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1

이재봉 - 트럼프와 주한미군 1. 트럼프의 대외정책과 한반도 1) 미국 대외정책의 기조와 트럼프의 전쟁 반대... | Facebook

이재봉 - 트럼프와 주한미군 1. 트럼프의 대외정책과 한반도 1) 미국 대외정책의 기조와 트럼프의 전쟁 반대... | Facebook

트럼프와 주한미군
1. 트럼프의 대외정책과 한반도
1) 미국 대외정책의 기조와 트럼프의 전쟁 반대
2024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됐다. 선거인 538명의 절반 269명을 훌쩍 넘긴 312명을 확보했으니 대승이다. 상원의원 100명은 공화당 53명과 민주당 47명으로, 하원의원 435명은 공화당 220명과 민주당 215명으로 확정됐다. 공화당이 상하 양원에서 다수당이 됨으로써 트럼프가 의회의 큰 반대와 저지 없이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추어진 것이다.
미국은 건국 이후 2020년대까지 약 250년간 크게 네 가지 대외정책 기조를 보여 왔는데, 트럼프는 2016년 처음 대선에 뛰어들면서부터 고립주의 대외정책을 표방했다. 첫째, 1780년대 연방국가 수립부터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유럽의 식민정책에 간섭하지 않는 대신 유럽의 아메리카 대륙 개입을 반대하는 고립주의 (isolationism) 대외정책을 취했다. 둘째, 제1차 세계대전부터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유럽의 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중립주의 (neutralism) 대외정책을 택했다. 셋째,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2017년 트럼프 집권 이전까지는 세계경찰을 자임하며 국제기구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미군 해외배치와 군사동맹을 통해 세계문제에 적극 개입하는 국제주의 (internationalism) 대외정책을 폈다. 넷째, 2017-2020년 트럼프 집권기간엔 국제기구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세계문제에 대한 개입과 간섭을 자제하며 국내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새로운 고립주의 (neo-isolationism) 대외정책을 선보였다. 미국안보에 직접 위협이 되지 않는 한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해외파병을 자제하고, 이미 해외에 배치된 미군의 감축이나 철수를 추진하며 군사동맹을 경시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주한미군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주둔비용을 대폭 올리지 않으면 철수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정반대로 2021-24년 집권하는 동안 ‘미국의 지도력 회복’이라는 목표 아래 국제주의 대외정책을 강화했다. 2021년 집권 즉시 ‘전세계 동맹 및 동반자관계 회복과 현대화’를 국가안보전략 제1지침으로 삼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4국안보협력체 (Quad: 미국-일본-인도-호주)를 격상하며, 3국안보협력체 (AUKUS: 미국-영국-호주)를 창설하고, 5국정보협력체 (Five Eyes: 미국-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를 강화했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주한미군 우주군사령부를 설치하고, 한국 유엔군사령부를 확대했으며, 미국-일본-한국 3국안보협력체 (TSCF)를 만드는 등 주한미군의 역할과 조직을 확대 강화해왔다.
