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의 정치 넘어 야수의 정치… 지금은 해방 직후보다 더 위험"
[비상계엄·탄핵소추… 원로 인터뷰]
[5] 신복룡 前 건국대 석좌교수
유석재 기자
입력 2024.12.23.
신복룡 교수는 “역사는 순간마다 위기였고 격동기 아닌 적이 없었다”며 “그것을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는가는 정치 지도자의 판단 사항인데, 남의 말을 듣기 거부하는 지도자에겐 약이 없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대통령은 미욱해서(하는 일이나 됨됨이가 어리석다는 뜻) 남의 말을 듣거나 공부를 하지 않았고,
야당 대표는 증오의 정치를 넘어 야수의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정치학자이자 한국 현대사 전문가인 신복룡(82) 전 건국대 석좌교수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때론 독설(毒舌)도 서슴지 않으면서, 동서양의 고전을 넘나들며 현하웅변(懸河雄辯)을 펼쳤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GDP 그래프로만 선진국일 뿐, 국가를 위해 헌신할 동기도 찾기 어려운 허상의 나라로서 해방 직후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어쩌다 지금 같은 사태에 이르게 된 걸까요.
“동기 유발이 다른 어디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지라도, 그 위기를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한 국가 지도자의 미욱함에 책임이 있습니다. 듣기를 거부하는 지도자에게는 약이 없어요. 충신 열 명이 간신 하나를 못 이깁니다.”
韓 민주주의, 광기의 ‘데모크레이지’
–대통령은 왜 계엄 선포라는 선택을 했던 것이라 보시나요.
“지도자가 정책에 실패하는 이유는 첫째, 공명심, 둘째, 교만으로 무장된 허영, 셋째, 오판, 넷째는 무지한 탓입니다. 공자는 ‘온갖 만 가지 생각을 하면서도 공부하지 않는 무리가 가장 위험하다(思而不學則殆)’고 했어요. 왕양명은 ‘세상이 어지러운 것은 정치하는 인간들이 공부를 안 해서 그렇다(天下不治, 學術不明)’고 했습니다. 세종은 독서 하느라 새벽닭이 울 때서야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래픽=이철원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민이 뽑은 국회이니만큼 그 결의를 거부할 명분이 없습니다. 지구 상의 모든 국민은 자기의 분수에 가장 알맞은 국회의원을 뽑습니다.”
–앞으로 정국은 어떻게 될까요.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결심 공판이 끝나기 전에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생명을 끊기로 작정했고, 윤 대통령은 탄핵으로 번 6개월 안에 이 대표와 동반 자살하기로 결심했을 겁니다. 이제 탄핵은 정해진 시간 안에 대통령만 죽느냐, 아니면 함께 죽느냐를 가릴 검투사의 혈전이 될 텐데 책사(策士)가 없는 대통령에겐 그리 만만치 않을 겁니다. 역사에선 막 나가는 독종의 승률이 더 높았어요. ‘삼국지’로 보자면 지금은 노숙이 아니라 조자룡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어디서부터 어긋난 길을 걸었다고 보십니까.
“인연이란 소중한 것인데, 윤 대통령은 왜 헤어지는 사람마다 모두 척을 지는지 안타깝습니다. 한동훈이 이재명보다 더 미울 수는 없는 건데, 모처럼 불러놓고 책상에 손을 얹은 채 을러대듯이 말하며 콜라 한 잔 먹여 보내다니요? 이 대표는 민중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진 것이 실수였습니다. 민중에 휩쓸리는 정치인은 민중과 함께 죽고, 민중에게 거역하는 정치인은 민중의 손에 죽습니다. 그들의 환호는 언젠가 독이 돼 돌아올 겁니다. 이 대표는 시대정신을 지닌 인물이라 할 수 없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달성한 대한민국이 2024년에 왜 이런 위기를 겪어야 할까요.
