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 1954-2021년을 회상하다
앙겔라 메르켈,베아테 바우만 (지은이),박종대 (옮긴이)한길사2024-11-26
원제 : Freiheit: Erinnerungen 1954 - 2021
다음
768쪽
책소개
2024년 11월 26일, 많은 사람이 기다려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의 회고록 『자유: 1954-2021년을 회상하다』가 전 세계 32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앙겔라 메르켈은 16년 동안 독일 정부를 이끌면서 수많은 위기를 극복했고 독일 정치뿐 아니라 국제 정치와 국제 사회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그런 그녀도 처음부터 총리가 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앙겔라 메르켈과 그녀의 오랜 정치적 조력자인 베아테 바우만은 메르켈이 동독에서 살아온 35년과 통일 독일에서 살아온 35년의 삶을 되돌아본다.
목차
프롤로그
제1부 “나는 총리가 되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1954년 7월 17일 - 1989년 11월 9일
1. 행복한 어린 시절 43
크비초 43 | 발트호프 50 | 베를린 장벽, 그 경악스런 충격 57 | 괴테 학교 60 | 방학 72 | 프라하의 봄 75 | 헤르만 마테른 학교 78
2. 객지 생활 91
물리학 공부 91 | 무심함 95 | 언어의 울림과 금가루 98 | 졸업장 102 | 일메나우 104
3. 동독 과학 아카데미에서 111
속도 상수 111 | 독일자유청년단과 마르크스-레닌주의 118 | 마리엔가 121 | 템플리너가 124 | 국제 교류 126 | 심리적 거리감의 증가 129 | 내 집이 생기다 134 | 서독 여행 137
제2부 민주주의 각성
1989년 11월 10일 - 1990년 12월 2일
1. 통합과 정의와 자유의 실현 149
뒤섞인 감정 149 | 정치에 첫걸음을 내딛다 153 | 특별한 선거운동 166 | 마찰과 갈등 180 | 위대한 외교의 순간 186
2. 홀로서기 189
주머니 속에서 주먹을 불끈 쥐다 189 | 연방하원 선거에 출마하다 192
제3부 자유와 책임
1990년 12월 3일 - 2005년 11월 21일
1. 동독 재건 203
성목요일 203 | 다리 골절 211 | 이웃 여자 218 | 주민 상담 시간 225 | 동독의 명과 암 228 | 공격성과 폭력에 맞서 232
2. 평등권 239
페미니스트? 239 | 경부 강직 250
3. 지속가능성 257
에너지 합의 대화 무산 257 | 환경회의: 내 속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다 268 |
생존의 대가 279
4. 왜 기독교민주당인가 283
당대표 283 | 비싼 수업료, 또는 권위를 위한 투쟁 296 | 원내대표 겸직 303 | 조기 총선 312 | 대연정: 관례를 지키다 320
제4부 독일에 봉사하다Ⅰ 2005년 11월 22일 - 2015년 9월 4일
다음
768쪽
책소개
2024년 11월 26일, 많은 사람이 기다려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의 회고록 『자유: 1954-2021년을 회상하다』가 전 세계 32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앙겔라 메르켈은 16년 동안 독일 정부를 이끌면서 수많은 위기를 극복했고 독일 정치뿐 아니라 국제 정치와 국제 사회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그런 그녀도 처음부터 총리가 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앙겔라 메르켈과 그녀의 오랜 정치적 조력자인 베아테 바우만은 메르켈이 동독에서 살아온 35년과 통일 독일에서 살아온 35년의 삶을 되돌아본다.
