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호전성과 윤석열의 굴종
나라 안팎이 참 뒤숭숭합니다. 전쟁 위기가 커지고 경제는 어려워지는군요. 근심.걱정.우울 속에서도 “나라꼴이 멧돼지 지나간 고구마밭 같습니다”는 류근 시인의 풍자에 폭소를 터뜨립니다. 마침 지난겨울 멧돼지가 여기저기 파헤친 제 텃밭을 수습하느라 며칠 고생했는데 어찌 이리 멋들어지게 비유하는지.
특히 윤석열의 대외정책이 몹시 위태위태합니다.
그의 미국방문과 관련해, “집문서 인감 들고 도박장 가는 분 보는 기분입니다”는 류 시인의 해학처럼, “바치고 털리고 뺨 맞고 뒤통수 맞고 조롱당하는” 등
국가 주권을 통째로 미국에 내놓고 미국에 대한 굴종과 예속을 심화하며 미국 앞잡이로 전쟁의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 같아서요.
그래도 국힘당과 조.중.동은 그가 안보 위기에 경제 손실까지 자초하면서 바이든의 화려한 만찬과 의원들의 기립박수 받은 걸 큰 성과나 대단한 영광이라고 홍보하는군요.
우리나라에선 한미동맹에 관해,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계에서든 언론계에서든, 진보든 보수든, 젊은이든 늙은이든, 안보 수단의 하나가 아니라 국가 목표로 간주하는 듯합니다.
미국의 국익.목표와 한국의 국익.목표가 크게 달라졌는데 말입니다. 미국의 실체를 잘 모르거나 오해하기 때문이겠지요. 외교관 아들로 태어나 외교관으로 지내기도 하고, 하버드대학, 프린스턴대학, 콜럼비아대학 등에서 라틴 문학을 강의하기도 했던 멕시코 소설가 카를로스 푸엔떼스 (Carlos Fuentes)는 미국의 위선과 이중성에 대해 간략하고 재미있게 묘사했습니다.
“안으로는 민주주의지만 밖으로는 제국주의고, 안에서는 지킬 박사 같은데 밖에서는 하이드 씨 같다.”
참고로 영국 소설가 로버트 스티븐슨 (Robert Stevenson)의 고전 단편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는 오래 전부터 세계적으로 연극,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으로 많이 만들어져 널리 알려졌지만 혹시 잘 모르는 젊은이들을 위해 한 마디 덧붙입니다. 지킬 박사는 인품과 학덕이 넉넉한 인물이고 하이드 씨는 추악하고 잔인한 인간인데, 한 사람이 그렇게 변신하는 겁니다.
저는 미국에서 1980-90년대 10년 공부하며 다양한 혜택과 축복을 받았습니다. 이민해 살던 아내 만나 결혼해, 사회보장제도 덕분에 두 아들 잘 기르고, 힘들지 않게 돈벌며 석사와 박사 됐거든요. 지금도 아들과 며느리들, 처가와 사돈네 등 많은 일가친척이 미국에서 잘 살고 있고요. 지킬 박사 같이 착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죠.
제겐 이렇게 고마운 미국이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을 일삼으며 무고한 사람들을 무수하게 죽였습니다. 전쟁으로 나라 세우고, 전쟁으로 영토 확장하며, 전쟁으로 초강대국 되고, 전쟁으로 세계패권 유지하느라, 1775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250년 가운데 무려 225년 이상 전쟁을 치렀잖아요. 미국에 거스르는 외국 지도자는 암살하거나 쿠데타로 제거하면서요.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이고 하이드 씨처럼 사악한 제국주의 미국이죠.
이런 미국의 이중성 가운데 우리는 한 쪽만 봅니다. 예나 지금이나 일편단심 변함없이 짝사랑해온 거죠.
미국이 1882년 조선과 수호통상조약을 맺고도 1905년 조선을 일본에 넘긴 건 100년 이상 지난 일이니 그만하겠습니다. 미국이 1941-45년 일본과의 전쟁에 이겨 조선이 해방도 되고 분단도 됐는데, 우리는 미국을 ‘해방의 은인’으로만 여기지 ‘분단의 원흉’으로는 간주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당시 조선을 점령한 미군들은 ‘점령군 (occupation forces)’이라고 자처하는데도 우리는 한사코 ‘해방군’이라 불러왔고요. 온 세계가 비난한 미국의 베트남 침략전쟁이나 유엔이 반대한 이라크 침략전쟁을 조금이라도 비판하기는커녕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전쟁이라고 왜곡.호도하며 지원병력을 보내기도 했지요.
이젠 미국의 호전적 러시아봉쇄 정책을 애써 모른 체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만 비난하며 우크라이나에 무기까지 보내려고 합니다. 거듭 밝힙니다. 1990년 소련이 동유럽에서 군대 철수하고 독일 통일 지지하며 독일의 나토 가입을 승인하자, 미국은 나토가 동유럽 쪽으로 1인치도 확장되지 않을 것이라거나 소련 국경 가까이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1999년 소련의 동맹이었던 폴란드, 헝가리, 체코를 나토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2004년엔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7개국을 추가로 나토에 편입시키며 동유럽에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고 러시아 턱밑에서까지 군사훈련을 했습니다. 1인치도 동진하지 않겠다고 공언해놓고 1억 인치나 확장한 거죠. 또한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가는 처참한 전쟁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도록 중재하는 중국보다 끊임없이 확전을 부추기는 미국을 추종하며 무기 지원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게다가 윤석열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포함한 사악한 중국견제 정책에 물불 가리지 않고 편들어 중국을 적으로 만들며 안보 위기와 경제 손실까지 자초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하나이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은 미국과 중국이 1972년 합의한 것입니다. 미국은 1979년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듭 확인하고 중국과 국교정상화하며 대만과 외교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고요.
