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은이)동아시아2017-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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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 반대하는 책들! <선량한 차별주의자> 그립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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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양장본
320쪽
148*210mm (A5)
538g
ISBN : 978896262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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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선택
"나와 모두를 함께 지키고 구하는 방법"
“아프면 나만 손해.” “자기 몸은 스스로 챙겨야.” 몸과 건강에 대한 한국사회의 상식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나만큼 내 건강을 살필 사람은 없고, 고통은 나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으니, 스스로 잘 챙기며 아프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런데 복잡하게 연결된 사회에서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질 수 있고, 나에게 어떠한 잘못도 없지만 함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만날 수도 있다. 대체로 각각의 개인은 이런 사회의 전제 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임에도, 각자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이야기가 끝나곤 한다.
보건학자 김승섭은 그 끝에서 새롭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재소자, 결혼이주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건강이, 그들을 대하는 사회의 감정과 제도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밝히면서, 몸과 건강의 문제를 바라볼 때에도 사회의 구조적 원인을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사회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이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분포되어 있지 않음을 명확히 밝히며, 서로의 존재가 연결될수록 각자가, 더불어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전하고 있다. 사회적 상처가 인간의 몸속에 남아 수십, 수백 년 동안 이어지듯, 사회의 배려와 기쁨, 따스함 역시 마찬가지 힘을 갖고 있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 나와 모두를 함께 지키고 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 인문 MD 박태근 (201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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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회역학자인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차별 경험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한다. 차별이나 폭력을 겪고도, 말조차 하지 못할 때, 혹은 애써 괜찮다고 생각할 때 실은 우리 몸이 더 아프다는 것을 연구들은 보여준다. 김승섭 교수의 표현을 빌자면 ‘몸은 정직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고용 불안, 차별 등 사회적 상처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 사회가 개인의 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사회역학의 여러 연구 사례와 함께 이야기한다. 저자는 “사회적 환경과 완전히 단절되어 진행되는 병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인간의 몸과 건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다. 최첨단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 수준에서 병을 예측하고 치료하는 게 가능해지더라도, 사회의 변화 없이 개인은 건강해질 수 없다고 말이다.
목차
들어가며
1. 말하지 못한 상처, 기억하는 몸
말하지 못한 내 상처는 어디에 있을까
-차별 경험에 대한 ‘같은 응답, 다른 의미’
불평등한 여름, 국가의 역할을 묻다
-시카고 폭염으로 배우는 공동체가 재난불평등에 대처하는 법
낙태를 금지하면 벌어질 일들에 관하여
-루마니아 사례로 살펴본, 평등하지 않은 낙태금지법
성인이 되어도 몸에 남겨진 태아의 경험
-몸에 새겨진 사회환경, 절약형질 가설
가난은 우리 몸에 고스란히 새겨진다
-가난한 몸과 해부학의 역사
당신은 거미를 본 적이 있나요
-질병의 ‘원인의 원인’을 추적하는 사회역학의 역사
[지극히 개인적인, 과학적 합리성의 세 가지 요소]
2. 질병 권하는 일터, 함께 수선하려면
해고노동자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건강 연구’를 하며
누군가는 그들 편에 서야 한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소송과 IBM 직업병 소송, 연구자가 거대 기업에 맞선다는 의미
위험한 일터는 가난한 마을을 향한다
-직업병 만드는 공장, 원진레이온과 제일화학은 어디로 갔나
아파도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고용불안과 ‘저성과자 해고’라는 함정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의사들
-연구자가 되어 다시, 전공의 근무환경과 환자 안전을 묻다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 그들이 아프다
-‘소방공무원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하며
[건강한 일터를 위한 올바른 숫자 읽기]
3. 끝과 시작, 슬픔이 길이 되려면
재난은 기록되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실태조사’를 하며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설명 없는 치료’의 딜레마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제도가 존재를 부정할 때, 몸은 아프다
-동성결혼 불인정과 성소수자 건강의 관계
동성애를 향한 비과학적 혐오에 반대하며
-동성애, 전환치료, 그리고 HIV/AIDS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다면, 함께 그 비를 맞아야 한다]
수술대 앞에서 망설이는 트랜스젠더를 변호하며
-비수술 트랜스젠더의 현역 입영처분 소송
한국을 떠나면 당신도 소수자입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우리 사회 인종차별
교도소 의사로 일한다는 것
-‘재소자 건강 연구’를 하며
4. 우리는 연결될수록 건강한 존재들
연결될수록 오래 사는가
-사회적 관계망과 건강 연구의 역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면, 우리는 안전해질까
-총기 규제, 공동체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위험사회에서 함께 생존하려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규제를 위한 충분한 증거를 묻다
당신의 공동체는 안녕하신지요
-로세토 마을에서만 심장병 사망률이 낮은 이유
[우리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살아요]
주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갑니다.