미국 대외정책의 이런 흐름 가운데 트럼프가 2025년부터 다시 집권하게 됐다. 먼저 그는 2024년 7월 발표한 공화당 정강 (platform)과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전쟁을 몹시 반대한다고 거듭 밝혔다. “난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지 않은 현대 최초의 대통령이었습니다..... 난 전쟁하지 않아요. 내가 물리쳤던 이슬람국가와의 전쟁 말고는 전쟁하지 않았는데, 그건 이미 시작된 전쟁이었습니다. 우리는 전쟁하지 않았어요. 나는 전화 한 통으로 전쟁을 멈출 수 있었습니다. 오직 전화 한 통으로 전쟁을 멈출 수 있었어요.” 11월 5일 대선 개표에서 선거인단 과반수 270명을 확보하자마자 부리나케 당선연설을 하며 전쟁반대 정책을 다시 강조했다. “우리는 4년간 전쟁하지 않았습니다. 전쟁하지 않았어요.... 나는 전쟁을 시작하지 않을 겁니다. 전쟁을 멈출 거에요.“
2) 트럼프와 남북한
트럼프가 공화당 정강과 대선후보 수락연설 및 대통령당선 연설에서 남한과 관련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한 김정은과의 관계는 아래와 같이 자세히 밝혔다. “나는 북한 김정은과 매우 잘 지냈습니다. 그와 매우 잘 지냈어요. 내가 그렇게 말할 때 언론은 몹시 싫어했지요. 알다시피 많은 핵무기를 가졌든 아니든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습니다. 옛날엔 그게 멋진 일이라고 말했을 거에요. 지금은 그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난 그와 잘 지냈고 우리는 북한으로부터의 미사일 발사를 막았습니다. 이제 북한은 다시 사나워지고 있어요. 그러나 우리가 다시 집권하면 난 그와 잘 지낼 겁니다. 그도 나를 다시 보고 싶어하겠지요. 진실을 말한다면, 그가 날 그리워하리라 생각합니다.“
한편, 대선운동이 진행되던 2024년 10월 한국과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분담 특별조치협정 (Special Measures Agreement)을 타결하며, 한국이 2026년에 2025년의 1조4천억원보다 8% 증가한 1조5천억원 (11억 달러)을 부담하기로 합의했는데, 이에 트럼프는 미국의 경제단체 및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지금 백악관에 있다면, 한국은 미국에 매년 100억 달러를 지불할 겁니다. 아시죠? 한국인들은 기꺼이 그렇게 할 거에요..... 한국은 ‘돈 기계’거든요. 우리는 위험에 처한 4만명 병력을 갖고 있는데, 매우 심각해요. 북한의 매우 심각한 힘 때문입니다. 북한은 굉장한 핵무력을 지니고 있거든요..... 나는 한국에 ‘당신들이 지불하게 될 거요’라 말했고, 그들은 그렇게 하기로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바이든이 그걸 줄였는데 부끄러운 일이죠..... 우리는 북한과 다른 나라들로부터 남한을 보호하지만, 남한은 우리에게 전혀 지불하지 않는데, 이건 미친 짓이죠..... 북한은 매우 심각한 핵무력 국가인데, 나는 김정은과 아주 잘 지냈습니다.” 참고로, 트럼프가 처음 집권한 2017년부터 2024년 현재까지 주한미군 병력은 4만명이 아니라 3만명 이하로 알려져있다.
위와 같은 트럼프의 발언들을 바탕으로, 그가 2025년 1월 취임하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크게 두 가지를 추진하리라 예상할 수 있다. 첫째, 북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이다. 북한이 트럼프 1차 집권 때보다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높인 데다 러시아와의 경제.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기에, 김정은이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 기꺼이 응할 것 같지 않고, 회담을 갖더라도 합의를 도출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둘째, 남한과의 주한미군 방위비분담 재협상이다. 앞에서 밝혔듯, 한국과 미국 정부는 2024년 10월 미군 주둔비분담 특별협상을 타결했는데, 약 5개월간 8번 만나 2026-30년 한국의 분담금을 합의한 것이다. 한국분담금 대폭인상을 압박해온 트럼프 집권을 대비해 서둘러 타결했겠지만, 이는 미국의회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는 행정협정이라 트럼프가 이 합의를 폐기할 게 분명하다. 그가 1차 집권하던 2017-20년 한국의 분담금이 연간 1조원 안팎이었을 때 그는 7조원 (50억 달러)까지 올리라고 요구했다. 그가 2차 집권하는 2025년엔 1조4천억원 (10억 달러), 2026년엔 8% 늘린 1조5천억원 (11억 달러)을 한국이 분담하기로 합의했으니, 트럼프는 그보다 9배 많은 100억 달러 (약 14조원)를 공개적으로 원하며, ‘돈 기계’ 같은 부자국가 한국은 그럴 의지와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 (madman theory)’이기도 하다. 미치광이처럼 굴며 상대가 기겁하게 만들어 최대의 양보를 받아내는 협상술이란 말이다.