“민주정이란 본래 취약한 제도이고, 역사적으로 강력한 민주 정부란 없었습니다. 이미 120년 전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세 가지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노동 계급의 터무니없는 요구, 둘째는 훈련되지 않은 자유 의지의 질주, 셋째는 끝이 없는 자본가의 탐욕입니다. 지금 한국은 기이하리만큼 정확하게 베버의 예언에 함몰돼 있죠. 사회적 갈등 비용이 GDP 대비 27%나 되는 나라가 어떻게 건강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종전 이후 후발 국가 중 유일하게 성공한 사례라고 하지만 그 내실은 허상입니다. 경제 정의가 없는 사회에서 졸부들과 생계형 NGO가 횡행하는 세상은 우리가 꿈꾸던 이상 사회가 아닙니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호 기자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분열돼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은 해방 직후보다 더 위험합니다. 마치 망국 직전의 로마 제국을 보는 것 같습니다. 로마의 민주주의는 민중주의의 허상 속에서 침몰했습니다. 민주주의는 연륜입니다. 서구에선 적어도 200년의 수련 기간이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고작 경력 80년인 한국의 민주주의(democracy)가 광기의 정치(democrazy)가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입니다. 이젠 그 정도를 넘어 탄핵의 정치(vetocracy), 증오의 정치(hatocracy)를 지나 야수의 정치(brutocracy)의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한국 정치의 진짜 함정은 의회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고, 개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국 정치의 함정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라 의회입니다. 지금 같은 인면수심(人面獸心)의 국회의원으로 내각제를 운용하다가는 한 임기 안에 나라가 거덜날 것입니다. 내각제는 민주주의 의회 제도 가운데서도 가장 고난도의 기술이며 의회주의의 꽃입니다. 이 지역 패권의 나라에서 그 꿈은 접는 게 좋습니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중세의 면죄부보다 싸게 팔리고, 대법관이 독직에 연루돼 재판을 지연시키는가 하면, 이 대명천지의 IT 시대에 소쿠리로 개표하는 나라에서 민주주의는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다 된 줄 알았는데 겨우 이 정도였던 거냐’고 탄식하는 사람들 역시 많습니다.
“선진국은 GDP의 그래프로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애덤 스미스는 선진국, 곧 정의롭고 잘사는 나라가 되려면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했어요. ‘낮은 세금’ ‘안정된 통치권’ ‘예측 가능한 법’입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한국은 나라도 아닙니다. 한국 현대사의 부모는 파독 간호사와 광부, 중동 노동자, 월남 파병 용사입니다. 모두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이죠. 지금의 통치권은 길거리를 횡행하는 킥보드 하나도 다스릴 수 없고 제복 경찰이 취객에게 매를 맞을 정도로 허약합니다. 이런 세상에서 누가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습니까?”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걸까요?
“세 가지가 무너졌습니다. 아버지가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교육마저 무너진 것이 우리 비극의 근본 원인입니다. 자식에게 영(令)이 서지 않고 학생에겐 훈육이 없어졌습니다. 모두가 개체가 돼 모래알 같은 삶을 삽니다. 경제권이 사라져 누추한 봉급쟁이로 전락한 아버지의 굽은 뒷모습은 너무 초라해졌습니다. 결혼이란 기본적으로 경제 공동체의 형성인데도 말입니다.”
–외형적인 압축 성장을 하느라 정신과 의식 면에서 뒤처진 걸까요.
“서부 영화를 보면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광야를 달리다 문득 말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내 육신이 이렇게 허둥대며 달려오는 동안에 내 영혼은 제대로 따라오나’ 기다리느라고 그러는 겁니다. 나는 1인당 국민소득 50달러의 소년기를 보내다 이제 700배 넘게 늘어난 3만6000달러 시대가 됐으니 인류 역사상 불가사의한 변혁의 시대를 산 것이어서 불편하고 황망합니다.”
–그런 급격한 변화가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는 말씀이군요.
“경쟁과 추월의 사회를 유발했습니다. 대학은 취업 학원으로 전락했고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인문학은 폐과되고 있어요. 인생에 대한 고뇌 없이 오로지 취업에 몰두해야 하는 청년들은 이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생각하는 사람)가 아니라 호모 메카니쿠스(homo mechanicus·기능인)일 뿐입니다. AI가 등장했으니 삶은 더 메말라 가겠죠. 관료가 부패하면 정권이 무너지고, 군인이 부패하면 국가가 무너지며, 교육이 무너지면 민족이 사라집니다. 한국은 지금 그 문턱에 와 있어요.”