그러나 미국이 대만에 계속 무기를 팔며 2000년 집권한 민진당의 대만독립 추진에 힘을 실어주자, 중국은 2005년부터 대만이 독립을 추진하고 외세가 개입하면 무력으로 저지하겠다고 경고해온 겁니다. 대만을 둘러싼 갈등과 긴장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려는 대만과 미국 탓인데, 윤석열은 대만의 ‘현상 변경’을 절대 반대한다며 워싱턴에 가서 미국 대변인 노릇 톡톡히 한 거죠. 미국이 중국과 전쟁 벌여도 전쟁터는 미국이 아니라 미군기지와 싸드가 있는 남한이 될텐데 말이에요.
또한 우리는 중국과의 무역을 바탕으로 2021년까지 10여년 연평균 550억 달러 안팎 무역흑자를 얻다가, 2022년 거의 50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아직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전체 수출의 20% 정도가 반도체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중국으로 나갔는데, 미국의 중국 봉쇄 앞잡이하느라 수출 제한하고 중국의 보복 당하면 무역적자가 더 커지며 나라경제가 훨씬 어려워지겠지요.
이번 윤석열 방미의 가장 크고 중요한 성과가 남한이 핵무기 공격을 당하면 미국이 보복해주는 ‘핵우산’을 명시하고 핵무기를 실은 폭격기와 잠수함 등을 남한에 자주 들르게 하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이라고 합니다.
아니 이게 전쟁위기를 부르는 것이지 안보를 강화하는 건가요?
미국 핵무기가 남한을 들락날락하면 북한이 기죽어 물러서 있을까요, 더 강력한 핵.미사일을 개발할까요? 미국이 1990년대엔 북한이 핵무기 개발하면 ‘국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 했는데, 2000년대 북한이 핵무기 만든 뒤엔 그걸 사용하면 ‘정권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북한에게 핵무기 얻어맞은 뒤에 혹독하게 처벌하는 게 좋을까요?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데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을 이용하려고 북한을 자극하며 ‘도발’을 부추기는데, 남한은 북한의 핵.미사일 때문에 한미동맹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나 사용을 하지 않거나 못하게 하려면 전쟁 끝내고 평화협정 맺어야지, 종전선언조차 반대하고 한미연합훈련 증강하며 북한에게 핵.미사일 개발하지 말라는 게 말이 되는가요?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어서 전쟁 끝내면 안 된다고 억지 부리는데, 남한에 미국 핵무기가 무수하게 있고 북한엔 핵무기가 하나도 없던 1958-1991년엔 북한의 종전.평화협정 제안을 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요?
한미동맹에 매달리는 한 미국의 중국 견제.봉쇄 정책으로 북한과 중국은 적이 될 수밖에 없고, 한반도 통일과 평화는 멀어질 수밖에 없으며, 무역적자와 경제손실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대만 반도체회사가 고려하던 7조원 규모의 한국 투자를 가로채기도 하고, 한국 자동차회사의 미국 투자를 유치해놓고는 미국산 자동차와 차별하는 법을 만들어도 우리는 항의도 못하고 당하기만 합니다. 심지어 미국이 한국 대통령실을 도청.감청한 게 들통나 도둑질한 미국은 동맹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유감 표시하며 곤혹스러워 하는데, 도둑질당한 한국은 단서가 없다거나 악의적 정황이 없다고 도둑을 옹호하며, 도청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동맹을 훼손하지 말라”며 오히려 큰소리치기도 하고요. 일그러진 한미동맹의 현주소입니다.
미국이 대만 반도체회사가 고려하던 7조원 규모의 한국 투자를 가로채기도 하고, 한국 자동차회사의 미국 투자를 유치해놓고는 미국산 자동차와 차별하는 법을 만들어도 우리는 항의도 못하고 당하기만 합니다. 심지어 미국이 한국 대통령실을 도청.감청한 게 들통나 도둑질한 미국은 동맹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유감 표시하며 곤혹스러워 하는데, 도둑질당한 한국은 단서가 없다거나 악의적 정황이 없다고 도둑을 옹호하며, 도청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동맹을 훼손하지 말라”며 오히려 큰소리치기도 하고요. 일그러진 한미동맹의 현주소입니다.
간과 쓸개까지 내놓고 미국을 추종하기만 하니 겉으로는 국빈 대접하고 화려한 만찬 제공하면서 속으로는 무시하고 경멸하지 않겠어요? “남한은 미국의 51번째 주”라거나 “북한은 미국의 존경스러운 적인데 남한은 경멸스러운 동맹”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배경이겠지요.
윤석열이 일본에 아부하는 1/10 또는 미국에 굴종하는 1/100이라도 북한에 화해와 협력의 손짓 보내며 65조 원 (500억 달러) 넘게 쓰는 폭력적 군사비의 1/1,000만큼이라도 북한에 평화의 식량 지원하면, 굴종적이고 예속적 한미동맹 필요 없이 한반도 통일과 평화 불러오지 않을까요?
요즘 남한 경제력이 세계 10위권이고 군사력은 세계 6위 안팎이며 기술력과 문화력은 세계 최고수준인데, 이젠 호전적 미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자주적으로 평화와 통일 그리고 경제 번영으로 나아갑시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