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9

알라딘: 계엄 요모타 이누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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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요모타 이누히코 (지은이),한정림 (옮긴이)정은문고2024-10-14























Sales Point : 3,925

9.6 100자평(19)리뷰(8)


304쪽

장편소설 『계엄』의 한국어판 출간은 나에게 큰 기쁨이다. 
지금까지 적지 않은 책이 한국어로 출간되었는데 특히 이 책을 한국 독자들이 읽어주기를 바랐다. 집필을 시작했을 때부터 한국 독자들로부터 감상을 듣고 싶었다. 1970년대 가혹한 ‘유신’ 체제 하에서 대통령 암살을 가까이에서 경험한, 나와 같은 세대 한국인이라면 우연히 같은 시기 서울에 있던 일본인의 체험기를 어떻게 읽을까? 

그 후 한국은 수많은 어려움 끝에 민주주의를 쟁취했고 지금은 세계 영화사에서 중요한 작품을 다수 배출한 영화 산업을 일궈냈다. 그것을 당연한 사실로 알고 살아온 한국의 젊은 세대는 이 책을 어떻게 읽을까? 

나의 궁금증은 끝이 없다. 왜냐하면 이 책을 쓴 사람은 동해 건너편 이웃 나라에서 거의 반세기 동안 한국 사회와 문화를 가만히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나는 1979년 1년 동안 서울 건국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외국인 교사로 체류했다. 

이 책은 그 시기에 내가 보고 들은 수많은 경험에 의지한 부분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 그렇지만 단순한 회상기가 아니며 논픽션도 아니다. 무대가 된 대학교는 여러 대학교의 인상을 섞은 곳이고 최인호, 하길종 등 몇몇 저명한 예술가와 영화인을 제외하면 등장인물은 모두 허구의 존재다. 세노 아키오라는 순진하지만 약간은 경박한 주인공은 나의 또 다른 장편소설에서도 주인공을 연기한다. 그곳에서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도쿄에서 광기에 빠져, 파리로 아프리카대륙으로 더 나아가 마다가스카르까지 유랑을 거듭한다. 작가인 나와 이 인물은 거리가 멀고 단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캐릭터다. 

『계엄』이 단순한 회상이나 논픽션이 아님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현실의 나와 주인공 세노 아키오의 차이점을 몇 가지 적어두고자 한다. 내가 처음으로 서울 땅을 밟은 것은 (한국 나이로) 스물일곱 살 때였고 이미 도쿄대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정치 운동에 참여했고 1970년 일본과 미국의 안전보장조약이 갱신되었을 때 깊은 실망에 빠지는 좌절도 경험했다. 우여곡절 끝에 1972년 대학에 입학했지만 캠퍼스는 ‘혁명’을 외치는 여러 분파로 분할 점령된 상태로 분파 간에는 살벌한 살육전이 벌어졌다. 입학한 해에 우리 과 동기생이 살해됐고, 이듬해에는 그 복수로 옆 과 학생이 살해됐다. 도쿄 거리에서는 폭탄이 터졌다.지 식인들은 퇴폐한 신좌익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 살인에 철저하게 무력했다. 1970년대 내내 나는 학생운동을 향한 모든 기대를 접고 어둡고 우울한 마음을 품은 채 지냈다. 

이 소설은 픽션이고 등장인물은 허구의 존재다. 하지만 모순으로 보일지 몰라도 나는 내가 실제로 만났던 한국인 초상을 그리고 싶었다. 내가 아는 한 한국 대학생들은 민족의 역사에 강한 인식이 있었고 지식인으로서 강한 긍지를 가졌다. 동 세대 일본 학생이 한국에 무지했던 것처럼 한국 학생도 일본에 대해 지극히 제한된 정보만을 소유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어려운 정치 상황 속에서 아직 경험하지 못한 민주주의를 향해 강한 열정을 품고 있었다. 도쿄 대학의 비열하고 폭력적인 정치 투쟁에 피폐해진 나에게 그들이 주장하는 이상주의는 신선하면서 두려웠다. 나는 그런 동 세대 사람의 초상을 그려두고 싶었다.


책소개

1979년, 서울. 서울의 대학에 부임한 일본인이 바라본 한국인의 초상. “여러분, 한국에 가본 적이 있나요?” 도쿄 이자카야에서 한국 유학생이 꺼낸 이 한마디가 내 운명을 크게 바꿔놓았다.

1978년 어느 날 도쿄 이자카야. 나는 졸업논문 제출 후 세미나 동기생들과 술자리를 가진다. 그 자리에 한국에서 온 유학생 양 군으로부터 한국에 가본 적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시끌벅적 저마다 생각하는 한국을 말한다. 그리고 며칠 후 세노는 한국의 어느 대학으로부터 사범대학 객원교수 초청장이 든 우편물을 받고, 지난 술자리에서 한국에 가겠다고 했던 말을 어렴풋이 떠올린다. 아, 내가 진짜 한국에 간단 말인가?

1979년 군사정권하의 서울. 서울의 대학에 일본어 강사로 부임한 나. 병역 의무를 해야 하는 같은 세대의 한국 청년, 강렬한 반공의 공기, 식민지 시대의 기억이 남아 있는 서울에서 생활하던 와중에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되고 계엄령이 선포된다. 1년간의 서울 체류는 예상치 못한 만남의 연속이었다. 대학교, 영화관, 시장, 버스, 술집, 전라도 여행 등 곳곳에서 만난 1979년 한국 풍경과 사람들. 한운사, 안병섭, 김지하, 김대중, 김영삼, 하명중, 하길종, 지명관, 최인호, 전혜린, 전채린 등 실존 인물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더욱더 흥미진진하다.