목차
프롤로그
제1부 “나는 총리가 되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1954년 7월 17일 - 1989년 11월 9일
1. 행복한 어린 시절 43
크비초 43 | 발트호프 50 | 베를린 장벽, 그 경악스런 충격 57 | 괴테 학교 60 | 방학 72 | 프라하의 봄 75 | 헤르만 마테른 학교 78
2. 객지 생활 91
물리학 공부 91 | 무심함 95 | 언어의 울림과 금가루 98 | 졸업장 102 | 일메나우 104
3. 동독 과학 아카데미에서 111
속도 상수 111 | 독일자유청년단과 마르크스-레닌주의 118 | 마리엔가 121 | 템플리너가 124 | 국제 교류 126 | 심리적 거리감의 증가 129 | 내 집이 생기다 134 | 서독 여행 137
제2부 민주주의 각성
1989년 11월 10일 - 1990년 12월 2일
1. 통합과 정의와 자유의 실현 149
뒤섞인 감정 149 | 정치에 첫걸음을 내딛다 153 | 특별한 선거운동 166 | 마찰과 갈등 180 | 위대한 외교의 순간 186
2. 홀로서기 189
주머니 속에서 주먹을 불끈 쥐다 189 | 연방하원 선거에 출마하다 192
제3부 자유와 책임
1990년 12월 3일 - 2005년 11월 21일
1. 동독 재건 203
성목요일 203 | 다리 골절 211 | 이웃 여자 218 | 주민 상담 시간 225 | 동독의 명과 암 228 | 공격성과 폭력에 맞서 232
2. 평등권 239
페미니스트? 239 | 경부 강직 250
3. 지속가능성 257
에너지 합의 대화 무산 257 | 환경회의: 내 속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다 268 |
생존의 대가 279
4. 왜 기독교민주당인가 283
당대표 283 | 비싼 수업료, 또는 권위를 위한 투쟁 296 | 원내대표 겸직 303 | 조기 총선 312 | 대연정: 관례를 지키다 320
제4부 독일에 봉사하다Ⅰ 2005년 11월 22일 - 2015년 9월 4일
1. 최초의 여성 총리 331
2005년 11월 22일 화요일 331 | 파리-브뤼셀-런던-베를린-뒤셀도르프-함부르크 340 | 더 많은 자유에 도전하자 344 |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다 350 | 바르샤바 358 | 유럽연합 이사회 361 | “너희는 어디로, 어디로 사라졌니?” 362
2. 여름 동화 381
클린스만, 구습을 끊다 381 | 월드컵 3위 384
3. G8 정상회의 389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점심 식사 389 | 8인의 회의 398 | 블라디미르 푸틴을 기다리다 402
4. 글로벌 경제 위기 409
아르미다와 IKB 409 | 글로벌 난기류 415 | 예금자 보호 419 | 구제금융 프로그램 422 | 일자리 426 | G20 431
5. 유로화 위기 435
꿈의 연정 435 | 솔베이 도서관 439 | 이타카로 가는 길 446 | 유로화가 실패하면 유럽도 실패한다 451 | 바주카포를 찾아서 457 | 칼날 위에 선 그리스 463
6.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 471
우크라이나 공격 471 | 부쿠레슈티 나토 정상회의 473
7.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자결권 491
동방파트너십 491 | 마이단 시위 496 | 크림반도 합병 499 | 노르망디 형식 502 | 페트로 포로셴코의 평화안 506 | 민스크 마라톤협상 508 | 냉전의 바람 520
8. “우리는 해낸다” 523
유럽의 관문에서 523 | 여름 기자회견 530 | 결정 535
제5부 독일에 봉사하다 Ⅱ 2015년 9월 5일 - 2021년 12월 8일
1. 다정한 얼굴 541
“그건 내 나라가 아니다” 541 | 해법 찾기 547 | 독일에서의 이슬람 테러 560 | 불신과 신뢰 564 | 다시 출마해야 할까? 572
2.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맞매듭 579
지구본, 지도 그리고 관용 579 | 브렉시트 584 | 새로운 동맹 588 | 자유무역협정 590 | 파리 협약 595 | 아프리카와의 협력 관계 599 | 세계 강국 인도와 중국 604 | 도널드 트럼프 613 |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 617
3. 기후 및 에너지 623
악몽과 그 결과 623 | 천연가스 631 | 사전 예방 원칙 637
4. 국제 임무에 투입된 연방군 643
아프가니스탄 643 | 리비아 653 | 병역의무 657 | 서발칸반도 660
5. 이스라엘 665
아데나워의 발자취를 찾아서 665 | 국가 이성 674
6. 카이로스 681
“자리에서 내려오기” 681 | 기민당 대표직과의 작별 689
7. 팬데믹 693
민주주의의 짐 693 | 희망과 실망 712 | 유럽공동체를 위한 시험대 715 | 미지의 영역 718 | 팬데믹의 그늘에 가려진 세계 정치 722 | 퇴임식 732
에필로그 737
감사의 말 741
사진 출처 743
약어 목록 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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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앙겔라 메르켈 (Angela Merkel)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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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 2021년까지 독일연방공화국 총리를 역임한 앙겔라 메르켈은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다. 1954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나 동독에서 성장했고,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90년 독일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었다. 1991년부터 1994년까지 여성청소년부 장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환경부 장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기독교민주당 의장을 역임했다. 2021년 정계에서 은퇴했다.
