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1

법륜 스님 "계엄 사태, 물에 빠진 김에 진주 줍는 기회로" 중앙일보

법륜 스님 "계엄 사태, 물에 빠진 김에 진주 줍는 기회로" [더 인터뷰] | 중앙일보
문화 문화일반 12·3 비상계엄
법륜 스님 "계엄 사태, 물에 빠진 김에 진주 줍는 기회로" [더 인터뷰]
중앙일보
업데이트 2024.12.20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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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문즉설' 멘토 법륜 스님

16일 서울 서초동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법륜 스님(71)을 만났다. 필리핀에서 막 귀국한 참이었다. 오지 마을에 학교를 10개나 지었다. 지난 20년간 필리핀 민다나오에서만 72개 마을에 학교를 세웠다. 지난 10월에는 시리아에서도 지진으로 무너진 학교를 다시 지었다. 그곳의 무슬림을 불교 신자로 바꾸겠다는 선교 목적도 없었다. 순수한 인류애였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라고 묻자 법륜 스님은 “목 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면 되지. 거기에 종교가 왜 필요한데?”라고 되물었다.


법륜 스님은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걸 주고, 아픈 사람에게 약을 주면 된다. 학교를 못가는 사람에게는 학교에 가게 하면 된다. 묻지도 않은 사람에게 왜 종교가 필요한가”라고 되물었다. 김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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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은 왜 출가를 하셨나.

“나는 출가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고1 때까지 그랬다. 나의 꿈은 과학자였다. 과학 중에서도 물리학이나 천문학을 하고 싶었다.”

물리학이나 천문학. 무엇이 궁금했나.

“당시 『학생과학』이란 잡지를 매달 보았다. 우주가 뭔가, 물질의 근원은 뭔가. 우주의 크기는 얼마이고, 저 우주 너머에도 생명이 있을까. 어릴 적부터 궁금증이 많았다. 동네에서 점쟁이가 신수 봐주면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꼬치꼬치 따지고 물었다. 무당이 굿할 때 대나무를 든 사람이 부들부들 떨면, 그게 왜 떨리는지 물었다. 어린애가 왜 그런 걸 자꾸 묻느냐고 핀잔도 많이 들었다.”
법륜 스님은 초등학생 때 동네 교회에 다녔다. “자꾸 처녀가 아이를 낳았다고 하더라. 어떡하면 그게 되느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불신자는 지옥 간다고 하더라. 궁금해서 묻는데 왜 지옥 갈까? 그래서 열 살 때쯤 교회를 그만 다녔다.” 중학생 때는 절에 갔다. “부처님이 옆구리로 태어났고, 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었다고 하더라. 스님에게 ‘그렇게 태어나는 그런 사람 직접 본 적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런데 송아지는 태어날 때 바로 섰다. 나면 바로 서지 않나. 어미소는 서서 송아지를 낳는다. 경전을 찾아보니 마야 부인도 나뭇가지를 잡고 선 채로 부처님을 낳았다. 어린 마음에 그래서 가능한가, 생각하기도 했다. 뭐든지 ‘왜 그런가’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법륜 스님은 “어릴 적 꿈은 과학자였다. 이 우주의 근원이 무엇인지, 우주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지 너무도 궁금했다. 자연과학의 우주관과 불교의 우주관이 너무도 닮았더라”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출가의 방아쇠는 무엇이었나.

“경주에서 중ㆍ고등학교에 다녔다. 학교 바로 옆에 분황사란 절이 있었다. 시험 좀 잘 봤으면 하는 마음에 법당에서 기도도 했다. 하루는 법당에서 나오는데 주지 스님이 불렀다. 시험기간이라 시간을 아끼자는 생각에 ‘제가 지금 바쁩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너 어디서 왔는데?’하고 물으셨다. 도서관이요, 했더니 ‘그 전에는?’하고 물었다. ‘집이요’했더니, 그전에는? 그렇게 자꾸 답하다가 결국 ‘어머니 뱃속이요’까지 나왔다. 스님은 ‘그 전에는?’하고 물었다. 나는 말문이 꽉 막혀 버렸다.”  

