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3

Kim Jaeyeon - 토요일밤 남태령에 있었던 누구나 그랬듯, 저 역시 여러 복잡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1) Kim Jaeyeon - 토요일밤 남태령에 있었던 누구나 그랬듯, 저 역시 여러 복잡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가장 큰... | Facebook



Kim Jaeyeon

tnspSrdooe9a40tc91m529uc7g5at5tmu7h5gmg0910h58c41c9gauft4712 ·



토요일밤 남태령에 있었던 누구나 그랬듯, 저 역시 여러 복잡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가장 큰 고민은 대중교통이 끊긴 후 여기 모인 수많은 시민들의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의) 놀라운 열기를 충분히 수용하면서도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문제였습니다. 경찰과의 긴장된 대치상황도 우려됐지만, 체감기온 영하 12도의 매서운 추위 속에 저체온증 등으로 건강상의 불상사가 생길 위험도 충분했습니다.
엿새 넘게 트랙터를 끌고 상경한 농민들은 경찰 차벽 따위에 쉽사리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었고, 곧 막차가 끊긴다고 안내를 해도 꿈쩍도 않고 쉼 없이 “차빼라!”를 외치는 시민들(대부분이 2030여성)을 강제로 귀가시킬 수 있는 방법도 없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자유발언에서 시민들은 계엄령이 선포됐던 밤에 국회 앞으로 달려오지 못해 미안했던 마음을 고백하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을 떠나지 않겠다고 서로에게 다짐했습니다. 그야말로 ‘나라를 구하겠다는’ 결기가 넘치는 자리였습니다.
사정없이 매운 바람에 사지를 덜덜 떨면서 앉아있을 때, 어느 시민이 전해주고 가셨다는 미니초코바 몇 봉지가 종이봉투에 담긴 채 시위대열에 전달돼 왔습니다. 자그마한 초코바 한조각이라도 입에 넣으면 추위가 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걸 집어들 엄두는 나지 않았습니다. 긴 밤을 지새우겠다는 사람은 많았지만 다들 밤새울 준비(방한, 식량, 이불 등)는 없는 상황이었고, 내 앞을 지나는 자그마한 간식은 누구에게나 요긴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보다 더 필요한 사람을 생각하며 초코바를 그대로 옆으로 넘겼는데, 내 옆사람도, 그 옆사람도, 그 뒷사람도 다들 종이봉투 안을 쳐다만 볼 뿐 내용물을 꺼내들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들은 그저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아니라, 스스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온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구나, 내 마음이 소중한 만큼 함께하는 이들의 마음도 소중히 지켜주고 싶구나, 이들은 오늘밤 남태령의 아스팔트 위에서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겠구나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차벽 앞에서 “차빼라” 외치는 시민들 곁에서 확성기를 꺼내들고 목이 터져라 몇시간을 함께 외쳤습니다. 남태령 도로 위에서 20여시간 동안 울려퍼진 “차빼라”는 경찰을 향한 분노섞인 요구이기도 하지만, 곁에 있는 서로에게 전하는 “힘내라”, “싸우자”, “이기자”와 같은 격려와 다짐의 외침이었습니다. 내 목소리에 힘이 빠지면 옆 사람이 지칠까, 끊임없이 힘을 끌어올리며 서로에게 의지해 밤을 지새운 겁니다.
이들은 밤새 이어지는 자유발언에서 마이크를 잡는 사람이 누구든 귀를 기울여주었고, 어떤 말에도 성의있게 반응해주었으며, 용기와 결심을 내비치는 사람에겐 아낌없이 응원을 표현해주었습니다. 사회자의 요구에도 즉각 호응하고, 스피커에서 어떤 노래가 흘러나와도(농민가, 농민이 최고야, 민중가요, 트롯가요 등까지도) 흥 넘치게 따라 불러주었습니다.
새벽이 깊어지자 남태령역사 안에서 바람을 피하며 쉬는 이들은 저마다 친절하게 인사 건네며 도움을 주고 받았고, 여자화장실 등에 산처럼 쌓인 구호물품(?)들은 누군가에 의해 끊임없이 정돈되고, 채워지고, 적절히 나누어졌습니다. 생리대(사이즈별), 핫팩, 담요, 장갑, 마스크, 가글, 보조배터리, 의약품, 각종 음료와 간식, 김밥, 국밥, 죽, 심지어 집에서 해온 밥과 반찬까지... 교통편이 끊긴 새벽시간, 알 수 없는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공수되었습니다.
세상천지 어디서 이렇게 열정적이고, 따뜻하고, 배려심있고, 친절하고, 다정하고, 포용력있고, 용감하고, 단호하고, 결기있고, 정의롭고, 체력까지 좋은(!) 사람들을 하룻밤에 수천명이나 새롭게 만날 수 있을까요.
남태령의 밤, 그날 그 자리에 함께했다는 사실은 제 인생에 크나큰 행운입니다. 그 뜨거운 눈빛과 맑은 음성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덧) 한남동 윤석열 관저 집회가 끝나고 LED 스크린이 꺼진 후에도 집회대오는 자리를 뜨지 않고 버텼습니다. 음향팀이 완전히 철수할 때까지 대여섯곡의 노래를 더 부를 수 있었고 ‘다시만난세계’가 나왔을 때 이게 마지막 곡이겠구나 싶었는데, 그 다음에 진짜 마지막 곡이 흘러나오고 모두가 떼창하는 순간이 정말 큰 감동이었습니다. 마지막곡은 무엇이었을까요?