트럼프는 2017년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 180억 달러가 너무 많다며 2007년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을 2018년 다시 협상하도록 하기도 했다. 2023-24년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연간 400-50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으니 무역에 대한 압박도 심할 것이다. 특히 대선과정에서 수십 번 강조하며 취임 첫날부터 바로 실시하겠다는 급선무가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고 물가를 빨리 크게 내리며 국가채무를 줄이는 등의 경제정책이기에, 한국에 미군주둔비 분담금의 엄청난 증액을 요구할 게 뻔하다.
2. 주한미군의 역사와 현황
트럼프의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위협 및 방위비분담 대폭인상 압력을 예상하며, 주한미군의 감축과 철수 사례, 성격과 역할 변경, 그리고 주둔비분담 과정과 액수 등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1) 미국의 해외주둔 병력과 주한미군
미국은 2020년대에 20만명 안팎의 병력을 해외에 주둔시키고 있다. 정확한 병력규모는 비밀로 분류되어 국방부 공식자료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인터넷 백과사전 등이 제시하는 자료는 믿기 곤란하다. ‘세계문제에 관한 시카고위원회 (Chicago Council on Global Affairs / https://globalaffairs.org)’와 미국정부 자료를 제공하는 ‘미국정보 (USAFacts / https://usafacts.org)’에 따르면, 2022-2023년 해외에 주둔하는 미국의 전체 군사요원 (military personnel)은 23만명 정도, 현역병력 (active-duty troops)은 17만명 안팎이다. 적어도 80개 나라 750개 군사기지에 배치돼있는데, 유럽과 아시아에 각각 8만여명씩이다. 1만명 이상 주둔하는 나라는 4개로, 일본 (53,000-54,000명), 독일 (35,000-36,000명), 한국 (24,000-25,000명), 이탈리아 (11,000-12,000명)다. 일본, 독일, 이탈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 주축국 또는 전범국으로 패전 뒤 자체군대를 갖지 못하거나 갖기 어렵기 때문에 미군이 많이 주둔하는데, 한국은 전범국도 아니고 약 48만명의 현역병력과 거의 300만명에 이르는 예비병력 등 거대한 병력을 갖고 있는데도 많은 미군을 주둔시키는 게 특이하다. 게다가 세계최대의 미국 해외군사기지가 한국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 (Camp Humphreys)’라는 점도 이채롭다.
2) 주한미군 감축과 역할 변경
이러한 주한미군의 역사는 1945년 시작됐다. 한반도해방 직후 1945년 9월 38선 이남에 ‘미육군 군사정부 (U.S. Army Military Government)’를 설치해 남한을 통치하면서부터다. 당시 군사요원이 약 8만명이었는데, 1948년 8월 한국 정부가 들어서자 고문단 500명과 공군병력 150명을 남기고 모두 철수했다. 1950년 6월 남북한 무력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자 미군이 한국에 다시 들어와 전투에 참가하며 1953년 7월 정전이 이루어질 때까지 약 32만명이 머물렀다. 휴전 이후 6만명 이상 주둔하다, 베트남전쟁과 1969년 ‘닉슨 독트린’에 따라 1971년 약 2만명이 철수해 4만명 남짓 남았다. 1976년 주한미군 철수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카터가 당선돼 1977년 부분적으로 철수하기 시작했지만 미국의회와 군부 및 한국정부의 거센 반대로 중단해 4만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1990년 전후 냉전이 끝나고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1992년까지 1만명 이상 감축해 2000년대까지 3만명 안팎을 유지해왔다.
