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 그는 왜 무릎 꿇지 않았는가
정아은 (지은이)사이드웨이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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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선택
"그는 왜 단죄받지 않았나"
학살의 주동자. 악인으로 살다가 악인으로 죽었다. 한 번의 사과 없이 윤택한 노후를 보냈다. 죽고 나서도 논란은 이어진다. 단죄 받지 않은 학살자, 학살자를 찬양하는 세력, 고통받는 피해자, 사죄하는 손주... 이 어지러운 상황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때에 가장 적절한 책이 출간됐다.
이 책은 인간 전두환을 뜯어본다. 그는 어떤 인간형이었나. 어떤 영광과 모순을 가졌나. 그의 악함은 어떤 배경과 만나 한국 현대사의 끔찍한 비극을 탄생시켰나. 책은 영광, 모순, 몰락, 그리고 악의 기원이라는 네 가지 큰 틀로 나누어 전두환을 분석하고 한국 정치사의 맥락을 짚어본다. 촘촘한 고증과 깔끔한 정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펼친 책장이 잘 넘어가도록 돕는다.
저자 정아은은 "제대로 규정되지 않은 '악'은 물리적 생명력이 끊어진 뒤에도 살아남아 현재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악의 영향력을 끊는 첫 단계를 그는 악인의 모습을 샅샅이 살펴, 한국 사회의 구석구석에 박힌 그의 파편을 인식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 목적을 매 문장 유념하며 읽어보길 권한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2023.05.16)
출판사 제공 북트레일러
책소개
우리는 왜 전두환을 무릎 꿇리지 못했는가? 그가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사과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며, 국가적·사회적으로 마땅히 받아야 할 처벌을 피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전두환을 둘러싼 해설과 논평은 넘치도록 많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내놓은 적이 없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전두환의 생애와 대한민국 현대정치사·경제사·사회사·문화사를 그 근원으로부터 상호 연관시켜 철저하게 들여다봐야 하고, 그의 여러 악행을 가능케 했던 개인적 기질과 당대의 정치 환경, 시대적인 맥락을 총체적으로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병설 서울대 교수가 이 책에 부친 말처럼, “전두환을 읽어내는 일은 한국을 읽어내는 일”이라는 문제의식에 입각해 전두환과 대한민국의 관계를 깊고 치밀하게 복원하는 중층적이고 입체적인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다섯 편의 장편소설과 세 편의 인문 에세이를 출간했던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정아은은, 이 책을 통해 바로 그 작업을 완수했다. 정아은은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에서 전두환이란 인물의 태생부터 죽음까지를, 그의 집권 전후의 시간을, 나아가 그가 권좌에서 물러난 이후의 여생을 지금껏 나온 그 어떤 문헌보다도 철저히 복원한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은 전두환을 악마처럼 몰아붙이는 작업이 아니고, 영웅으로 미화하는 작업도 아니다. 대신 전두환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치열하게 규명하고, 그의 영광과 모순, 몰락, 그리고 그 인물을 탄생시킨 ‘악(惡)의 기원’을 대한민국의 현대사라는 지평 위에서 가감 없이 드러내려는 전기적인 작업이다.
목차
프롤로그
1부 영광 (1931-1980)
1장 |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2장 | 49세의 보안사령관
3장 | 상승을 향한 필사적인 몸부림: 성장 과정
4장 | 적극적이고 붙임성 좋은 육사 생도
5장 | 반란의 날, 1979년 12월 12일
6장 | 원죄의 성립을 자축하던 날
7장 | 광주를 딛고 권좌에 앉다
8장 | 전두환의 특별한 가벼움
BRIDGE 1
12·12의 밤, 전두환이 넘어야 했던 3인
2부 모순 (1981-1987)
1장 | 1980년대는 어떤 시절이었는가
2장 | 한 명 대 사천만 명의 대결
3장 | 대한민국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4장 | 인재들을 팔과 다리로 삼아
5장 | 정통성 없는 대통령의 속마음
6장 | 좋은 남편, 잔인한 학살자
7장 | 안 되는 일을 되게 했던 시절의 끝
BRIDGE 2
두려움과 사랑
3부 몰락 (1988-2021)
1장 | 네 살 손녀를 안고….
2장 | 가장 무서운 적, 노태우
3장 | 몰락의 휴지기
4장 | 단죄의 날, 그리고 김영삼
5장 | 수감 생활
6장 | 대한민국 현대사의 극과 극, 전두환 VS 김대중
7장 | 대한민국 현대사의 극과 극, 전두환 VS 노무현
8장 | 박정희의 딸이 날린 철퇴
9장 | 한 번도 자기 자신과 만나지 못했던 사내의 말년
BRIDGE 3
독재자의 배우자로 산다는 것
4부 악의 기원
1장 | 역사의 제단에 놓인 제물
2장 | 영광이 사라진 시대
3장 | 누가 왜 그를 그리워하는가
4장 | 살아있는 자의 천형(天刑)
5장 | 선이 지켜지는 사회
에필로그
주
참고문헌
접기
책속에서
전두환은 1988년에 퇴임해 2021년에 사망했다. 최고 권력자 자리에 8년 남짓 앉았다 내려온 뒤 ‘전임 대통령’으로 33년을 산 셈이다. 그 기간 동안 전두환은 반드시 해야 했던 일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그가 해야 했던 유일한 일을. 두루뭉술하게 유감 표명을 한 적은 있지만, 어떤 측면에서 봐도 속죄로 보기 힘든 것이었다. 진정한 속죄는 자신이 한 잘못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고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는 잘못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제 과오에 대한 책임을 북에 돌리거나, ‘용공 세력’에게 뒤집어씌우며 결백을 주장했다. 말년에 썼던 회고록에서 광주에서의 학살을 용공세력에 대한 ‘국가보위 행위’로 미화했다가 소송을 당한 것은 전두환이 잘못을 인정할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 「프롤로그」 중에서 접기
퇴임한 전두환이 걸었던 길은 그런 독재자들 중 누구와도 같지 않았다. 장기 집권은커녕 반대 세력의 잦은 시위에 시달리다가 임기를 겨우 채우고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왔고, 퇴임 뒤 대한민국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으며, 일반 시민의 상태로 33년을 국내에서 살았다. 퇴임 8년 뒤에 단죄되어 감옥에 들어간 적이 있지만, 2년 만에 풀려나왔고, 그 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죽 감옥이 아닌 바깥세상에서 자유롭게 살았다. 4개 필지, 3개 건물로 이루어진 총 1,652㎡(약 500평) 규모의 집에 살며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았고, 간간이 ‘전직 대통령’으로 청와대에 초청받아 ‘조국의 미래’, ‘국가의 안위’ 운운했으며, 측근들과 골프를 치고 고급식당을 드나들었다. 그러다가 91세 되던 해, 지병으로 삶을 마감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접기
이승만에게서 박정희로, 박정희에게서 전두환에게로 이어지는 파격과 객기, 예외성의 정상화 과정은 그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차트와 같았다. 식민과 분단, 전쟁이라는 토양이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기적을 요구하고 지도자에게 그 기적을 추동하도록 사회적 압력이 가해지는 과정에서, 본말이 전도되어 본래의 기적이 갖는 효용과 의미를 허물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 이후 지도자들 사이에 치명적이고 묵직한 덩어리가 전해지는 과정은 그 덩어리가 본래의 존재 의미를 잃고 타락한 사욕에만 전적으로 봉사하게 되는 점강법적인 루트를 밟았다.
― 「제1부 1장 |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중에서 접기
종말을 코앞에 둔 절대권력자에 의해 중요한 장기 말로 발탁된 것은 우연에 속하는 일이었지만, 보안사령부를 지키며 권한을 키워나가고 결정적인 순간에 중요한 자리를 꿰찰 수 있도록 ‘준비된 태세’를 유지한 것은 전두환이라는 개인의 노력에서 나온 것이었다. 실오라기 같은 기회만 있어도 맹렬하게 임해 지위 상승 가능성을 극대화하며 살아온 전두환은, 대통령 유고라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왔을 때 엄청난 기세로 덤벼들어 그 기회를 낚아챘고, 이후 한국의 현대사에서 발생할 수 있었던 모든 경우의 수를 소거하며 제 야심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질주했다.