대통령이 암살된 다음 날 계엄령의 서울. 1979년 10월 27일, 계엄령 하에서 나는 학교 교문 앞에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럴 바엔 계엄령하의 서울을 걸어보기로 한다. 세종문화회관 맞은편에 미국대사관이 위치했기에 특히 경계가 삼엄했다. 나는 몇 번이고 병사들에게 검문을 당했고 여권을 보여주며 세종로를 가로질렀다. 경복궁 옆길로 접어들어 프랑스문화원 쪽으로 향했다. 프랑스 영화를 보러 몇 번이나 지나갔던 길이다. 화랑과 세련된 서양식 카페가 즐비한, 서울에서도 유난히 세련된 거리다. 이미 가게 대부분은 태극기를 조기 게양했다.


목차


한국 독자 여러분께

1장 출발하기까지
2장 도착 직후
3장 성곽도시 서울
4장 일본인과 교포
5장 잔재와 모방
6장 전라남도 여행
7장 이문동
8장 큰 문어 내한
9장 아저씨의 환갑
10장 요절한 영화감독
11장 계엄령 발동

에필로그


책속에서


첫문장
발단은 이렇다.



P. 18“세노 씨, 기억 안 나요? 우리 대학에서 일본어 교사를 모집한다고 했더니 바로 손을 들고 갈게, 갈게, 꼭 가겠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다시 한번 건배를 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당장은 믿기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에 머리가 조금 무거워서 아무래도 과음을 했나 싶은 느낌은 들었지만 설마 한국의 대학 강사 채용에 희희낙락하며 지원했다니, 전혀 기억에 없었다.
“오늘 받은 서류는 공식 초청장입니다. 서류 마지막 부분에 총장 직인이 제대로 찍혔는지 확인해주세요. 세노 씨는 1979년 3월 1일부로 사범대학 객원교수로 임용됩니다. 즉시 미나미아자부 한국대사관으로 가서 노동 비자를 신청해주세요. 그때 공식 초청장이 의미 있게 쓰일 겁니다. 알겠어요? 3월 2일부터 새 학기 수업이 시작되니까 서둘러주세요.” 접기
P. 26이와나미서점에서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이라는 세 권짜리 신서가 출간돼 있었다. 저자는 ‘T·K생’이라고만 적혔을 뿐 알 수 없다. 한국에 사는 한국인인지 일본 또는 다른 나라에 망명 중인 한국인인지 알 수 없었고 단지 원고를 잡지 『세카이世界』 편집부가 정리했다고만 밝혔다. 책은 1972년 10월 17일, 한국에 갑자기 계엄령이 시행되어 박정희 대통령에 의한 10월 유신이 단행된 시점부터 시작했다. 이때 대통령의 영구 집권을 인정하는 신헌법이 공포됐고,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모든 정치 활동이 엄중히 금지됐다. 각계각층 사람들이 사태를 씁쓸하게 여기며 비관하고 있음을 알리며 첫 권이 끝났다. 접기
P. 27~281973년,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이 대낮에 KCIA(한국중앙정보부)에 의해 도쿄에서 납치되어 해상에서 하마터면 살해될 뻔했다. 민주화를 요구하며 저항하는 대학생들은 속속 연행되어 KCIA의 손에 끔찍한 고문을 당했다. 학생뿐만이 아니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도 연행되어 시체로 발견되었다. 반정부 언설을 드높인 「동아일보」는 정부로부터 광고 철회라는 괴롭힘을 당했고 7개월간 항전 끝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1975년 발령된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해 대학은 완벽하게 ‘병영화’되었다. 1976년에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가와 종교인이 나서 ‘민주구국선언’을 발표했지만 박 정권은 정부 전복을 꾀한다면서 가혹하게 탄압했다. 500명 넘는 대학교수가 추방되었고 야당인 신민당 당수 김영삼은 습격받은 끝에 당 대표직을 박탈당했다. 그리고 불경기 속 전국 곳곳에서 심각한 노동쟁의가 일어났다…….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에 이어 손에 든 서적은 일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가 집필한 『옥중 300일』이었다. 다치카와 마사키라는 청년은 1974년 서울에서 반정부 운동권 학생과 접촉했다는 혐의로 KCIA에 연행돼 밤낮으로 가혹한 고문을 받는다. 그 결과 관계도 없는 ‘민청학련사건’이라는 정치적 음모에 관여했다며 기소돼 징역 20년을 구형받는다. 그는 옥중에서 지인인 시인 김지하와 재회하고 단식투쟁을 벌여 최종적으로 정치 협상을 통해 석방된다. 이 생생한 기록에는 “KCIA한테 불가능한 것은 남자를 여자로, 여자를 남자로 바꾸는 일뿐이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
이거 참 엄청난 나라에 가게 되었구나, 한숨을 쉬었다. 접기
P. 106“한국 노래가 아니잖아?”
“아니요, 우리나라 노래입니다. 얼마 전에 인기였어요.”
“아니야, 사이먼 앤 가펑클이라는 미국 가수 노래야. 벌써 10년도 전에 일본에서 유행했다고. 원래는 영국 민요지만.”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이 노래는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노래에요.”
학생은 양보하지 않았다. 여러모로 물어보니 〈Scarborough Fair〉뿐만이 아니었다. 영국과 미국의 팝에 원곡과는 전혀 상관없는 한국어 가사를 붙여 한국 오리지널 곡으로 많이 불렀다. 그중에는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유명한 가수가 부른 경우도 있고 무명의 누군가가 가사를 붙인 곡이 학생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경우도 있다. 어느 노래든 공통점이라면 적잖은 노래가 남북 분단이나 민주화 투쟁이라는 그야말로 한국의 현실 문제를 노래한다는 것이었다. 나에게 노래를 알려준 학생들은 원곡을 모른 채 모든 노래가 한국의 독자적인 노래라고 믿었다. 접기
P. 114일본에서 온 잡지와 책을 받으려면 더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했다. 어느 날 갑자기 국제우체국에서 출두하라는 요청이 인쇄된 엽서가 도착한다. 그러면 버스를 갈아타고 신촌 앞 철도 밑을 지나 연세대학교 맞은편에 있는 우체국에 가야 한다. 오전 중으로 시간대가 지정돼 아무래도 출퇴근 러시아워에 맞닥뜨린다. 비틀거리며 버스에서 튕겨 나와 우체국 바깥 계단을 올라가 2층 창구에서 서류를 보여주고 외국에서 온 소포 수령을 신고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수령 절차가 끝날 리 없다. 담당자가 커터 칼로 소포 포장을 거칠게 뜯으면 안에서 나온 책과 잡지에 대해 한 권 한 권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산주의와 반정부 관련 문서가 없는지 검사하려는 목적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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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요모타 이누히코 (四方田犬彦)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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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오사카부 미노시 출생. 도쿄대학에서 종교학을, 동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에세이스트이자 비평가이자 시인으로 문학, 영화, 만화 등을 중심으로 다방면에 걸쳐 문화 현상을 논한다. 메이지가쿠인대학, 컬럼비아대학, 볼로냐대학, 텔아비브대학, 중앙대학교(서울), 칭화대학(타이완) 등에서 영화사와 일본 문화론을 가르쳤다. 1993년 『쓰키시마섬 이야기』로 사이토료쿠상, 1998년 『영화사로의 초대』로 산토리학예상, 2000년 『모로코 유적』으로 이토세이문학상과 고단샤에세이상, 2002년 『서울의 풍경-기억과 변모』로 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 2008년 『번역과 잡신』, 『일본의 마라노 문학』으로 구와바라타케오학예상, 2014년 『루이스 부뉴엘』로 예술선장문부과학대신상, 2019년 『시의 약속』으로 아유카와노부오상을 수상했다. 접기

