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0

김파란 - 죽창가는 그런 노래가 아니다 : 인간의, 인간에 의한 혐오야말로 인류사 앞에서 수치스런 일이다. 요즘... | Facebook

김파란 - 죽창가는 그런 노래가 아니다 : 인간의, 인간에 의한 혐오야말로 인류사 앞에서 수치스런 일이다. 요즘... | Facebook


김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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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창가는 그런 노래가 아니다
: 인간의, 인간에 의한 혐오야말로 인류사 앞에서 수치스런 일이다.
요즘 윤석열의 대일 외교를 옹호하며 민주당 정권 때대일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입에 달고 있는 말이 '그럼 이 시대에 다시 죽창가를 부르며 항일투쟁을 해야 하느냐?'라는 말이다. 민주당을 비판하는 것이야 나도 지금껏 하는 일이다. 하지만 '죽창가'는 조국이 가져와서 국가주도 애국주의의 미끼에 사용할 노래도, 국가폭력에 희생된 피해자의 정당한 분노를 반일로 비아냥 거리자고 가지고 올 그런 노래도 아니다.
 
김남주 시인이 인간의, 인간에 의한 혐오(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쓴 시다.

'노래해주마 당신들의 죽음을 / 시인인 내가 기억해주마 /...../ 피는 피로써 씻겨져야 하나니 / 노래해주마 시인인 내가' - 김남주 시전집 '달' 중에서

시인 김남주는 '박정희'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진정으로 자기시대와 사회에 대한 모독감을 느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때 독립군을 잡으러 다니던 일본군 장교가 해방된 나라에서 대통령 행세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 거기에 쿠테타로 정권을 강탈했다. 그리고 사회가 안정되면 다시 군인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해놓고 그마저 깨뜨렸으며, 계속해서 정권의 부당성과 정치의 잘못에 대해 야당이나 학생들이 항의하거나 저항의 기치를 올리면 위수령, 비상사태 선포를 밥 먹듯이 했다. 또 오만 가지 사건을 조작하여 진보 인사들을 투옥시키고 죽였다. 한 마디로 말해서 그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아니라 민족의 반역자였고 정치인이 아니라 사기꾼, 협잡꾼, 정치 폭력배의 두목이었다.
시인 김남주는 그런 박정희를 용인하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의 문제였다. 인간 존재의 근원을 부정하고 멸시하는 권력자에게 가차 없이 대응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김남주는 그때 전봉준 진군로를 답사했는데 놀랍게도 노인들이 황토현을 찾아와 시국토론을 벌이는 것을 보고 역사가 허무하게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감격스러워 (노래)라는 시를 섰다. 

이것이 나중에 화가 김경주가 작곡한 일명 '죽창가'라는 민중가요가 되어 1980년대 투쟁을 이끌었다.
김남주 시인은 그때 서울로 잠행했다가 친구의 자취방에서 검거되었다. 그리고 그의 시 <잿더미>, <전혼가>에 실린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고문에 그는 정신과 육신이 참혹하게 무너진다. 시인을 고문한 경찰인지 비밀정보원이지 모를 괴물들이 시인은 물론 그의 동생 김덕종까지 끌고와 열 개의 손톱을 망치로 깨뜨리는 고문을 했다. 그가 느꼈을 고통이 어떠했으리라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이렇듯 '죽창가'는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이것은 반일을 위한 노래가 아닌 한 인간이 다른 인간으로부터 계급적 수모를 당했을 때 절대 참아서는 안 된다는 '시인'의 결기가 담긴 피빛 절규다.
인간의, 인간에 의한 혐오야말로 인류사 앞에서 수치스런 일이다. 해서 시인은 노래한다. 이런 혐오를 사르는 '들불'이 되자고, 인간이 인간을 고문하고 죽이는 모든 권력의 가슴에 꽃히는 '죽창'이 되자고.
김남주의 시가 짧으면서도 서슬이 퍼른 낫날을 보는 것처럼 무서운 것은 이런 실존적 수치에서 나온 피눈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혼가
총구가 내 머리숲을 헤치는 순간
나의 신념은 혀가 되었다
......
나의 신념 나의 싸움은 미궁이 되어
심연으로 떨어졌다
삽살개가 되라면 기꺼이 삽살개가 되어
당신의 발가락이라도 핥아주겠노라
더이상 나의 육신을 학대 말라고
하찮은 것이지만
육신은 유일한 나의 확실성이라고
나는 혓바닥을 내밀었다
나는 무릎을 꿇었다
김남주 시전집 / 진혼가 중에서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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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comments


Hyuk Bom Kwon
죽창가 기원을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전혀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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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파란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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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olet Song
덕분에 죽창가 가사를 제대로 알았네요. 반일 선동이라는 선입관이 있었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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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파란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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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oranti Quem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없이 김남주를 바라볼 수는 없는 일이죠. 그의 생각과 행동에 동의를 하든 말든, 그가 당한 일을 생각하고 그 속에서 그가 버티기 위해 노력한 것을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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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파란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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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Inchul
죽창가의 유래를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위 남민전 사건은 저도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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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파란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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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광
곧고 푸른 죽창에 가슴이 꿰뚫어지듯 아프고 시원합니다.
우리가 억누르고 숨죽이며 살았던 과거의 치욕과 울분이 떠올라요.
"죽창가"라는 민중의 노래가 가지고있는 진정한 속뜻을 김남주 시인을 불러내어 파란쌤이 시원하게 설파하셨네요.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는 혐오를 느꼈을 때, 가냘픈 몸의 고통을 담보로 모리배들이 개인의 신념을 조롱하며 집단의 이기를 세뇌시킬 때 시퍼런 날이 선 죽창이 되어서 놈들의 과녁을 꿰뚫어야지요.
아무렴 요.
그것이 진정한 인간의 역사지요.
속 시원합니다.
정후안
야만의 시대에 우리에겐 참시인 김남주가 있었다
그 시대를 넘어 김남주는 여전히 참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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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oung Ho Kim
김남주 시인을 다른 시인과 비교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는 실천가이고 전사이기 때문입니다 조동아리로만 나불거리거나 일제강점기 때 친일로 민족과 조국을 쳐 팔아 드시고 실력은 뛰어나다고 무슨 개소리를 하는 후손들을 보면 예술은 영혼이고 정신이라면서 이럴 땐 무슨 영혼으로 친일을 노래한 게 실력이 좋은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이제 그만 그런 개수작질의 시대는 씹어서 개나 줍시다 이빨질로 학생운동하고 정치인이 된 놈들 보세요 딱 개소리만 하는 거요 노동자가 정치인으로 나서서 국회의 핵심이자 주인이 될 때 비로소 민주주의가 완성되리라 생각합니다
신기목
사랑과 애착은 넘치면.. 이렇게 반대급부도 강한가 봐요 선생님.. 적당히 사랑하면.. 더 사랑할 수 있는 기회도 열리나봐요..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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