― 「제1부 2장 | 49세의 보안사령관」 중에서 접기
육사 생도 시절, 참모장의 집에 무작정 찾아가던 시절의 전두환의 모습은 악이나 추함과는 거리가 멀다. 개인적 친분이 있지 않은 참모장의 집에 불쑥 찾아가는 청년 전두환은 얼마나 젊고 구김살 없는가! 그 시절까지만 해도 전두환은 제게 내장된 특성들을 자연스럽게, 좋은 방향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한 사람의 장점과 단점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전두환만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람도 없으리라.
― 「제1부 4장 | 적극적이고 붙임성 좋은 육사 생도」 중에서
최규하에게는, 12월 12일부터 12월 13일 새벽까지의 그 몇 시간이, 전두환에게 적대한 마지막 순간이었다. 이날 이후 최규하는 서서히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형식상의 대통령 자리에 앉아 전두환이 내미는 서류들에 이전보다 훨씬 우호적인 태도로 결재했고, 주위 사람들이 사임을 권유해도 뿌리친 채 대통령직을 유지했다. 5공화국 기간에는 전두환이 제공한 각종 의전을 받아들이며 ‘평화로운 정권 이양’의 모양새를 연출하는 주요 장식품으로 기능했다. 훗날 전두환 관련 재판들에 증인 출석요구를 받고도 일절 답하지 않았고, 역사에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결연히 거부한 채 안락한 노후를 유지하다가 12·12의 진실을 무덤까지 가지고 갔다.
― 「제1부 5장 | 반란의 날, 1979년 12월 12일」 중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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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2차대전 이후 이른바 ‘신생독립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달성했다. 그러나 과거를 돌아보면, 자랑스러운 성취와 함께 부끄러운 국면들이 있었다는 것도 기억할 수밖에 없다. 군사 정변이나 권위주의 정부가 그런 예 중의 하나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기, 어느 특정한 인물의 기질이 이 땅의 현대사와 만나 어떠한 변화를 잉태할 수 있었는지를 심도 있게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들이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파악하는 데 이 책만큼 중요한 작업은 없으리라.
- 라종일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은 민주화 이후 전두환에 대한 ‘전환기적 정의(transitional justice) 세우기’가 왜 실패했는가를 전두환의 개인사적 시간과 한국의 집단적 정치 시간의 맥락에서 추적하고 있는 뛰어난 저술이다. ‘특별한 가벼움’이라는, 전두환의 개인성에 대한 저자의 개념화는 주목할 만하다. 바로 그 특질이 전두환으로 하여금 죄의식 없이 학살을 저지르게 하고, 사과와 사죄 없이 편안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게끔 만든 근본적인 원인임이 분명하기에.
-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
“전두환을 읽어내는 일은 한국을 읽어내는 일이다.” 저자는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국 정치사를 복원했다. 이승만부터 박근혜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의 성격을 분석했고, 그것을 정치 환경과 연결해 정치사적 인과 관계의 흐름을 밝혀 서술했다. 이 책을 읽으면 과거와 오늘의 대통령은 물론 내일의 이상적 대통령까지 보인다. 미래 한국의 민주주의로 가는 도중에 이 책은 꼭 거쳐가야 하는 환승역이다.
- 정병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정아은은 이 책에서 전두환이라는 개인과 20세기 한국의 사회적·역사적 조건이 만나 어떻게 현대사의 비극을 만들어냈는지, 그 맞물림이 오늘날 우리 삶과 공동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기록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그는 전두환을 지나간 역사가 아닌 ‘지금, 여기’에서 바라보는 작업이 왜 중요하고 우리 사회에 간절히 요구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 정인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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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정아은 (지은이)
저자파일
신간알리미 신청
2013년 장편소설 《모던 하트》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잠실동 사람들》 《맨얼굴의 사랑》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다》 《어느 날 몸 밖으로 나간 여자는》, 산문집 《엄마의 독서》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사회과학서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등이 있다. 2024년 12월 17일 별세했다.
수상 : 2013년 한겨레문학상
최근작 : <킬러 문항 킬러 킬러>,<[큰글자도서] 모던 하트>,<[큰글자도서]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총 42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미래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 정병설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권력과 인간』 저자)
전두환은 왜 단죄받지 않고 여생을 보낼 수 있었는가?
이 땅에서 전두환이라는 존재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어느 문제적 인물에 관한 전기적 르포이자 다큐멘터리적 성찰
전두환과 대한민국의 관계를 깊고 치밀하게 복원하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기, 어느 특정한 인물의 기질이 이 땅의 현대사와 만나 어떠한 변화를 잉태할 수 있었는지를 심도 있게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들이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파악하는 데 이 책만큼 중요한 작업은 없으리라.”
― 라종일 (전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동국대 석좌교수)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은 민주화 이후 전두환에 대한 ‘전환기적 정의(transitional justice) 세우기’가 왜 실패했는가를 전두환의 개인사적 시간과 한국의 집단적 정치 시간의 맥락에서 추적하고 있는 뛰어난 저술이다.”
―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이 책을 읽으면 과거와 오늘의 대통령은 물론 내일의 이상적 대통령까지 보인다. 미래 한국의 민주주의로 가는 도중에 이 책은 꼭 거쳐가야 하는 환승역이다.
― 정병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정아은은 이 책에서 전두환이라는 개인과 20세기 한국의 사회적·역사적 조건이 만나 어떻게 현대사의 비극을 만들어냈는지, 그 맞물림이 오늘날 우리 삶과 공동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기록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생생하게 보여준다.
― 정인관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대한민국의 제11대, 12대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은, 그의 삶과 죽음은, 그가 끝끝내 단죄받지 않고 생을 마감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가장 첨예하고도 문제적인 측면을 드러낸다. 1979년 12·12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찬탈한 뒤 전대미문의 학살과 인권 탄압을 자행했던 전두환은, 자신의 대통령 임기를 채우고 퇴임한 뒤 33년간 풍족하게 살아가며 천수를 누렸다. 그는 우리 사회로부터 마땅한 처벌을 받은 적도 없고,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친 적도 없다. 수십 년간 진상규명과 사죄를 외쳤던 5·18 유족들의 고통과 절망이 무색하게, 그는 2021년 11월 23일 자신의 집에서 평화로이 눈을 감았다.
우리는 왜 전두환을 무릎 꿇리지 못했는가? 그가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사과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며, 국가적·사회적으로 마땅히 받아야 할 처벌을 피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전두환을 둘러싼 해설과 논평은 넘치도록 많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내놓은 적이 없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전두환의 생애와 대한민국 현대정치사·경제사·사회사·문화사를 그 근원으로부터 상호 연관시켜 철저하게 들여다봐야 하고, 그의 여러 악행을 가능케 했던 개인적 기질과 당대의 정치 환경, 시대적인 맥락을 총체적으로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병설 서울대 교수가 이 책에 부친 말처럼, “전두환을 읽어내는 일은 한국을 읽어내는 일”이라는 문제의식에 입각해 전두환과 대한민국의 관계를 깊고 치밀하게 복원하는 중층적이고 입체적인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다섯 편의 장편소설과 세 편의 인문 에세이를 출간했던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정아은은, 이 책을 통해 바로 그 작업을 완수했다. 정아은은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에서 전두환이란 인물의 태생부터 죽음까지를, 그의 집권 전후의 시간을, 나아가 그가 권좌에서 물러난 이후의 여생을 지금껏 나온 그 어떤 문헌보다도 철저히 복원한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은 전두환을 악마처럼 몰아붙이는 작업이 아니고, 영웅으로 미화하는 작업도 아니다. 대신 전두환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치열하게 규명하고, 그의 영광과 모순, 몰락, 그리고 그 인물을 탄생시킨 ‘악(惡)의 기원’을 대한민국의 현대사라는 지평 위에서 가감 없이 드러내려는 전기적인 작업이다.
