정치적, 역사적 함의에 대한 성한용의 '해석'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내년 총선이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를 분수령이라는 인식, 즉 총선 만능론은 '거짓 선지자들의 요설'이란 거다. 이 문장이 믿기지 않아, 잘못 읽었나 싶어 다시 되돌아가 읽었다.

그런데 진짜로 그렇게 썼다. 심지어 이 같은 총선 만능론이 상대편을 악마화해서 우리 편 유권자를 투표장에 밀어 넣으려는 '스핀닥터(선거기술자)'들의 선거용 전술에 불과하다는 거다. 그가 던지는 결정적 궤변은 이거다. "총선 결과와 민생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 그러므로 "총선에서 어느 쪽이 이기든 국민의 삶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거다.


우리나라 정치시스템을 근원에서 작동시키는 핵심은 대통령과 국회라는 쌍방의 선출직 정치인들이 펼쳐가는 협력이요 경쟁 아닌가. 그렇다면 명색이 유명 정치부 기자 성한용은 지금 독자들 앞에 대놓고 선거무용론 즉 ‘정치 무용론’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2. 과연 그런가? 나는 이런 논리야말로 요설이라고 판단한다. 왜냐하면 그가 유행가처럼 부르짖는 민생 즉 국민의 삶을 좌우하는 것은 반드시 경제 상황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 정권 출범 이후 천지를 뒤덮고 있는, 검찰력을 동원한 권위주의적 강권정치를 보라. 노골적 노동 적대시 정책을 보라. 5공 시절 땡전 뉴스가 ‘땡윤 뉴스’로 부활하고 있는 KBS 등 공영방송 파괴 시도를 보라.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는 이 도저한 반동적 퇴행들은 왜 ‘민생’ 문제가 아닌가?

현 정권 하에서 자행되는 이 같은 민주주의 퇴행은 분배 왜곡과 그에 따른 경제적 고통만큼 대한민국 '국민의 삶(民生)'을 짓밟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역으로 민주주의 제도의 정상적 작동과 훼손된 자유권 및 사회권의 회복이야말로 '민생'을 좌우하는 또 다른 결정적 조건이란 뜻이다.

내년 총선이 나라의 명운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총선의 승패 여부가 윤석열 정권이 보여준 극한 무능의 경제 및 외교 정책. 그리고 그것들과 밀접한 구조적 상관관계를 지닌바 한국 사회의 다가올 파국을 막아내느냐 용인하느냐를 판가름하는 결정적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선거 결과의 영향력은 정치 영역의 제한적 방파제를 넘어 결국 시민들의 생활 경제에까지 쓰나미처럼 밀려들 것이다.

만에 하나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과 그의 ‘사조직’으로서 국민의힘이 승리를 거둔다면 어떻게 될까. 대한민국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낭떠러지로 추락할 것이라는 뜻이다.



3. 상황이 이렇게 불보듯 훤한데, 어떻게 성한용은 총선에서 누가 이기든 '국민의 삶'에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주장을 태연히 늘어놓는 걸까. 그것도 신문의 무려 2면을 통으로 할애해서.

결국 그의 강변은 입법 권력을 결정하는 국회의원 선거의 역사적 의미를 폄하하고 소멸시킴으로써, 정치 허무주의와 무용론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동시에 기득권 체제 유지·고수를 위한 강력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성한용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내년 총선의 결과는 3년 후 다가올 대선 결과에 강력한 인과론적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하다.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과정은 구조적 연속선상에 있으며 양자는 결코 독립적으로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총선승리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예측해 본다.

첫째,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 기능이 증발함으로써, 윤석열 정권의 극우적, 신자유주의적 질주가 가속화될 것이다. 둘째, 반동적 입법 시리즈 속행을 통해 87년 6월 항쟁 이후 구축된 절차적 민주주의의 몰락을 고착화시킬 위험이 크다. 셋째, 이를 통해 극우정권 영구집권의 지옥문이 열릴 수 있다. 이것이 기우라고 콧방귀 끼고 싶다면, 이웃나라 일본의 자민당 영구집권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기를 바란다. 
김동규
동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 동명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 한국 언론학회 이사 / 한국 광고홍보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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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이런 심대한 퇴행이 예측됨에도, 성한용은 음풍농월 조의 총선 무용론을 대문짝 만하게 유포시키고 있다. 민생과 정치를 극단적 대척점에 놓는 이 같은 논리야말로, 극우파 정치인들이 조자룡의 헌칼처럼 단골로 휘두르는 무기임에도.

정치와 경제의 그 오래된 결정론적 상호관계(정치경제학politischen Ökonomie이란 용어 자체가 그러한 본질을 적시하는 것인데)를 바람처럼 가벼운 스텝으로 무시하면서 말이다.

늘 그렇듯이, 이번 기사 말미에서도 이 정치부 선임기자는 독자들에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렇다. "정말 헛소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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