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단상
이것이 민주노총 인사방법입니다.
응원봉 인사방법을 지금부터 제가 해보겠습니다.
저는 시민이고 엘라이 페미니스트 민주노총 부위원장 그리고 여성위원장입니다 .반갑습니다. 엘라이라는 말은 성소수자의 친구 협력자 지지자 조력자라는 말입니다. 엘라이라는 말을 민주노총 말로 번역하면 무슨 말인지 아십니까? 무지개동무입니다. 이름도 너무 예쁘지 않습니까 ? 오늘 이 자리 무지개 동무이신 동지들, 성소수자인 동지들 응원봉 한번 힘차게 흔들어보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어제 한남동 집회에서 있었던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발언이다.
요즘 2030 여성들이 자유발언 서두에 자기 정체성을 밝히는 방식을 따라 한 것으로 보인다.
멋진 인사말이었고, 이어진 발언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으며, 모두 응원봉을 흔들며 환호했다.
그러나 이런 의문이 들었다.
첫 째, 2030 여성들은 전부 페미니스트인가?
둘 째,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전부 엘라이인가?
셋 째, 2030 여성들 가운데 속으로 ‘나중에’를 외치는 사람들은 없을까?
넷 째, 나는 탄핵집회에 나온 거지 퀴어 퍼레이드에 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을까?
다섯 째, 2030 여성 모두는 무지개 동무라는 정체성 규정에 동의할 수 있을까? 정체성의 강요라고 반발하는 사람들은 없을까?
이런 의문을 갖는 이유는 탄핵집회의 동력이 분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배제 원칙을 ‘나중’으로 미뤄야 한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되며 그런 집회라면 나부터 등을 돌릴 것이다.
다만, 2030 여성들의 정체성을 우리 희망대로 ‘요약’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다.
그래야만 ‘요약’과 어긋나는 그들 내부의 흐름이 수면 위로 부상할 때, 쉽게 실망하거나 당황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하기 위함이다.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다양한 정체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 우리 마음대로 희망하고 우리 마음대로 실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다.
개인이나 집단, 역사와 세계를 한 마디로 ‘요약’하는 일만큼 진지하지 못한 태도는 없다.
보다 진지한 자세로 그들을 연구하고, 그들로부터 배우며, 그들과 연대하자.
다시 한남동으로 향하며 적어보는 간략한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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