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대학 ‘한국학’ 붐…외국 학생 ‘북적’
등록시간 : 2017년 9월 11일
[문학뉴스= 박정호 편집위원] 한국학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어문학 계열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채로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각 대학에서 다른 인문학과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가운데 유독 한국어과만 새롭게 다수 개설하였다. 뿐만 아니라 사이버대학에서도 다른 어문학과 모집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국어교육과는 아직 지원자들이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어교육과는 설립 당시부터 ‘내국인을 위한 국어교사 양성’과 함께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사 양성’을 목표로 한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어교육과가 수십 년 동안 유일하게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왔으나 현재는 많은 대학에서 한국어과를 새롭게 열고 있다. 넘치는 수요에 따라 대학원 과정도 한국학의 경우 지원자가 몰려들고 있다.
필자가 한국외대에서 강의중인 ‘한국문학 영어강좌’를 듣기 위해 몰려든 외국인 유학생들. 이번 학기의 경우 너무 많은 신청자가 몰리는 바람에 일부를 돌려보내야 했다 / 사진=박정호
많은 대학의 인문학 및 어문학 계열이 지원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비하여 특이한 현상으로 보인다. 중국어의 경우 국제무대에서 중요성이 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내 모 대학원에서는 한국인 지원자가 한 명도 없이 중국 학생들만으로 구성된 수업을 해야 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학계는 이러한 성황을 마냥 즐길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국학에 대한 근원적인 관심이나 매력 요인보다는 일시적 변화에서 이루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학에 대한 관심 증대는 일차적으로는 한국의 대기업에 취업하려는 외국학생들의 희망이 작용하고, 부수적으로 한류나 해외에서 여행객이나 유학생들로 영향을 받아 역유학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또한 정부가 기울인 해외유학생 유치 제도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동아시아의 문화생태계에서 한국이 원자력 사고를 겪은 일본이나 중화주의를 표방하는 중국보다 외국인에 대하여 우호적인 태도도 유인책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유학생들은 다양한 외국어를 배우려 하는 한국인들의 수요도 있고, 또 아르바이트 자리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어 한국에 온다고 한다.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이 모이는 것만으로 또 다른 인력이 작용하여 세계의 젊은이들은 유학을 택하든 교환학생으로 오든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덕분에 한국학은 예기치 않은 호황을 누린다고 할 수 있다.
지난 학기 필자(왼쪽 두번째)의 한국문학 강좌를 수강한 뒤 기념촬영을 한 외국인 유학생들
이와 같은 기회를 장기적으로 이끌어 가고 한국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지만 아직 준비가 미흡한 경우도 있고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영어로 이루어지는 한국문학 강좌도 외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외국인에게 맡기거나 개설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한 때 넘치는 유학생들에게 기댄 한국학의 취업 호황은 중국인 관광객 중단으로 한국관광업계 전체가 홍역을 치르듯이 한국학계에도 유사한 재난이 닥치지 않으리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학생들이 넘치던 학부나 대학원도 썰물처럼 빠져나간 상황에서 넋 놓고 있을 수도 있다.
한국학 진흥은 한국의 우수성만을 강조하던 과거의 국학과는 분명히 다른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국학을 한국학이라 하였듯이 객관적 관점을 유지하면서 지역성이 보편성의 거점이 되게 함으로써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청바지와 팝송이 퍼져 나갈 때 미국인들이 미국을 내세우지 않았듯이 새로운 가치와 취향을 지배할 수 있는 문화적 플랫폼을 구축할 때도 보편적 확장성이 지역적 폐쇄성에 갇히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한국학 자체도 기존의 어문학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학문적 소통을 열어 놓고 다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몰려드는 세계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강좌 몇 개 더 늘어나는 것을 보지 말고 세계 각국의 한국학과들이 더 활기차게 세계를 잇는 무지개를 펼칠 수 있도록 그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며 그들의 꿈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박정호 본지 객원 편집위원/ 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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