가정·교육 무너지고 모두 ‘모래알’
–지금의 혼란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치권의 회심이나 회개를 기대하기엔 너무 멀리 왔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지식인입니다. ‘가을 등불 아래 책을 덮고 천년 역사를 돌아보니, 이 난세에 배운 값 하며 살기 참으로 어렵다’는 조선 말 선비 황현의 유서가 자꾸 눈에 밟히긴 합니다. 그러나 지식인은 일어나 외치는 길을 가야 합니다. 지식인은 메이지 시대 일본 학자 니시 아마네(西周)가 외쳤던 것처럼 ‘당대 민중의 열기를 내려줄 해열제가 돼야’ 하며, 영국 역사학자 존 토시가 호소한 것처럼 ‘민중의 백내장을 수술하는 안과 의사가 돼야’ 합니다. 이것이 이 국가와 민족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신복룡 교수
건국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건국대 교수와 대학원장,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교수를 지냈다. 1977~79년 라디오 프로그램 ‘아침의 메아리’를 진행해 전국에 이름을 알렸는데 박정희 대통령도 매일 산책하며 들었다고 한다. 건국대 석좌교수를 끝으로 현직에서 퇴임했다. 한국정치외교사학회장을 지냈으며 ‘동학사상과 갑오농민혁명’ ‘한국 정치사’ ‘한국 분단사 연구’ ‘한국 정치사상사’ 등 다수 저서를 냈다. 한말 외국인 기록과 해방 정국을 연구했고, ‘삼국지’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번역본도 냈다. 퇴임 후에도 ‘평생 책에서 손을 놓지 않겠다’고 한 ‘정관정요’의 다짐을 되새겨 계속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유석재 기자
정치학자이자 한국 현대사 전문가인 신복룡(82) 전 건국대 석좌교수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때론 독설(毒舌)도 서슴지 않으면서, 동서양의 고전을 넘나들며 현하웅변(懸河雄辯)을 펼쳤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GDP 그래프로만 선진국일 뿐, 국가를 위해 헌신할 동기도 찾기 어려운 허상의 나라로서 해방 직후보다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어쩌다 지금 같은 사태에 이르게 된 걸까요.
“동기 유발이 다른 어디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지라도, 그 위기를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한 국가 지도자의 미욱함에 책임이 있습니다. 듣기를 거부하는 지도자에게는 약이 없어요. 충신 열 명이 간신 하나를 못 이깁니다.”
韓 민주주의, 광기의 ‘데모크레이지’
–대통령은 왜 계엄 선포라는 선택을 했던 것이라 보시나요.
“지도자가 정책에 실패하는 이유는 첫째, 공명심, 둘째, 교만으로 무장된 허영, 셋째, 오판, 넷째는 무지한 탓입니다. 공자는 ‘온갖 만 가지 생각을 하면서도 공부하지 않는 무리가 가장 위험하다(思而不學則殆)’고 했어요. 왕양명은 ‘세상이 어지러운 것은 정치하는 인간들이 공부를 안 해서 그렇다(天下不治, 學術不明)’고 했습니다. 세종은 독서 하느라 새벽닭이 울 때서야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래픽=이철원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민이 뽑은 국회이니만큼 그 결의를 거부할 명분이 없습니다. 지구 상의 모든 국민은 자기의 분수에 가장 알맞은 국회의원을 뽑습니다.”
–앞으로 정국은 어떻게 될까요.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결심 공판이 끝나기 전에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생명을 끊기로 작정했고, 윤 대통령은 탄핵으로 번 6개월 안에 이 대표와 동반 자살하기로 결심했을 겁니다. 이제 탄핵은 정해진 시간 안에 대통령만 죽느냐, 아니면 함께 죽느냐를 가릴 검투사의 혈전이 될 텐데 책사(策士)가 없는 대통령에겐 그리 만만치 않을 겁니다. 역사에선 막 나가는 독종의 승률이 더 높았어요. ‘삼국지’로 보자면 지금은 노숙이 아니라 조자룡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어디서부터 어긋난 길을 걸었다고 보십니까.
