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한강의 언어로 본 기독교 언어의 길 - 가스펠투데이
[전문가 칼럼] 한강의 언어로 본 기독교 언어의 길
장금복 목사
승인 2024.12.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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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월 10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한국 문학계의 성취를 넘어, 언어가 가진 힘과 본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기독교 언어는 한강의 언어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많은 사람에게 환호를 받았지만,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한강의 작품 세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결과로 보입니다.
저는 한강 작가를 처음 ‘소년이 온다’를 통해 접했습니다. 그 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자 작가의 초기 작품부터 읽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한강이 인식하는 세계 안에서 그녀의 언어를 만났습니다. 한강이 인식하는 언어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언어에서 기독교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기독교 언어가 세상과 소통하며 더 큰 공감과 사랑을 전할 방법을 고민하게 했습니다.
2024년 노벨문학상의 주인공 한강은 수상 소감에서 “가장 어두운 밤, 우리를 서로 연결해 주는 언어가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한강은 언어를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로 보지 않고, 인간의 고통, 경청, 그리고 연대의 본질을 담아내는 매개체로 인식합니다. 그녀의 작품에서 언어는 개인의 고통을 넘어 집단의 아픔, 침묵 속에 숨겨진 진실, 그리고 사랑의 실천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강의 언어는 다섯 가지 중요한 특징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침묵과 경청의 언어입니다. 한강의 작품에서는 종종 침묵이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침묵은 단순히 말하지 않음이 아니라,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말 없는 고통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기독교 언어 역시 때로는 설교와 논리가 아닌, 경청과 공감을 통해 진리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연대의 언어입니다. 한강은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엮으며, 독자에게 그 고통에 함께 참여하게 만듭니다. 기독교 언어는 개인 구원의 틀을 넘어, 공동체적 연대를 이루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더 구체적이고 현대적인 맥락에서 실천하는 언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서정성과 상징의 언어입니다. 한강의 언어는 서정적이며, 상징을 통해 깊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기독교 언어도 지나치게 교리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에 머물지 않고, 상징적이고 시적인 표현을 활용하여 사랑, 희망, 용서와 같은 기독교의 가치를 더 감성적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넷째, 고통과 사랑의 언어입니다. 한강은 고통을 부정하지 않고, 그 고통 속에서 사랑의 가능성을 발견하려 합니다. 기독교 언어도 고통을 피하거나 단순히 위로의 말로 덮는 대신, 고통 속에서도 드러나는 사랑의 실천과 구속의 의미를 깊이 헤아려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고통의 상징을 넘어 사랑과 희생의 정점임을 상기시키는 것은 언어적 표현을 통해 가능합니다.
다섯째, 공감과 치유의 언어입니다. 한강은 독자들에게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체험하게 하며, 그 고통을 넘어서는 치유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기독교 언어는 고통을 심판하거나 분리하는 언어가 아니라, 함께 울고 치유하는 언어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울고 있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로마서 12장 15절의 말씀과도 연결됩니다.
한강의 언어는 고통 속에서도 사랑과 치유를 발견하게 합니다. 이는 기독교 언어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방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세상을 향한 기독교 언어는 더는 분리와 심판의 언어가 아닌, 연대와 치유의 언어로 변화해야 합니다. 한강의 언어를 통해 기독교 언어가 새롭게 살아나는 길을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그 길 위에서, 세상과 신앙은 더욱 깊이 소통하며 사랑의 본질을 증언할 수 있을 것입니다.장금복 목사
하늘소리연구소 소장
대은교회 협동목사(기성)
'너는 다이아몬드' 찬양사역자
예술목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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