정아은은 왜 이 작업을 시작했고, 이 작업을 끝마쳤는가? 그는 책에 그 이유를 적어두었다.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악’은 물리적 생명력이 끊어진 뒤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미래에도 영향력을 이어갈 것이기에. 피와 눈물을 흘릴 줄 알았고, 자신의 가까운 사람과는 진한 사랑을 나눌 수 있던 유형의 악인(惡人) 전두환의 면모를 우린 이제라도 똑바로 인식해야 하기에. 전두환이라는 악인을 우리 공동체가 어떻게 기억하고 감당해야 하는지 묻는 일은, 그의 사후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본격적으로 성찰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 분명하기에.
‘그는 어떻게 악인惡人이 되었고, 악인으로 죽었는가’
우리가 전두환을 단죄하지 못한 진정한 이유를 묻다
대한민국 현대정치사 · 경제사 · 문화사의
다양하고 중층적인 스펙트럼으로,
전두환의 삶과 죽음을 생생하게 추적하다
“전두환을 읽어내는 일은 곧 대한민국을 읽어내는 일이다.”
어느 문제적 개인의 시간과 이 땅의 집단적 정치 시간을 하나로 이어내다
2021년 11월 23일, 대한민국 11·12대 대통령 전두환이 세상을 떠났다. 1931년에 태어난 그의 구십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전두환은 1979년 12·12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찬탈한 뒤, 광주의 학살을 딛고 1980년 8월부터 1988년 2월까지 7년 반 동안 집권했다. 퇴임 후 쫓기듯 2년간 백담사에 머물렀고(1988년 11월부터 1990년 12월까지), 2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1995년 12월부터 1997년 12월까지). 김영삼 정권의 과거사 청산 정책에 따라 본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김대중 정권에 의해 특별 사면된 후, 그는 자신의 연희동 자택에서 자유롭고 윤택하게 노후를 보내며 천수를 누렸다. 국민의 절대 다수는 그가 정당히 단죄받아야 한다고 외쳤으나, 그는 4개 필지, 3개 건물로 이루어진 약 500평 규모의 집에서 한쪽 벽면 전체를 취임식 때 했던 연설문으로 뒤덮은 채 죽을 때까지 제 무고함을 강변하며 여생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 전두환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광주의 유족들과 전두환 집권기 숱한 인권 탄압의 피해자들은 그가 정당하게 단죄받지 않고 죽었다는 사실에 여전히 몸서리치고 있다. 2023년 초 우리에게 얼굴을 드러낸 그의 손주는 자신의 할아버지를 학살자라고 지칭하며 만인 앞에서 고통의 신음을 흘리는 중이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전두환을 옹호하고 그의 죄 없음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수십 년째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1980년대와 5공화국에 대한 복잡하고 모순적인 정서는 많은 이들 사이에서 더욱 짙게 공유되는 중이다. 그들은 전두환 집권기가 ‘단군 이래의 최대 호황’이었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그래도 전두환 때가 먹고 살기는 좋았지.”라는 말로 미묘한 심정을 드러낸다. 유튜브와 SNS에서는 ‘전땅크’, ‘엔젤 두환’ 등의 닉네임을 쓰며 전두환의 1980년대를 낭만적으로 찬양하거나 희구하는 젊은이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인터넷에서 전두환을 “진짜 애국자”, “진정한 경제 대통령”, “강하고 유능한 군인 대통령” 등으로 묘사하며 예찬한다.
요컨대, 전두환은 우리 사회를 선 긋는 하나의 정치적인 리트머스가 되어버렸다. 모두가 입에 올리지만, 아무도 전두환이라는 인물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보지 않는다. 대부분 전두환이 ‘나쁜놈’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아무도 그의 악행이 어떤 개인적·사회적 특질로부터 연유했으며, 그가 왜 그렇게까지 문제적 인물로 자리매김했는지를 그 뿌리부터 추적하진 않는다. 그렇다면 다시 물어보자. 우리는 전두환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며, 그는 도대체 어째서 사죄하지 않고 이 나라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었는가? 대한민국은 왜 그를 끝끝내 무릎 꿇게 하지 못했는가? 이 답을 찾는 과정은 결코 가볍고 단순하지 않다. 전두환의 개인적 일대기를 입체적인 시각과 역사적인 안목, 대한민국의 시대적 맥락에서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퇴임 이후 그가 맞이한 33년의 생애’를 심층적으로 길어 올리려는 지성과 의지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다섯 편의 장편소설과 세 편의 인문 에세이를 출간하고 제1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인 정아은이 이 책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통해 바로 그 작업을 완수했다. 수많은 문헌을 섭렵하고, 여러 인사들과의 수많은 인터뷰 및 당대의 시대 환경에 관한 다큐멘터리적인 성찰을 거친 뒤, 정아은은 몇 년간의 작업을 거쳐 비로소 그 작업을 끝마쳤다.
전두환을 악마 혹은 영웅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 규명하다
12·12와 광주를 거쳐, 1980년대의 모순과 격정을 연출했던 그의 여정
정아은은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에서 전두환이 왜 악인이 되었고, 악인으로 살았으며, 악인으로 죽을 수 있었는지를 파고든다. 정아은의 이 책은 전두환을 악마처럼 몰아붙이는 작업이 아니고, 영웅으로 미화하는 작업도 아니다. 대신 그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치열하게 규명하고, 그의 영광과 모순, 몰락, 그리고 전두환이라는 인물이 상징하는 ‘악(惡)의 기원’을 대한민국의 현대사라는 지평 위에서 가감 없이 드러내려는 전기적인 작업이다. 전두환의 퇴임 이후 33년의 생애, 그와 대한민국이 맺었던 관계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시기에 전두환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만나 이 땅의 최고 권력자가 되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전두환이 끝내 무릎 꿇지 않은 이유를 알기 위해선 전두환의 개인적인 기질을 똑바로 들여다봐야 하고, 악인을 잉태하고 권력 꼭대기까지 밀어 올렸던 대한민국 현대정치사의 맥락을 정확히 직시해야 한다. 정아은은 이를 위해 전두환의 개인사적 시간과 한국의 집단적 정치 시간의 맥락을 총괄적으로 되짚어간다.
책의 1부 ‘영광(1931-1980)’에서 저자는 전두환이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의 50년이라는 시간을 심층적으로 추적한다. 즉, 전두환의 기질적인 씨앗이 싹튼 그의 성장기에서부터 1979년의 12·12 쿠데타, 1980년 5월의 광주를 거쳐 그가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로 집권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낸다. 정아은은 그가 남긴 회고록과 다양한 문헌을 통해 그의 성장 과정을 되짚고, 상승을 향한 끈질긴 집념이 이뤄낸 강렬한 드라마를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전두환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다는 각오로 군 경력의 승승장구를 거친 뒤 박정희가 암살되기 7개월 전, 49세의 나이로 보안사령관에 파격 임명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가 식민과 분단, 전쟁이란 토양 위에서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뚝심의 계보를 정통으로 잇는 후계자라는 사실이다. 정아은은 전두환이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였던 이승만-박정희와 어떠한 일관성을 갖고 있었으며, 동시에 두 전임자들과 어떤 면에서 달랐는지를 냉철하게 분석한다. 저자는 “85명의 군인이 3,700만 대한민국을 접수했던” 1979년 12월 12일의 밤을, 그가 어떻게 광주의 비극을 딛고 권좌에 올랐는지를 철저하게 복원한다. 전두환이 ‘정보’를 다루고, 미국과의 관계를 저울질하며, 법을 짓밟고 국민을 학살할 수 있었던 대내외적 기제를 망라하며, 그의 행보에서 무신경한 낙천성의 끔찍함, 그의 무반성을 가능케 만든 ‘특별한 가벼움’을 길어 올린다.