P. 21~22 구직 과정의 차별에 대해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여성 노동자와 학교 폭력에 대해 ‘아무 느낌 없다’라고 답한 남학생은 모두 자신이 경험한 것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거나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차별을 겪고도 자신은 해당사항이 없다고 말한 여성 노동자들은 차별을 경험했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아팠습니다. 학교 폭력을 겪은 후에 아무렇지도 않다고 이야기했던 다문화가정 남학생들 또한 학교 폭력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말할 수 있었던 학생들을 포함해, 다른 누구보다도 더 많이 아팠습니다.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동시에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_ 말하지 못한 내 상처는 어디에 있을까 접기
P. 26~27 그렇다면 누가 그 폭염에 취약할까요? (…) 폭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증가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 드러납니다. 바로 사회적 고립이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 폭염에도 집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 교회에 나가거나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이 숨졌던 것입니다. (…) 하지만 그 질문은 왜 누군가는 에어컨이 있는 시설로 갈 수 없었는지, 왜 누군가는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합니다. 개인적 수준의 원인을 지적할 뿐, 그 원인 배후에 있는 사회적 환경은 조사하지 않거나 언급하지 않았으니까요. 그것은 어떠한 정치·경제적인 힘들이 특정 개인을 폭염에 취약하게 만드는지, 그러한 사회구조는 어떻게 역사적으로 형성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공동체와 국가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질문할 때만 얻을 수 있는 답입니다.
_ 불평등한 여름, 국가의 역할을 묻다 접기
P. 52~53 사체절도에 대한 두려움이 사회에 만연하던 시기에, 부유한 사람은 죽음 이후에도 안전한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었습니다. 훨씬 더 단단하고 열기 어려운 비싼 관을 구입했던 것이지요. (…) 그러나 해부용 시체가 가난한 사람들의 몸이었던 현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19세기 영국을 기준으로 당시 의과대학에서 해부학 실습에 사용되었던 시체의 99퍼센트 이상이 가난한 사람들을 수용하던 구빈원에서 나온 것이었으니까요. (…)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살아 있을 때의 경제적 불평등이 죽음 이후에도 지속된다는 점 외에도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시체만 해부되고 기록되면서 해부학의 역사에는 여러 오점이 남습니다. 왜냐하면 가난은 인간의 몸을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_ 가난은 우리 몸에 고스란히 새겨진다 접기
P. 195~196 동성 관계를 보호하는 법을 제정한 지역의 경우, 1995년 설문에서 이성애자라고 응답했지만 2009년에는 스스로를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그러한 법이 없는 지역에 비해 30퍼센트 높게 나타난 것입니다. 동성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변화와 함께, 과거 자신의 성적 지향을 숨기던 이들이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지요. 동성결혼 불인정과 같은 제도적인 차별이 한 개인의 삶과 자존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_ 제도가 존재를 부정할 때, 몸은 아프다 접기
P. 176~177 고통은 근본적으로 개인적인 것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나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고통이 사회구조적 폭력에서 기인했을 때, 공동체는 그 고통의 원인을 해부하고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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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승섭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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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워싱턴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강사로 일했으며, 2013년부터 현재까지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보건정책관리학부와 동 대학원 보건과학과에서 부교수로 일하고 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고려대학교 최우수 강의상인 석탑강의상을, 2018년에는 최우수 연구상인 석탑연구상을 수상했다.
