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Yuha
김부자(金富子)의 거짓말
인간이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대개는 자기를 지키기 위해서다. 자신의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 (내가 옳다고 말하기 위해) 거짓말까지 하고 싶은 욕망을 이기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다. 그런 욕망을 냉철하게 바라보려는 노력 없이는.
내일이 김학순 할머니가 목소리를 낸 지 30년 되는 날이어서 정의연이 심포지엄을 하기에 듣다가, 다시 그런 생각을 했다.
30주년 행사인 만큼 유엔 관계자를 포함한 그간의 ‘국제’ 연대를 해 왔던 참석자가 한둘이 아니었는데(물론 등단하지 않아도 듣는 사람은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런 자리에서 일본의 김부자교수는 또다시 나에 관해 거짓말을 했다.
나는 내 책에서 “(위안부 중에) 미성년이 없다”고 쓴 적이 없다. 14,5세가 모델이라는 소녀상이 위안부를 대표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썼고 그 말을 하기 위해 “평균 25세”라고 쓰여 있는 자료도 있더라고 말했을 뿐이다. 물론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문제대두초기에 정신대와 착각을 일으키며 “어린 소녀까지! “하는 오해가 확산되었었기 때문에 정확히 보자는 의도에서 말했을 뿐이다. 정확히 보는 일이 필요한 건 그래야만, 불필요한 공방을 줄이고 문제해결도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식의 부정확성과 수많은 기만이 위안부문제를 30년 지속시켰다.
김부자는 일본의 정황에 대한 보고글에서 굳이 나에 대해 언급하면서 내가 하지 않은 말을 하고 본글에서 비판하는 대상이 나에 대해 긍정적이었다면서 나를 그들과 같은 범주에 넣으려 시도한다.
하지만 지원파도 부정파도 제멋대로 읽고 찬사 혹은 비난했던 게 바로 <제국의 위안부>가 만난 수난이었다. 오로지, 그런 공방에선 멀리 떨어져 있던 이들만이, 내 책을 있는 그대로, 올바로 읽어 줬다. 누가 높이 평가하든 폄훼하든 그 자체가 내 책의 옳고 그름을 말하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김부자가 비판하는 하타에 대해 나는 이미 16년전 책에서 비판했다.
더구나 나는 페미니즘을 굳이 “가장”할만큼 여력이 없다. 있는 그대로 나를 드러내는 것만도 시간이 충분치 않은데 무슨
가장까지나 할까. 변함없이 ‘의도’를 의심하고 그런 선동을 새로운 분석처럼 포장하는 논법을 다시 보면서, 솔직히 언어가 바닥난 것이 보여 안쓰럽기도 했다. 물론, ‘의도’를 의심하도록 만드는 담론은 선동의 단골메뉴다.
고발 8년째로 접어 들어도 김부자 및 정의연 관계자들이 틈만 나면 나를 비난하는 건(김부자가 날 처음 비난한 건 2007년. 사진에 있는 <화해를 위해서>에 대해 ‘우파에 친화적’ ‘연구자도 아니면서’라는 말로.)1차적으로는 나를 법정에 가둬두고 세간의 비난을 유지시키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부각시키고 한발 더 나아가 자신들을 보호해 줄 권력과 정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게 다시 명료하게 보인다.
그래서겠지만 이들의 태도는 현정권 지지자들과 빼박듯 닮았다. 과장과 왜곡과 음해 없이는 이들은 스스로 서지 못하는 듯 하다. 피해의식과 우월의식으로 가득한 이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솔직히 이런 재미없는 글은 그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럼에도 쓰는 이유는, 오늘 심포에서 전 정대협 대표인 정진성 교수가 제자들을 많이 키웠다고 자랑했기 때문이다. 그 젊은 인재들이, 스승의 사고틀을 언젠가는 넘어설 수 있기를 바란다.
참, 강성현 교수도 정교수 제자라는 건 처음 알았다. 강교수도 이제부터라도 그런 길을 가는데 앞장서 주기를. 역사부정주의니 하는 동어반복 말고 새로운 틀로 사고해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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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이소, Chee-Kwan Kim and 168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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