이 책의 2부 ‘모순(1981-1987)’은 그렇듯 아무런 정통성도 없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던 전두환의 1980년대가 얼마나 논쟁적이고도 아이러니한 시간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정아은은 말한다. 1980년대는 대단히 문제적인 시기였으며, 온갖 모순으로 점철된 격정의 시절이었다고. 1979년의 12·12 쿠데타 이후 1987년 6월항쟁에 이르는 기간은, 전두환이라는 무법자가 노골적인 폭력을 통해서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점차 기정사실화되었던 시기이자 정통성 없는 대통령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먹고사는 문제’에 사활을 걸었던 시기였다.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뼈가 으스러지는 고문을 받고 있던 고통의 시간이었고, 역대 어느 정권보다 적나라한 부정부패로 얼룩진 시간이었으며, ‘한 명 대 사천만 명의 대결’이라 불릴 수 있을 어두컴컴한 시간이었으면서도, 동시에 전두환이 김재익이라는 걸출한 인재를 내세워 경제 분야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이뤄내며 이 땅에 물질적 풍요를 불러온 시기이기도 했다. 전두환은 분명 핵심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줄 알았던 용인술을 보여주었으며, 이러한 1980년대 5공화국의 성과들은 그가 퇴임 뒤에도 자신의 ‘공(功)’을 소리높여 외치는 근거가 되어주었다. 그러므로 정아은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것처럼, 1980년대라는 모순적인 상황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은 대한민국이 왜 그의 퇴임 후에도 전두환을 끝끝내 무릎 꿇리지 못했는지를 추적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작업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과 전두환의 관계를 깊고 치밀하게 성찰하다
우리 공동체에 남은 상흔을 치유하는 첫걸음을 떼기 위하여
전두환은 분단과 전쟁 이후 거대한 공백과도 같았던 대한민국의 시공간에서 ‘안 되는 일을 되게’ 만드는 전임자들의 전통을 착실히 따라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는 자기 정통성의 부재를 만회하기 위해 이 땅에 부분적인 자유와 물질적 풍요의 기반을 선사했고, 그때 싹튼 개인주의와 감각적 자유는 1990년대 대한민국에서 절정을 맞는다. 책의 3부 ‘몰락(1988-2021)’은 이제 그가 대통령직을 내려놓은 이후부터 2021년 죽음을 맞이한 날까지의 여정을 고찰한다. 전두환이 권력에서 물러난 뒤 그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노태우가 대통령에 올랐고,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투신했던 김영삼과 김대중이 차례로 대통령이 되었다. 노태우는 자신과 하나의 뿌리를 가졌던 전두환을 냉정하게 뿌리쳤고, 김영삼은 그를 감옥 안으로 집어넣었고, 김대중은 그를 감옥 바깥으로 풀어주었다. 1989년 12월의 5공 청문회로 일약 이 나라의 스타가 되었던 노무현은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전두환과 극단적으로 다른 방식을 취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했고, 박정희의 후계자 박근혜는 전두환의 부정 축재 재산을 몰수했지만, 그 또한 전두환을 향한 사적 복수의 자장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전두환은 권좌에서 내려온 뒤 백담사와 감옥 안에서 각각 2년의 시간을 보낸 것을 제외하면 수영장과 스크린골프장과 널찍한 정원이 딸린 광활한 저택에 머물며 자유롭게 살았다. 다시 한번 질문해보자.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가? 대한민국은 왜 퇴임한 학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는가? 드물게 이루어졌던 처벌은 왜 그렇게 단편적이고 자의적이었는가? 정아은은 이 3부에서 전두환이란 인물을 둘러싼 우리나라의 최고 권력자들, 즉 노태우와 김영삼, 김대중과 노무현, 그리고 박근혜의 개인적·사회적·역사적·정치적 동역학을 추적한다. 정아은은 전두환을 향한 우리 사회의 단죄와 용서가 시스템과 법치가 아니라 (정치적 진영을 떠나) 최고 결정권자의 사적 동기로 가해졌다는 사실을 직시하며, 한국의 민주주의가 여전히 ‘직선제’ 그 이후로 도약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지적한다. 정아은의 표현처럼, 전두환은 이미 우리 사회의 뼈아픈 ‘대자아’가 되어버렸다. 전두환은 우리가 지나온 한 세기를 보여주는 인물, ‘시층이 겹겹이 쌓인 한반도의 20세기를 보여주는 절단면 같은 인물’이 되었다. 그러므로 그의 퇴임 후 33년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일은 대한민국의 가장 첨예하고 취약한 면모를 드러내는 것과 다름 아니다. 저자는 3부에서 바로 그 작업에 천착한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의 마지막 4부 ‘악의 기원’은 1부에서 3부까지 고찰해 온 화두, 즉 전두환이라는 문제적 인물이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집권할 수 있었고, 단죄받지 않고 생을 마감할 수 있었으며, 결국 그가 우리 사회에 남긴 깊은 상흔과 족쇄가 무엇인지를 총체적으로 되짚는 장이다. 저자는 쓰고 있다. 전두환이 퇴임 뒤에라도 반성했다면,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다면, 그는 그의 가족과 측근들이 그렇게도 부르짖는 ‘정당한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최고 등급의 결정권을 가진 이의 인격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며, 헌법상 최고 통치권자의 자리에 오르는 순간, 그는 그가 속한 사회의 공기와 만나며 서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두환이 어떤 죄과를 갖고 있고 어떤 악행을 저질렀든, 1980년대는 뛰어난 관료들이 정책을 잘 펴고 전두환이 이들에게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어 경제가 순항을 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그런데 전두환은 제 원죄에 대해 전면 부정함으로써 자신의 ‘공’에 해당하는 사항을 인정받게 될 수 없었으며, 그가 자신의 죄를 부정할 때마다 그의 정체성은 ‘살인자’로 귀결되고 그때마다 세상은 그가 저지른 극악무도한 죄를 인식하게 되었다고.
