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으로 힘 키운 친일 후손 "기득권층과 깊게 연결"<뉴스타파> 뿌리 깊은 친일, '친일파 후손 어디서 뭐하고 살까' 좇았다
15.08.11
유성애(find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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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타파>는 10일 친일 후손들 삶의 궤적을 좇는 2부 '뿌리 깊은 친일' 편을 방송했다. 조사 결과 전체의 1/3에 해당하는 381명이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로 불리는 명문대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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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식민통치에서 해방된 지 70년이 흘렀다. 당시 일본에 동조했던 친일파와 그 후손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뉴스타파>가 '해방 70주년' 기획보도로 그들을 추적했다. <뉴스타파>가 조사한 친일파 후손은 현재 1177명. 이들의 직업군을 살펴보면, 기업 대표와 임원이 전체의 약 30%(376명)를 차지했고, 이어 대학교수(191명)·의사(41명)·언론인(46명) 순으로 많았다. 친일 후손 중 346명은 아예 한국 국적을 포기하기도 했다.
친일 후손들 삶의 궤적을 좇는 <뉴스타파> 기획보도 2부 '뿌리 깊은 친일'편이 지난 10일 오후 방송됐다. 취재진이 8개월간 조사한 친일파 후손들이 과거 어떤 교육을 받았고 어떤 직종에 진출했는지 등이 담겨 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차리석(임시정부 국무위원) 장남 차영조씨 등 독립운동가 후손이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해 가난에 시달리는 동안, 친일 후손들은 선조의 부를 바탕으로 권세를 누렸다.
조사 결과 전체의 1/3에 해당하는 381명이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로 불리는 명문대 출신이었다. 서울대 출신 친일 후손은 전체 중 22.8%(268명)에 달했다. 친일 후손 중에는 유학파도 많았다. 친일 후손들은 미국(204명), 일본(52명), 독일(14명) 등 주로 세계 패권 국가들로 유학을 갔다.
▲ 친일 후손들은 미국(204명), 일본(52명), 독일(14명) 등 주로 세계 패권 국가들로 유학을 갔다. "일본은 어진 나라라 천하무적"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 친일파 이명세, 그의 손녀인 이인호 현 KBS 이사장도 사례로 제시됐다.
ⓒ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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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어진 나라라 천하무적"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 친일파 이명세, 그의 손녀인 이인호 현 KBS 이사장도 친일 후손의 한 사례로 등장했다. 이 이사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제 미국 유학 시절 때 우리 국민 개인당 소득이 50~60불이었는데, 제가 다닌 학교 1년 학비와 기숙사비가 2000불이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내선일체'를 주장한 친일파 서상훈(중추원 참의 33년 연임)의 후손은 세 자녀를 해외로 유학 보냈고,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발행인이던 친일파 방태영의 후손도 모두 미국 시민권자였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이들 후손들에게 '선친의 유산이 성공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이들은 "전혀(아니다), 나는 학교 시험도 다 내가 보고 들어갔다"라는 등 대부분 자수성가를 주장했다.
친일 후손 중에는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도 346명에 달했다(직업·신원이 확인된 1177명 이외 사람도 포함). 국적포기자의 수는 친일파 명단이 발표되고 친일진상규명위원회가 발족했던 2000년대에 특히 많이 늘어났다. 또한, 이들은 국적을 포기하면서 병역의 의무를 면제받게 됐다. 친일 후손에 '권리는 누리고, 의무는 외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재용 등 친일파 후손 중 기업인은 376명... 결혼으로 가세 확장
일본강점기 '중추원'은 식민지배기구이자 조선총독부 자문기구였다. 이곳은 당시 친일 인사들의 집합소로 알려졌다. 중추원 참의는 친일파들이 할 수 있는 최고 직책 중 하나였다.