냉전 종식과 소련 붕괴 이후 주한미군이 감축되면서 그 성격과 편제와 역할도 바뀌었다. 냉전시대 1980년대까지는 북한의 남침을 막으며 소련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지만, 1990년대부터는 급속하게 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한 존재로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늦어도 1958년 1월부터 미군이 남한에 배치해온 핵무기를 1991년 철수했고, 2000년대엔 주한미군이 한반도 밖의 분쟁에 자유롭게 출동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 (strategic flexibility)’을 확보했다. 그리고 2010년대엔 주한미군사령부를 비롯한 미군부대 대부분을 휴전선에서 멀고 중국에 가까운 서해쪽 평택으로 이전했으며, 2022년엔 해외 미군부대 최초로 주한미군 우주군사령부를 설치했다.
3) 미군주둔 비용분담 현황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게 된 근거는 1953년 7월 정전협정 직후 맺어진 ‘한미상호 방위조약’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미국에 군사기지를 무료로 제공했다. 1966년 ‘주둔군 지위협정 (SOFA)’ 또는 한미행정협정을 맺어 한국이 토지와 시설 등 부동산을 제공하고, 미국은 모든 주둔경비를 부담하기로 했다. 미국이 1970년대 중반부터 ‘연합방위 증강사업’을 시작하며 미군시설 건설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도록 요구했다. 1978년 창설한 한미연합사령부 운영비도 분담토록 요구했다. 1980년대 말 미국이 무역적자 및 재정적자에 시달리게 되자, 인건비를 포함한 주한미군의 모든 유지.운영비용을 분담하자고 요구했다. 이에 1991년 ‘주둔군 지위협정’에 ‘방위비분담 특별조치협정’을 덧붙여 한국은 토지와 시설뿐만 아니라 카튜사를 포함한 한국인고용원 경비와 기타 경비도 분담하게 됐다. 대개 3년 단위로 협상을 벌이며 해마다 10% 안팎 증액해왔다. 이에 따라 1991년 1.5억 달러 (약 2천억원)로 시작해, 2001년 거의 4억 달러 (약 5천억원), 2011년 6억 달러 (약 8천억원), 2021년 9억 달러 (약 1조2천억원)를 거쳐, 2026년 11억 달러 (약 1조5천억원)를 부담하게 된 것이다.
주한미군의 주요 역할이 북한의 남침을 막는 데 있었던 1980년대까지는 미국이 대부분의 주둔비용을 부담했는데, 1990년대부터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역할이 커지면서 한국이 주둔비용을 분담하게 된 것은 역설적이다. 1991년 ‘방위비분담 특별조치협정’을 맺은 명분은 미국의 재정악화와 한국의 경제성장이었다.
3. 주한미군과 한미 군사동맹의 필요성과 문제점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원래 목적은 미국과 한국의 안보이익이다. 냉전시대에 미국의 대외정책 핵심과 한국의 국가정책 근간이 반공이었기에, 미국은 아시아에서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남한은 북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필요했다. 특히 남한은 1970년대까지 정치와 경제, 군사와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북한보다 앞서있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 제1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겸비한 미국의 도움이 절실했다. 2020년대에도 주한미군의 존재 자체만으로 북한을 비롯한 외부 침략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냉전이 종식되고 소련이 붕괴된 이후 미국과 남한의 국가목표 또는 국가이익이 달라졌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된 미국은 급속하게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해 세계패권을 지키는 게 국가목표지만, 남한은 북한과 화해하며 평화통일을 지향하고 중국과 수교해 경제성장을 이루는 게 국가이익이 된 것이다. 군사동맹은 공동의 적을 두기 마련인데 어느 나라가 미국과 한국에 공동의 적인가? 미국에게 북한은 적이고 중국은 적 같은 패권경쟁국이다. 남한에게 북한은 평화통일의 상대이고 중국은 제1 무역상대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은 남북관계 진전 및 평화통일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4월과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경의선 연결, 한반도전쟁 종식 등을 합의한 뒤, 남한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려고 하자, 트럼프는 2018년 10월 “남한은 미국 승인 없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They won't do it without our approval. They do nothing without our approval)"며 반대했다. 2019년엔 북한이 원하던 인도적 지원조차 미국 반대로 하지 못했다. 남북관계가 좋지 않던 이명박 정부에서도 지원하던 독감치료제를 준비해놓고 북한이 판문점에서 기다리고 있는데도 전달하지 못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세 번 만나 온갖 합의를 하고도 미국의 반대로 임기 끝날 때까지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해 김정은에게 거칠게 비난당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19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이후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했지만, 미국은 전혀 응하지 않았다. 