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朝鮮칼럼] 국민의힘 사라지면 '2030 보수'가 온다
사이비 보수 유튜버들과
종교 집단이 기웃거리는
'좀비 정당'엔 답 없어
역설적이나 희망 생겼다
공정 경쟁 지지하는 2030
그들이 보수를 이끌 것
김영수 영남대 교수·정치학
입력 2025.07.31.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장련성 기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요즘 국민의힘이 딱 그렇다. 7월 24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지지율이 17%를 찍었다. 민주당은 43%, 이재명 대통령은 60%를 넘나들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언론에서도 국민의힘 기사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선 후 열을 내며 개혁을 독촉했지만, 이젠 그런 성화도 지친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고쳐 쓸 수 없는 당이고, 미래가 안 보이는 게 아니라 아예 미래가 없다고도 한다. ‘늙은 건물주와 한물간 판검사의 당’이라는 조롱도 들린다.
국민의힘은 대선보다 대선 이후 더 크게 지고 있다. 유례없는 총선 3연패에 대선도 지고, 당 출신 대통령이 두 명이나 탄핵됐는데, 개혁은 변죽만 울리고 단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모두가 혁신의 객체이면서 주체”라는 송언석 비대위원장의 말은 길이 남을 명언이다. 이렇게 된 데는 누구도 책임이 없고, 따라서 청산이나 개혁도 없다는 걸 이렇게 우아하게 말하기란 쉽지 않다. 국민의힘 내부에 팽배한 ‘졌잘싸’도 유치한 정신 승리다. 국민의 회초리를 이렇게 맞고도 이처럼 막무가내로 버티면 좀비 정당이 틀림없다. 정당으로서 생명이 다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왜 이 지경까지 됐나. 윤석열, 전광훈, 전한길, 세 사람이 먼저 눈에 띈다. 모두 보수 진영을 오른쪽 끝까지 끌고 간 주역들이다. 비상계엄을 감행한 눈먼 검객이거나, 그걸 계몽령으로 옹호한 선지자들이기도 하다. 지금 국민의힘 내의 찬탄·반탄, 찬길·반길 논란도 결국 이들을 둘러싼 분란이다. 그런데 최근 전한길씨는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할 것인지 계속 함께할 것인지 공개 질의서를 보낼 것”이라며, ‘국민의힘 내 프락치 축출’을 주장했다. 일종의 이단재판을 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민주 정당에서 기가 막힌 일이다. 그런데도 당 대표 경선에 나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씨를 포용해 “용광로 같은 단합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장동혁 의원도 전씨가 문제가 아니라 “내부 총질자들에 의해 당이 극우 프레임에 빠지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에 대한 국민적 판단은 이번 대선으로 일단락됐다. 논란이 많았지만,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가이드라인이다. 헌재 판결은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재와 횡포를 인정하면서도, 해결 방법은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조율되고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라고 보았다. 그런 관점에서 비상계엄은 “민주정치의 전제를 허무는 것으로, 민주주의와 조화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헌재 판결에 큰 국민적 저항은 없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아직 정당 차원에서 그걸 못 받아들인다. 12·3 비상계엄과 그 이후 사태에 책임지는 인적 청산도, 당 개혁도, 새로운 정치적 비전도 없다. 아직도 비상계엄과 탄핵이란 허깨비와 사투 중이다. 헌재가 지적한 민주정치와 민주주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역사적이고 이념적이다. 한국 보수의 실천 이념은 반공·애국·친미였다. 하지만 탈냉전 후, 그리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오늘날 그 이념은 별 호소력이 없다. 자유민주주의·법치주의·인권 같은 훌륭한 정통 보수 이념이 있지만, 국민의힘을 그 이념의 대표자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민의힘 홈페이지를 보면, 당의 역사는 1997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부터다. 이승만, 박정희가 없다. 보수 정당의 역사에서 건국과 산업화가 사라진 것이다. 국민의힘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고, 그냥 현재만 있다. 한마디로 이념의 진공 상태다. 사이비 보수 유튜버들과 종교 집단이 기웃거리고, 당 스스로 그 유혹에 빠져 끌려다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심지어 대통령조차 그랬다. 떴다방처럼 당명을 바꾸고, 스타 마케팅으로 그 공허를 버텨왔지만, 이제 한계에 달했다. 도저히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상대가 승리했다는 건 국민의힘은 아예 답이 아니라는 뜻이다.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보수에 희망이 생겼다. 국민의힘이 사라지면 새로운 세대가 떠오를 것이다. 2030이라는 새로운 보수다. 4050은 확고한 진보다. 하지만 조국, 강선우 의원처럼 부모 찬스, 갑질이 득세하고, 국민지원금이나 뿌리는 진보는 2030세대의 대안이 아니다. ‘2030보수’는 닥치고 평등보다 공정한 경쟁을 지지하는 반사회주의 우파다. 전교조 대안으로 등장한 2040 MZ세대의 교사노조, 서울교통공사의 제3노조 ‘올바른 노조’가 그들이다. 호남 젊은 층에도 그런 보수가 생겼다. 보수의 겨울이 혹심할수록, 두꺼운 얼음장 밑에는 새 희망이 들끓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 열망과 함께 가는 정치 세력이 미래의 보수를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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