최근작 : <자유> … 총 2종 (모두보기)
베아테 바우만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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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서독 오스나브뤼크에서 태어났다. 뮌스터와 케임브리지에서 영문학과 독문학을 공부했다. 1992년 여성청소년부에서 앙겔라 메르켈의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1995년부터 환경부에서 근무했고, 2002년부터 기독교민주당에서 일했다. 2005년부터 2021년까지 연방총리실에서 메르켈의 수석보좌관으로 근무했다.
최근작 : <자유>
박종대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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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쾰른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사람이든 사건이든 표층보다 이면에 관심이 많고, 환경을 위해 어디까지 현실적인 욕망을 포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 자신을 위하는 길인지 고민하는 제대로 된 이기주의자가 꿈이다. 『너 자신이 되어라』 『경제학 천재들의 자본주의 워크숍』 『특성 없는 남자』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어느 독일인의 삶』 『변신/시골 의사』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등 200여 권을 번역했다. 2024년 제2... 더보기
최근작 : <바이마르 문학 기행> … 총 209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 세계를 움직인 리더십, 가장 강력한 여성 지도자
메르켈의 시선으로 현대 세계의 결정적 순간들을 돌아보다
동독에서 35년, 통일 독일에서 35년
시골 목사의 딸에서 물리학자로
그리고 16년간 장기집권한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
2024년 11월 26일, 많은 사람이 기다려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의 회고록 『자유: 1954-2021년을 회상하다』가 전 세계 31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앙겔라 메르켈은 16년 동안 독일 정부를 이끌면서 독일 정치뿐 아니라 유럽과 국제 정치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그런 그녀도 처음부터 총리가 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앙겔라 메르켈과 그녀의 오랜 정치적 조력자인 베아테 바우만은 메르켈이 동독에서 살아온 35년과 통일 독일에서 살아온 35년의 삶을 되돌아본다.
동독 공산주의 정권에서 탄압받는 목사의 딸로 자라난 물리학자가 어떻게 16년간 장기집권하는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자유세계를 이끄는 가장 막강한 정치인으로 자리 잡게 되었을까? 서독 출신 남성 정치인들이 점령한 독일연방 정치계에 선 동독 출신 여성 정치인, 기독교민주당의 보수주의자들에게 둘러싸인 이혼녀, 무심하고 꾸밀 줄 모르는 물리학 박사. 앙겔라 메르켈은 모든 불리한 조건을 물리치고 국제 정치의 일선에서 유럽과 자유세계의 통합을 이끌었다.
앙겔라 메르켈은 동독에서 보낸 어린 시절, 청소년기, 학업,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정치 인생이 시작된 1989년에 대한 개인적인 목소리를 꺼내놓는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만나 나눈 대화와 국제 사회의 전환점을 되돌아보면서, 지금의 세상을 만든 결정들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생생하게 조명한다. 탈원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난민 수용 등 시간이 지날수록 논쟁에 불이 붙는 주제들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풀어낸다. 총리실에서의 일상을 비롯해 베를린과 브뤼셀, 혹은 다른 곳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렸던 드라마틱한 날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국제 협력의 영역에서 기나긴 변화의 흐름을 묘사하고, 오늘날 글로벌한 세계에서 정치인들이 복잡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어떤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지 고백한다.
『자유: 1954-2021년을 회상하다』는 5개 부로 구성되었다. 1~2부에는 동독에서의 삶을, 3부에는 독일 통합의 과정을, 4~5부에는 총리로서 독일을 이끌어온 이야기를 담았다. 메르켈이 소장한 어린 시절 사진과 메르켈의 정치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을 기록한 사진 26장도 함께 실었다. 냉전과 세계화를 거쳐 신냉전으로 접어드는 현대의 전환기를 살아내고 또 결정해온 가장 막강한 여성 지도자 메르켈! 그녀를 이끈 것은 무엇이었을까?
■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고 무너지기까지
1954년 7월 17일 - 1989년 11월 9일
『자유: 1954-2021년을 회상하다』의 전반부는 1954년부터 1990년까지 동독의 독재 치하에서 살았던 앙겔라 카스너의 삶을 다룬다.
1954년, 목사인 호르스트 카스너와 그 아내 헤를란트 카스너, 생후 6주의 앙겔라 카스너는 서독 함부르크에서 동독 크비초로 이주했다. 기독교적 평화윤리를 전파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카스너 가족이 베를린의 친할머니 댁에 머무르던 1961년 8월, 베를린을 가로지르는 장벽이 세워지면서 독일은 철조망과 벽을 두고 동서로 완전히 분단되었다.
