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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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선후보로서의 문재인은 지지할만한 정치인이었다고 본다. 여러번 말했지만 검찰개혁에 대한 문재인의 입장은 생각보다 정합적인 데가 있었다. 실제 집권해서 이상한 짓을 많이 해서 그렇지, 그런 키워드를 던지고 자기 나름대로 생각하던 '근대'라는 게 있었던 사람이었다.
내가 이재명을 싫어하는 건 이 사람은 뭔가 다 이상해. 나온 글이나 이런 걸 읽어봐도 키워드가 잡히는 게 없다.
문재인은 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국가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명확하게 잡힌다. 권위주의 체제의 폭력남용에 대한 문제의식이 한국의 역사적인 맥락에도 부합하고, 노무현과의 관계라는 개인적 서사에도 잡히고, 적폐청산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조건과도 잘 맞았다. 문재인은 지지할만한 구석이 있어.
이재용 등의 재벌들이 박근혜 앞에서 경제가 어쩌고 강의 받았던 걸 떠올려 보라고.
국가폭력이 그만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게 또 있나? 국가와 시민의 관계를 바꿔야 된다는 문재인의 문제의식은 꽤 괜찮았다니까.
지지할만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이재명은 그게 없다.
그러니까 유시민도 무슨 '개발도상인' 같은 희한한 조어를 만들어내는건데 그걸 다르게 표현하면 그냥 앞으로 좋아질 여지가 많은 사람, 정도밖에 안된다.
'생존자'니까 어떤 상황에도 적응해서 잘 헤쳐나갈거다. 믿어봐라. 이런 얘기야.
유시민도 옹호하는 걸 포기한거다. 뜯어봐도 뭐가 없다는거지.
문재인과 다르게 이재명은 그런 키워드도 안 잡히는데다가 본인 자체가 포퓰리즘적으로 이거 했다가 저거 했다가 말도 막 바뀐다.
문제의식이 없어. 자기도 문제라 생각하니까
상품브랜드로 강남훈 교수 등의 주장 가져와서 기본사회 어쩌고 하는데, 들어보면 강남훈 교수가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 기본소득 등을 설정한 것과 다르게 그냥 케인즈주의로 이해하고 받아들였어.
그러니까, 이론까지도 다 그냥 지멋대로 쓴다.
그렇다고 행정을 잘 했나? 대장동 사건 진행되는 걸 보면 그냥 그래.
이 사람을 지지할만한 그 키워드가 없어.
이 사람이 생각하고 화두로 잡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이 뭔지가 없다니까.
자기도 그래서 이것저것 막 던져요.
무슨 4차산업혁명이 어쩌고 했다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식주가 보장되고.. 막 섞어서 얘기를 한다고.
그걸 자기 서사하고 엮어서 쭉 밀고 가지를 못해요.
그러니까 자꾸 무슨 기축통화국이 될 거라느니 이런 얘기를 하게 되는건데..
계속 눈치만 본다고. 여성가족부 폐지해야죠. 고심끝에 해체, 이런 소리하는걸 봐봐.
윤석열은 좋든 싫든 공정, 딱 키워드 잡고 민주화세력의 배신, 이런 게 딱 나오잖아.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습니다.
그런게 있는데 이재명은 잘 모르겠다. 지금도 다음 대선 때 어차피 찍기는 하겠지만 저 사람을 왜 지지하지?
별로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다. 문재인의 문제의식이라도 계승했으면 하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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