“인연이란 소중한 것인데, 윤 대통령은 왜 헤어지는 사람마다 모두 척을 지는지 안타깝습니다. 한동훈이 이재명보다 더 미울 수는 없는 건데, 모처럼 불러놓고 책상에 손을 얹은 채 을러대듯이 말하며 콜라 한 잔 먹여 보내다니요? 이 대표는 민중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진 것이 실수였습니다. 민중에 휩쓸리는 정치인은 민중과 함께 죽고, 민중에게 거역하는 정치인은 민중의 손에 죽습니다. 그들의 환호는 언젠가 독이 돼 돌아올 겁니다. 이 대표는 시대정신을 지닌 인물이라 할 수 없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달성한 대한민국이 2024년에 왜 이런 위기를 겪어야 할까요.
“민주정이란 본래 취약한 제도이고, 역사적으로 강력한 민주 정부란 없었습니다. 이미 120년 전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적 민주주의가 세 가지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노동 계급의 터무니없는 요구, 둘째는 훈련되지 않은 자유 의지의 질주, 셋째는 끝이 없는 자본가의 탐욕입니다. 지금 한국은 기이하리만큼 정확하게 베버의 예언에 함몰돼 있죠. 사회적 갈등 비용이 GDP 대비 27%나 되는 나라가 어떻게 건강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종전 이후 후발 국가 중 유일하게 성공한 사례라고 하지만 그 내실은 허상입니다. 경제 정의가 없는 사회에서 졸부들과 생계형 NGO가 횡행하는 세상은 우리가 꿈꾸던 이상 사회가 아닙니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지호 기자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분열돼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은 해방 직후보다 더 위험합니다. 마치 망국 직전의 로마 제국을 보는 것 같습니다. 로마의 민주주의는 민중주의의 허상 속에서 침몰했습니다. 민주주의는 연륜입니다. 서구에선 적어도 200년의 수련 기간이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고작 경력 80년인 한국의 민주주의(democracy)가 광기의 정치(democrazy)가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입니다. 이젠 그 정도를 넘어 탄핵의 정치(vetocracy), 증오의 정치(hatocracy)를 지나 야수의 정치(brutocracy)의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한국 정치의 진짜 함정은 의회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고, 개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국 정치의 함정은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라 의회입니다. 지금 같은 인면수심(人面獸心)의 국회의원으로 내각제를 운용하다가는 한 임기 안에 나라가 거덜날 것입니다. 내각제는 민주주의 의회 제도 가운데서도 가장 고난도의 기술이며 의회주의의 꽃입니다. 이 지역 패권의 나라에서 그 꿈은 접는 게 좋습니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중세의 면죄부보다 싸게 팔리고, 대법관이 독직에 연루돼 재판을 지연시키는가 하면, 이 대명천지의 IT 시대에 소쿠리로 개표하는 나라에서 민주주의는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다 된 줄 알았는데 겨우 이 정도였던 거냐’고 탄식하는 사람들 역시 많습니다.
“선진국은 GDP의 그래프로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애덤 스미스는 선진국, 곧 정의롭고 잘사는 나라가 되려면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했어요. ‘낮은 세금’ ‘안정된 통치권’ ‘예측 가능한 법’입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한국은 나라도 아닙니다. 한국 현대사의 부모는 파독 간호사와 광부, 중동 노동자, 월남 파병 용사입니다. 모두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이죠. 지금의 통치권은 길거리를 횡행하는 킥보드 하나도 다스릴 수 없고 제복 경찰이 취객에게 매를 맞을 정도로 허약합니다. 이런 세상에서 누가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습니까?”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걸까요?
“세 가지가 무너졌습니다. 아버지가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교육마저 무너진 것이 우리 비극의 근본 원인입니다. 자식에게 영(令)이 서지 않고 학생에겐 훈육이 없어졌습니다. 모두가 개체가 돼 모래알 같은 삶을 삽니다. 경제권이 사라져 누추한 봉급쟁이로 전락한 아버지의 굽은 뒷모습은 너무 초라해졌습니다. 결혼이란 기본적으로 경제 공동체의 형성인데도 말입니다.”