특히 4부에서 전두환에 대한 찬양과 낭만화 현상을 살피는 저자의 지성적인 스펙트럼은 빛을 발한다. 강원택과 임혁백, 이제민과 최병천 등 뛰어난 정치경제학자들의 분석과 알렉시스 드 토크빌, 토머스 홉스 등의 이론을 바탕으로, 저자는 1980년대의 독재자를 향한 퇴보적인 선망이 대한민국이 1990년대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된 후 국민이 얼마나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지, 그래서 사람들이 과거 개발연대 시절의 ‘강력한 국가’를 얼마나 그리워하며 또한 1980년대의 공동체적인 소속감과 유대감을 얼마나 희구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반증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정아은에 따르면, 전두환과 같은 극단적인 악의 돌연변이가 이 땅에서 다시 득세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정아은은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의 4부 마지막 챕터에서 그런 인물의 재등장을 막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이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선(線)’, 법치주의와 사회적 규준을 정착시켜 가는지에 달려 있음을 논증한다. 우리가 지금 전두환의 직계 후손이 살아오는 내내 혹독한 죄책감에 시달려 왔음을 지금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악을 제대로 처단하지 못한 후과와 그 상흔은 이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을 오래도록 고통스럽게 얽어매고 있다. 그래서 정아은은 말한다. 전두환을 읽어내는 일은 한국을 읽어내는 일이고, 자신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국민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전두환이라는 악인(惡人), 전두환과 대한민국의 관계를 정확하게 바라보고 그것을 넘어설 때에만 우리는 선과 악, 말과 행동, 과거와 미래, 현실과 이상을 제대로 가늠하며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대한민국의 긍정적인 것, 부정적인 것의 맞물림을 파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작업”
지금 우리가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읽어야 할 이유
‘국민을 살상하고 불법적으로 집권한 전두환이 어떻게 7년 동안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권좌에서 내려온 뒤에도 제대로 된 단죄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었을까?’ 한 마디로 말해서,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은 바로 이 논쟁적인 화두에 관한 기나긴 탐구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세상을 떠난 전두환에 관해서는 그간 다양한 저술이 출간된 바 있지만, 아직 우리 출판계에서 엄밀한 고증과 비평적 관점에서 집필된 그의 평전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의 개인적 일대기를 입체적인 시각과 역사적 안목, 공동체적인 관점에서 깊이 있게 파악하고 ‘퇴임 이후 33년의 생애’의 의미를 치열하게 바라보려는 시도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전두환에 관한 기존의 저술들은 지나치게 정치적인 목적 혹은 진영의 논리에 기대어있거나, 주로 그를 묘사할 수 있는 가장 첨예하고 비극적인 사건, 예컨대 12·12 사태나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특정 사안에 깊이 천착해왔다. 즉, 전두환과 그의 집권기는 아직껏 한국 현대정치사의 일부분 정도로만 다뤄졌던 게 사실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은 우리나라의 중견 소설가이자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인 정아은이 전두환과 당시 시대에 관한 핵심적인 문헌들을 바탕으로 쓴 첫 전기적인 르포, 한국 현대사에 관한 다큐멘터리적인 저술이라고 할 수 있다. 100여 권의 참고문헌과 200여 개에 달하는 이 책의 세심한 주석은 저자가 전두환과 대한민국의 한국의 현대정치사에 관하여 얼마나 깊은 공력을 쏟고 오랜 탐구를 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이와 같은 철저한 문헌적 고증에 더하여 대한민국 현대사와 이 땅의 독재자들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 어느 문제적 개인이 보여주었던 인간성의 심연과 대한민국의 지난 한 세기를 지배했던 사회적·문화적 습속에 대한 저자의 깊은 고찰이 이번 원고를 이끌어나간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단순히 과거의 자료 및 문헌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육군사관학교를 예편한 여러 인물과의 꼼꼼한 인터뷰 등 정아은의 이번 원고엔 전두환의 궤적과 심리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다방면의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1975년에 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난 정아은은 자신이 사춘기를 맞기 전 전두환의 1980년대를 길게 통과했고, 공기 중에 비밀과 불안이 가득했던 시공간에서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왔다고 말한다. 그는 원고에서 조부의 형제 중 한 명이 남로당의 인사였기에 아버지와 아버지의 형제들이 겪었던 연좌제의 흔적을 언급하기도 한다. 정아은은 이러한 호기심과 어린 시절의 기억은 자신이 성인이 된 후 사회와 국가, 권력과 정치와 역사에 관한 고민과 탐구로 이어졌다고 밝힌다. 그 오랜 고민은 결국 “대한민국의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들이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파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작업”(라종일)이라 평가받은 이 400페이지의 책으로 꽃피우게 됐다. 정아은의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은 2021년 11월 23일 세상을 떠난 어느 문제적 인물의 삶과 그를 끝내 단죄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근원적 모순을 풀어가는 치열한 여정이며, 이는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전두환을 대면하고, 그의 시대를 지성적으로 성찰하며, 그가 남긴 깊은 상흔을 극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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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덥다. 저번에 전화기 안 가지고 출근한 적이 있었는데 지난주엔 무려 전화기 안 가지고 2박 3일 휴가를 가 버렸다. 엄청 허전했지만.. 사진도 찍으라고 시키고 검색도 하라고 시키고 밤에도 일찍 자고 아침에도 늦게까지 잤다. 나름 괜춘했다...? 돌아와보니 별로 특별한 연락은 없었다. 다만 컴퓨터도 안 가져가서 이메일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던... 더보기
건수하 2024-08-05 공감 (21) 댓글 (11)
저번에 수 로이드 로버츠의 <여자 전쟁>을 읽고 아르헨티나의 'Dirty War'에 대해 찾아보다가, 좋아하는 작가 알베르토 망구엘 혹은 망겔이 Index on Censorship 계간지에 실은 글 journals.sagepub.com/doi/pdf/10.1177/030642209602500523 을 읽었다. (Index on Censorshi... 더보기
건수하 2024-07-25 공감 (14) 댓글 (6)
[서울의 봄] 시작부터 끝까지 울분을 참기 어려웠다. 처음과 끝을 다 아는 실화임에도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유독 가정을 끌어들이게 하는 사건들이 있다 - 국무총리 공관 정문에서 전두환을 체포했다면 - 30사단이 행주대교를 제대로 막았다면 - 신사협정을 받지 않고 8공수가 서울로 진입 했다면 - 국방부장관 ... 더보기
나와같다면 2023-11-29 공감 (29)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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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에 대한 차분하고 심층적인 분석.
잔잔한호수 2023-05-16 공감 (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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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 시대에 필독서!
소프트파워 2023-05-16 공감 (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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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과 전두환을 배태한 시대상을 꼼꼼하게 분석한 비평서. 다 읽고나니 대한민국 현대사를 객관적으로 꿰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추천!
applestar 2023-05-16 공감 (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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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과 몰입도가 좋고 근현대사 교과서에서는 다루지 않는 부분까지 심층적으로 다뤄주셨네요 그동안 몰랐던 부분과 다시는 반복되서는 안될 역사에관해 깊게 생각할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아야할 이야기네요
여름 2023-05-29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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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주인공 ‘전두광’이 왜 악인이 됐는지 입체적으로 잘 조명했다. 12.12 사태 분량은 많지 않은데, 눈에 띄는 오류가 거슬린다. 이 책에는 신군부세력이 정승화를 체포한 곳이 육군본부로 나오는데 실제 총장공관이란 사실을 이제 영화를 본 누구나 안다. 디테일이 아쉽다.
별빛처럼 2023-12-02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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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청산
저번에 수 로이드 로버츠의 <여자 전쟁>을 읽고 아르헨티나의 'Dirty War'에 대해 찾아보다가, 좋아하는 작가 알베르토 망구엘 혹은 망겔이 Index on Censorship 계간지에 실은 글 journals.sagepub.com/doi/pdf/10.1177/030642209602500523 을 읽었다.
(Index on Censorship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단체이며 같은 이름의 계간지를 발행한다.)
이 글에서 알베르토 망구엘은 아르헨티나에서 메넴 대통령이 군부에 의한 민간인 학살의 주동자, 책임자들을 사면 pardon 했다가 일 년 뒤 대사면 (혹은 복권) general amnesty 했던 것을 언급했다. 이 글에 따르면 사면 pardon 은 죄를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벌을 경감해주는 것이고, 대사면 amnesty (복권)은 범죄의 혐의를 완전히 지우는 무죄 인정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메넴 대통령의 이와 같은 조처는 군사 정권 하에서 자행된 많은 인권 유린 사건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었고, 아르헨티나는 과거사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페루의 유명한 소설가이자 정치인이었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왜 굳이 남의 나라 과거 청산에 말을 얹었는지는 모르겠는데, 한 미국 홍보회사가 관여했다고도 한다 (내가 이해한 대로 대충 쓰자면) 페루의 경험에 대해 언급하며 군부만이 당시 상황에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당시 책임이 있었던 인물이 현재는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등 모두를 처벌하는 것은 국가를 다시 일으켜야 하는 상황에서 불가능하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논리는 어디서 많이 봤던 것이었다. 우리의 청산되지 않은 과거들- 친일 부역자, 군부독재에 협조했던 자 등 - 그리고 전두환을 사면해준 김대중 대통령도 떠올랐다. 사놓고 안 읽었던 책이 생각났다.
