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1

‘제3자 변제 동조’ 전남대, 이번엔 교수 식민지 근대화론 책 논란

‘제3자 변제 동조’ 전남대, 이번엔 교수 식민지 근대화론 책 논란



‘제3자 변제 동조’ 전남대, 이번엔 교수 식민지 근대화론 책 논란
김용희기자수정 2025-01-08 20:31
등록 2025-01-0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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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역 150여개 시민단체가 6일 전남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식민지배와 독재 옹호 내용을 담은 책을 저술한 전남대 소속 교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제공

전남대가 일제의 강제동원 피해자를 부정하는 재단에 기부한 기업가에게 박사 학위를 수여한 데 이어 소속 대학교수가 식민지 근대화론을 담은 책을 펴내 학내에서 친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전남대 민주동우회·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총동창회·총학생회 등 학내 9개 단체는 “식민지 근대화론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책을 저술한 김재호 경제학과 교수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은 김 교수가 지난해 11월 한국학중앙연구원 지원을 받아 펴낸 책 ‘한국 경제사 개관’(Economic History of Korea: An Overview)에 일제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에 ‘일제 식민지 시절 한국은 빠른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조선왕조와 달리 총독부는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다’ ‘독립 이후 일본과 경제관계가 단절된 후 한국의 산업 생산은 급격히 위축됐다’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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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학중앙연구원 지원을 받아 지난해 집필한 ‘한국 경제사 개관’ 표지.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이들은 또 책에 ‘1987년 민주화는 급속한 경제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제도적 틀을 무너뜨렸고, 그 결과 수출 경쟁력이 약화했다’는 내용도 있어 군사정권의 개발독재를 옹호한다고도 했다.

앞서 광주지역 151개 시민단체도 6일 전남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교수 파면을 촉구했다.

이 책은 김 교수가 2016년 펴낸 책 ‘대체로 무해한 한국사: 경제학 히치하이커를 위한 한국사 여행안내서’를 바탕으로 2020년대 이후 연구 동향과 북한 관련 내용, 최근 한국 경제 상황을 추가한 영문 도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논란이 일자 3일 입장문에서 “아직 해외에 배포되지는 않았다. 학계와 시민사회의 우려를 감안해 내용을 다시 검토한 뒤 필요하면 공공기관으로서 전문가 재검토 등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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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가 한 문장씩만 인용하며 책의 진의를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한겨레’에 “총독부 투자만으로 경제성장이 이뤄진 것처럼 인용한 것은 잘못됐다. 다만 총독부는 일본자본이 진출할 수 있는 물적, 제도적 기반을 형성했고 일본 자본과 식민지 노동력이 결합해 생산이 증대했다는 사실은 국내총생산(GDP) 추계에 의해서 입증됐다”며 “해방 뒤 일본 본토와 관계가 단절되며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 원료 등의 수입이 불가능해졌고 기술자 귀환으로 인적 자원도 급감했기 때문에 생산이 위축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1인당 GDP 감소와 같은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는 “민주화 이전 저임금체제를 유지하며 가능했던 고도성장체제가 1987년 이후 노동운동이 폭발하고 임금이 급속히 상승하며 노동생산성 증가를 초과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수출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출판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가 침해받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밝혔다.

앞서 전남대는 지난달 3일 태양광·부동산 등을 거느린 가네다홀딩스의 김덕길 회장에게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수여해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있었다. 재일 교포인 김 회장은 지난해 3월 일본 전범 기업 대신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판결금을 지급하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제3자 변제안’에 반발하던 상황이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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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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