앙겔라 카스너는 개척자단(공산주의 소년단) 멤버로 소련에 갔다오고 난 뒤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희망을 버린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종교인과 가족이 차별받던 시절에 반체제적인 인쇄물을 비밀리에 배포하던 카스너 가족은 국가안전부(슈타지)의 요주의 대상이 되었다. 성적은 뛰어났지만 목사의 딸이기에 대학 적성검사에서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없었던 앙겔라 카스너가 선택한 진로는 물리학이었다.
“내가 물리학을 선택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물리학은 자연과학이었다. 동독 정권도 자연과학적 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었다.” (82쪽)
라이프치히에서 대학을 다니며 울리히 메르켈과 결혼한 앙겔라 메르켈은 졸업 후 베를린 과학 아카데미에서 일하게 된다. 1981년 울리히와 헤어진 그녀는 곧 과학 아카데미 동료인 요아힘 자우어와 동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1989년 11월 9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통일의 기회가 찾아온다.
“개인적인 해외여행은 여행 사유나 가족 관계 증명 같은 전제 조건 없이도 누구나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부터 바로.” (43쪽)
■ 갑작스러운 통일, 정치에 첫걸음을 내딛다
1989년 11월 10일 - 1990년 12월 2일
독일 통일에 기여하고 싶었던 앙겔라 메르켈은 과학 아카데미를 그만두고 시민단체 ‘민주주의 각성’ 일에 뛰어든다.
“기자를 만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주의 각성의 평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겁니다.”
슈누르가 다소 지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럼 그 자리에 당신이 나가도록 해요.”
나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런 자리에 제가 어떻게 나가요?”
슈누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제부터 당신을 민주주의 각성 언론 담당 대변인에 임명합니다.” (166~167쪽)
민주주의 각성은 총선에서 저조한 성적을 냈지만, 단체 대변인으로 활약한 앙겔라 메르켈은 동독 마지막 정부에 부대변인으로 낙점되고, 1990년 10월 2일 독일 통일과 함께 정부에서의 활동을 종료한다.
■ 초선 하원의원에서 연방총리까지
1990년 12월 3일 - 2005년 11월 21일
독일 통일 이후 메르켈은 민주주의 각성의 합병과 함께 기독교민주당(기민당)에 입당한다. 연방의회 선거에 도전한 그녀는 누구도 예상 못한 역전승을 거둬 초선 하원의원이 된다.
메르켈은 동독 출신 여성을 대표해 연방총리 헬무트 콜에게 발탁된다. 1991년 여성청소년부 장관에 임명된 그녀는 독일 헌법에 남녀평등을 규정했으며, 여성에게 조건부 낙태권을 돌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보편적인 유치원 수용 권리의 도입 역시 그녀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1994년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된 메르켈은 핵폐기물 이송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 탈원전 정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메르켈도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전까지 평화로운 핵에너지 이용을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수만 명의 경찰을 투입해 핵폐기물 이송을 단호하게 실행했으나, 시민들의 탈핵 의지 앞에 원자력발전소 가동기한이 제한되고 핵폐기물 이송이 금지되는 모습을 보면서 사회적 합의 없는 정책 실행은 막대한 비용만을 초래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1999년 헬무트 콜의 불법 기부금 수령을 날카롭게 비판한 메르켈은 당대표로 취임하지만, ‘동독 출신의 평범한 여자를 총리 후보로 내보낼 수 없다’는 당내 의견으로 총리 후보직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진 원내대표와 총리 후보에게서 기민/기사 연합의 당권을 넘겨받은 메르켈은 2005년 조기 총선에서 사민당을 무너뜨리고 독일연방의 총리 자리에 오른다.
■ 최초의 여성 총리로서 독일에 봉사하다
2005년 11월 22일 - 2015년 9월 4일
메르켈이 총리로 선출되었을 당시 재정 적자가 연 3.3퍼센트, 이자 지출만 전체 지출의 15퍼센트에 달했던 독일연방은 ‘유럽의 병자’로 불리는 신세였다. 메르켈은 이전 정부가 기획한 정책인 ‘어젠다 2010’을 받아들여 부가가치세 인상, 공무원 임금 삭감, 연금 개시 시점 상향 조정 등 강력한 경제개혁을 실행한다.