정아은 작가의 책은 <엄마의 독서> <당신이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을 읽었으며, 이후 믿고 읽을 수 있는 작가로 생각하고 있다. 이 책도 괜찮았다. 내 취향에 비해서는 조금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는 편이었지만, 작가의 연령이나 주변 상황을 고려해볼 때 거리를 두는 것이 어렵고, 또 그 시대에 살던 한국 사람으로서 감정이입을 안 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두환의 군사 쿠데타 이전 박정희와의 관계부터 시작해 중요한 사건들에 전두환이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지를 소개하고, 이해하기 힘든 인간 전두환의 내면을 이해해보고자 시도(..) 했다. 또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 내에서 그가 어떤 처분을 받았고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알아본다. 왜 전두환은 국가에 반역죄를 저지르고 수많은 민간인을 죽게 만들고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했는데도 처벌을 받지 않았는가. 대한민국에서 과거사 청산이 왜 어려웠는지, 또 어떻게 어려웠는지.. 또 후에 그것을 시도했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나름 객관적으로 쓰려 노력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읽으며 뼈아픈 부분이었다.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것이 대한민국의 시작에 있어 치명적인 일이었고 계속 언급되는 일이지만, 과연 이것은 정말 가능한 일인가? 지금처럼 시간이 지나서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때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까? 정치적 명분은 충분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과거의 청산을 원하는가?
읽고 나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렇지만 이런 책이 좋은 책이지.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책을 더 찾아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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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7-25 공감(14) 댓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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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인간에게 죗값을 묻는 법
흔한 것을 거부한다. 서너 살 많은 남자와 그만큼 어린 여자의 연애는 너무 흔하므로 거부한다. 남자가 잘살고 여자는 서민이고 이 여자를 괴롭히는 잘사는 악녀가 죗값을 치르는 스토리는 너무 흔하므로 거부한다. 사이코패스라고 몰아가며 희대의 악인, 사람도 아닌 악마 취급하는 것은 너무 흔하므로 거부한다. 대단히 새로운 것만을 원치는 않는다. 다만 사소하게 비틀린 균열을 원한다.
나에게 전두환은 이런 사람이다. 독재자다. 사과 없이 죽은 인면수심이다. 설령 진실로 북한의 지령을 받은 남한 빨갱이들이 폭동을 일으켜서 어쩔 수 없이 군으로 진압했더라도, 사람을 그렇게 죽여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전두환은 자국민을 그렇게 죽였다. 분명히 부정한 방법으로 쌓았을 재산을 두고 돈이 없다고 했다. 뻔뻔하다. 수치를 모르는 악인이다.
정아은은 21세기의 독자를 이끈다. 전두환이 활동했던 시기로. 그의 마음, 그가 처한 상황, 그 시기의 국내 및 국제 정세와 함께. 가독성 좋고 담담한 문장은 이입에 방해되지 않는다. 전두환이 남긴 말과 글을 분석해서 그가 어떤 사람이었고, 그러므로 이렇게 생각하고 이런 마음을 가졌을 거라고 서술한다. 우리는 그를 이해한다. 정아은이 전두환의 삶이라는 맥락을 제시해주었으므로.
전두환은 단순하고, 낮짝 두껍고자 애를 쓰고, 완전히 뻔뻔하지 못할 만큼 의식했지만, 자기 자신을 직시하고 반성할 만큼 의식하지 않았다. 잠도 편히 못 잤겠다. 정통성이 없는 지도자는 언제든 불안한 법이다. 그의 죄와는 별개로 전두환이라는 한 인간이 측은했다. 자기가 믿었던 사람이 자길 압박하고, 전국민이 살인자라고 손가락질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 권력을 휘두르지는 못하고 부정적으로 언급되고, 또 언급된다. 그러면서 자기를 직시하지 않았다. 속죄는 고사하고 자기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살다 죽었다는 점이 불쌍하다.
전두환이 측은하고 불쌍하다고 해서 내가 여태 고수하던 노선이 바뀌지는 않는다. 뭔가 추가됐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그대로지만, 고려할 것이 늘어났다.
전두환을 악마화하고 증오의 말을 퍼붓는 게 신군부 세력과 그 후예들을 영영 내쫓는 일에 보탬이 될까? 그런 의문이 생겼다. 강력범죄자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저 사람을 사이코패스라고, 저 사람이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라고 선을 긋고 절대 내 이야기는 될 수 없다고 단정짓는 게 과연 최선일까? 그런 의미에서 전두환이 악마고, 희대의 악인이라고, 저 사람이 특히 악해서 그렇다고 선을 긋는 게 적절한 태도일까? 최선일까?
이런 의문을 던진다고 해서 뭐, 어디에 도움이 될 지 솔직히 모르겠다. 어렴풋이 '범죄자를 걍 다 싸패취급하면 끝나냐??'라고 생각만 하던 것을 최근의 살인사건 몇 건과 이 책을 읽으면서 수면 위로 떠올렸고, 다른 사람에게 처음 알린다. 뭐가 도움이 될 지는 진짜 모르겠다.
하지만 전과 마찬가지로 그런 애들 다 사이코고 나랑은 전혀 관계 없다고 선 긋고 내 일상을 살러 갈 수는 없다. 행적과 결과만 보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을 나이가 들며 더 깊이 느끼고 있다. 맥락이 중요하다. 여자를 칼로 찔러 죽였다는 행적과 결과는 같지만, 누구는 길 가다가 선별해서 죽인 거고 누구는 학대 당하다가 못 참고 죽인 것은 다르지 않나. 그렇다면 처벌 역시 달리 내려야 하지 않나.
비뚤어진 마음으로 말하자면, 나라고 전두환과 크게 다를 것 같나? 어떻게 단정 짓나? 그 '사이코패스 새끼'와 내가 뿌리부터 다르다고.
그래서 나는 전두환을 악마로 여겼던 마음을 버린다. 전두환의 선조와 동시대 사람과 후예들이 모두 물러나서 한국 현대사의 흑역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의 마음이 되고 이해하고 그를 악마화하길 관두고 나와 같은 인간으로 보되, 나와 같은 인간에게 어떤 속죄를 요구할 것인지는 앞으로도 쭉 생각할 일이다.
이 관련 책 추천받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제는 전두환이 제 원죄에 대해 전면 부정함으로써 그가 영원히 ‘공’에 해당하는 사항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너무나 큰 죄를 저질러놓고 그에 대해 일말의 사죄도 하지 않음으로써 그의 정체성은 오직 하나, ‘살인자’로 귀결되어 버렸다. 그가 세상을 향해 "내가 잘한 점도 있었잖아!’"라고 외칠 때마다, 세상은 그가 저지른 극악무도한 죄를 인식했다. 죄를 인정하지 않는 행위가 더 커다란 죄를 낳고,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죄의 부피에 압도되어, 전두환이 한 명의 인간으로서 갖고 있었을 ‘부분적인 미덕’이 완전히 가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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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식동물 2023-07-10 공감(1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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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이해하는 깊이를 주는 책
저는 동네의 작은 교습소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여느 때처럼 아이들에게 단어시험을 보던 때, 중3 아이 하나가 democracy의 반의어로 autocracy라고 답을 적은 것을 보고 아이가 이 말이 무언인지 알고 적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물었습니다.
“‘autocracy’가 무슨 뜻인지 아니?”
“민주주의의 반댓말이요.”
“그래. 맞아. 그게 뭘까?”
아이는 한참 고민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받은 이들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숙제로 내어준 단어장을 달달 외우기만 했지 그 뜻을 깊이 파악하고 오지는 못했던 겁니다. 저는 기다렸습니다. 얼마지나 아이의 입에서 나온 답은 저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공산주의요.”
2023년의 아이들도 ‘민주주의’의 반말이 ‘공산주의’라고 믿고 있다는 사실에 저는 당황했습니다. 요새 아이들이 중학교에서 배우는 정치 과목에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공부는 그저 특징을 나열하고 외우는 식이어서 민주주의와 관련된 객관식 문제를 맞추는 데는 유용할 수 있어도,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다른 정치 체제와 비교해서 그 본질을 이해하긴 어렵습니다. 아이가 ‘민주주의’의 반대말을 ‘공산주의’라고 이해한 맥락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의 대화를 통해서 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전쟁을 경험한 가족 어른들이 묘사하는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위협한 원흉인 공산당을 나쁜 적 이자 반의어로 이해한다면 민주주의의 반대가 무어냐는 질문에 반사적으로 ‘공산주의’라는 답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겠죠.