거기가 끝인가.

“아니다. 스님은 ‘너 어디로 가니?’ 물으셨다. ‘집이요’ 했더니, 그 다음에는? 그렇게 계속 답하다가 결국 ‘죽지요’까지 갔다. 스님은 ‘그 다음에 어디로 가니?’하고 물었다. 나는 또 말문이 꽉 막혔다. “몰라요.” 그러자 스님이 벽력같이 고함을 쳤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는 놈이 바쁘기는 왜 바빠?” 그래서 물었다. 그거 아는 사람 있습니까. 있지. 어떡하면 그걸 압니까. 스님은 ‘절에 들어오면 안다’고 하셨다.” 그 주지 스님이 법륜 스님의 은사인 불심 도문 스님이다.

돌아보면 어떤가. 과학의 물음과 종교의 물음. 둘은 닮았나, 아니면 다른가.

“불교에서는 화두(話頭)를 참구(參究ㆍ참선하며 진리를 탐구함)한다고 말한다. 과학에서는 탐구(探究)한다고 한다. 둘은 닮았다. 신앙은 믿음이다. 믿느냐, 안 믿느냐다. 그런데 수행은 찾는 거다. 내가 누군지, 내가 정말 무엇인지 찾는 거다.”  

출가 당시, 법륜 스님이 매력을 느낀 건 불교의 우주관이었다. “자연과학의 우주관과 불교의 우주관이 너무나 비슷하더라. 지금 돌아보면 인도의 우주관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삼천대천(三千大千) 세계가 있다. 갠지스 강의 모래알만큼 수많은 세계가 있다. 내가 늘 궁금해 하던 과학적 우주관과 너무도 일치했다. 그래서 불교에 더 호감을 느꼈다.”

법륜 스님이 정토사회문화회관 옥상에 있는 법당 앞에 서 있다. 법륜 스님은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자각이다. 이 자각이 일어나게끔 하는 게 물음이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과학도 종교도 물음을 통해 답을 찾아간다. 삶에서 스스로 물음을 던지는 게 왜 중요한가.  
“우리는 내가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인생살이를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건 착각이다. 가만히 보면 내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주위 환경과 나의 습관에 의해 살려져 가고 있다. 그걸 카르마, 혹은 운명이라고 부른다. 습관과 무의식에 의해 살아가는 것, 그 자체의 힘에 의해 굴러가는 거다.”

수동적으로 살려져 가는 게 아니라,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내가 살아가려면. 

“습관적으로 반응해선 안 된다. 무의식적으로 반응하지 마라. 예전에는 화가 나면 그냥 화를 냈다. 그걸 바꾸려면 어떡해야 할까. 화가 나는 걸 내가 알아차려야 한다. 그래야만 화를 낼 건지, 안 낼 건지 선택할 수가 있다. 삶을 자기가 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게 바로 ‘자각’이다.”
법륜 스님은 예를 하나 들었다. “남이 ‘너 고집 그만 피워라’라고 하면 참는다. 그건 변하는 게 아니다. 잠시 멈추는 거다. 그런데 본인이 ‘아, 내가 참 고집이 세구나’하고 자각하면 달라진다. 그때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자각의 출발점이 바로  ‘물음’이다. 부처님도 그랬다.”

부처님은 어땠나.
“부처님이 사춘기 때 성 밖으로 나갔다. 새가 벌레를 쪼아먹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사색에 잠겼다. 하나가 살기 위해서는 왜 하나가 죽어야 하나. 둘이 같이 사는 길은 없는가. 그런 물음과 사색, 그리고 자각. 그게 부처님 출가의 출발점이었다.”

