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9

한국기독교에 남아 있는 일본 제국주의 - 홍이표 에큐메니안

한국기독교에 남아 있는 일본 제국주의 - 에큐메니안


한국기독교에 남아 있는 일본 제국주의
[특별기고] 한국의 12.3 비상계엄과 제국일본, 그리고 기독교: 12.3 계엄을 바라보며 (2)
홍이표 박사 | 승인 2024.12.16 02:19댓글0
icon트위터
icon페이스북


▲ 12월 4일 새벽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서 국회를 진입하는 계엄군 군용차를 막아선 청년 ⓒ워싱턴포스트


‘심전개발운동’과 ‘신앙전력화’

계엄 발표 직후 필자는 한 유튜버가 목숨을 걸고 국회에 진입하기 위해 여기 저기 빈틈을 찾아 다니던 중계 장면을 보다가 국회 옆에 위치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잡힌 장면을 목격했다. 국회로 접근하는 군용차량을 혼자 몸으로 막아내는 한 시민의 모습 뒤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보이는 장면도 보았다. 나라가 한 순간에 암흑의 세계로 떨어졌지만 대형교회의 네온 사인 십자가는 화려하기만 하다.

동시에 “처단한다”는 말이 두 번이나 등장하는 공포스러운 포고령과 함께 박안수(朴安洙)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이 되었다는 사실을 접했다. “설마 아니겠지?”라는 마음으로 그에 대해 조사를 해 보았다. 하지만 역시나 한국의 어두운 계엄의 역사에 한국 개신교가 빠질리 없었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국회 옆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안수집사였던 것이다. 그가 한국기독군인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여의도순복음교회 아시아기독교방송에 보낸 영상(클릭)이 발견되었다.
“우리 군의 든든한 후원자이신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님! 50여년 간 연합사역을 통해 장병 사생관 확립에 기여해 주신 군선교연합회 김산환 목사님과 법인 이사님들! 전후방 각지 현장에서 장병 신앙전력화를 위해 헌신하고 계시는 군종목사님들! (…) 성도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확고한 정신적 대비태세를 바탕으로 흔들림없이 군복무에 전념하고 (…) 이러한 힘의 추동력은 용기와 믿음, 필승의 신념을 끊임없이 불어 넣어 주시는 여러분들의 기도와 성원 덕분입니다. 앞으로도 (…) 신앙전력 강화를 위해 더욱 힘써 주시고 기도 많이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2024년 2월 18일, 육군참모총장 박안수 대장)


2024년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눈 반란군 수괴인 계엄군사령관을 키워낸 것은 다름 아닌 한국 개신교회였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된다.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등 개신교의 대표적인 대형교회 목사들은 그 죄를 고백하고 국민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지 않을까?

이미 2021년 9월 18일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세계 최대 교회로 성장시킨 조용기 목사의 장례식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경선을 치르던 윤석열 씨를 만난 김삼환, 이영훈, 김장환, 오정현 목사 등 대표적인 대형교회 목사들은 단체로 그를 에워 싸 대통령 당선을 기원하는 축복 안수 기도를 해주었다. 그 자리에 있던 김장환은 범죄 의혹으로 가득 찬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와 여러차례 교감한 바 있다.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박안수 대장이 ‘신앙전력화’라는 말을 두 번이나 사용한 점이다. ‘신앙전력화’란 무엇일까? 이 말은 박정희가 메이지유신(明治維新)에서 이름을 따 온 ‘유신헌법’(維新憲法)으로 영구집권을 획책한 해인 1972년 탄생한 용어이다. 박정희와 밀착된 보수 기독교계를 대표하던 한국CCC 설립자 김준곤 목사는 삼선개헌이 있던 1969년에 박정희 대통령을 만나 ‘전군신자화운동’과 함께 ‘신앙전력화 운동’을 제안하자 박정희가 허락한 결과로 탄생하였다. 당시 통일교가 ‘승공운동’(勝共運動)이라는 이름으로 군대 내에 침투하는 것에 대한 기독교계의 대응이기도 했다. ‘국방부훈령’ 제1879호(2016)는 ‘신앙전력화’라는 말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제2조(정의) 이 훈령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 12. “신앙전력화”란 장병들이 종교 활동을 통하여 고양된 신앙심으로 부여된 임무를 완수하는 무형적인 전투력 강화를 말한다. (군종업무에 관한 훈령 [시행 2016. 2. 15.])


