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ㅣ 160화
"한국이 보여준 것은..." 윤석열 파면, 외신이 주목한 지점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극찬 그 이상의 분석을 내놓은 언론들 "분노를 질서로 전환시킨 시민의 위엄"
민족·국제
임상훈(anarsh)
25.04.07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외신기자들이 보도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만장일치로 인용했다. 한 사람의 정치인이 헌정질서를 위협했을 때, 한국 사회는 어떻게 대응했는가? 세계가 주목한 것은 단지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는 방식'이었다. 이 사건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전 세계 민주주의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응축한 것이었다.
윤석열의 몰락은 한국만의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늘날 전 세계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정치 구조의 위기, 민주주의의 균열, 그리고 권위주의의 귀환이라는 흐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사태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제의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 대통령 1인의 결단에 따라 외교, 국방, 입법 거부권까지 좌우될 수 있는 체제를 운영해 왔다. 2024년 12월, 윤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고자 계엄령을 선포하며 권력 장악을 시도했다.
그 순간 우리는 민주주의가 단 한 사람의 결심에 좌우될 수 있는 위태로운 구조 위에 서 있음을 확인했다.
이 사태는 세 가지 차원에서 오늘날 세계 민주주의가 처한 위기를 요약한다. 첫째, 대통령제 국가들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제왕적 권력 집중의 문제. 둘째, 민주주의 내부에서 자라나는 극우 포퓰리즘과 권위주의의 확산. 셋째, 사법기관의 독립성과 법치주의가 정치에 종속되며 흔들리고 있는 현실. 한국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이 세 가지 위기가 한순간에 응축되어 드러난 결정적 사례였다.
이 같은 권력 집중의 위협은 외신 보도에서도 분명하게 지적되었다. 프랑스의 <르 몽드>는 이번 사태를 "한 사람의 손에 집중된 권력의 위험을 보여준 사건"이라 분석하며, "헌정 시스템의 유연성과 대응 역량이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가늠한다"고 강조했다.
주권 민주주의와 헌법 법치주의
그렇다면 이처럼 구조적 위기가 뚜렷한 상황 속에서, 한국의 대응은 무엇이었나? 위기에 대응하는 한국의 두 가지 잠재적 힘은 주권 민주주의와 헌법 법치주의였다.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질서정연한 불빛, 그리고 오랜 숙의 끝에 조용히 내려진 헌재의 결정. 이 두 장면은 한국 민주주의의 주권성과 절제된 법치가 동시에 작동했음을 보여주었다.
먼저, 헌재는 이 사건을 철저히 헌법의 틀 안에서 다루었다. 재판관 8인 전원이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헌정 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했다고 판단했고, 그 결정은 전원 일치였다. 정치적 기류도, 여론의 압박도 아닌, 오직 헌법이라는 기준이 판단의 근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이는 법치주의의 전형적인 구현이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러한 법치가 감정이 아닌 절차로 작동했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르 몽드>는 이번 판결을 "정치적 감정이 아니라 헌법의 언어로 내려진 역사적 판결"이라 평가했고, 독일의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민주적 질서가 무너지는 순간, 법치가 그것을 복원하는 방식의 상징"이라 논평했다.
그러나 법의 절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직후,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단순한 분노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들은 헌법 조항을 인용해 외치면서, 제도적 절차를 지지했고,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며 헌정주의를 실천했다.
이러한 시민의 태도는 단지 정치적 반대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내면화된 실천이었다. 프랑스의 <리베라시옹>은 이를 "분노를 질서로 전환시킨 시민의 위엄"이라 표현했고, 독일의 <디 차이트>는 "한국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실천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두 축, 곧 시민의 주권의식과 법의 절제가 나란히 작동하는 보기 드문 장면을 만들어냈다. 한국은 헌법을 외친 시민과, 헌법을 따진 재판관이 손을 맞잡은 유일한 나라였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는 "한국 사회가 권위주의적 파시즘을 시민과 제도의 결합으로 막아낸 보기 드문 사례"라고 평가하며, 이를 "현대 민주주의의 방어선 중 가장 질서 있는 대응 중 하나"로 꼽았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식을 보도한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세계 민주주의가 다시 새겨야 할 이정표
이러한 대응은 단지 한 국가의 성공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한국의 경험은 세계의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보편화될 수 있을까? 섣부른 일반화는 경계해야 하지만, 일정한 조건 하에서는 가능하다.
첫째, 시민은 권리의 수혜자가 아니라 책임의 주체로 행동해야 한다. 둘째, 사법부는 정치로부터 실질적으로 독립되어야 하며, 셋째, 이 둘을 연결하는 교육·언론·시민단체 등 사회적 인프라가 유지되어야 한다.
프랑스의 <르 피가로>는 "한국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감정이 아닌 구조로 해결했다"고 분석했고,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는 "한국이 보여준 것은 단지 선례가 아니라 가능성"이라고 보도했다.
오늘날 전 세계의 민주주의가 겪고 있는 위기 속에서 한국이라는 예외가 존재한다는 것은 불가능이 아니라는 뜻이다. 민주주의가 위기의 순간에도 작동할 수 있다는 선례, 그 자체로 한국의 이번 경험은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다.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은 개인의 몰락에서 출발했지만, 그것을 헌법으로 정리한 것은 사회의 성숙이었다. 감정에 무너지지 않고 절차를 지켜낸 정치. 그것은 파괴가 아닌 복원의 혁명이었고, 그 질서야말로 민주주의의 본령이었다.
한국은 위기를 회피하지 않고, 시민의 주권의식과 절차를 존중한 헌법적 판단을 통해 그것을 안정적으로 극복해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은 이미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재난 속에서도 사회적 연대와 제도적 대응을 조화롭게 결합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정치적 위기 속에서도, 한국은 민주주의란 제도가 아니라 실천이며, 혼란 속에서 원칙을 지켜낸다는 것이야말로 그 진정한 힘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그 증명은, 지금처럼 흔들리는 세계 민주주의가 다시 새겨야 할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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