인도의 산치 대탑에 있는 불상. 사춘기 시절 붓다는 성밖에 나깄다가 잠부나무 아래서 고요히 눈을 감고 사색에 잠겼다. 이때의 체험이 훗날 붓다가 혹독한 고행을 멈추고 보리수 아래 다시 앉게 되는 큰 계기가 됐다. 백성호 기자

법륜 스님은 중생과 붓다의 차이를 흥미롭게 설명했다. “주위 환경이나 습관에 의해 살려져 가는 삶을, 내가 살아가는 삶으로 전환하면 좋지 않겠나. 습관과 무의식에 의해 살려져 가는 사람을 ‘중생’이라 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주인이 되어 사는 사람을 ‘붓다’라고 한다.”

법륜 스님하면 다들 ‘즉문즉설’을 떠올린다. 그 출발점은.

“출가한 뒤 한동안 불교계에 실망했다. 복 비는 이야기만 있고, 죽어서 극락 가려고만 하더라. 인생이나 세상에 대한 탐구는 잘 안 보였다. 출가 후 10년쯤 됐을 때 이럴 바엔 과학자가 되는 게 낫지 않나, 생각도 했다. 그러다 부처님 생애를 다시 들여다 보았다.”

거기서 무엇을 찾았나.

“삶에 대한 구체성이다. 여인이 죽은 아이를 안고 부처님을 찾아와 하소연했다. 천민이 똥지게를 지고 가다가 부처님 옷에 똥물이 튀었다. 이런 구체성 앞에서 부처님은 어떻게 했는가, 부처님이 살아계실 때 이웃나라에 의해 자기 종족이 멸망했다. 그때 부처님 마음은 어땠고, 어떻게 바라보았나. 그렇게 부처님 일생을 하나씩 짚어가다가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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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깨달았나.
“내가 잘못된 불교를 보고서 실망했구나. 처음 출가하면서 인생을 탐구하려던 게 붓다의 가르침에 더 부합하는 거구나. 불교는 개인의 삶, 그 구체성에 뿌리를 두고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 거구나.”
법륜 스님도 처음에는 중학생ㆍ고등학생ㆍ대학생에게 불교교리를 가르쳤다. 그러다 일반인으로 대상이 확장됐다. “기존 방식으로는 소통이 안 되더라. 남편이 바람을 피워요, 아이가 집을 나갔어요, 반찬 때문에 남편과 자주 싸워요. 이러한 삶의 구체성에 맞춤형 수행 지도를 해야 했다. 그런데 예전의 좋은 법문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공개를 망설였다. 개인 프라이버시가 있으니까. 정토회 안에서만 하다가 주위에서 듣던 사람들도 공부가 된다고 해서 오픈하게 됐다. 그게 ‘즉문즉설’로 이어졌다.”


법륜 스님이 서울대 청년대학생의 고민을 들으며 즉문즉설을 하고 있다. 사진 평화재단


전남 목포 남도소리울림터에서 법륜 스님이 즉문즉설을 하고 있다. 2012년에는 국내에서 무려 300회의 즉문즉설 강연을 했다. 2014년에는 해외에서 115회나 즉문즉설을 진행했다. 사진 평화재단

궁금하다. 결혼도 하지 않고, 처자식도 없는 스님께서 어떻게 지지고 볶는 온갖 세상사에 속시원한 답을 주는지. 비결이 있나.  

“선(禪)적인 표현을 빌리면 태평양 바닷물을 다 먹어봐야 짠 줄 아느냐. 한 방울만 먹어봐도 짠 줄 알지. 나는 거울 역할을 할 뿐이다. 내가 뭘 알아서 답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질문 자체에 모순을 갖고 있다. 나는 그 모순에 대해서 묻는다. 그러다 보면 질문자 스스로 자각하게 된다. 나는 답을 준 적이 없다. 상대가 거울에 비친 자기 고뇌를 보고 자각하는 거다. 제일 잘 됐을 때 대답이 이거다. ‘그거 별거 아니네요.’”

마지막으로 비상계엄 사태로 시국이 혼란스럽다. 어찌 보나.