천안소년교도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일한 이후, 재소자 인권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구금시설 건강권 실태조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사회역학자로서, 차별경험과 고용불안 같은 사회적 요인이 비정규직 노동자나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어떻게 해치는지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2014년 ‘인턴.레지던트 근무환경 연구’, 2015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건강 연구’, 국가인권위원회의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2016년 ‘한국 성인 동성애자.양성애자 건강 연구’, 세월호 특조위의 ‘단원고 학생 생존자 및 가족 대상 실태조사 연구’, 2017년 ‘한국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 2018년 ‘천안함 생존자 건강 연구’, ‘백화점.면세점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 근무환경 및 건강 연구’를 책임연구원으로 진행했다. 현재 한국 성소수자의 건강을 연구하는 ‘레인보우커넥션 프로젝트’의 책임연구원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삼성반도체 직업병 소송, 동성결혼 소송,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 소송, 군형법 위헌 소송에서 법정 증언을 하거나 전문가 소견서를 제출하며 참여한 바 있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큼 사람들이 아프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자기 삶에 긍지를 갖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과 『오롯한 당신』(공저)을 출판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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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세계에서 우리는 더욱 아름다워진다."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이 청소년에게 권하는 2018년 여름방학 추천도서 목록을 공유합니다.
전년도와 달리 도서 난이도를 학년별로 구분해 표기하지 않고, 하트로 표기하기로 했습니다. 하트 수가 많을수록 어려운 책입니다.♥아주 쉬움♥♥ 쉬움♥♥♥ 보통♥♥♥♥ 어려움♥♥♥♥♥ 아주 어려움
출판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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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뉴노멀의 철학>,<남극이 부른다>,<코로나 리포트>등 총 188종
대표분야 : 과학 3위 (브랜드 지수 413,466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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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발언, 구직자 차별, 가난, 참사…
사회적 경험은 어떻게 피부 밑으로 스미는가
“말하지 못한 상처도 몸은 기억한다!”
흡연은 폐암의 원인이고, 벤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백혈병에 걸린다. 역학자(epidemiologist)들은 이러한 질병의 원인을 찾는 일을 한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나타나면, 최초 발병자는 어디에 있었는지, 병의 원인은 무엇인지, 어떻게 전파되었는지를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낸다. 바이러스나 인체에 위험한 물질들이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타인에게 혐오 발언을 듣거나 구직 과정에서 차별을 겪거나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이러한 경험도 우리가 병에 걸리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역학자 중에서도 ‘사회역학자(social epidemiologist)’들은 이러한 사회적 경험이 어떻게 우리 몸에 스미고, 병이 되는지를 추적한다.
사회역학자인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차별 경험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한다. 취업 과정에서의 차별을 측정하기 위한 연구의 설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새로운 일자리를 경험할 때 차별을 겪은 적이 있습니까?” 대답은 ‘예, 아니요, 해당사항 없음’ 3개 항목 중 선택이 가능하다. ‘해당사항 없음’은 구직 경험이 없는 응답자를 위해 만들어둔 항목이다. 이미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예’ 혹은 ‘아니요’의 응답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직장인 상당수가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응답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김승섭 교수는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대답한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조사했고, 놀라운 결과를 확인했다. 남성의 경우,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차별이 없었다고 응답한 사람들과 건강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여성들의 경우 달랐다.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여성들의 경우 차별을 받았다고 응답한 사람보다도 건강상태가 더 나쁘게 나타났다.
비슷한 또 다른 연구에서, 이번에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상대로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뒤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김승섭 교수가 주목한 것은 응답자 중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답한 학생들이었다. 이 학생들의 건강 상태를 조사했더니 이 경우에도 남녀 간에 극명한 차이가 드러났다. 이번에는 남학생들에게서 차이가 나타났다.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대답한 남학생들의 정신 건강이 가장 나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넘겨버렸던 경험이 실제로는 몸을 아프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별이나 폭력을 겪고도, 말조차 하지 못할 때, 혹은 애써 괜찮다고 생각할 때 실은 우리 몸이 더 아프다는 것을 이 연구들은 보여준다. 저자 김승섭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몸은 정직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고용 불안, 차별 경험, 혐오발언 등 사회적 상처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 사회가 개인의 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사회역학의 여러 연구 사례와 함께 이야기한다.