최근작 : <계엄>,<여배우 와카오 아야코>,<오키나와 영화론> … 총 123종 (모두보기)

한정림 (옮긴이)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일본어교육원에서 일본어 통번역을 공부했다. 「여성신문」에서 기자로 근무하다 일본 문화청 초청으로 블랙텐트씨어터에서 공연 제작 연수를 받고 돌아왔다. KBS, MBC, SBS 등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영상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봄의 딸기 판자넬라, 겨울의 레몬 파스타』, 『하세가와 요헤이의 도쿄 레코드 100』 등이 있다.


요모타 이누히코(지은이)의 말
장편소설 『계엄』의 한국어판 출간은 나에게 큰 기쁨이다. 지금까지 적지 않은 책이 한국어로 출간되었는데 특히 이 책을 한국 독자들이 읽어주기를 바랐다. 집필을 시작했을 때부터 한국 독자들로부터 감상을 듣고 싶었다.
1970년대 가혹한 ‘유신’ 체제 하에서 대통령 암살을 가까이에서 경험한, 나와 같은 세대 한국인이라면 우연히 같은 시기 서울에 있던 일본인의 체험기를 어떻게 읽을까? 그 후 한국은 수많은 어려움 끝에 민주주의를 쟁취했고 지금은 세계 영화사에서 중요한 작품을 다수 배출한 영화 산업을 일궈냈다. 그것을 당연한 사실로 알고 살아온 한국의 젊은 세대는 이 책을 어떻게 읽을까? 나의 궁금증은 끝이 없다. 왜냐하면 이 책을 쓴 사람은 동해 건너편 이웃 나라에서 거의 반세기 동안 한국 사회와 문화를 가만히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나는 1979년 1년 동안 서울 건국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외국인 교사로 체류했다. 이 책은 그 시기에 내가 보고 들은 수많은 경험에 의지한 부분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 그렇지만 단순한 회상기가 아니며 논픽션도 아니다. 무대가 된 대학교는 여러 대학교의 인상을 섞은 곳이고 최인호, 하길종 등 몇몇 저명한 예술가와 영화인을 제외하면 등장인물은 모두 허구의 존재다.
세노 아키오라는 순진하지만 약간은 경박한 주인공은 나의 또 다른 장편소설에서도 주인공을 연기한다. 그곳에서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도쿄에서 광기에 빠져, 파리로 아프리카대륙으로 더 나아가 마다가스카르까지 유랑을 거듭한다. 작가인 나와 이 인물은 거리가 멀고 단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캐릭터다.