“한 마디로 ‘불행 중 다행’이다. 불행은 21세기 대한민국에 계엄령 선포라니. 국가적으로 볼 때 창피한 일이다. 그런데 사람 하나 안 다치고, 6시간 만에 끝났다. 다행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다른 나라는 삼일 천하는 가지 않나. 대한민국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거고, 동시에 민주주의가 단단하다는 말이다. 한국의 정치는 후진적이지만, 한국의 국민은 시위문화와 뒷정리 등에서 세계가 부러워할 선진적 모범을 보였다. 성숙했다는 이야기다.”

지혜롭게 헤쳐가려면.

“비상사태라서 계엄이 선포된 게 아니고, 계엄을 잘못 선포해서 비상사태가 됐다. 여야는 초당적으로 협력해 이 문제를 이른 시일에 해결해야 한다. 왜 이런 불행이 반복되는가. 결국 시스템 문제다. 이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법륜 스님은 “비상사태라서 계엄을 선포한 게 아니고 계엄을 잘못 선포해서 비상사태가 됐다”며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호 기자

어떤 시스템인가.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라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 외교ㆍ안보ㆍ국방은 대통령이 하고, 나머지는 총리와 내각이 맡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국민적 합의 위에서 대통령의 권력 분산과 지방 분권을 담은 개헌과 승자독식의 선거제도 개편을 이끌어내길 바란다.”

수행적 관점으로 보면 어떤가.

“내가 실수를 했다. 그럼 이미 일어난 실수를 받아들이고, 실수를 안 했을 때보다 더 낫게 만들면 된다. 똥을 방에 두면 오물이지만, 밭에 두면 거름이 될 수 있다. 물에 빠진 김에 진주조개를 줍는다고 하지 않나. 다음 선거 전에 개헌을 통해 더 나은 시스템을 꾸린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이게 수행적 관점이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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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sik Cha 
교수 at 한일장신대학교
Yesterday at 11:17  · 

*내란 사태에 대한 법륜 스님 입장

법륜 스님은 세속사에 대해 수행자답게 대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 "이 세상사 별 거 아니다"란 관점을 견지하며 양시론/양비론의 보수적 입장을 선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도 마태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최후 심판 관점을 중시하여 이를 석가모니 유언과 등치시키며 굶주리고 목마른 자에게 음식을 베풀고, 헐벗은 자에게 의복을 제공하며, 병든 자를 찾아보고 옥에 갇힌 양심수를 심방해 위로하는 등의 인도주의적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왕성한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반도 평화에 남북분단 상황이 치명적인 장애가 된다고 보고 평화통일 운동에도 헌신하며, 중생의 일상적 생활 번뇌에 다각도로 상담하며 상식적 지혜를 전파하는 '즉문즉설'은 이미 대중적 선풍을 일으켜왔다.

그는 경상도 경주 출신으로 지금 울산 변두리에 수행공동체를 세워 지역주민과 함께 농사지으며 소박하게 살고 있는데 이번 내란 사태에 대해 보수적 상식주의자로서 그의 입장이 궁금하던 차에 역시 상식적 답변을 들었다. 종교지도자에 수행자인 그에게 윤석열 일당에 대한 가열찬 투쟁의 독려를 기대하기 어려워도 현안 진단으로 우리 기독교 원로들(추기경, 대주교, 교단장, 큰 교회 유명 목사 등)이 이 정도 상식적인 입장을 개진해주면 좋겠다. 특히 경상도 목사들이 좀 이미지 손상을 보더라도 국가 위기 상황에서 이런 의사 표현만 해주셔도 교인에 대한 계몽 효과와 함께 이 나라, 이 땅의 위기를 타개하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