주한미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끝내면 주한미군을 계속 유지할 명분이 없어지고,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데 구멍이 뚫리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을 유지하기 위해 한반도 전쟁을 끝낼 수 없다는 논리인데, 주한미군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전쟁 종식과 평화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된 것이다. 남한에서도 북한 핵무기 때문에 한반도전쟁을 끝낼 수 없다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것 같은데, 1991년 이전 남한에 미국 핵무기가 많이 있고 북한엔 어떤 핵무기도 없을 때나 1991년 남한에서 핵무기가 철수되고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전에도 북한은 전쟁 종식을 원하는데 미국이 반대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사용이 두렵다면 전쟁을 끝내면서 핵무기를 버리도록 이끄는 게 바람직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다. 전쟁상태를 지속할수록 핵무기를 포기하기는커녕 더 개발하지 않을까.
더 심각한 일이 있다. 한미 군사동맹은 한국이 침략 당하면 미국과 공동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한국이 미국의 전쟁에 연루될 위험성이 백번천번 더 크다. 미국은 전쟁으로 나라를 세우고 영토를 확장했으며, 전쟁을 통해 초강대국이 되고 세계패권을 유지해오는 등 전쟁으로 먹고살아왔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2019년 4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급성장에 대해 자문을 요청하자, 카터 전 대통령이 다음과 같이 말했겠는가. 카터가 트럼프와 통화한 다음날 일요일 아침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의 침례교회에서 ‘그가 진행해온 주일학교 정규강좌 (his regular Sunday school lesson)’를 통해 밝힌 것으로 미국 국영라디오방송(https://www.npr.org)과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https://www.newsweek.com)가 2019년 4월 15일 보도한 내용을 옮긴다.
“중국의 무서운 성장은 현명한 투자에 의해 촉진되고 평화에 의해 활성화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수교한) 1979년부터 중국이 어느 나라와든 전쟁을 몇 번이나 한 줄 아세요? 전혀 없습니다. 우리는 계속 전쟁해왔는데요. 미국은 242년 (1776-2018) 역사에서 오직 16년 동안만 평화를 즐기며 ‘세계 역사상 가장 호전적 국가 (the most warlike nation in the history of the world)’가 되었습니다. 이는 다른 나라들에게 미국의 원칙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경향 때문이죠. 우리나라에 고속철로가 몇 마일 있습니까? 중국은 약 18,000마일의 고속철로를 갖고 있는데, 미국은 군사비로 3조원을 낭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대통령이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것이죠. 중국은 전쟁에 단 한 푼도 쓰지 않았는데, 그들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보다 앞선 이유입니다.....” 참고로, 중국은 1979년 2-3월 베트남과 국경분쟁으로 한 달간 전투를 치른 적이 있다.
카터의 표현대로 ‘세계 역사상 가장 호전적 국가’인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한국도 전쟁에 적극 개입하거나 휘말려들 수 있다. 온 세계가 반대한 1960-1970년대 베트남전쟁에 한국은 인구비례로 치면 미국보다 더 많은 병력을 보냈다. 유엔과 미국 동맹국들이 거부한 2000년대 이라크전쟁에도 적극 참여했다. 둘 다 미국이 침략당한 게 아니라 명분없이 일방적으로 침략한 전쟁이었다. <워싱턴 포스트> (https://www.washingtonpost.com)가 2023년 12월 4일 보도했듯, “한국이 결국 모든 유럽 국가들이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나라 (eventually making South Korea a larger supplier of artillery ammunition for Ukraine than all European nations combined)”가 된 것도 미국과의 동맹 때문이다. 앞으로 만약 대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쟁이 터진다면 한국이 저절로 휘말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군의 세계최대 해외기지가 평택에 있고, 중국 미사일을 감시하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제 (싸드, THAAD)가 성주에 있기 때문이다. 남한이 북한의 침략을 저지해 이익을 얻을 가능성과 미국의 전쟁에 연루돼 피해를 겪을 가능성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클지 진지하게 따져봐야 하지 않겠는가.