『계엄』이 단순한 회상이나 논픽션이 아님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현실의 나와 주인공 세노 아키오의 차이점을 몇 가지 적어두고자 한다.
내가 처음으로 서울 땅을 밟은 것은 (한국 나이로) 스물일곱 살 때였고 이미 도쿄대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정치 운동에 참여했고 1970년 일본과 미국의 안전보장조약이 갱신되었을 때 깊은 실망에 빠지는 좌절도 경험했다. 우여곡절 끝에 1972년 대학에 입학했지만 캠퍼스는 ‘혁명’을 외치는 여러 분파로 분할 점령된 상태로 분파 간에는 살벌한 살육전이 벌어졌다. 입학한 해에 우리 과 동기생이 살해됐고, 이듬해에는 그 복수로 옆 과 학생이 살해됐다. 도쿄 거리에서는 폭탄이 터졌다. 지식인들은 퇴폐한 신좌익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 살인에 철저하게 무력했다. 1970년대 내내 나는 학생운동을 향한 모든 기대를 접고 어둡고 우울한 마음을 품은 채 지냈다.

이 소설은 픽션이고 등장인물은 허구의 존재다. 하지만 모순으로 보일지 몰라도 나는 내가 실제로 만났던 한국인 초상을 그리고 싶었다. 내가 아는 한 한국 대학생들은 민족의 역사에 강한 인식이 있었고 지식인으로서 강한 긍지를 가졌다. 동 세대 일본 학생이 한국에 무지했던 것처럼 한국 학생도 일본에 대해 지극히 제한된 정보만을 소유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어려운 정치 상황 속에서 아직 경험하지 못한 민주주의를 향해 강한 열정을 품고 있었다. 도쿄 대학의 비열하고 폭력적인 정치 투쟁에 피폐해진 나에게 그들이 주장하는 이상주의는 신선하면서 두려웠다. 나는 그런 동 세대 사람의 초상을 그려두고 싶었다.



출판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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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1979년, 서울. 서울의 대학에 부임한 일본인이 바라본 한국인의 초상.

“여러분, 한국에 가본 적이 있나요?”
도쿄 이자카야에서 한국 유학생이 꺼낸 이 한마디가 내 운명을 크게 바꿔놓았다.

1978년 어느 날 도쿄 이자카야
나는 졸업논문 제출 후 세미나 동기생들과 술자리를 가진다. 그 자리에 한국에서 온 유학생 양 군으로부터 한국에 가본 적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시끌벅적 저마다 생각하는 한국을 말한다. 그리고 며칠 후 세노는 한국의 어느 대학으로부터 사범대학 객원교수 초청장이 든 우편물을 받고, 지난 술자리에서 한국에 가겠다고 했던 말을 어렴풋이 떠올린다. 아, 내가 진짜 한국에 간단 말인가?

1979년 군사정권하의 서울
서울의 대학에 일본어 강사로 부임한 나. 병역 의무를 해야 하는 같은 세대의 한국 청년, 강렬한 반공의 공기, 식민지 시대의 기억이 남아 있는 서울에서 생활하던 와중에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되고 계엄령이 선포된다. 1년간의 서울 체류는 예상치 못한 만남의 연속이었다. 대학교, 영화관, 시장, 버스, 술집, 전라도 여행 등 곳곳에서 만난 1979년 한국 풍경과 사람들. 한운사, 안병섭, 김지하, 김대중, 김영삼, 하명중, 하길종, 지명관, 최인호, 전혜린, 전채린 등 실존 인물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더욱더 흥미진진하다.

대통령이 암살된 다음 날 계엄령의 서울
1979년 10월 27일. 계엄령 하에서 나는 학교 교문 앞에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럴 바엔 계엄령하의 서울을 걸어보기로 한다. 세종문화회관 맞은편에 미국대사관이 위치했기에 특히 경계가 삼엄했다. 나는 몇 번이고 병사들에게 검문을 당했고 여권을 보여주며 세종로를 가로질렀다. 경복궁 옆길로 접어들어 프랑스문화원 쪽으로 향했다. 프랑스 영화를 보러 몇 번이나 지나갔던 길이다. 화랑과 세련된 서양식 카페가 즐비한, 서울에서도 유난히 세련된 거리다. 이미 가게 대부분은 태극기를 조기 게양했다.

그리고 1년 후
나는 수많은 질문을 가방에 차곡차곡 넣은 채 서울을 떠났다. 1년 전에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 질문이었다. 한국과 한국인, 거리를 두고 관찰자 입장에서 보려고 했지만 점점 빨려 들어갔다. 한국인은 언제나 정면으로 말을 걸어왔다. 국가란 무엇인가. 군대란 무엇인가. 민족이란 무엇인가. 역사와 언어의 기억이란 무엇인가. 나는 한국인이 민족이든 역사든 거대한 관념과 씨름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어떻게든 손을 뻗어 만지려 했다. 그리고 내 손은 너무나 뜨거운 열기에 겁을 먹고 머뭇거렸다. 접기


독자 북펀드
참여 고객
강동수, 강이경, 강혜구, 고민주, 고시현, 공해영, 길경숙, 김건보, 김경훈, 김광현, 김규완, 김도영, 김병엽 , 김상진, 김선기, 김성호, 김영규, 김영대 , 김영선, 김용언, 김원, 김은파, 김재희, 김지나, 김찬민, 김채은, 김태림, 김태형, 김해진, 김현석