***

“현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일어난 계엄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건이었어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로부터 이제 선진국 지위를 인정받고 있고, 지금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불고 있잖아요. 제가 세계를 다녀보면 대한민국에 대한 호감도가 계속 상승하고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었는데, 이번 쿠데타로 인해 국격도 추락하고, 안보도 경제도 다 위기 상황이 되었습니다. 국가 비상사태가 일어나 계엄이 선포된 것이 아니라 잘못된 계엄선포로 국가가 비상사태에 놓이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이미 일어나 버렸잖아요.
이번 비상계엄은 말이 계엄이지 사실은 친위 쿠데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일으킨 쿠데타는 6시간 만에 실패로 끝난 것입니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반헌법적 쿠데타가 45년 만에 다시 일어났다는 것은 참 불행한 일인데, 그것을 야당과 국민이 앞장서서 6시간 만에 막아냈다는 것도 지금까지 세계 역사에서 찾아보기 드문 대단한 일입니다. 이런 점에서 세계인들이 대한민국 국민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군부독재를 민주항쟁으로 몰아내고 자유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노력해 온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사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눈부신 경제 성장도 함께 이뤄냈습니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친위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건 대한민국 어딘가에 취약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민주적 절차에 따라 6시간 만에 국가를 정상화했다는 것은 그래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그만큼 탄탄하게 뿌리를 내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지금 대한민국 안에는 매우 불안정한 요소도 있고, 매우 안정적인 요소도 동시에 내재하고 있다는 의미죠.