–외형적인 압축 성장을 하느라 정신과 의식 면에서 뒤처진 걸까요.
“서부 영화를 보면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광야를 달리다 문득 말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내 육신이 이렇게 허둥대며 달려오는 동안에 내 영혼은 제대로 따라오나’ 기다리느라고 그러는 겁니다. 나는 1인당 국민소득 50달러의 소년기를 보내다 이제 700배 넘게 늘어난 3만6000달러 시대가 됐으니 인류 역사상 불가사의한 변혁의 시대를 산 것이어서 불편하고 황망합니다.”
–그런 급격한 변화가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는 말씀이군요.
“경쟁과 추월의 사회를 유발했습니다. 대학은 취업 학원으로 전락했고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인문학은 폐과되고 있어요. 인생에 대한 고뇌 없이 오로지 취업에 몰두해야 하는 청년들은 이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생각하는 사람)가 아니라 호모 메카니쿠스(homo mechanicus·기능인)일 뿐입니다. AI가 등장했으니 삶은 더 메말라 가겠죠. 관료가 부패하면 정권이 무너지고, 군인이 부패하면 국가가 무너지며, 교육이 무너지면 민족이 사라집니다. 한국은 지금 그 문턱에 와 있어요.”
가정·교육 무너지고 모두 ‘모래알’
–지금의 혼란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치권의 회심이나 회개를 기대하기엔 너무 멀리 왔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지식인입니다. ‘가을 등불 아래 책을 덮고 천년 역사를 돌아보니, 이 난세에 배운 값 하며 살기 참으로 어렵다’는 조선 말 선비 황현의 유서가 자꾸 눈에 밟히긴 합니다. 그러나 지식인은 일어나 외치는 길을 가야 합니다. 지식인은 메이지 시대 일본 학자 니시 아마네(西周)가 외쳤던 것처럼 ‘당대 민중의 열기를 내려줄 해열제가 돼야’ 하며, 영국 역사학자 존 토시가 호소한 것처럼 ‘민중의 백내장을 수술하는 안과 의사가 돼야’ 합니다. 이것이 이 국가와 민족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신복룡 교수
건국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건국대 교수와 대학원장,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교수를 지냈다. 1977~79년 라디오 프로그램 ‘아침의 메아리’를 진행해 전국에 이름을 알렸는데 박정희 대통령도 매일 산책하며 들었다고 한다. 건국대 석좌교수를 끝으로 현직에서 퇴임했다. 한국정치외교사학회장을 지냈으며 ‘동학사상과 갑오농민혁명’ ‘한국 정치사’ ‘한국 분단사 연구’ ‘한국 정치사상사’ 등 다수 저서를 냈다. 한말 외국인 기록과 해방 정국을 연구했고, ‘삼국지’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번역본도 냈다. 퇴임 후에도 ‘평생 책에서 손을 놓지 않겠다’고 한 ‘정관정요’의 다짐을 되새겨 계속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유석재 기자
===
100자평119
도움말삭제기준
로그인 해주세요.
최신순찬성순반대순관심순
해결사
2024.12.23 05:58:31
희대의 냥아치들이 설치는 막장 정치판 이다...
답글
1
75
0
로그인 해주세요.
Freedom36
2024.12.23 08:11:07
석좌교수님, 이재명은 안된다는 취지의 말씀만 바른 말입니다. 다른 말씀은 거의 모두 잠꼬대로 들립니다.
알라딘4U
2024.12.23 05:59:49
나의 부모님은 6.25 사변 때 공산주의자들과 싸워 이 나라를 지켜내신 공으로 국가유공자이셔서 지금 국립현충원에 모셔져 있다. 나에게도 지금 그와 같은 국가에 위기가 온 것 같다. 나는 이 나라지킴을 결코 피하지 않을 것이며 훗날 부모님 곁에서 함께 영면을 하게 되면 내 후손들이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답글작성
71
0
로그인 해주세요.