이들은 현재 어떤 분야에 진출했을까. 친일파 후손 중 가장 비율이 높은 직업은 기업인이다. 1177명 중 기업인은 376명으로, 상장기업 대표 임원 주주가 36.1%에 달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친일파 김신석(중추원 참의)의 외증손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있다. 김신석은 친일단체였던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으로, "여자들을 정신대(일본군 위안부)에 안심하고 보내라"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장 기업 가운데 친일파 후손이 가장 많은 기업은 삼양 계열사다. 가족 기업인 삼양에서 친일파 김연수의 후손 열두 명이 대표나 임원을 지냈다. 김연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초대회장으로, 일제 당시 국방헌금 수십만 원을 내면서 "일억일심으로 황국 목적 달성에 매진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인 또한 구용서 초대 한국은행 총재 등 62명에 달했다.
친일 후손들은 결혼을 통해 세력을 확장하기도 했다. 과거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가 발표했던 친일파 1006명의 가계도를 <뉴스타파>가 분석한 결과, 무려 35개 가문이 혼맥(婚脈)으로 얽혀 있었다. 친일파 김성수의 손자인 김재열(동아일보 김병관 회장 차남)과 친일파 김신석의 외증손녀 이서현(삼성그룹 차녀)도 이 사례에 속한다.
친일 집안이 아니더라도 대기업 재벌가와 혼맥을 통해 권세를 굳힌 경우도 있다. 친일파 현준호는 아들 현영원을 당시 재계 실력자였던 김용주의 딸 김문희와 결혼시켰다. 김문희는 김무성 현 새누리당 대표의 누나다. 현영원-김문희의 딸 현정은은 현대가 5남인 고 정몽헌 회장과 결혼했다.
▲ 친일 집안이 아니더라도 대기업 재벌가와 혼맥을 통해 권세를 굳힌 경우도 있다. 친일파 현준호는 아들 현영원을 당시 재계 실력자였던 김용주의 딸 김문희와 결혼시켰다. 현영원-김문희의 딸 현정은은 현대가 5남인 고 정몽헌 회장과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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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 후손 중 고위 공직자의 모습.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친일 후손 1177명 중에는 정치인(31명), 법조인(30명), 공직자(55명) 등 우리 사회의 공적 영역을 움직이는 파워엘리트 그룹도 총 163명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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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 공직자, 법조인, 언론인 등 우리 사회의 공적 영역을 움직이는 파워엘리트 그룹도 총 163명으로 전체 친일 후손 중 약 14%를 차지했다. 친일 후손은 정치인(31명), 법조인(30명), 공직자(55명) 등 다양했지만 이중 홍석현 전 미국 대사, 이인호 전 핀란드·러시아 대사 등 외교관이 9명으로 특히 많았다.
'제4의 권력'으로 불리는 언론사에 근무하는 친일파 후손 또한 <조선일보> 9명, <중앙일보> 8명, <동아일보> 8명, KBS 6명 등이었다. 이른바 '조·중·동'과 KBS가 전체의 2/3를 차지하는 셈이다. 이 밖에도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인 김신석의 외손자다. <조선일보> 방일영 전 회장·방상훈 사장은 친일파 방응모의 후손, 김병관 전 <동아일보> 회장·김재호 사장 또한 친일파 김성수의 후손이다.
이준식 전 친일재산조사위 상임위원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대다수 친일파는 계속 한국 사회의 기득권층으로 살아남았고 그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자녀 교육이 가능했다, 그게 사회적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라면서 "혼맥을 통해 얽히고설킨 관계를 보면, 다소 과장해 말할 때 지금 현재 한국사회 이른바 기득권층 중 친일파와 연결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진단했다.
<뉴스타파>의 송원근 PD와 박중석·심인보 기자는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의도 아래 이번 4부작 '친일과 망각'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내레이션 박혜진). 자칫 '연좌제'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문제인 만큼, 지난 7월 전문가 회의를 거쳐 친일 후손 명단의 공개 범위를 정하기도 했다.
1·2부에 이어 3부는 오는 12일 방송된다. 여기서는 친일 후손들이 어디에 살고 있고, 그간 친일 재산은 얼마나 환수됐는지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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