아이에게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의 반대말은 ‘한 사람 또는 소수의 사람들이 권력을 가진 정치인 독재’라고 갈무리하고 대화는 끝났습니다. 아이와의 대화는 저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21세기는 그저 놀라운 테크놀로지의 세상만 있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우리는 과거의 실마리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다 사실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상식으로 보면 사실, 너무나 당연한 걸 말입니다.
정아은 작가님의 이번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가를 답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전두환은 수의 차림으로 재판장에서 서있던 신문 1면의 사진이나, 사면이 결정되었다는 보도를 통해서, 그리고 장례식 전경을 통해 뉴스에서나 보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행보를 살펴보면 권선징악이나 합리성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였습니다. 하지만 정아은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그것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이상한 것이 아니라 켜켜이 쌓여온 인간 사이의 결과물임을 많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두환 전 대통령에 관련되어 제가 들었던 그 뉴스들은 사실 전두환 개인이 아닌 한국인의 선택과 이해관계의 결과였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책이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그래서 제가 살고 있는 시대와 가까워올수록, 지금의 우리를 설명할 수 있는 흥미로운 통찰들이 더욱 눈에 띄었습니다. 그 중 첫번째는 한국 현대사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과도 같았던 정치인 김대중의 역할과 인물에 대한 해석이었습니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 직전 야당 대표 시절에 97년 IMF를 막을 수 있던 가장 마지막 기회였던 대대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반대했던 이야기, 전두환 사면을 통해 지역주의를 극복하려고 했던 아이러니한 결단 등등, 정 작가님의 다면적 해석을 통해 정치의 생리와 인간을 이해하는 통찰이 깊게 다가왔습니다. 두번째는 IMF와 세계화를 겪으면 한국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어떻게 달라졌는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IMF 시대를 겪으면서 집안의 가세가 기울어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야 했던 친구들이 꽤 있습니다. 동구권 세계의 자본주의화가 진행될 수록 한국이 더이상 자유민주주의의 최전선 국가로서 중요한 대상이 아니었기에 미국이 가차없이 외면했던 점, 중국과의 수교 이후 대중국 수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한국의 부가 상승했다는 점을 짚어주는 맥락도 그 시절을 살았던 저와 주변인들의 삶의 특징을 많이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세번째로 민주주의 자체의 생리에 대한 해석도 흥미로웠습니다. 민주화가 발달될수록 다수가 권력을 가진 사회에서 개인은 원자화되고 더욱 자본주의화되는 반면 공공을 위한 정치활동과 역량은 모여지기 어렵다는 해석이 많이 와닿았습니다. 지방자치문화가 그 대안이 되어야 하지만 한국 사회는 그러한 일에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이 긴장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사회는 앞으로도 개인마다 더 깊은 외로움을 품으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먹고 살 길의 막막함을 달랠 길을 찾아 전전긍긍하며 미래를 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지금보다 나았던 시절로 보이는 과거를 향수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 호시절의 조각들 안에 전두환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저에게 지금도 잊혀지지 않은 한 사진이 있습니다. 전두환의 장례식장에서 허름하고 낡은 군복을 입은 채 거수 경례를 하며 예를 다하던 한 노인의 모습이었습니다. 그의 삶이, 그의 행동의 이유가 몹시 궁금했습니다. 삶을 오래 살수록 더 깊이 알아가는 게 인생일 줄 알았는데, 알다 가도 모를 게 인간이라는 생각을 나이가 들수록 더 통렬하게 하게 됩니다. 그 노 군인과 저는 결코 비슷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 될 수 없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사람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이 책을 읽고 난 후 제가 품었던 마음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정 작가님에게 이번 책에서 도움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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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g1008 2023-05-26 공감(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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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읽다.^^
전두환에 대해 이렇게 자세하게 연구한 책이 있을까? 이 책은 전두환에 대한 역사서다. 한국인들에게 전두환은 무엇이었나. 그는 왜 무릎 꿇지 않았는가. 전두환의 심리상태를 너무도 리얼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전두환이라는 뱃심 좋은 야심가가, 어떻게 대한민국의 최고지도자가 될 수 있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namgo2416 2024-03-30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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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의 마지막 33년
만만한 책이 아니다.
전두환이라는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괜시리 치가 떨린다.
그럼에도 우리는 마주해야 한다.
직면하는 용기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기에...
정아은작가는 아주 오랜기간동안
이 책의 집필을 위해
인터뷰와 자료 수집 등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것이 보인다.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으면서도
이런 결과물을 세상에 내 놓아 준 것에 감사를 표한다.
전두환이라는 인물은 잘난 사람이라기보다는
운이 함께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사속에서도 운을 잘 못 타
그 능력치를 발휘하지 못한 인물이 있는가 하면
그닥 능력은 별 볼일 없으나
운이 억수로 좋아 승승장구한 그런 인물이 있지 않은가?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p.38)
‘악인에게 종종 관대함을 보여주는
역사의 심술보가 작동했다’라는
문장이 그를 대변하는 듯하다.
작가는 큰 4가지지의 테마
영광, 모순, 몰락, 악의 기원으로 이 책을 구성하고 있다.
전두환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다각적으로
면밀히 분석하며 이 책을 기술하고 있다.
읽다보면 책 자체가
엄청난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탄성이 터진다.
전두환이라는 악의 탄생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참함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프지만
냉철하게 들여다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작가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사실에 근거하여 담담하게 써내려간 문체는
그 역사의 장면하나하나를
객관적으로 생각하게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서두에도 말했듯이 결코 만만치 않은 기록이었을테다.
대서사를 정리해준 작가에게 감사를 표하며
현대사의 한 단면을 통한 시대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역사서라 감히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그냥 툭 하고 나타난 것이 아닌
시대의 분위기속에서 나타난 악이
개인적으로는 안타깝기만하다.
다시는 이런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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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wyh02 2023-08-08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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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가능할까?
전두환은 갔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가 이 세상에, 대한민국에 남겨놓은 흔적과 상처는 너무나 크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그는 박정희 전대통령이 김재규의 총에 의해 저격당한 직후 12.12를 통해 권력을 장악했다. 그리고 5.18을 계기로 권좌에 올랐다.
12.12는 명백한 군사반란행위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5공의 전두환 정권은 경제적 측면에서의 성공, 88 올림픽 유치 등을 감안하더라도 사실 태어나서는 안될 정권이었다. 최초의 문민정부인 YS정권은 반란군 수괴 전두환과 노태우를 법에 따라 심판했다.
오히려 전두환과 노태우 단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DJ였다. 국민화합이라는 명분이었다. 5.18의 한을 정치적 기반으로 집권에 성공한 DJ가 5.18 문제에 오히려 소극적인 입장을 취한 것은 역설적으로 호남정권의 한계였다고 본다. DJ는 정치보복같은 인상을 주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벌어진지 43년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진실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DJ의 집권으로 완전한 마침표가 기대됐던 5.18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매년 그때가 되면 5.18을 둘러싼 국민 사이의 견해 차이가 갈등으로 드러나는 양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정치보복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호남의 한, 5.18의 분노를 기반으로 집권한 김대중씨가 대통령으로 있을때 이 문제는 완전히 해결했어야 했다. 그걸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DJ가 대통령직에 있을 당시에만 해도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증인과 자료들이 상대적으로 풍부했다.
왜 DJ는 5.18 문제를 역사적으로 종결짓지 못했던 것인가? 이건 자신을 한결같이 지지하고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호남 민심에 대한 결례 아닌가. 도대체 우리 국민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5.18 문제를 언제까지 등에 짊어진 무거운 짐처럼 서로를 짓누르며 가야만 하는 것일까.