살펴보기
2024.12.23 06:11:25
웃기네, 친북-친중-주사파-좌파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마들이야. 악마들은 원래 인권, 자유, 공정, 투명, 도덕를 절대 볼수없어. 뭘 알고 글을 올려. 지금은 진보와 보수의 경쟁상태가 아니라, 극좌주사파와 전쟁상태인걸 대부분 국민들은 모르고 있어. 악마와의 전쟁!
답글작성
69
1
Freewolf
2024.12.23 06:32:45
좌파들의 집권을 허용하고 관용적 태도를 취한 잘못된 선택이 대한민국을 이지경으로 만든 것이다.싱가폴을 보라.야당정치인들이 이토록 수준낮은 횡포를 부리는 나라가 지구에서 어디에 있는가? 이것은 부정선거로 당선되었기 때문에 이를 덮기위한 반격인 것이다.
답글작성
53
3
부모산
2024.12.23 06:56:56
걱정입니다.교육은 이해찬때부터 무너지고 윤리과목도 없어지고 세대간 갈등은 정치권에서 더 갈라치기 하고 국회의원수 100명으로 줄이고 교육감선거 없애고 지자체선거도 없애야 합니다
답글작성
47
0
보수우파 개딸
2024.12.23 06:25:29
모든 근원은 범죄자 이재명이 지 감방 안 갈려고 발버둥 치는걸 중공이 이 약점을 이용해 부정선거로 대한민국을 잡수려는 거다.
답글작성
46
0
Vision24
2024.12.23 08:31:10
조선일보가 참 웃기는구나. 어쩌다 이런 사태가 되었냐고 묻는걸 왜 다른 사람에게 물어? 조중동 좌편향 기사 쏟아내서 국론을 분열시킨결과지 뭘 물어봐. 멀쩡한 대통령 일 못하게 입법 폭행 한 거대 야당을 지탄 해야지 그걸 막겠다고 조치를 취한 대통령을 물고 뜯냐? 거기에 머리에 변만 들어있는 생각없는 쓰레기 좀비들이 부화뇌동 해서 나라가 이 지경이 됐는데 어디서 문제를 ?아? 그 원인은 좌파 성향 언론들인데.
답글작성
37
4
과학기술이나라살린다
2024.12.23 08:35:04
민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에게 금전적 인질로 잡혀있는 상태다.... 향후 국민 요구에 따라 민주당 해산되는 경우, 자신들 불법행위에 따른 국고반납액 434억원을 반드시 국가가 회수하고 난 이후에 민주당 해산을 허가해 주어야 한다.
답글작성
40
0
mylup
2024.12.23 06:49:37
국민들이 혼란속에 속아서 선택한거니 국민들이일어나 바꿔야겠는데 국회해산권이 그 어디에도없으니 이걸 어쩌나..
답글작성
39
1
명호아빠
2024.12.23 08:52:14
말은 바로하자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고 제왕적 다수당의 탄핵횡포다,.탄핵을 무려 20번 넘게 해서 행정부의 대부분을 마비시키는것 ,이런 횡포가 지구상 어느나라에 있는가? 게임에서나 가능할 마법의 치트키 같은 탄핵남발 -바로 이것이 내란인 것이다.
답글작성
38
0
아울이
2024.12.23 06:20:47
작금의 정치 혼란은 친중, 종북 주사파 국회의원들의 난동 때문이다. 더불어 한국을 종속적으로 만들기 위한 중국의 실제적인 침략 때문이다. 선관위의 부정선거는 그 결과물이다. 그중에 돈을 따라서 움직이는 대법관들도 있을테고
답글작성
37
0
과학기술이나라살린다
2024.12.23 07:48:56
선관위 너희들은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너희들의 부정선거 혐의는 이미 차고 넘친다. 지난번 국회의원 선거무효소송 재판과정에서 비정상 투표지가 다량 발견되어 논란이 있었으며, 사전선거와 본선거 득표율 차이도 이 세상에는 존재할 수 없는 숫자들이다. 또한 선관위는 이번 계엄중 사진촬영된 선거서버 교체하여 증거인멸 기도했고, 몇 일 전에는 부정선거혐의 제기하는 국민을 처벌하는 미친 법 만들려고 책동하였다. 또 이번에는 현수막 거는 것도 그 알량한 권력 이용하여 국민 앞에서 갑질하려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공정선거 투명선거 요구하는 국민의견 개무시 선관위가 살아남기 위해 최후 발악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선관위는 이번에 반드시 수사 및 개혁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생존여부가 여기에 달려있다.
