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2

Edward Lee - 자본 식민주의의 덫에 빠진 한국

Edward Lee - 자본 식민주의의 덫에 빠진 한국 세계 질서 재편의 파고를 넘어설 사유는 있는가? . 세계 경제는... | Facebook

자본 식민주의의 덫에 빠진 한국
세계 질서 재편의 파고를 넘어설 사유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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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는 지금 문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 자유무역이라는 보편적 원칙은 무너지고, 협력과 연대의 가치는 고립과 배제의 논리에 밀려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그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무역 전쟁과 다자주의 해체는 결코 일시적인 정치 이벤트가 아니다. ‘자국 이익’이라는 협소한 민족주의가 세계를 가두고, 글로벌 질서를 파편화하며, 국제 경제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이 충격은 지금도 불균형과 분열, 갈등의 불씨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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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자국 산업에 유리한 보조금과 보호무역 조치를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 해결 기능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러한 경제적 단절이 세계 GDP의 최대 7%를 잠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conomic fragmentation could reduce global GDP by up to 7 percent). 세계은행 역시 국가 간 협력이 무너질 경우 빈곤 퇴치와 기후 대응 모두 심각한 후퇴에 직면할 것이라 지적했다 (A failure to bolster cooperation would risk a lost decade for development... poverty reduction and climate goals would be set back). 세계는 지금 단절과 고립의 먹구름 아래서, 공동 번영이라는 이름의 길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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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보호무역은 결코 지속 가능한 번영을 만들 수 없다(Protectionism never leads to sustainable prosperity)”고 단언했으며, 폴 크루그먼은 트럼프의 무역 전쟁을 “경제적 무지와 정치적 냉소 위에 세워진 환상(an illusion built on economic ignorance and political cynicism)”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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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선형적으로 진보하지 않는다. 오히려 퇴행의 길로 빠질 수 있다(Civilization does not progress linearly; it can regress into decline)”는 경고는,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세계 경제의 현실을 정확히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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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의 대응이다.

최근 한국은 49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미국에 약속했고, 그중 90% 이상의 이익이 미국 내부에 머무는 구조를 ‘협상’이라 부르고 있다. 이는 단지 수치상의 손익 문제가 아니다. 국내 산업의 공동화를 자초하고, 청년 일자리를 해외로 내모는 구조적 자해 행위이며, 국가와 자본 주권의 붕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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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은 단지 산업 전략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 주체성과 철학적 사유의 존재 여부 자체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 미국의 기준과 자본 흐름이 곧 세계 표준인 양 받아들여지고, 이에 대한 비판조차 제기되지 않는 현실은 우리가 여전히 식민적 정신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른바 ‘사대주의’가 자본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되살아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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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대외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청년 세대는 일자리를 잃고, 기술 주권은 해외로 유출되며, 경제의 순환력은 점점 약화된다. 이것은 협상이 아니라 종속이다. 지금 한국은 삼성과 현대의 공장을 미국에 짓고 이를 ‘동맹의 증표’라 자찬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 산업과 고용에 자본을 헌납하는 구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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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중국은 집단 전략과 기술 자립을 토대로 문명국가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산업, 교육, 과학기술 전 분야에서 ‘정신의 재무장’을 강조하며 쇠락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전면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한국은 이와 대조적으로 ‘자존’을 잃고 있다. 국내 정치권과 지식인은 미국 자본이 국내 산업을 잠식해도 침묵하고, 불공정한 외교·경제 구조에도 체념한다. “미국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것은 일종의 지적 포기이며, 21세기형 식민 의식의 재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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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은 본래 선의의 경쟁을 전제로 한다. 삼성 없는 LG, LG 없는 삼성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산업 생태계는 상호 협력적 경쟁 속에서만 지속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의 일방주의는 이 원리를 무너뜨리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을 독점하며 타국의 산업 기반을 흡수하는 구조는 결국 이웃 국가들의 구매력까지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미국 자신도 수출 시장을 잃게 만든다. 세계 경제는 그렇게 공멸의 길로 접어들고, 문명은 내부로부터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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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한국은 이 세계 질서 재편의 흐름 속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단순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자”는 말은 공허하다. 그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우리는 과연 주체적인 철학과 사유를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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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지금 당장 회복해야 할 것들은 첫째, 지식인의 사명을 되살려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보가 아니라 통찰이다. 세계 질서에 대한 비판적 독해와 한국의 주체적 입지를 모색하는 담론, 학문, 철학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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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청년 세대를 중심에 둔 경제 전략이 필요하다. 490조 원 규모의 해외 투자에 청년 일자리는 포함되어 있는가? 기술 이전과 산업 내재화 없는 자본 유출은 미래를 파괴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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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자본 주권은 곧 국가 주권이다. 무분별한 해외 투자와 일방적인 무역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제도와 산업 전략, 법률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이제는 ‘얼마를 벌었는가’가 아니라, ‘누가 그 이익을 가져갔는가’를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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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문화적 식민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과 언론의 각성이 필요하다. 미국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다원적 세계 인식을 회복하고, 아시아와 유라시아의 관점에서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정신적 독립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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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퇴행하고 있다. 그러나 퇴행이 운명은 아니다. 우리가 스스로 사고하고, 스스로 설계하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면 문명의 물결을 다시 앞으로 밀어낼 수 있다. 선택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 선택은 철학적 용기, 정신의 자립,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감에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 한국은 그 갈림길 위에 서 있다.



김정아
맞습니다.
미국의 패권적 구조를 그대로 수용한 채 그 안에서 자기방어적인 전략으로 정신승리하는 것은 미몽이자 기만일 뿐입니다.
선생님이 지적하신 대로 "정신적 주체성과 철학적 사유"가 절실합니다.
일깨워 주셔서 고맙습니다.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나라 독립에 투신한 분들한 분들께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비상한 각성이 필요합니다.
Author
Edward Lee
우리 사회는 선생님 같은 젊은 지성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Cho Sungmin
지금의 주류가 침묵하고 오히려 자화자찬 하는 동안 누구도 말하지 못하는 필수 철학과 책임의 사유를 던지는 명문이라 봅니다. 그나마 이재명 대통령의 첫 마디가 위로는 됩니다. "국력을 키워야겠다." 안주할 때가 아닙니다.
구정철
경제식민국 사대주의자들이 엄지척으로 국고 강탈을 자랑스러워하는
부끄러운 공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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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이 시대의 "시일야방성대곡"으로 읽습니다. 그래서 총력, 총체적 대응이 되어야 하는데... 경제 면에서 지방이 '내부 식민지'인 것처럼 우리나라가 강대국 특히 미국의 새로운 경제 식민지, 주변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 에 공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Charlie Choi
맞습니다! 아직 도장도 안 찍었을 뿐만 아니라, 시작도 안했는데..자화자찬만 가득하더군요..
Jae Lee
자본독재국가에서, 사회민주국가로 가야겠지요~
권재현
트럼프 때문에 어쩔수 없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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