평점 분포

9.6




잘 받았습니다. 의미있는 출간이네요.
노을 2024-10-12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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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책을 받았네요. 잘 읽겠습니다.
bluebird 2024-10-13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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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이라는 말이 간간히 들린다.
이 힘든 시대에.. 미래를 준비하지 못하고.. 망가져만 가는 시간을 되돌리고 수습을 생각해야하는 이 시기에..
더욱더 최악의 냄새가 간혹 풍겨오는 것만 같다. 전쟁의 내음, 폭력의 소리.. 경험적이고 가상적인 작품이 나왔다. 가깝고도 먼 ... 그 단어를 근거리에서
Clou:Do 2024-11-01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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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은 이방인인 일본인의 눈으로 본다는 것 흥미롭네요.
www3 2024-10-13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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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현대사의 어두운 시대를 조명하는 귀한 외부자의 시선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일독의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됩니다. 일본의 영화평론계의 거장이 그려낸 팩션 가독성도 좋은 명작입니다!
seungshin 2024-10-18 공감 (2) 댓글 (0)


마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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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중하고도 값진 외부의 시선

최근 군사정권 말기에서 서울의 봄에 이르는 한국 현대사를 조명하는 영화가 화제가 되었고, 한강의 <소년이 온다>처럼 광주 항쟁을 소재로 한 소설이 주목받는 가운데 요모타 이누히코의 <계엄>은 한국인들에게도 어쩌면 오랜동안 감춰져온 비밀스럽고 그 진실에 다가가기 어려웠던 시기를 도려내어 자세하게 그려낸 팩션으로서 매우 값진 성과물이라고 생각된다. 일본의 저명한 영화 및 문학 평론가로서도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저자가 20대에 낯선 한국땅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부분을 지금까지 숙성시켜 하나의 소설로 집대성한 느낌이라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제목이 상징하듯 단순히 한 개인의 체험이 아니라, 이웃나라 한국의 한 시대의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한국인들이 현대사를 추체험하게 만드는 힘이 느껴지는 역작이었다. 어느 부분이 픽션이고 어디가 팩트인지는 이 소설에서 중요하지 않다. 불과 40여년전에 벌어진 우리의 과거를 잊고 사는 현대인들이 한번쯤 떠올리고 곱씹어야 하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흔치않은 작품으로 펀딩에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보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이고 많이 읽혀지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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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shin 2024-10-18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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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계엄, 대한민국 역사상 13번의 비상계엄이 발생했고 그 때마다의 국내의 상황은 군부의 엄혹한 관리하에 있어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게 했고 그에 대한 열망을 더욱 품게 되었다.

1945년 여수 · 순천사건이 일었났던 첫 계엄을 시작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6.25 전쟁, 4.19혁명, 5.16 군사정변, 2024년 12.3 비상계엄에 이르는 과정들이 이어지고 있음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우리 정치사의 불편한 역사이자 정치의 수준이 민주주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일로 판단할 수 있다.

우리의 시선으로는 직접적인 과정을 거치는 대상으로의 국가의 문제이자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반항적인 전국민적 거사들이 이어졌지만 그 가운데 외국인의 시선으로 보는 계엄은 어떤 모습이고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 궁금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들 역시 국내에서 맞는 계엄의 대상으로의 지위를 갖기에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판단하지만 어쩌면 이러한 생각도 나의 섣부른 생각이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실제 계엄 1979년 10월 27일 대통령 암살로 인한 비상계엄사태 선포 당시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일본어 교수로 지낸 인물의 픽션과 논픽션을 버무린 소재로의 계엄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계엄" 은 1979년 10월 26일 ,대통령 암살로 인해 10월 27일 비상 계엄령 선포가 이루어 졌고 그 당시 서울의 한 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던 스물 두살의 일본인이 바라본 한국, 한국인, 한국의 계엄령 선포 후의 모습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가상의 인물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아직도 불편한 마음과 걱정스러움이 존재하는 그이기에 그를 대신하는 가상 인물을 창조해 소설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음을 생각하면 여전히 우리의 국가정체성은 다른 외국인에게 보다 일본인들에게 불편한 앙금이 남아 있는 실정이라 생각할 수 있을것 같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에 대한 의식은 비단 계엄이 아니라도 한국, 한국인에 대한 남다른 시각으로 우리의 이해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한다.

물론 일본인과 한국인은 나라의 정체성과 자라 온 과정이 다르기에 생각하는 방식이나 삶의 과정에 따라 모든것을 다르게 볼 수 있지만 일본인만의 정체성과는 다르게 한국인만의 정체성을 일본인의 시각으로 파악해 볼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오~ 하고 말하는 것이 내가 아니라 일본인이 한국인은 이렇구나~ 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를 좀더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판단한다.







저자는 계엄을 통해 그 당시 상황에 대한 현실을 고스란히 기억속에서 복기해 내며 그 자신이 일본인이라 일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한국, 한국인, 한국청년들의 초상을 그려내고 있다.

동시대 한국 학생들은 강한 이상주의, 지식인으로의 긍지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민족 역사 의식이 강하며 민주주의를 향한 강한 열망으로의 꿈을 갖고 있음을 말한다.

이러한 점은 일본학생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기에 한 명의 외국인이 아닌 더 많은 외국인들의 눈과 귀, 입을 통해 나, 우리, 한국, 한국인의 정체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지금 서평을 쓰는 시간 우리 역사의 마지막 계엄이 되면 좋겠다 생각한 문제가 해결의 기미를 타고 국민들의 힘이 민주주의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십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더 이상의 계엄은 없었으면, 외국인의 시각에 불안과 걱정스런 계엄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를 만드는 일이 모두에게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하며 외국인이자 일본인이 본 계엄하의 국내 상황과 자신이 느껴본 실상을 돞아볼 수 있는 책이라 일독을 권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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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korea21 2024-12-14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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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계엄
저자는?
이 책은 소설이다, 저자는 일본인이다.