개개인의 ‘신앙’(信仰)을 ‘전력화’(戦力化) 하여 전투력을 강화하는 데 사용한다는 이러한 발상 또한 역사적으로 일본제국의 잔재라 할 수 있다. 조선총독부는 만주사변 이후 조선의 식민지민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쟁에 동원하기 위해 불교, 유교, 기독교, 민간신앙 등등 그들의 다양한 종교적 신앙심까지도 천황에 대한 충성심에 이용하고자 ‘심전개발운동’(心田開発運動)이란 정책을 실시한다. 제국 일본 군대 안의 신도 신관들이 군종제관으로 활동한 것도 유사한 모습니다.

사람의 종교적 내면까지도 군사전력으로 전환 시키고 집단화하여 이용하려 한 일제 시대의 망상이 다시 박정희가 군대 내에서 부활한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그런 망상에 사로잡힌 기독교인 장군이 2024년의 겨울 밤, 어이 없게도 계엄사령관이라는 이름으로 기괴하게 등장하였고, 죄 없는 장병들을 반란군이 되도록 내몰았다. 한국 개신교의 보수교회와 대형교회들이 지난 계엄 사태의 책임과 반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 윤석열 축복하는 대형교회 목사들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2025)에 꼭 기억해야 할 것

내년은 1965년에 체결된 한일국교정상화로부터 60주년 되는 해이다. 지난 기시다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이 해를 이른바 ‘한미일’ 군사 동맹체제를 공고히 하는 계기로 삼고자 다양한 측면에서 ‘빌드업’을 해왔다. 간토대지진 100년을 맞이한 지난 해(2023)에는 계엄하에 자행된 조선인 6,000여 명 학살에 대한 양국 정부 차원의 그 어떤 추모나 기념 사업도 없었다. 조선인 강제노동의 역사를 제거한 사도 광산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에 윤석열 정부는 침묵으로 협조했다. 한미일 동맹체제의 구축에 방해가 되는 불행한 과거 역사의 문제는 60년 전 굴욕적 한일회담 때처럼 철저히 외면 받은 최근 수년 간이었다.

한국에서는 ‘한일가왕전’이라는 TV프로그램이 기획되어 해방 이후 처음으로 지상파 채널에서 일본인 가수들이 일본어로 일본의 노래들을 불렀다. 취임 이후 방일하며 “일본은 선진국답게 깨끗했고 일본인들은 정직했고 (…) 정말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先進国らしくきれいだということだ。日本の方々は正直で、(…)とても美しい記憶として残っている)라고 극찬함으로써 일본인의 마음을 얻었던 윤석열이라는 자의 실체가 전 세계인 앞에 여실히 드러났다. 그것은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자국민에게 서슴없이 총구를 겨누는 야만적 폭군의 모습이다. 하지만 일본과 미국 앞에서는 철저히 작아지며 무릎 꿇는 비굴한 모습…

이번 12월에 예정돼 있던 한일 국방장관 회담도 무기한 연기되었으며, 내년 1월에 예정된 이시바 수상의 방한 일정도 보류되었다. 일본에서 환영 받던 옛 일본 육사 출신의 박정희는 계엄하에 부하의 총을 맞아 숨졌으며, 그 딸은 탄핵을 당해 감옥에 갔다. 오사카에서 태어나 환영 받았던 일본 이름 ‘리 아키히로’(李明博)도 결국 부정부패로 감옥에 갔다. 이제 다시 일본에게 끊임없이 추파를 던지던 윤석열은 내란 수괴가 되어 곧 감옥에 갈 운명이다. 이러한 계엄의 암운이 한국에만 드리우란 법은 없다.

이번 내란의 주범인 김용현 국방부장관은 늘 아돌프 히틀러가 쓴 책 『나의 투쟁』(我が闘争, Mein Kampf, 1925, 독일에서는 금서 지정)을 애독하고 있었다는 증언이 보도되었다. 국민들을 속여 행정부는 물론 입법과 사법까지 장악하여 총통이 되었던 히틀러를 롤모델로 삼은 망상가가 과연 한국에만 존재하는가?

