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과 한국 信學
기사승인 2025.04.06 02: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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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도 이젠 시민종교로서 역할을 해야
▲ 일련의 기독교 그룹도 하나의 시민종교의 모습으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이은선 교수
어제 아침 집을 나서 종로 5가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탄핵인용의 감격을 함께 맞이하고, 이후 여러 장면의 4월 4일에 함께 한 후, 우리는 마지막 기차로 횡성에 돌아와 골아떨어졌다.
아침에 페북을 펼치니 벌써 여러 페친들께서 이번 탄핵에 대해서 쓰신 글들이 앞다투어 올라와 있었다.
조현 기자님의 세계 민주주의의 “희망봉”이라는 언어가 제일 먼저 떠올랐고, 이종철 에세이 철학자님의 법정신의 구현이라는 평가, 이번 헌재의 판결이 무엇보다도 법 정신에 근거했다는 의미 분석, 이어서 통일 운동가 조헌정 목사님이 이번 헌재 판결문의 한계를 지적하시면서 그것은 북쪽 나라의 실체를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으로 여기면서 써내려간 보수적 판결문이었다는 지적이 다가왔다.
모두 귀한 평이고 깊은 일리를 보여주며 지난 탄핵 투쟁 가운데 여러가지 역할로 앞장서서 싸워왔던 분들이니 그분들의 날카로운 분석과 논설에 감사한다.
이어서 김민웅 촛불행동의 상임대표께서 긴 글을 읽었다. 지난 12.3계엄선포 훨씬 이전부터,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곧바로 퇴진운동을 이끌어 오셨던 분으로서, 주변 진보로부터도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 그래서 계엄군에 의한 제거대상 1호에 속하게 된 분의 관점에서 매우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내셨다.
이번 헌재의 판결문이 “명문”이라 칭송받으며 회자되지만, 왜 우리의 애간장을 녹일 정도로 헌재의 판결이 그토록 늦어졌는지, 과연 우리의 운명이 앞으로도 이렇게 소수의 “엘리트”들에게 계속 좌지우지 되어야 하는지, 그러면저도 사과나 설명 한 마디없이 판결문만 읽은 것이 과연 옳았는지 등...
그리고 앞선 조헌정 목사님의 지적처럼 북쪽과의 관계, 통일 문제에 대한 여전한 보수적 한계를 드러낸 것 등, 이것은 이번 윤석열 계엄에 대한 분명한 반대로 다시 거의 스타처럼 떠오른 조갑제 원조 보수언론인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겠다.
나는 유교와 기독교 문명간 대화가로서 이번 모든 과정을 겪으면서 제일 의아했던 것 중 하나가 영남지역, 한국 유교 문화의 보루로 여겨지는 그곳에서 왜 그렇게 보수 기독인들 그룹처럼 중국을 악마시하고 폄하 하는지 큰 의문이 들었다. 물론 지금의 중국 사회주의 정권은 그 태생 공산주의가 서구 기독교 문명의 자식이고, 거기에다 지금 중국의 현실은 세계 어느곳에서보다도 서구 자본주의적 시장 논리가 팽배해 있는 곳이긴 하지만...
하지만 한때 유교문명을 함께 이루었고, 그리고 오랫동안 그 유교 문화의 메카였다면, 그러한 중국에 대해서 영남 유교인들은 한국의 다른 보수들과는 다른 관점을 취할 수 있다고 보는데 그렇지 않았다. 매일 하는 공부는 유교 공부이지만 반대하는 것은 서구 기독교 문명의 미국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전광훈 류의 기독교 그룹은 그들 시위에서 미국과 이스라엘기를 들고 나오니 오히려 그들은 솔직한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한편 이미 어제부터 페북에서 크게 회자되는 이야기로, 이번 헌재를 이끈 문형배 재판장의 경남 유교 문화 김장하 어른과의 관련 이야기는 다른 면을 보도록 한다.
2023년 우리 국민은 <줬으면 그만이지>의 김장하 어른 이야기로 한 차례 깊은 세례를 받았었다. 거기서 그 김장하 어른이 유교 경전 <대학>을 숙고하는 분이고, 그가 한약업을 해서 번 돈으로 ‘명신’(明新)고등학교라는 이름의 교육기관을 세워서 나라에 헌증하고, 그 명신의 이름이 유교의 핵심 경전인 <대학>에서 연원한 것이며, 문형배 재판관이 바로 그런 분의 선한 영향권의 사람이라는 것...