어떻게 이토록 민주주의가 발전한 국가에서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겠다’라며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무장 군인이 국회에 난입하는 상황이 가능했을까요?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나라가 남북이 분단되어 있고 서로 적대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기에 대한민국의 취약점, 즉 ‘코리아 리스크’가 있는 것입니다. 이번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사람은 북한을 핑계로 반국가 사범을 척결한다는 명분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자신들이 처한 위기를 모면하려고 시도한 겁니다. 쿠데타를 해서 내가 직면한 위기 상황을 모면해 보려는 유혹이 생기는 이유가 남북 분단이라는 조건이 있어서 가능한 것입니다. 이것을 소위 북풍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비단 남한만 그런 것이 아니고 북한도 독재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남쪽을 이용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잊고 있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남과 북이 서로 적대관계에 놓여있다는 현실이 우리 사회 안전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꼭 북한이 도발을 해서만이 아니고 우리 남한 안에서도 이것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 불안정성의 큰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정치만이 아니라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북 간에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항상 존재하고 있어 만약 전쟁이 나면 한국 경제는 완전히 붕괴합니다. 이웃 나라 일본 경제는 하루 만에 폭삭 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어요. 일본에 갑자기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달라요. 당장 내일 아침에라도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조건에 놓여있어요. 마치 모래 위에 성을 쌓아놓은 것 같은 불안정성을 갖고 있습니다. 냉정한 시선으로 보면 남북이 분단되어 서로 적대관계에 놓여있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하루빨리 남북 간 적대관계를 해소해야 우리 사회가 그만큼 안전성을 공고히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코리아 리스크’의 근본 원인은 바로 분단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일촉즉발의 이런 위기 속에서도 다행히 지난 반세기 이상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를 위해 국민들이 노력해 온 덕분에 이번 사태를 빨리 수습할 수가 있었던 겁니다. 통상 군대나 경찰 같은 치안 조직은 명령이 떨어지면 ‘이것을 따라야 하나? 항명해야 하나?’ 이렇게 심사숙고를 하지 않습니다. 그냥 상관의 명령에 따릅니다. 1980년 5월 광주 항쟁이 일어날 때도 그랬고, 그전에 12·12 사태 때도 그랬어요. 그런데 지금은 민주주의가 공고하게 그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라고 하는 위법적이고 위헌적인 지시에 군인이나 경찰이라 하더라도 잘 따르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된 것이죠. 명령을 하니까 따르기는 하는데 마음속에서는 자꾸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군인들에게 ‘국회에 창문을 깨고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밖으로 끌어내라’ 하고 명령을 해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돌아가면서 몇 번이나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지요. 그만큼 민주주의가 다수의 국민들에게는 이미 깊게 뿌리내려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아직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요.
그래서 분단 상태를 이용해서 권력이나 힘을 가진 자가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은 있지만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이 사건을 통해서 확인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패한 것을 보았으니, 앞으로는 이런 위험이 조금 더 낮아지겠죠. 물론 아직도 그런 위험은 잠재해 있습니다. 그러나 쿠데타가 성공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일들을 보면서 우리는 배우는 게 있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좋은 점과 나쁜 점, 불안정한 면과 안정된 면을 스스로 평가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친위 쿠데타는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니까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교훈을 얻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10대나 20대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가 피 흘리며 투쟁해서 민주화를 이루어냈다는 사실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그냥 공기처럼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계엄령 선포에서 탄핵까지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고 참여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학습 효과가 굉장히 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의도 집회에는 저처럼 나이 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10대와 20대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이 많이 모여서 응원봉을 흔드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예전처럼 심각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운동권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축제를 하는 것처럼 K-pop을 불렀잖아요. 이것은 새로운 집회와 시위 문화를 창출한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집회와 시위 문화까지 수출하는 나라가 된 겁니다. 촛불집회 문화가 홍콩과 대만에 수출이 된 것처럼 앞으로 우리나라의 새로운 집회와 시위 문화도 외국에 많이 수출될 거예요. 집회와 시위란 것을 폭력이 난무하는 무서운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놀이인 축제처럼 변화시킨 것입니다. 이처럼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 효과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면도 많이 있어서 이번 사태가 꼭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크게 보면 어쩔 수 없이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고 외교적 손실도 큽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후 당장 미국의 관세 공격을 막으려면 정상회담을 통해서 어떻게든 외교적으로 풀어야 하는데, 최고지도자의 부재 탓에 이러한 정상 간의 관계가 전부 보류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외교 분야에 굉장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고, 국가적인 투자에서의 경제적인 손실, 국위 손상, 국가 신뢰도 하락과 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피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국가 비상사태가 나서 계엄이 선포된 게 아니고 계엄이 선포됨으로써 국가의 비상사태가 초래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국가 비상사태가 생겼기 때문에 여야는 손을 맞잡고 머리를 맞대서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연구해야 하는데, 이것을 가지고 잘했니, 못했니, 혹은 이다음에 누가 어떤 이익을 얻을 것인지를 두고 싸우는 것은 국가를 정말로 위기 상황으로 내모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각자 신념도 다르고 얼굴 생김새도 다르잖아요. 그래도 우리의 공통점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과 대한민국 국민을 규정하는 건 헌법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사태를 규정할 때도 대한민국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의 주장을 해야 합니다. 헌법의 테두리 밖으로 벗어나면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에요. 그것을 반국가 사범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특히 대통령은 헌법적 가치를 지켜야 할 사람이에요. 예를 들어, 제가 스님이 될 때는 헌법에 손을 얹고 ‘대한민국 헌법을 지키겠습니다’ 이런 선서를 안 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반드시 헌법에 손을 얹고 헌법을 지키겠다고 선서를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과연 헌법을 잘 지켰을까요? 첫째, 계엄을 선포하는 일은 법에 규정되어 있어요. 전시이거나 준전시 상태에서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전쟁이 아니라도 행정 질서가 완전히 무너졌다거나,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 군인이 국내 치안을 담당할 수가 있다는 것이 계엄의 취지입니다. 그런 경우에만 군인이 경찰을 대신할 수 있고, 사법부를 대신할 수 있고, 언론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고, 개인의 자유도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다고 법에 규정이 되어 있는 거예요. 그러면 지금 우리 사회가 폭동이 일어나서 경찰력 갖고는 사회질서 유지가 안 될 만큼 혼란스러웠나요? 그렇다고 생각하나요?”

“아닙니다.”

