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이재민 80%가 이주노동자, 이유가 기막히다 - 오마이뉴스
고기복의 <이주노동자 이야기>
폭우 이재민 80%가 이주노동자, 이유가 기막히다'비닐하우스 속 컨테이너 주거시설' 허용 고용노동부의 직무유기... 근기법-농지법과 배치
20.08.07 13:54l최종 업데이트 20.08.07 13:54l
고기복(princ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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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일 집중호우로 인해 경기도 이천시 율면 산양저수지가 붕괴되면서 1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이재민대피소 수용 인원 중 80% 이상이 이주노동자로 나타났다.
이천시 재난상황실에 따르면, 4일 기준 이천 율면 실내체육관에 대피한 이재민 72명 중 50명이 외국인이고, 율면고등학교 대피소에는 30명 전원이 외국인이었다. 재난 발생 나흘째인 6일, 빠르게 피해 복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율면고등학교와 율면 실내체육관 대피소 입소자는 전원 퇴소했고, 장호원 국민체육센터에는 7명의 이주노동자가 남아 있다.
이재민 대다수가 외국인인 이유는 폭우로 잠긴 산양리 인근 농장에 취업 중인 이주노동자들 숙소가 '논밭에 위치한 비닐하우스'이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비닐하우스 안에 설치된 컨테이너가 이주노동자들 숙소다. 고용노동부는 그런 형태의 시설을 주거시설로 본다.
고용부의 이중적인 태도
▲ 폭우 피해 비닐하우스 비닐하우스 안에 이주노동자 숙소가 설치돼 있다.
ⓒ 쏙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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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2조의 2는 이주노동자에게 기숙사를 제공하는 경우 기숙사 시설표를 작성하여 근로 계약 시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하는 기숙사 시설표에 따르면 주택, 고시원, 오피스텔, 숙박시설 외에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사업장 건물' 등도 주거시설로 구분하고 있다. 또한 설치장소에 산간 또는 농어촌 비주거 지역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서, 농지에 컨테이너를 놓고 고용주가 기숙사라 할 경우 고용노동부는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고용노동부의 직무유기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55조 1항은 기숙사 설치 장소를 '소음이나 진동이 심한 장소, 산사태나 눈사태 등 자연재해 우려, 습기가 많거나 침수 위험, 오물이나 폐기물로 인한 오염의 우려가 현저한 장소를 피하여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이주노동자 숙소는 상시 침수 가능성이 있는 농지에 있어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더 나아가 이들 숙소는 컨테이너로 제작된 농막이다. 농지법 시행규칙 제3조의2는 '농작업에 직접 필요한 농자재 및 농기계 보관, 수확 농산물 간이 처리 또는 농작업 중 일시 휴식을 위하여 설치하는 시설'을 농막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농막에서 휴식을 위해 낮잠은 잘 수 있지만 밤잠을 자는 숙소로 이용할 수 없고, 난방장치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어서 기숙사로 이용할 경우 불법이다.
▲ 외국인근로자 기숙사 정보 제공에 관한 규정 기숙사 시설표: 주거시설에 컨테이너, 설치장소에 산간 또는 농어촌비거주지역이라고 적혀 있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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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비닐하우스 속 컨테이너는 농지법과 근로기준법 등을 위반하고 있음에도, 고용주들은 '우리도 사는 곳'이라며 기숙사라고 주장한다. 농민들은 집에 오가는 시간을 아껴야 할 정도로 농사일에 바쁘다 보면 임시주택을 지어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농막을 숙소로 이용하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고용주들의 불법을 고용노동부가 이해하다 보니 이번과 같은 폭우 피해는 이주노동자들 몫이 될 수밖에 없었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고용노동부는 전혀 책임을 못 느끼는지 현실과 다른 정책브리핑만 내놓았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30일 정책브리핑에서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제한 피해 관련 언론보도 등을 해명하며 "폭행, 임금체불, 비닐하우스 숙소 제공, 근로조건 위반 등 외국인 근로자의 귀책이 없는 경우는 사업주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고, 사업장 변경 횟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비닐하우스 숙소 제공은 이주노동자가 희망할 경우 고용주 동의가 없어도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정책브리핑에서 고용노동부는 비닐하우스 숙소가 근로기준법이나 농지법 등 위반이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음을 드러냈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비닐하우스 숙소는 불법이라 하면서 비닐하우스 안에 설치된 컨테이너는 불법이 아니라는 모순된 입장을 고수해 시민단체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는 이주인권단체들의 말속에는, 농막으로 지어진 컨테이너 등의 임시가옥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안전하고 쾌적한 기숙사가 아니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말하는 문자적 의미의 비닐하우스 기숙사만 불법이 아니라, 농지법과 근로기준법이 정한 규정을 지키지 않는 모든 형태의 숙소가 불법이라는 뜻이다.
"하우스에 물 들어올까 무서워 농장 옮기고 싶은데 사장님이 허락 않는다"
▲ 비닐하우스 재배 농작물 수해를 입기 전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던 현장이다.