답글작성
36
0
회원94328813
2024.12.23 06:14:38
노인네가 참 국민이 뽑았나? 선관위가 뽑았지 하나 마나한 공자왈 맹자왈~ 이런 유생들 때문에 아직도 명나라를 모시는 사대주의때문에 근대화 놓치고 민족을 사지로 몰아넣고 이걸 간파한 중공산당은 공자학원을 내세워 초한전을 펼치는데 우린 그것도 모르고 관념세계에만 빠져 있으니 도울 김용욱 같은 인간이 시진핑이 세계적지도자라고 침을 튀기지ㅜㅜ
답글
1
32
3
水月
2024.12.23 06:57:13
현 정국에대한 명쾌한 역사적 인식과 정확한 진단이 돋보인다.
답글작성
27
6
나도 한마디
2024.12.23 08:54:56
허약한 민주주의를 기둥감아 버티고는 있으나 그허약한기둥을 갉아먹는 사회주의 주사파세력 기생충이 있다는게 문제입니다.. 지금 그걸박멸하려고 하고있습니다.. 곧 지붕이 무너질 위기입니다.. 이승만대통령이 집을짓고 박정희대통령이 튼튼하게 보수한집에 어느세 바퀴벌레들이 글끓고있으니 대대적인 청소가 필요합니다.. 그기생충이 백년대계인 교육까지 무너트리고 있으니 걱정입니다..
답글작성
31
1
라이언9081
2024.12.23 07:00:50
조은 글 감사합니다. 한국 정치의 함정은 의회에 있다는 것입니다. 설득, 협의, 타협이 없다 보니 가정, 학교가 무너지고, 이제 이 사회가 무너져 내릴 것 입니다.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의회의 독재, 폭거를 막아야 합니다. 안된다는 것을 국민이 보여 줘야 합니다. 법을 어긴자는 법대로 처벌 되어야합니다.
답글작성
28
4
푸르푸르미
2024.12.23 09:42:16
안정된 사회가 무너진 건...극좌세력이 점점 주류 권력으로 넘어오면서부터 아닌가?
답글작성
28
1
MELVIN25
2024.12.23 08:23:48
원로라는 작자 들은 거의 좌파적 얕은 지식으로 그냥 지껄인다
답글작성
21
8
다송다송
2024.12.23 08:30:08
가슴에 와닿는 진실된 말씀입니다.
답글작성
25
3
죠쎈닙뽀영감들킬러
2024.12.23 08:53:27
야수의 정치, 동의한다. 집권 3년을 해종일 전 정부 탓만 하면서 야수와 같은 악랄함으로 정적제거와 정치보복질로 올인한 내란 괴수 윤성렬과 요괴와 다름없는 김건희 이 두 괴물을 하루빨리 치워야 한다.
답글작성
1
27
Nightmare1****
2024.12.23 08:18:32
수준에 맞는 정치인을 가진다 정말 공감합니다. 국민이 개/돼지라 개/돼지같은 쓰레기 국회의원이 설치는게지요 다 국민의 몫입니다.
답글작성
27
0
수리
2024.12.23 07:18:52
박근혜 대통령을 감옥에 가두고, 이명박 대통령을 감옥에 가두고, 그 수하 인물들 수백 명을 감옥에 가두고, 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잔인한 짓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범죄당 이것들은 하이애나 떼보다 더 잔인하다. 이 땅에 함께 살기 어려운 족속이다.
답글작성
27
0
정악동
2024.12.23 08:35:49
그리 잘난 학자면...민주당에서 탄핵남발할때 외국여행하셨남? 과연 그리고도 학자맞어?
답글작성
16
11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