All reactions:750소재두, Heui Jun Park and 748 others


52 comments

173 shares

Like




Comment
Share
Author
Kim Jaeyeon
마지막 질문의 정답은 이곡!
0:00 / 0:07
  • Like
  • Reply
16
Joon Hoe Koo
무엇이었을까요?
  • Like
  • Reply
Kim Jaeyeon replied
 
2 replies
8 hours ago
김현수
음~ 레미제라블 "민중의노래"일까요?
  • Like
  • Reply
2
Kim Jaeyeon replied
 
3 replies
8 hours ago
Taemin Kim
수고많으셨습니다.마지막노래 뭐였을까요 아파트?
  • Like
  • Reply
  • Edited
Kim Jaeyeon replied
 
1 reply
2 hours ago
Heui Jun Park
막차시간. 때문에 강변역으로 뛰느라 못들었는데
임을위한행진곡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Like
  • Reply
5
Kim Jaeyeon replied
 
1 reply
2 hours ago
윤경선
임을 위한행진곡?
  • Like
  • Reply
2
Kim Jaeyeon replied
 
1 reply
2 hours ago
김민주
임을 위한 행진곡
  • Like
  • Reply
2
Kim Jaeyeon replied
 
1 reply
2 hours ago
김기용
그래도 투표를 하면 민주당과 국힘당의 양당 체제를 할것입니다.그리고 반대 집회에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음에 깜짝 놀람이라 이런데도 지지를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어차피 양당 콘크리트 지지층은 변함이 없을것이고 양당에 지겨움을 느낀 중도의 사람들에게 이번기회를 통해 진보당에게 힘을 실어줄수 있게 선거지역구를 변하게 민주당이 움직여야 할텐데요....
  • Like
  • Reply
이익범
대표님 저희 농민들과 시민과 남태령 광장 투쟁 정말 고생하셨습니다..투쟁
변동희
윤석열이 내란 반란 수괴가
대선공약사항 양곡관리법 개정
농민들의표로 당선된후
양곡관리법 개정안
내란수괴의 첫번째 제1호
법율안 거부권 행사한 첫번째 법율안 폐기되고
다시또 민주당서 의결해
정부이송된 양곡관리법 개정안
이번에는 민주적정당성도
없는 내란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다시또 법율안 거부권 행사해 다시또 폐기될 처지에 놓였는데 가마니처럼
가만히 있어란 것이냐?
차벽으로 막은 경찰 수뇌들
내란 중요임무종사자들
경찰 니네가 지금 차벽으로 막고 있는 것 내란수괴 돕고 있는 내란방조다 차빼라
민주당 총리의 재의요구한
이의서를 공개해 주세요
쌀 보리 밀등 양곡은
전체 국민 생존과 직결된
생존의문제 필리핀 정부를
보고 있는것 같아요
양곡 정책 실패해
국민들 기아로 허득이며
먹을것 찾아 헤매는
필리핀 국민들
곧 한국민에게 닥칠미래
HaeRi In
저도 밤새 긴장되고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유투브 생중계를 지켜봤습니다. 스피커가 크지 않고, 대열 맨 앞에 서지도 않으며, 내 거기 있었노라 드러내지 않았지만, 목청껏 ‘차빼라’를 외치고, 음악에 누구보다 열정적이였으며, 매서운 추위를 고스란히 견디고, 경찰의 과잉 진압에 두려웠을 모든 참가자 한분한분께 경의와 존경을 표합니다. 그들이 보여준 연대의 의미, 앳되게 외치는 투쟁의 진의를 다시금 새깁니다. 말그대로 감동이었습니다. 부디 모두들 건강 잘 챙기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이 날 경찰의 대응 방식은 절대 용서 할 수 없습니다
  • Like
  • Reply
  • Edited
2
김경해
그 자리에 함께하지 못해, 죄송하고 마음 저렸습니다.ㅠㅠ
오늘도 한남동에 모이는지요?
