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1

[책소개]일본 활동가들이 말하는 ‘한일 위안부 합의의 민낯’ - 시민의소리

[책소개]일본 활동가들이 말하는 ‘한일 위안부 합의의 민낯’ - 시민의소리


일본 활동가들이 말하는 ‘한일 위안부 합의의 민낯’

박창배 기자
승인 2016.08.11



▲ 일본 활동가들이 말하는 한일 '위안부'합의의 민낯

일본 활동가들의 시각에서 작성한 한일 위안부 관련 서적이 출판돼 관심을 갖고 있다. 
2015년 12월 28일, 한국과 일본의 외교부장관은 ‘위안부’(성노예) 문제에 대해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그리고 2016년 7월 28일 정부 주도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인 ‘화해ㆍ치유재단’이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재단활동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위안부’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 최고책임자의 공식적인 사과와 법적 배상책임 없이 ‘위로금’ 형식으로 받은 10억 엔으로 운영되는 만큼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작년 말 이루어진 ‘한일합의’는 한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각국의 피해여성이 사반세기 동안 호소해온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한일 양국 정부의 상황, 즉 한미일 군사동맹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강하다. 법적 책임은 물론이고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도 없었다. 또한 협상과정에서 배제된 피해자들이 이제는 협상결과를 강요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동남아시아 및 국제사회에 이번 합의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아베 정권은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해왔고 향후 어떻게 대응할까. 과연 이번 합의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그동안 일본에서 ‘위안부’(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해결을 꾸준히 촉구해온 연구자나 시민운동가들 사이에서 이번 ‘한일합의’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전면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몇 가지 사항을 추가로 요구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우리는 일본 정부의 성노예제 은폐 시도를 용서할 수 없다는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경과와 본질로 돌아가 논의의 관점을 재확인하면서 ‘한일합의’의 실체를 밝히고 있다. 그러기 위해 피해자와 지원단체의 요구 및 활동을 살펴보고,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논의를 토대로 국제법에서 성노예제의 의의를 탐색한 뒤, 해결에 필요한 기본개념을 이야기한다.

이 책의 2부에서는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조사하고 연구해온 연구자와 변호사, 시민 등 각계의 목소리를 담았다. 집필자들 사이에 ‘한일합의’에 대한 공통적인 인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집필자들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각자의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독자적인 견해를 가져왔다. ‘한일합의’ 또한 마찬가지로,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평가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 사회의 여러 가지 의견과 견해를 엿볼 수 있다.

‘일본군의 관여’, ‘책임 통감’, ‘10억 엔의 기금’ 등이 담긴 해결안에는 그동안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이 간절하게 바라던 ‘진상 규명’과 ‘법적 책임’, ‘사죄와 보상’이 빠지고, 전범국인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도 언급되지 않았다. 더구나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이전과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의 문제 제기 불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대한 등재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관련 역사를 기술하거나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등으로 진실을 전할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치명적 결함은 가장 중요한 가해주체의 사실 인정을 덮은 것에 있다. 만약 정말로 ‘최종적·불가역적’으로 끝내려 한다면, 일본 정부는 제삼자의 위치에서 행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책임론에서 탈피해야 한다. 사실 인정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이상, 이 합의는 제대로 된 해결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가해자의 책임 이행은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는다. 적어도 정부 간 ‘합의’는 ‘시작’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피해 당사자를 배제한 ‘국가 간 화해책’으로 오히려 피해자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위안부’ 문제는 이제 양국 간 외교로 정리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어 바야흐로 여성 인권이 관계된 보편적 과제가 되었다. 나아가 20세기가 남긴 인종주의와 식민지주의가 극복해야 할 문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뚜껑을 덮어 ‘해결’한 척해도 그것은 결국 미해결 상태이며, 단지 문제를 뒤로 미룬 것에 불과하다.

오랫동안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온 일본의 활동가들은 이 책에서 입을 모은다. 가해국이 해야 할 책임을 피해국에 강요하고 문제 해결의 열쇠를 한국 정부와 한국 사회가 쥐고 있는 듯한 구도를 만들려는 아베 정권의 속셈을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일본 시민은 모든 상황이 자신들의 책임임을 깨닫고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33명의 일본 활동가들이 쓴 글을 마에다 아키라 도쿄조케이대학 교수가 엮었고 이선희 작가가 옮겼다. 도서출판 창해에서 출간했으며, 정가는 10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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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일 위안부 합의'가 공허한 이유, 일본인들이 직접 답하다

박다해 기자입력 2016.08.13. 03:17
[따끈따끈 새책] 일본 활동가들이 말하는 '한일 위안부 합의의 민낯'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따끈따끈 새책] 일본 활동가들이 말하는 '한일 위안부 합의의 민낯']
지난해 12월 28일 한국과 일본의 외교부 장관은 일제강점기 당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정부 주도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인 '화해·치유재단'이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이어 양국의 외교부 국장급 협의를 통해 '위로금'으로 사용될 재단 출연금 10억엔(약 107억원)의 사용방향을 사실상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모든 일련의 합의 과정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목소리는 빠져있다. 재단활동의 주인공이 돼야 할 할머니들은 지난 10일에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제1243차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공식 사과와 법적인 배상을 요구한 지 25년, 여전히 할머니들의 목소리는 공허한 울림에만 머물고 있다.
피해자들이 오히려 협상 결과를 강요받고 있는 이때, 한일 위안부 협상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책이 출간됐다. 바로 일본인들의 시각에서 지난해 협상을 비평하는 '한일 위안부 합의의 민낯'이다.
책의 1부는 '위안부'문제의 역사적인 경과와 본질로 되돌아보며 '12·28 한일 합의'의 실체를 밝힌다. 위안부 피해자와 지원단체의 요구와 활동을 살펴보고 국제법이 규정하는 성노예제의 의의 등을 탐색한다.
2부에서는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조사하고 연구해 온 연구자와 변호사, 교수, 시민 등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담았다. 하나의 책으로 엮었지만, 각자의 의견은 다양하다. 그럼에도 몇 가지 공통된 인식이 발견된다.
지난해 합의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해결'은 될 수 없다는 것, 일본 정부의 책임회피는 용서할 수 없다는 것, 합의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선 성실한 실천이 필수적이라는 것, 그리고 일본 시민의 책임이 크다는 점이다.
기요스에 아이사 무로란공업대학대학원 교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의란 본래 해당 문제의 당사자 사이에서 이뤄져야 한다. 대리인이나 중개인이 있다고 해도 당사자가 관여하지 않으면 해결을 위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할 수 없다"며 "이번 합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합의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오카모토 유카 일본군 위안부 문제 웹사이트 '정의를 위해'(Fight for Justice)운영위원은 "지금은 '소녀상'을 철거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일본에도 이런 기념비가 필요하다"며 "자국의 가해역사를 계속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미래에 대한 책임"이라고 꼬집는다.
한국인보다 더 치열하게 위안부 문제를 고민하고 연구해 온 일본인들의 목소리를 쫓아가다 보면 자못 부끄러워진다. 12·28 합의 이후에도 가해자인 일본은 진정한 사죄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은 용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한일 위안부 합의의 민낯=양징자 외 32인 지음. 마에다 아키라 엮음. 이선희 옮김. 도서출판 창해 펴냄. 244쪽/1만원
박다해 기자 doal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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