이제 5.18 문제에 대해서는 전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다시 말해서 국민의 절대다수가 동의하는 평가와 해법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지 않겠나 싶다. 일부에 5.18의 역사적 의미가 너무 과대평가됐다는 의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4.19와 같은 대의적 민주화운동이라기보다는 5.17 계엄확대에 따라 연행된 김대중이라는 호남의 지역맹주 구하기적 성격에서 출발했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또 일부에서는 80년 광주는 79년 부마항쟁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두 항쟁은 동일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해야 옳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5월 당시 사태가 악화된 원인에 대해서도 의견이 구구하다. 계엄군의 폭력적인 진압이 가장 큰 원인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일부에서는 광주시민들의 순수한 의사와 무관하게, 북한이 혼란상황을 악용하여 혼란을 부채질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 논란 속에 실체적 진실에 대한 규명 작업은 더욱 미궁 속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전두환은 5.18 문제에 대해 일언반구 사과나 사죄 없이 세상을 떠났다. 전술한 바와 같이 호남의 한을 등에 업고 대통령이 된 DJ는 5.18의 진실을 규명하는데 YS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극성을 띠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43년이 지난 지금도 5월만 되면 아물지 않은 상처에 상처가 더해지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정리되지 않고 끊임 없이 국민적 갈등이 지속되고 또 온전한 수준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것이야말로 전두환이 남긴 가장 큰 역사적 과오일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답답하다. 대체 우리 국민들은 언제까지 5월만 되면, 아물지 않는 고통의 포로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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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 2023-06-04 공감(1)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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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죽은 자, 전두환.
완독했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전인권 선생(<행진> 그분 말고-_-)의 <박정희 평전>과 고나무 기자의 <아직 살아있는 자, 전두환> 느낌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역시 그 분들이 많은 참고가 되었음을 저자도 밝히고 있다. 소설가가 쓴 평전이라, 언젠가부터 본인이나 믿을 만한 역사학자가 쓴 평전이 아니면 안 보고 있었건만, 문학이 가진 힘은 풍부한 비유에도 있음을 다시 느낀다. '어린 아이', '마트료시카'라는 비유는 더더욱 그렇다.
전두환을 위한 변명은 아닌 변명. 그것은 해명 또는 규명.
일부 문장을 옮겨 둔다.
"전두환은 우리가 지나온 한 세기를 보여주는 인물, 시층이 겨ㅂ겹이 쌓인 한반도의 20세기를 보여주는 절단면 같은 인물이다. 홉스처럼 자연 상태에 놓여 아비규환의 지옥을 살아내던 개개인이 다시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돌연변이이면서, 의식하지 못하는 새에 구성원 전체가 그 생물체의 파편을 지니고 가게 된 우리 사회의 대자아이기도 하다." p.363, <우리 사회의 대자아, 전두환을 읽어낸다는 것>
전우원이 나타난 것은 저자에게 얼마나 큰 울림이자, 한편으로는 행운이었을까. 언젠가 내가 글을 쓸 때도, 전우원의 등장과 같은 일이 찾아올까.
<저자를 위한 변명>
한편, 다음 문장은 생각해 볼만 하다.
"전두환이라는 뱃심 좋은 야심가가 등장했을 때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합의된 '선'을 지키는 데 충실했다면,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우리 역사에 11ㆍ12대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당시 그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육군참모총장 정승화와 수경사령관 장태완, 특전사령관 정병주는 쿠데타를 저지하려 노력했고, 그 일로 전두환과 신군부에게 치욕을 당하고 고초를 겪었다....하지만 이들에게 전두환과 신군부를 제압할 '권한'이 있었다는 사실에 방점을 두면 이들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가 없다." p.356, <12.12 때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던 이가 있었는가?>
그랬을까. 내 생각과는 좀 달랐다.
먼저, 저자는 군 고위층-그러니깐 국방부장관, 육참, 수경사령관, 특전사령관이 전두환을 결국 막지 못했다는 책임을 이야기한다.
12.12 때 저항이 없었다는 말을 하려 한 것은 아니다.
단, 이는 너무나도 가혹한 평가가 아닐까.
이 구절을 읽고 나니, 언젠가 끄적여 둔 내 글이 생각난다.
-
국민에게 충성을 요구하기에 앞서, 국가는 스스로가 국민이 충성을 바칠 만한 국가가 되어야 한다. 현충일이지만 삶과 죽음, 충성과 반역의 갈림길을 달리한 이들의 운명을 생각하면 분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숭고하게 죽어간 이들 대신 분하게 죽어간 이들을 추모하며.
[정병주(鄭炳宙)]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였다. 일찍이 5.16 군사반란에 반대하여 경복궁에서 조리돌림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1979년 12.12 군사반란의 때에 특수전사령부를 이끌고 전두환에 맞섰으나, 휘하 여단장 대다수가 비겁하게도 그를 배신하고 반란군에 가담하였으므로 총격을 입고 사로잡혔다. 세상이 반란군의 차지가 되고 군에서 숙청되었고, 한때 그가 이끌던 특전사령부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서 시민들을 학살하였다. 와신상담하며 생을 보내던 중 행방불명, 분하게도 서울 야산에서 목매달려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김오랑(金五郞)]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였다. 12.12 군사반란의 때에 정병주 장군의 비서실장이었으며, 반란군이 압도적인 군세를 거느리고 문 앞까지 쇄도하였음에도 굴복하지 않고 정 장군을 호위하였다. 김오랑은 필사적으로 반란군을 저지하였으나 마침내 적의 흉탄을 맞아 장렬하게 산화하였다. 이 때 투병중이던 아내 백영옥은 완전히 실명하였다고 한다. 이후 백영옥은 김오랑 소령의 억울함을 풀고 역도들의 죄를 묻고자 하였으나 원한을 가득 품은 채로 추락사하였으며, 수사기관은 백영옥의 사인을 자살로 결론지었다.
[정선엽(鄭善燁)]
조선대학교를 다니던 중 군에 입대, 국방부에서 초병으로 복무하였다. 12.12 군사반란의 때에 박희도가 1공수여단을 이끌고 국방부를 습격하자, 부대를 사수하고 침입자를 격퇴하기 위하여 분연히 응전하였으나 반란군의 총격을 받아 순국하였다. 기자 고나무, 김선식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최규하 당시 대통령과 노재현 국방부 장관이 무력에 굴복해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의 불법적인 체포를 승인했을 때, 사병은 진짜 군인으로 행동했다."
일찍이 그들이 있었다. 수괴들이 권좌에 올라 국민들을 탄압하던 때. 훗날 총탄에 쓰러질 국민들을 위하여, 국민들보다 먼저 죽어 간 이들이 있었다. 반란군은 두 번 일어나 두 번 승리하였다. 그러나 대통령과 고관으로 살다 죄인으로 죽을 자는 누구이며, 영원히 기림받을 자는 그 누구인가.
2016년 6월 6일 현충일, 제대 6일 후. 교사임용 준비 중에.
"전두환이라는 뱃심 좋은 야심가가 등장했을 때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합의된 ‘선‘을 지키는 데 충실했다면,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우리 역사에 11ㆍ12대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당시 그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육군참모총장 정승화와 수경사령관 장태완, 특전사령관 정병주는 쿠데타를 저지하려 노력했고, 그 일로 전두환과 신군부에게 치욕을 당하고 고초를 겪었다....하지만 이들에게 전두환과 신군부를 제압할 ‘권한‘이 있었다는 사실에 방점을 두면 이들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가 없다." - P356
"전두환은 우리가 지나온 한 세기를 보여주는 인물, 시층이 겨ㅂ겹이 쌓인 한반도의 20세기를 보여주는 절단면 같은 인물이다. 홉스처럼 자연 상태에 놓여 아비규환의 지옥을 살아내던 개개인이 다시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돌연변이이면서, 의식하지 못하는 새에 구성원 전체가 그 생물체의 파편을 지니고 가게 된 우리 사회의 대자아이기도 하다." -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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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023-06-27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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