아소 다로(麻生太郎) 전 총리는 2013년 7월 29일 “바이마르 헌법은 어느 샌가 바뀌어 있었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바뀌었다. 그 수법을 배우자!”(ワイマール憲法はいつの間にか変わっていた。誰も気がつかない間に変わった。あの手口を学んだらどうか。)라고 말하며 나치 히틀러의 친위 쿠데타(自主クーデタ , self-coup)를 동경하는 발언을 하며 일본 헌법의 개정을 주장한 바 있다. 아베 정권 때부터 옛 치안유지법과 유사한 ‘특정비밀보호법’(2013)과 ‘공모죄 관련법’(2017)을 강행처리했고, 옛 계엄법과 유사한 긴급사태 조항의 헌법 도입 논의(2024)도 계속되고 있다. 일본도 윤석열과 같은 정신나간 지도자를 만나 과거로 퇴행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상상하기 어렵다.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2025)을 며칠 앞둔 지금 이 순간, 일본제국에서 파종하고 돌아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는 계엄 바이러스, 계엄 망령의 미친 춤사위를 목도하면서, 과연 한일관계는 동등하면서도 성숙한 관계인지를 물어야 한다. 1961년 쿠데타와 계엄으로 민주 정부의 정권을 찬탈한 육군소장 박정희는, 4년 뒤인 1965년 한일회담 때도 시민들의 거센 반대와 데모를 진압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해 학교에 군대를 주둔시켰었다. 2025년은 그렇게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군화발로 짓밟은 계엄 위에서 체결된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을 반성적으로 기억하는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 의결이 진행된 12월 8일(토) 오후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앞 광장에서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모여 시국 기도회를 가졌다. ‘하나님의 명령이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내란수괴 윤석열을 지금 당장 구속하라!’라는 문구 앞에서 향린교회의 한문덕 목사는 다음과 같이 기도했다.
“하나님의 백성 여러분, 우리 모두가 보여 줍시다. 아직 저들의 망상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바알의 예언자들을 모두 잡아 족칠 때까지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닙니다. 이제 나갑시다. 저 하나님의 광장으로, 이세벨과 아합이 더 이상 미친 짓을 못 하도록, 이제 싸우러 나갑시다. 정의의 광장으로! 나가서 바알의 예언자들을 모두 물리칩시다. 우리 사회를 좀먹고, 우리의 양심을 파괴하는 저들에 맞서 우리 모두 힘껏 싸웁시다. 그렇게 해서 우리 모두가 피로 일구어 온 이 민주의 역사를 다같이 이어 나갑시다. 다 함께 침묵으로 기도하겠습니다.”(한국기독교장로회 향린교회, 한문덕 주임목사)


12.3 계엄이 한국에서 선포된 이후 12월 6일에 NCCJ는 “민주주의와 평화, 정의 실현을 요구하는 한국 기독교인 에큐메니컬 공동체에 대한 연대 표명’(民主主義と平和、正義の実現を求める韓国キリスト教エキュメニカル共同体へのさらなる連帯表明)을 발표하면서 “이번 여러분의 행동은 민주주의, 평화, 그리고 정의가 위협받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긴박한 때에 있어서, 신이 주신 선지자적 사명을 완수하려고 전력을 다하고 계신 여러분과 우리는 함께 있습니다”(この度のみなさまの行動は、民主主義、平和、そして正義が脅かされる時、何をするべきなのかをわたしたちに示してくれています。この緊迫した時にあたって、神から与えられた預言者的使命を果たそうと全力を尽くしておられるみなさまとわたしたちは共にあります。)라고 강조했다. 1970-80년대의 군사 독재 시절 탄압받던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을 응원해주었던 것처럼 지금도 일본 그리스도인들의 관심과 기도가 모아져야 할 비상한 때가 아닐 수 없다.

▲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비상 시국기도회에 운집한 진보 기독인들 ⓒNCCK 제공


홍이표 박사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