나는 문형배 재판관뿐 아니라 이번 일을 겪으면서 다시 우리 온 국민과, 그리고 그 국민이 주체가 되어서 이룬 이번 일이 인류 민주주의 문명의 표준과 희망봉을 새로 세운 일이라는 평을 듣는 것도 바로 한반도의 오랜 유교 문명적 영향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그 문명권의 일로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덕분에 성취된 이처럼 높은 문해력, 온 국민이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깨어있는 거의 모든 시간을 글과 말로 정보와 소식을 주고받고, 그리고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일상에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성실과 정직, 우애와 신뢰 등의 유교 보편적 덕 이야기를 기억하면서 행동하고, 그리고 스스로가 다시 나름의 선한 이야기를 창조하고 지으면서 퍼뜨리는 능력! 이 국민적 보편의 힘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빛의 혁명, 가장 가까이서는 지난 2016년의 촛불혁명을 잇는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보는 바이다.
물론 많은 비판도 있고, 이런 탄핵 찬성의 민주 시민들 맞은 편에 극우 기독교로 물든 국힘당, 보수 대형교회, 전광훈 류의 개신교회, 각종 사이비 무속 신앙 등이 있었다는 것도 잘 알지만, 또 다른 편에는 그왜는 다른 문명 그룹이 있었던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것은 어떤 구체적인 종교 그룹인지의 구분을 떠나서 바로 상식과 보편의 선한 인류 의식(仁)의 그룹이었던 것이다!
이번에 특히 젊은 기독교 리더들을 많이 탄생시킨 <기독교시국연대>, 정말 맛잃은 소금처럼되버린 개신교안에서도 목회자정의실천평의회, 예수살기, 기독여민회, 향린교회, 함석헌 씨알 모임 등, 또한 나도 최선으로 힘을 보탠 윤석열 폭정종식 시국논평모임, 여기에 더해 이번에 큰 역할을 해준 가톨릭의 성직자들, 그리고 또한 결코 뒤가 아니었던 각종 단체에 포진되어 있던 동학교도의 물결, 민족종교 대종교의 부각, 마지막에 삼보일배로 깊은 인상을 주었던 개혁불교인 등...
이런 많은 종교 그룹들이 나름으로 역할을 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중 유교는 한 구체적 종교그룹으로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시민종교’(civil religion)와 ‘보편종교’(common religion)로서 국민들의 의식 속에 그 뛰어난 문해력에 대한 강조와 더불어 정의의식, 상식의식, 일상의식, 가족의식, 공동체의식 등을 밑받침 해준 것이었으니 참으로 보편적인 역할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일이 오늘 21세기에 대한민국에서만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앞으로 인류 민주주의의 보편과 희망봉이 새롭게 나타났다는 말을 듣는 것은 그렇게 뜻밖이 아니지 않는가 나는 생각한다.
또한 이 모든 가운데 다시 다른 말로 내 스스로는 이 일이 한국 信學의 일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어제 인용선고를 듣고 광화문으로나가서 몇몇 예수살기 친구들과 함께 들어간 음식점이 바로 <참여연대> 가족들이 모여 식사하는 곳이었다. 이번 탄핵인용을 이끄는 데 참여연대 같은 보편적 시민 그룹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보는데, 그러한 보편적 믿음과 신뢰의 그룹이 우리 사회에 더욱 많아지도록 하는 일, 곧 거룩(聖)의 영역을 널리 크게 확장하는 일이 <한국信연구소>의 일이라고 대표로서 인사말을 했다.
이제 이번 국민 쾌거 일의 의미를 마지막으로 돌아보며 더 덧불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정도로 이번 탄핵 정국에서 앞장서서 투쟁해 온 여성들, 특히 2-30대의 젊은 세대 여성들의 리드, 이들의 노고와 등장을 깊이 감사하고 경탄한다. 한국적 페미니즘의 큰 등장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점에 대해서는 더 긴 성찰이 있을 것이다.
일찍이 유교문명의 타락과 한계를 깊이 느끼고 다시 후천개벽과 다시개벽을 외치던 바로 전 세기 우리 선인들은 앞으로의 세기에는 유교 문명을 포함한 동학과 서학의 큰 통섭인 후천개벽의 세상이 지구의 동북방 한반도 지역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보며 발설했다.
‘성언호간(成言乎艮)’, ‘하늘의 말씀(言)이 지구의 동북 방 간(艮)방에서 이루어진다’라는 그 말씀은 그렇게 인류 문명의 많은 고통과 오류와 실패와 한계를 겪고서도 거기서 다시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꿈꾼 큰 신뢰와 희망의 언어라고 생각한다.
나도 오늘 그 말씀을 다시 상기하며 ‘동서 인류 보편의 믿음을 위한 한국 통합학문’으로서 한국 信學이 앞으로도 ‘현장(顯藏) 아카데미’와 한국信연구소의 일로서 함께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며, 이번 길어진 이야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동안 한국信연구소의 모든 식구들, 그리고 모든 민주시민들! 모두 모두 폭싹 속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은선 교수 (한국信연구소)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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