“그래서 이번의 사태는 계엄의 요건에 해당이 안 되므로 계엄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대통령 본인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죠. 이렇게 서로 견해가 다르니 앞으로 헌법재판소에 가서 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설령 계엄의 요건이 된다고 해도 이번 경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어요. 계엄령 선포가 합법적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주권을 대리하는 국회의원, 즉 국회는 통제할 수 없습니다. 계엄은 사회질서의 유지를 위한 것이지, 국민 주권을 탈취하는 것까지는 허용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계엄선포 과정에서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의원이 국회에 들어가려고 할 때 못 들어가게 입구를 막았습니다. 또 군인이 헬리콥터를 타고 국회 의사당에 와서 창문을 깨고 들어갔고, 실행된 것은 아니지만 국회의원들을 체포하고 끄집어내려고 했어요. 이것은 법에 없는 불법적 행위이고 헌법을 위배한 것입니다. 헌법을 위배했으니까 반국가 행위를 한 것이죠. 그래서 이것을 내란 행위라고 말하는 겁니다.

누군가는 계엄선포가 사회를 그렇게 혼란스럽게도 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강변하지만, 이것은 헌법을 지켜야 할 사람이 헌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그게 누구든 예외 없이 법에 따라 기소해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 이 부분은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 같아요.

여당으로서는 대통령이 자기편이니까 응원을 할 수도 있는데, 국회를 통제하고 국회의원을 체포하려고 했던 행동에 대해서까지 자기 당에 불리하다고 탄핵소추안에 반대를 한다면 이것은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헌법을 부정하면 반국가 행위임에도 그것을 내 편이라고 옹호한다면 지금 여당이 이 사태를 잘못 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견해는 서로 다를 수 있고, 자기들의 이해관계가 워낙 크게 걸려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는 반국가 사범을 옹호하거나 동조하는 행위입니다. 여당 안에도 이 문제는 잘못되었다고 해서 소수 사람이지만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거든요. 그것에 대해 배신자라고 부르면 안 됩니다. 배신은 국민을 배신하고 헌법을 위배해야 배신자이지, 헌법적 가치를 지키려고 하는 것을 배신자라고 부르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이런 시각으로 이번 사건을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제 대통령 권한이 중지됐으니까, 헌법재판소에서 늦어도 6개월 안에 탄핵에 대해 판결을 해야 합니다. 그동안 대통령 권한 대행은 최소한의 현상 유지만 하도록 되어 있어요. 그래서 외교적, 경제적 손실은 우리가 감수할 수밖에 없는데, 길어지면 최장 6개월이고, 짧으면 한두 달 안에도 결정이 날 수 있어요. 그런데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만큼 국익 손실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부결될 위험도 있고요. 헌법재판관이 9명인데, 그중에 6명이 찬성을 해야 탄핵이 인용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헌법재판관이 6명밖에 없어서 한 명만 반대하면 부결될 수가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국회 몫으로 있는 3명의 헌법재판관을 추가로 임명해서 인원을 빨리 보충해야 합니다.

만약에 탄핵이 부결되는 쪽으로 재판 결과가 나오면 국민 여론하고는 맞지 않기 때문에 아마 지금보다 더 큰 사회적 혼란이 생기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비상사태가 더 큰 비상사태가 되는 거예요. 가능하면 새로운 선거에 의해서 안정적으로 차기 정권이 창출되는 과정을 밟는 것이 기간도 줄이고 혼란도 줄일 수가 있습니다. 그래야 ‘불행 중 다행’이 될 것이고, 만약 그렇게 안 된다면 국민 전체가 그만큼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잘될 거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은 굉장한 국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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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u Han
딱 모범답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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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종교계에 생각이 바른분이 계셔서 참 다행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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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jae Kim
지극히 정상적인 참보수주의자이십니다.
이런 시선이면 건전한 비판의식을 가진 양비론이라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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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geni Kim
그나마 상식전인 종교인“ 입니다.
즉문즉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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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ung Hoon Bae
추기경 대주교는 몰라도
교단장 큰 교회 원로 목사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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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ice Lee
명약관화한 사실을 명료하게 정리해주시네요. 합리적 보수의 전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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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인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불교 냄새가 아예 없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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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구
목사는 뭐냐고? 기독교의 위기가 성소수자에게 있다고?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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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엮시 법륜스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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