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9

Park Yuha - “마음”이라는 유산

(1) Park Yuha - “마음”이라는 유산 일본에 있는 동안도 거의 TV를 보지 않았다. 드라마는 언제든 나중에 볼 수... | Facebook

“마음”이라는 유산
일본에 있는 동안도 거의 TV를 보지 않았다. 드라마는 언제든 나중에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아예 관심 밖이었지만, 특별히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와중에 눈에 띄면 관심있게 봤던 건 <신프로젝트 X>라는 방송. 물론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말로 자조의 대상이었던 과거를 재발견한다는 접근이니 뻔하다면 뻔한 프로그램이긴 했다.
하지만 우연히 본 몇개 방송은 충분히 감동적인 내용들이었다.
우연이지만 맨처음에 본 방송이 스카이트리 관련 내용이었는데, 오늘아침에 본 건 교토 절의 탑 재건 이야기. 일본에서 본 첫방송과 마지막 방송이 우연히도 함께 “탑” —-하늘을 향하는 마음—-얘기였던 셈이다.
인상 깊었던 건 설계자 뿐 아니라 현장에서 일을 직접 한 사람들을 스튜디오에 불러 이야기를 들었던 부분. 땀과 눈물로 얼룩진 고생담을 넘어 창의력과 투지가 바탕이 된 각각의 드라마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건 예외없이 자신의 일에 대한 크나큰 긍지였고. (이 방송을 통해 ”도비鳶“라는 단어가 건축용어로 쓰이는 걸 처음 알았다)
나라에 있는 국보 薬師寺의 동탑은 1300년 된 탑이라는데 원재료를 90퍼센트 살린다는 걸 목표로 10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재건.
그 과정에서 후대 목수들은 천년전 “목수의 마음”을 어떻게든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문득 그 마음을 “기도하는 마음” 이었다고 이해하면서 그들 역시 기도하는 마음을 담아 수리/재건을 완성하게 된다. 목수/수리전문가/꼭대기장식을 새로 만드는 “銅동“전문가들이 한마음이 되어, 1300년 전 탑을 완전히 해체, 썩은 부분을 새나무로 덧대며 치유하거나, 녹슨부분등 세월의 흔적조차 남기는 방식으로.
다 썩은 중심기둥의 수리를 맡은 사람은 천년전 나무를 잘라내지 않고 수리할 수 있도록 (썩은 부분을 파내며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10킬로나 체중을 줄였다는데
“ 내가 고생을 좀 참으면 탑이 또다시 천년 가는데, 생각하면 고생으로 여겨지지 않았다“고.
”나무를 깎아낸 자리에(내가 잘 났다는) 에고의 흔적이 없었다“
“창건 당시의 목수의 마음으로 재건하라고 스승이 말했는데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기도의 대상이 된 물건은 품고 있는 공기가 다르다. 그들도 누군가의 안온을 빌면서 만들지 않았을까“
고도.
메이지 시대 작가 소세키는 <마음>이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지만, 한국에 가장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일본을 든다면 그런 ”마음“이 아닐까 한다.
무사에서 문인까지. 왕족에서 서민까지.
물론 그 마음이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그건 특별한 경우다.
그러니까 일본의 기술이나 과학을 이루는 건 사실 이런 “마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한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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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k Hee Yu
저도 어릴때 집의 굴뚝을 세우기 위해 비싼 일당을 주고 도비를 데리고 온 걸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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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Suk Hee Yu 도비라는 말이 한국에 남아 있군요. 원래는 높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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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 Jae Yi
박유하 교수님 말씀대로 보통 국내 건설현장에서도 높은 곳에서 일하는 비계공이나, 철골구조에서 기둥 보 등을 허공에 설치하는 전문업종 종사자를 그렇게 부르곤 합니다. ^^ 비슷한 건물을 지어도 일본 건물들의 완성도에 종종 놀라곤 합니다. 설계도에 표현되지 않은 소소한 것들, 내역으로 상세히 잡혀 있지 않은 아이템 들은 결국 실제 작업자의 '마음' 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이 결국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소개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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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Yang Jae Yi 그렇군요. 일본을 50년 가까이 접해 왔어도 도비는 솔개로만.😓
건축관련 말씀 늘 하셨으니 아마 가장 잘 아시겠지요. 현장장인들의 자부심이 정말 대단하더군요. 그러면서도 ‘나’는 그저 “파트”일 뿐이라고. 일본인들의 사고 모르는 바 아니지만 새삼 다시 공부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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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k Hee Yu
박유하 50년대 선친은 집 세 채를 지었습니다. 그때 건축하며 일본 용어가 주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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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shiko Hatano
わたしもそのテレビ放送を見ました。法隆寺を再建された西岡常一さんの弟子たちが、師の教えを受け継ぎ、昔の大工たちの思いを思いながら作業をされた、よい話でした。
ところで、あれは京都ではなく、東薬師寺ではなく、奈良の西の京と呼ばれる所にある、薬師寺の東塔で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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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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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ours ago
Michie Yoshida
그 프로는 저도 까끔씩 봅니다만 이번에 놓쳤습니다. 세부에 걸친 현장 종사자들의 이야기엔 늘 감동합니다. 직인 영혼이라 하는 것이겠군요.
재방송을 찾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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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Yuha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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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ours ago
도광환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이군요~
우리 성장을 견인한 '빨리빨리'도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이젠 우리도 이런 마음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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