일본인인 저자는 1979년 1년 동안 서울의 건국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외국인 교사로 체류했다.
그런 체류때 경험한 것을 소설의 형식으로 발표한 것이다.

일본인이기에, 외국인의 시점에서 본 우리나라의 모습이 이 책에 들어있다.

우리는 늘상 그러려니 하고 지나친 것들도 외국인의 눈에는 다르게 보일 것이니. 이 책의 내용 중 우리를 깨우쳐 주는 것들이 많다.

연구실 벽에도 박정희 대통령의 초상 사진이 걸려 있었다. 분명 공적 장소에는 의무적으로 걸게 되어 있나보다. 나는 일본에서 전전 (戰前)시대 국민학교에 내걸렸다는 천황 초상화를 떠올렸다. 일본 메이지 유신을 모방해 '정신 유신' 같은 말을 고안하고 국민에게 강요하는 독재자인만큼 당연히 여기도 모방의 힘이 작동하리라 (41쪽)

이런 것을 보면, 당시에 이미 일본에서는 국가원수의 초상 사진 같은 것을 걸지 않았던가 보다. 우리나라만 메이지 유신을 따라 하느라 철지난 짓을 따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 일은 전두환 때까지도 그랬었다.

식수는 박대통령이 제창한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기회가 생길 때마다 행해졌다. (94쪽)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자주 보는 기관장이나 유명인사들이 어떤 것 혹은 일을 기념하여 식수를 하는 장면의 기원이 바로 새마을운동에서라는 것.

당시 우리나라는 외국인의 눈에 어떻게 보였을까?

저자는 우리나라로 오게 되면서 여러 가지 사전 정보를 듣는다. 그런 사전 정보들을 갖고 온 저자, 이런 것들을 뇌리에 주입하게 된다.

군사 독재 정권 하에 있으며 얼마나 부조리하고 공포로 가득 찬 곳인지 알게 되었다, (26쪽)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도 연행되어 시체로 발견되었다. (27쪽)

그곳 한국에서는 적어도 일본에서와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으로 주의에 만전을 다하지 않으면 뜻밖에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쓸 가능성이 있다. (28쪽)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던 저자, 그가 중앙정보부에서 데리러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을까 충분히 짐작이 된다.

일하는 학교로 찾아온 중년 남성에게 이끌려 그는 중앙정보부로 가게 된다.

그런 일을 당하자 목적지에 도착하기 까지 오만 생각을 다하게 된다.

무슨 잘 못이 있는 것일까? 말을 잘 못한 것이 있는지, 아니면 누군가 연루된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등등

심지어 학과 공동연구실에 있던 책, 김석범의 <까마귀의 죽음>도 떠올린다.

김석범은 한때 조총련 측에 섰던 소설가로, 이 소설은 1948년 제주도에서 일어난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주제로 한 것이다. (161쪽)

그러나 막상 도착한 곳에서는 뜻밖의 일을 제안한다.

일본어에 능숙한 직원을 뽑는데 면접관이 되어 달라는 것, 물론 1회만 해달라는 것이다.



기록해두고 새겨볼 말들, 사건들



당시 그때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어떻게 나라는 사회는 돌아갔을까?

일본인이 보고 들은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아무래도 외국인의 시선으로 보았는지라 다르다. 특별히 일본이라는 나라는 더 특별한 외국이기에 더더욱 특별한 이야기가 기대되었다.



일본에서 온 잡지와 책을 받으려면 더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했다. 어느 날 갑자기 국제우체국에서 출두하라는 요청이 인쇄된 엽서가 도착한다. 그러면 버스를 갈아타고 신촌 앞 철도 밑을 지나 연세대학교 맞은편에 있는 우체국에 가야 한다. 오전 중으로 시간대가 지정돼 아무래도 출퇴근 러시아워에 맞닥뜨린다. 비틀거리며 버스에서 튕겨 나와 우체국 바깥 계단을 올라가 2층 창구에서 서류를 보여주고 외국에서 온 소포 수령을 신고한다. 하지만 그것으로 수령 절차가 끝날 리 없다. 담당자가 커터 칼로 소포 포장을 거칠게 뜯으면 안에서 나온 책과 잡지에 대해 한 권 한 권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산주의와 반정부 관련 문서가 없는지 검사하려는 목적이다. (114쪽)



박정희 유고 사태가 일어난 다음의 일이다.

저자는 일본 대사관 홍보실에 가서 신문을 열람한다. 물론 일본 신문을 보러 간 것이다.



열람실에 놓인 일본 신문은 무참할 정도로 검열을 받았다. 제목과 하단 광고를 남겨두고 1면 모든 기사가 잘려져 있었다. 그만큼 심각한 사태가 최근 한국에서 일어났음을 말해주었다. (265쪽)



이런 기록도 만난다.



박정희 유고 사태가 일어난 다음의 일이다.



텔레비전에서는 그리그의 <오제의 죽음>을 배경음악으로 깔고 대통령 공적을 칭송하며 61세로 끝난 그의 생애를 이야기했다. (........) 라디오 역시 클래식 음악 일색이었다. (271쪽)



이런 기록을 읽으니 저자가 클래식 음악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서 다시 읽으니 음악 관련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다.