  • Like
  • Reply
오동현
고생 많으셨습니다. 투쟁은 감동입니다.
  • Like
  • Reply
김형권
주말 출근 이틀에 가지 못하고 마음 졸이며 응원했습니다. 민중의 승리에 힘을 보태고 있는 자랑스런 동지를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 Like
  • Reply
서영예
고맙습니다ㅠ
  • Like
  • Reply
Sweet QooBee QooBee, a yellow dragon cupid, spinning around and pointing at you in an excited way sticker
  • Like
  • Reply
Shinwoo Lee
너무 고생하는 모습 보기가 힘들었어요. 살살 하이소.
Hacker Girl Love, girl holding heart sticker
  • Like
  • Reply
이정열
위대하십니다
  • Like
  • Reply
장현술
좋은글 감사합니다. 현장의 감덩이 느껴집니다.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것 같아요
  • Like
  • Reply
2
천경영 
Follow
국회앞 에서도 젊은여성 시민께서
미니 쵸코볼 나눔을 받았습니다
  • Like
  • Reply
3
오진수
감사합니다 🙏 🙏 🙏
꺼지지 않는 등불 입니다
  • Like
  • Reply
안두열
대한민국 민중의 가열찬 힘
존경과 감사를 드리네요⚘️
나약한 겁쟁이는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 Like
  • Reply
Jaeeun Ko
칼바람 같은 혹독한 날씨에도 꺽이지 않는 대표님의 의지는 정말 대단하십니다.
  • Like
  • Reply
4
김현정
뭐였을까요 ? 고마워요
  • Like
  • Reply
안인호
유투브로 자유발언들을 듣는데 눈물이 계속 흐르데요….
수고하셨습니다~대표님!
  • Like
  • Reply
2
강상욱
고생하셨습니다
  • Like
  • Reply
이갑성
대표님께서 밤새 함께해 주셔서 힘이 났습니다
  • Like
  • Reply
신옥희
너무 수고하셨어요!!!
  • Like
  • Reply
이세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 Like
  • Reply
英錫尹
너무나 감동적이었어요.시민들의 따뜻한 무료 음식 동참.한국 민주주의는 위대하고 깨어있는 젊은분들에 감동.
  • Like
  • Reply
이희영
감사합니다
  • Like
  • Reply
조신현
국민들의 열정이 따뜻한겨울을 만들어갑니다
  • Like
  • Reply
임현수
밤새 지켜봤습니다. 참 많이 고생하셨어요
  • Like
  • Reply
3
Bruce Lee
고생하셨습니다.대표님.
  • Like
  • Reply
이효신
응원합니다
  • Like
  • Reply
조용성
이 에너지를 윤석열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귀가후 한낮이 되어 다시 찾았지만, 밤을 새운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며, 매 발언마다 너무 아프고 기뻤습니다.
그들이 다시 만난 세계였습니다.
대표님! 수고하셨습니다.
  • Like
  • Reply
3
강인석
눈물납니다.
  • Like
  • Reply
2
JunSeon Park
애국가?
  • Like
  • Reply
임대호 
Follow
추운 날씨에 대표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유튜브로 구경하는데 정말 죄송했습니다
  • Like
  • Reply
이용식
수고 많으셨습니다
  • Like
  • Reply
2
정소영
넘 감사합니다~^^
  • Like
  • Reply
최은애
춥네요.
건강유의하셔요.
  • Like
  • Reply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