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같은 행사서 문대통령 “일본과 대화 협력” 광복회장 “친일 카르텔” < 정치 < 김도연 기자 - 미디어오늘

같은 행사서 문대통령 “일본과 대화 협력” 광복회장 “친일 카르텔” < 정치 < 김도연 기자 - 미디어오늘

정치
같은 행사서 문대통령 “일본과 대화 협력” 광복회장 “친일 카르텔”
김원웅 회장 광복절 기념사 “친일정권 촛불로 무너져”… 발끈한 국민의힘 “사퇴하라”
문 대통령 “일본과 대화문 항상 열려 있어”… 보수언론 “청와대, 김 회장 발언 못 걸러”

기자명김도연 기자입력 2021.08.15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제76주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 정권 등을 ‘친일 정권’으로 규정한 데 대해 정치권 공방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 회장은 이날 오전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 영상에서 “우리 국민은 독립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친일 정권과 맞서 싸웠다”면서 “4·19혁명으로 이승만 친일 정권을 무너뜨렸고, 국민 저항 정점에서 박정희 반민족 군사정권은 자체 붕괴됐다. 전두환 정권은 6월 항쟁에 무릎 꿇었고, 박근혜 정권은 촛불혁명으로 탄핵됐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옛 서울역사에서 진행된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했지만 코로나19 등 이유로 기념사는 영상으로 대체됐다. 영상은 지난 13일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녹화됐다. 김 회장은 광복절 경축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옆자리에 앉았다.

▲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제76주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 정권 등을 ‘친일 정권’으로 규정한 데 대해 정치권 공방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유튜브 대한민국청와대

김 회장은 기념사 영상에서 “국민들은 친일에 뿌리를 둔 역대 정권을 무너뜨리고, 또 무너뜨리고, 또다시 무너뜨리고, 처절하지만 위대하고 찬란한 투쟁의 반복된 승리로 이렇게 우뚝 선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했다.

김 회장은 고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도 “윤봉길 의사가 상해 홍구공원에서 던진 폭탄에 일본 육군 대신 출신 시라카와 요시노리가 죽었다. 백선엽은 얼마나 그를 흠모했던지 시라카와 요시노리로 창씨개명했다”면서 “우리 사회 일각에는 백선엽을 국군의 아버지라고 칭송하는 자들이 있다. 시라카와 요시노리가 국군의 아버지라면 우리 윤봉길 의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친일 반민족 권력 하에서 독립운동가들은 일제 때 못지않은 탄압을 받았다. 고문, 투옥, 심지어 학살을 당하기도 했다”며 “독립운동이 죄가 되는 세상에서 그 후손들이 어떻게 잘살 수 있었겠나. 친일파들은 대대로 떵떵거리며 살며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지금도 가난에 찌들어 살고 있다. 이보다 더 혹독한 불공정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보수진영을 겨냥해 “민족 배반 대가로 형성한 친일 자산을 국고로 귀속시키는 법의 제정에 반대한 세력, 광복절을 폐지하고 건국절을 제정하겠다는 세력, 친일을 미화하는 교과서를 만들어 자라나는 세대에 가르치겠다는 세력, 이런 세력은 대한민국 법통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조선총독부에 있다고 믿는 세력”이라며 “촛불혁명으로 친일에 뿌리를 둔 정권은 무너졌지만 이들을 집권하게 한 친일 반민족 기득권 구조는 아직도 철의 카르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한국사회 언론에도 “친일 반민족 족벌 언론이 기득권 유지를 위한 거짓과 왜곡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이들에게 분노할 줄 아는 젊은이들의 정의감을 믿는다”면서 “친일파 없는 대한민국, 친일파 없는 대한민국, 이런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이는 독립운동가의 통한이 담긴 참된 애국의 기도”라고 덧붙였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김 회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신인규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제76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은 왜곡된 역사관을 토대로 정치적 중립의무를 저버린 채 제멋대로의 막무가내 기념사를 내보냈다”고 질타한 뒤 “대한민국의 과거를 친일을 극복하지 못한 잘못된 역사로, 현재 대한민국은 친일파에 의해 장악됐다는 등 구구절절 얼토당토 않은 기념사를 진행했다. 철 지난 이념과 극도로 편향된 역사관이 전제된 채 대한민국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기념사로 평가한다”고 비판했다.

신 부대변인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기념일인 광복절 기념식을 자기 정치의 장으로 오염시킨 김 회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물론 매년 반복되는 김 회장 망언을 방치해 국민 분열을 방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근본적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5일 75주년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도 “이승만은 친일파와 결탁했다”, “대한민국은 친일파의 나라다”, “애국가는 친일에 앞장섰던 민족반역자 안익태의 작품이다”, “백선엽 장군은 일본을 흠모한 친일파다” 등 주장을 펼쳤다.

신 부대변인은 “광복회는 국가보훈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면서 “국가유공자법과 정관에 의해 광복회장은 정치적 중립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김 회장은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을 넘어 노골적 편향성으로 국민을 완전히 둘로 갈라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향해 “우리 정부는 양국 현안은 물론 코로나와 기후위기 등 세계가 직면한 위협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며 대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유튜브 대한민국청와대

보수 언론은 청와대 책임을 묻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이날 “‘총독부 법통’ 보수 모욕 김원웅 기념사, 정부와 조율했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김 회장의 기념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 측과 조율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김 회장 기념사에 대해 “대통령이 참석해 국민을 상대로 연설하는 정부의 광복절 공식 행사에서 보수 야권을 친일로 몰면서 ‘조선총독부 대한민국 법통’이라는 모욕적 비난을 공식 기념사를 통해 발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도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한 김 회장의 영상은 행사를 주관한 청와대 측과 사전 조율을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에 광복회 측이 제출한 영상을 청와대와 행정안전부 측에서 확인하고 일부 수정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대한민국 정부 정통성에 정면 도전한 김 회장 발언을 제대로 거르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날 강경한 김 회장 기념사와 달리 이어진 문재인 대통령 경축사는 ‘일본과의 대화’에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 “우리 정부는 양국 현안은 물론 코로나와 기후위기 등 세계가 직면한 위협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며 대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바로잡아야 할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기준에 맞는 행동과 실천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한일 양국이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며 이웃나라다운 협력의 모범을 보여주게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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