바흐의 파르티타 (32쪽)



비틀스부터 드뷔시까지 조잡한 흑백 재킷으로 감싼 해적판 레코드가 팔려나간다. (63쪽)



내가 에릭 사티를 듣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하자 부인은 안쪽에서 레코드를 꺼내 내게 빌려주었다. (242쪽)



텅빈 전시장에는 모차르트의 <레퀴엠>만 흘러나왔다. (264쪽)



이런 기록 가치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문화와 관련된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그들과 만난 기록들이 의미가 있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이다.

최인호, 하길종 영화 감독의 부인 전채린, 하길종 감독의 동생 영화배우 하명중.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비록 소설의 형식을 따르고 있지만, 저자가 우리나라에 체류하면서 경험한 시간 - 하필이면 비상계엄의 엄중한 시간- 에 관한 기록이다. 해서 역사다.



이 책을 손에 잡은 날짜가 2024년 12월 5일이다.

『계엄』이라는 책 제목 그대로 ‘계엄’이 이 나라에 울려퍼진 날이 2024년 12월 3일, 그로부터 이틀 뒤다. 그러니 이 책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역사 속에 한번 분명하게 정리된 단어, 그 단어가 박제된 개념으로만 존재할 줄 알았는데, 책을 뚫고 역사를 비집고 현실로 나타났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을 펼치면서, 그래서 2024년 12월 3일 나타난 비상계엄에 관한 이야기가 나중 나중에 이런 책으로 엮어져 나올 것을 기대하면서, 과거의 계엄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역사책을 읽어가는 심정으로 읽었다.

이 책, 역사이기 때문에 사소한 것이라 할지라도 가치있는데, 특히 외국인의 눈으로 본 것들이라 더더욱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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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yoh 2024-12-13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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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모두 리셋시키는 것이다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계엄, 일본인 눈에 비친 한국의 시대상




지은이 요모타 이누히코는 문화연구자이며, 수필가, 비평가이자 시인으로 문학과 영화, 만화 등을 문화 현상을 논한다. 일본의 여러 대학, 미국의 컬럼비아대학,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과 중앙대학, 타이완 칭화대학 등에서 영화사와 문화론을 강의하기도, 2002년 <서울의 풍경-기억과 변모>로 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문학상과 학예상을 받았다. 이 소설<계엄>은 1979년 도쿄대학 대학원 재학 중, 건국대학교의 일본어 강사로 활동했던 그때의 이야기다. 2024.12.3. 한국에서 45년 만에 “계엄”이 발동됐다. 이 소설은 9월에 그리고 10.14. 한국어로 출판됐으니, 마치 한국의 계엄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이 소설은 당대의 시대의 이슈와 주요인물은 실물이다. 지은이는 영화사를 연구한 터라, 하길종 감독과 그의 동생, 당대의 인기배우 하명중, 최인호, 이호철 등의 소설가가 등장하기도,




소설은 논픽션의 형태 혹은 자서전이 섞인 듯하다. 반세기 넘게 한국 사회를 지켜본 지은이, 1970년대 가혹한 유신 체제를 경험한 일본인으로, 같은 세대의 한국의 청년들이 당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왜 사범대학에 여학생들이 그렇게 많았는지, 새삼스럽지만 그 배경을, 1929년 광주학생운동, 1979.10.26. 김재규는 같은 날, 1909.10.26. 하얼빈역 앞에서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로 상징된 일본 제국주의 심장에 총탄을. 안중근이 살아있었다면, 그 역시 이토처럼, 권력의 상층부에 있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 김재규는 10.26. 70년 전 안중근 의사가 이토를 저격했던 것처럼, 그날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품는다. 김재규는 확신범이었고, 더는 박정희의 야욕을 막지 않는다면, 자멸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부마항쟁은 수많은 청년을 죽음으로 내몰 것이라고,




소설 속 주인공은 22살의 세노 아키오, 그는 경박하고 무지했다. 한국을 택한 이유는 답답한 일본에서 해방된다면 어디든 좋았다. 지은이는 도쿄대 야마다 강당 전공투를 겪었고, 고등학교 시절 베트남 전쟁에 반대 정치 운동에 참여하기도 우울의 억압은 도쿄만이 아니라 서울에도 있었다. 빈곤과 징병제, 언론 통제, 거리 곳곳에 내걸린 슬로건과 포스터, 한국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민족, 역사, 모국어’라는 단어를 배웠다. 일본에서도 한 번도 입에 담지 않은 것들을….




세노는 정치의 계절이 종언을 고한 후 대학에 입학한 세대이며, 일본 제국주의가 과거 한반도에서 저지른 범죄에도 베트남 전쟁에도 무지하고 지극히 소박한 인식만을 가진다. 그는 한국의 70년 유신 시대 속으로 들어간다. 동시대의 한국 학생들의 강한 이상주의, 지식으로서의 긍지를 선명하게 드러내 보인다. KCIA라는 중앙정보부가 어떤 곳인지를, 통금이 무엇인지를, 한국에서 밥술깨나 뜬다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힌 일본의 식민지 시대는 그들에게는 좋은 시절이었다. 반일종족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에게서 보였던 그런 색깔과 느낌이. 일본방송을 듣고 TV를 보면서, 집에서 가족들과 일본어로 대화하는 그들만의 세계, 정체성, 문화접촉과 문화침투, 사고방식과 가치체계를 바꿔버린 그 무엇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소설을 읽는 동안에 어렴풋하게 실루엣이 비치기 시작하는데….