곧이어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해 유럽연합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독일 내 민간은행은 물론이고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무너지며 유로화 경제가 도미노처럼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메르켈은 유럽연합의 금지 조항을 이유로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지원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히지만, 프랑스 대통령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IMF 총재와의 협상 끝에 그리스의 강력한 자구책 마련이라는 조건을 붙여 구제금융에 찬성표를 던진다.
■ 국제 정책의 이면
2015년 9월 5일 - 2021년 12월 8일
메르켈은 2015년 9월의 난민 정책이야말로 총리 임기 전체를 둘로 나누는 기점이라고 말한다. 2010년대 지중해를 통해 유럽에 발을 딛는 난민이 급격히 늘었고, 독일까지 도달해 망명을 신청하는 난민이 2014년에는 17만여 명에 이르렀다. 2015년 신청 건수는 80만 건으로 예상됐다.
2015년 9월 4일, 메르켈은 오스트리아 국경으로 향하는 난민 행렬을 독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유럽과 중동의 정상들과 협력해 난민을 유럽에 분산 수용하기로 약속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던 사민당과 타협해 연간 최대 22만 명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인도주의적 결정이었지만, 유럽 남해안과 3,000킬로미터에 달하는 독일 국경을 모두 폐쇄할 수 없었기에 내린 어쩔 수 없는 결정이기도 했다.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내막도 담았다. 2008년 나토 정상회의 당시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하고자 했다. 메르켈은 신규 가입이 기존 회원국의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원칙, 또 군사적 안전 보장까지 걸리는 유예 기간 동안 닥칠 위험이라는 이유를 들어 가입 절차 진행을 반대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해군을 2017년까지 크림반도에 주둔시키기로 러시아와 협약을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4년 크림반도는 친러 분리주의자들에게 점령되었고, 메르켈과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분리주의자 간의 대화를 중재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직접적 충돌을 막으려는 이런 노력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중단되고 말았다. 마지막 임기 2년을 남기고 대유행한 코로나19는 연방제 국가의 한계를 보여주며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을 뿐 아니라 국제정치에도 큰 짐이 됐다.
■ “구체적으로 답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메르켈 전 총리는 이 책이 지극히 주관적으로 서술되었다고 말하지만, 사건과 행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강박적인 노력이 글에 선명하다. 메르켈은 지금껏 공개되지 않은 국가 지도자 사이의 내밀한 대화와 의사결정 과정을 드러내고, 정책 결정에 개입된 근거와 개인적인 감정 그리고 자신의 신념과 자기반성 등의 동기를 모두 밝힌다.
“마르크스-레닌주의 구두시험에서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시험관들이 현실 사회주의에서 이론대로는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였다. 나는 이 문제만큼은 잘 대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답하기 시작했다. ‘아직 좋지 않은 점은 차를 사려면 7년에서 10년을 기다려야 하고, 해외에 나갈 때 아주 적은 액수만 환전할 수 있고, 우리의 컴퓨터는 최신형이 아닌 데다 빠르지도 않고, 휴지를 사려고 몇 시간씩 돌아다녀야 하고, 또…’
나는 약 7분 동안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불쑥 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조심해, 이건 함정 질문이야! 넌 지금 아주 위험한 말을 하고 있어.’” (104쪽)
메르켈은 “구체적인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일찍이 없던 규모로 거짓이 판치는 이 시대에 진정성과 힘을 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입을 막는 권위와 폭력에 맞서 안팎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것이 진정한 책임과 자유의 배양토라는 걸 명심하라는 것이다.
철저한 현실 정치인 앙겔라 메르켈의 태도는 한마디로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들을 결정한 뒤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는 것”이다. 35세까지 물리학자로 살아온 메르켈은 과학적 사고와 주저 없는 진실함으로, 또 높은 이상만큼이나 실리를 추구하면서 정치적 맞수와도 결코 대화를 멈추지 않고 타협하며 국정을 운영해왔다.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이 ‘유럽의 엔진’으로 탈바꿈한 배경이다.
동시에 이 책은 서독 친척들이 보내주는 지원금으로 먹고살던 독재 치하 목사의 딸이 온갖 악조건을 극복하고 자유세계의 넘버원 자리에 오르는 극적인 상승 이야기이기도 하다. 읽기 즐거울 뿐 아니라 냉전기 양극 시대 분단국가의 공산주의 정권 아래에서 성장해 동서독 통합을 이끌어온 특수한 개인적 경험을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밝힌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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