4. 한국의 준비와 자세
위와 같은 사항들을 참고하여, 트럼프가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위협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10배 또는 100억 달러까지 증액하라고 압박하면, 한국은 오히려 미국이 방위비 전체를 내든지 아니면 철수하라고 큰소리칠 수 없을까. 주한미군이 1980년대까지는 북한의 남침에 대비하며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있었을지라도, 1990년대부터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이용하자는 말이다. 트럼프가 협상술로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할지라도, 그의 군사.외교 분야 측근들은 중국을 ‘가장 중요한 위험 (the most significant danger)’으로 적시하며, 중국이 아시아에서의 패권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중국을 저지하는 것 (countering China)’이 외교 및 국방정책의 ‘최우선 순위 (the top priority)’라고 강조하는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겠는가.
과거엔 한국이 경제력과 군사력 그리고 기술력 등에서 고래들에 둘러싸인 새우 같은 약소국이었다. 2020년대엔 경제력이 세계 10-13위, 군사력은 세계 5-6위, 기술력과 문화력은 세계최고 수준의 돌고래 같은 강국으로 성장했다. 국제관계에는 영원한 우방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으며 영원한 것은 국익 밖에 없다는 진리를 새기며, 주한미군과 한미군사동맹에 대한 의존과 종속에서 벗어나 균형외교나 중립외교를 통해 평화통일과 경제번영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한반도전쟁을 끝내지 않고 북한을 주적으로 삼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사용에 대비하는 것보다, 한국전쟁을 끝내고 북한을 화해협력 대상으로 삼으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쏠 이유나 필요가 없도록 이끄는 발상의 전환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명예교수 겸 국경선평화학교 석좌교수. 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1994년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고, 1996년부터 원광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 교수로 미국정치, 국제관계, 북한사회, 통일문제, 평화학 등을 강의하다 2020년 정년퇴임했다. ‘평화적 수단에 의한 통일’을 주장하며 민족화해와 평화통일을 추구한 노력으로 2019년 한겨레통일문화상을 받았으며, <남이랑북이랑> 대표, <한국중립화 추진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등을 맡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 (2000)과 『정치발전담론』 (2024), 지은 책으로 『두 눈으로 보는 북한』 (2008), Korea: The Twisting Roads to Unification (2011), 『이재봉의 법정증언』 (2015), 『문학과 예술 속의 반미』 (2018), 『평화의 길, 통일의 꿈』 (2019), 『통일대담』 (2020), 『종교와 평화: 평화와 통일을 위한 종교의 역할』 (2021), 『한반도 중립화: 평화와 통일의 지름길』 (2023) 등이 있다.
* 월간 <기독교사상> 2025년 1월호 특집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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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ongwon Rhoe
우리민족의 명운이 절박한 위기입니다. 반민족매판 도당을 척결하고 자주적 평화지향 정권을 창출해서 트럼프 동북아정책에 대응해야겠습니다. 이교수님의 진솔하고 열정적인 우리민족의 자주평화통일운동에 경의를 표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이용식
🌞 저물어 갑니다.
일년 365日 참으로
모든님들 열심히 살아 오셨습니다♡
또 다시 일년을 맞이하러
🌞 떠오르는 한해를 맞이하여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새해 福 많이 짓고 받으세요♡
꼬마버스 기사 이용식 배상
건강 하십시오 교수님♡
한경준
탄행정국이 빨리 마무리 되고 트럼프에게 주한미군 주둔비 전액을 부담하지 않을거면 철수하라고 말할수 있는 대통령의 당선을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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