ⓒ 쏙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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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지역 수해가 일어나던 시기에 용인, 여주, 양평 등지에서 일하고 있던 이주노동자들 역시 침수 위협을 느끼며 문자로 서로 안부를 묻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천 가까운 용인 백암면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스레이넛(26)은 "친구가 일하던 하우스가 물에 잠겼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실직으로 이주노동자쉼터에서 생활하는 쏙린다(22)는 "아는 언니가 홍수 사진을 보내왔다. 하우스에 물이 들어올까 봐 무서워서 농장을 옮기고 싶은데 사장님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긴 장맛비에 발생한 이재민 중에 외국인이 유독 많은 이유를 고용노동부는 해명해야 한다. 더불어 수해로 농작물을 잃은 농가에서 발생할 게 분명한 이주노동자 임금체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사업장 변경 요구가 있다면 고용주 동의 없이 수용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책브리핑을 통해 국민을 우롱하고 있음을 공언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 역시 이번 수해를 이주노동자 주거권을 살피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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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
2020.08.07 15:33
너희는 고아와 과부 외국인과 나그네를 홀대하지 마라..
그런식으로 사람을 하대하고 돈 벌다간 저주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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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브로큰
2020.08.08 01:59
농촌현실을 백분의 1이라도 이해하려는 생각은 해봤냐 기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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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묵고댕기나
2020.08.07 18:11
오마이뉴스도 줄기차게 부동산 정책에 대해 문비어천가 부르다가 이번 정책도 부작용 많으니 부동산 기사는 빼는구나. 솔직히 조중동보다 너네들이 정권 옹위는 더 잘해. 니들도 이제 인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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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bg****
2020.08.07 18:01 · 공유됨(1)
이주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무차별적으로 외국인 고용하는 행태는 없어져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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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원
2020.08.07 17:03 · 수정됨
이주노동자를 약자라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천박한 짓입니다.
게다가 동포인 탈북민까지 차별하니,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역지사지'가 정말로 필요합니다.
이익이 안 되면 불친절한 태도가 팽배해지는 사회가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타인인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마음을 함께하고,
억울해서 금식하며 호소하는 가족옆에서 피자 먹는 자들에게 분노하는 것이 인간다운 것이고, 함께 사는 사회인 것이죠.
유일하게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구성원답게
'다함께 사는 사회'로 바뀌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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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
2020.08.07 16:41 · 공유됨(2)
이재명이는 철저히 조사해서 부끄럽지 않는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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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운
2020.08.07 15:37
정말이지 부끄럽다. 노동인권 측면에서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후진국이다. 이건 사람의 문제다. 당장 사람사는 모습으로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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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나
2020.08.07 15:33
너희는 고아와 과부 외국인과 나그네를 홀대하지 마라..
그런식으로 사람을 하대하고 돈 벌다간 저주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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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미소
2020.08.07 15:15
최소한의 주거 시설을 마련해 주어라.
그런 능력 안되면 고용하지마라
어떻게 같은 사람을 이렇게 대우해서 부려먹을 수 있자
중세때 노예 사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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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break
2020.08.07 15:34 · 공유됨(1)
@맑은미소 저는 도시에 사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대우해서 사용할 거면 말 잘통하는 한국인들 비싸게 사용하겠지요. 왜 외인들을 사용하겠습니까. 다 비용문제 때문인데요. 외인 노동자들 열악한 시설에서 고생하는것 맞지만, 숙소를 따로 지어서 운영하게 되면 영세한 농어촌 고용주들에게 돌아갈 수익이 대폭 줄어들겠지요. 외인 노동자까지 사용해야 겨우 돌아가는 상황일 것이란 겁니다. 아마도.. 그게 맞는 상황이긴 하지만 정상적으로 대우해 주면서 운용하게 된다면, 그러면 우리가 먹는 딸기값, 채소값이 폭등할것입니다. 아니면 대규모 농장만 살아남고 소규모 농장은 다 망하겠지요. 세상에 모든것은 양면성이 있는것입니다. 한쪽만 치우치게 보고 정책들을 시행하면 그 반대로 피해가 반드시 생기게 되어 있습니다. 최소한의 주거시설에 대한 규정을 약간 보완한다던지 해서 보완해야지, 홍수 한번 나서 피해가 났다고 우려가 된다고 해서 농막거주 못하게 해버리면 농어촌에 대 혼란이 올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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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마사
2020.08.07 16:55 · 공유됨(1)
@Windbreak 양면성 때문에 고민스러운것이지 한쪽만 치우치는 답은 너무 단순하고 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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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희
2020.08.07 15:49 · 공유됨(1)
@Windbreak 님의 일리있고 이해가능한 이야기입니다만.....
부당한 처우 또한 공감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하여 뒤로 물러서지말고 문제를 공론화 시킴으로써 해결책을 모색해야한다고 봅니다
한쪽 주장에 치우친것이 아니라 상대적 약자의 입장을 알려줌으로써 ....
그래서 님같은 분의 의견도 들으면서
양쪽 모두의 문제점을 인식했겠죠
문제점을 직시하는 좋은기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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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2020.08.07 20:44
@권선희 아예 농수산물에 대하여 수입을 대폭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요.
식비 아까운 분들은 싼 수입 곡물드시고,
좀 있고 난 분들은 비싼 신토불이 하시고...
이러면 자연히 싼 외노자를 못쓰게 해도 비싼 신토불이 작물에 걸맞는 국내 노동자에 충분한 월급을 줄수 있을것입니다.
개나 돼지나 신토불이를 먹으려하니 외노자 문제 생기고 농민들 인건비 갈취하는 현실이 생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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