한국 청년들은 일본에 대한 제한된 정보만이, 하지만 이들에게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민주주의를 향한 강한 열정을 품고 있었다. 도쿄대학의 비루하고 폭력적인 정치투쟁에 피폐해진 지은이에게 한국 청년들의 주장하는 이상주의는 신선하면서 두려웠다고,




이 소설은 우리를 70년대 한국 풍경 속으로 끌어들인다. 보신탕에서 영양탕으로, 하길종 감독의 “병태와 영자”, 최인호의 소설 “바보들의 행진” 당대의 예술과 표현의 자유가 엄격하게 통제됐던 시기에 항변은 에둘러 기술적으로 할 수밖에 없던 시대를,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그 모든 것들이 일본 지식인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한국의 특수성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개구리복의 복학생들, 아이와 어른 만큼의 차이가 나는 이들의 행동, 광주 출신의 복학생은 세노에게 광주를 가보자고, 광주학생운동기념비를 둘러보면서, 한국 사회가 정상적이지 않은 게 정상적이라는 말을 남겼지만, 그는 후일 대학의 부학장이 됐다. 토착 왜구는 엄연히 존재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경성제국대학을 나와 연구자로 활동하다 외무성에서 일한 일본인, 퇴임 후 그의 태어난 곳 “서울”로 돌아와 어느 여자대학의 교수로 살고 있다. 고향이라고, 수구초심일까, 그렇게 황국신민화에 앞장섰던 그의 과거는 완전히 세탁한 채로, 지식인의 가면을 쓰고 그런 양 살고 있다. 아마도 이영훈 등 낙성대그룹은 이런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기에, “반일종족주의”라는 엄청난 소리를 해대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눈에는 병적이다. 마치, 반일주의를 병적이라고 했던 산케이 신문 사설처럼,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덜 해방된 곳이 여전히 존재했을지도,




이 소설은 소설이 아닌 역사적 진실을 허구처럼, 논픽션을 픽션화 시킨 것, 지은이는 애써 허구라 하지만, 굳이 소설이라고 하면 될 것을, 반대의 반대, 강한 반대는 거꾸로 읽으라는 암시인 듯, “비상계엄”사태로 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 의결되고, 이제 절차만 남았다. 불법적이어서 셀프 쿠데타, 자위 쿠데타라고, “내란죄”에 다스려야 한다고, 비상계엄논의에 참석했던 국무총리가 헌법상 권한대행이지만, 그 역시 내란 모의에 참석했으니. 아무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정국이다. 때마침 나온 “계엄” 79년 10월 부산과 마산에서는 무슨 일이. 복기해보자. 제주 4.3항쟁을 “제주폭동”, 여순항쟁을 “여순반란”, 부마항쟁을 “부마 소요사태”로 5.18민주화운동을 “5·18사태”로 이렇게 수십 년이 흐르고 책임자처벌이, 모두 국가폭력이며 이에 대한 진상조사와 국가보상과 배상을 하라고 한 사건들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것 자체가 “계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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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bh 2024-12-17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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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했습니다>​

이 책은 이웃나라에서 벌어지는 큰 변화를 목격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불과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의 시선은 본질을 꿰뚫고, 표면을 휘덮는다.

1 한국에서 벌어지는 광경

1979년의 일본에서 시작하는 얘기는 우선 그 시대의 모습을 재현하듯 글로 옮긴다. 그 당시 한국과 다르게 일본인들은 해외진출 활발했고, 부푼 꿈을 안고 대학원 학업을 마친 후 해외로 자신의 경력을 쌓기 위해 계획을 짜는 필자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우연인 듯, 필연 같은 계기로 그는 한국으로 떠나고, 평온해 보이는 듯한 생활과 그에 이어서 다가온 격변을 동시에 경험한다. 그리고 마치 클라이맥스처럼 한국의 계엄을 마주한다.

계엄 이전의 한국의 광경을 묘사한 부분이 담담한 문체와 저자의 필력이 결합하여 독자를 그 시대로 몰입하게 한다.
아울러 계엄 이후의 풍경은 미묘하게 달라진 사회 분위기와 사람들을 잘 표현한다. 필자가 입국 전에 느낀 불안감은 마치 복선인 것처럼 그를 역사의 한 페이지로 끌고 들어간다.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계엄으로 구분지어지는 한국의 초상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인식하고 서술한다.

또한 최근까지 변화의 흐름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데 그 핵심 파악이 아주 뛰어나다.
예컨대 신군부의 정권 획득, 제5공화국의 탄생, 국회의원으로 제명 당한 김영삼, 죽음의 위기를 넘긴 김대중 등을 기억하며 21세기 한국의 맥락과 연결해낸다.

2 한국에서 벌어지는 관념

그의 빼어난 시각은 풍경을 옮기는 것이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이웃나라의 역사를 살피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국가, 국민은 과연 무엇인가. 정치와 이념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역사와 영웅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뿐만 아니라, 한일의 학생운동과 관련한 공통점 및 차이점은 무엇인지, 두 나라 젊은이들은 어떤 고민을 가지고 불안에 휩싸였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필자가 고백했듯이 일본에 있었으면 하지 않았을 질문들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 질문들을 사라지지 않도록 애정을 가지고 붙들고 있는다. 그리고 그의 물음은 고스란히 독자들의 몫이 되기도 한다.

#계엄 #요모타이누히코 #한정림 #정은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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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오스 2024-12-14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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