데이터가 말해주는 우리가 아픈 진짜 이유
“사회와 단절된 병이란 없으며, 몸은 사회를 반영한다!”
2000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 시골 지역의 성인 기대수명은 52.3세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의 성인 기대수명은 61.4세로, 9년이나 차이가 났다. 당시 콰줄루나탈 시골 지역의 인구 중 29퍼센트는 HIV 감염인이었고, 빈곤한 그 지역주민들은 비싼 치료약을 대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004년, 콰줄루나탈 시골 지역의 기대수명이 49세로까지 떨어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보건국은 공공 의료보험으로 HIV 치료약을 무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변화가 생겨난다. 7년 만에 평균 기대수명이 12년이나 증가한 것이다. 김승섭 교수는 이 연구를 소개하며, 질문한다. 그렇다면 이 마을에서 사람들이 죽었던 것은 개개인이 감염되었던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치료약을 제공하지 못한 시스템 때문인 것이 아니겠냐고 말이다. 개인의 건강에 공동체의 책임을 질문한 것이다.
비슷한 관점에서 두 번째 사례를 볼 수 있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던 동유럽의 국가들은 IMF를 통해 구제 금융을 받는다. 그리고 이 시기에 동유럽 국가들의 평균수명은 급격히 감소한다. 결핵 사망률을 비교한 연구에서,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한 국가들은 결핵 사망률이 상승 곡선을 탔다. 한편, IMF에서 구제 금융을 받지 않았던 슬로베니아에서만 결핵 사망률이 감소했다.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하면서, 공공 의료 시스템과 사회안전망에 투자하는 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책에서는 말한다.
김승섭 교수는 “사회적 환경과 완전히 단절되어 진행되는 병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인간의 몸과 건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다. 최첨단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 수준에서 병을 예측하고 치료하는 게 가능해지더라도, 사회의 변화 없이 개인은 건강해질 수 없다고 말이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연구를 통해 수집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다양한 그래프와 표로 정리해 수록했다. 기존 문헌에 있는 자료들의 경우 재가공해 실었다. 다양한 연구 사례들을 독자들이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돕는다.
소방공무원, 쌍용차 해고노동자, 세월호 생존 학생, 동성애자…
현장에서 이루어진 연구들, 함께 생존하고 함께 건강해지는 법을 말하다
“사회적 원인을 가진 질병은 사회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1. 해고노동자들에게 국가는 무엇이어야 할까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후, 직장점거 파업에 참가했던 노동자들의 50.5퍼센트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걸프전 참전 군인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병률이 22퍼센트인 것을 감안하면, 그 심각성이 더 확연히 드러난다. 김승섭 교수는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의 연이은 죽음을 지켜보면서, 해고노동자들의 건강 연구를 시작한다. 국내에서는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프로그램’에 주목하면서, 실업이 왜 죽음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국가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해고 이후 적금이나 보험 등 사적 안전망마저 붕괴되면서, 공적 안전망이 부재한 한국사회에서, 고용불안이 개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한다.
2. 세월호 생존 학생 실태 조사부터 성소수자 건강 연구까지
책은 공중보건의사 시절부터 김승섭 교수가 걸어온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과 연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천안 소년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만나면서 했던 고민들은 이후에 인권위원회의 ‘재소자 건강 연구’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의과대학 시절, 인턴/레지던트의 수면 부족, 병원 내 폭력으로 대표되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은 연구자가 된 이후, ‘2014 전공의 근무환경 조사’로 이어졌다. ‘건강하지 않은 의사들이 진료하는 환자는 안전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으며, 의료과실 등 예민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이루어진 전공의 근무환경과 환자 안전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다.
2016년에는 세월호 참사의 단원고 생존 학생들과 가족들의 건강 연구를 하면서 안산에 상주했고,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올해 동성애자 군인이 <군형법> 제92조의 6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던 날에는 집회 현장에 서기도 했다. 글로 정리된 집회 발언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최근에는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라 불리는 동성애자 건강 연구와 트랜스젠더 건강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동성결혼 법제화가 동성애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책에서 말하고 있다. 또한, 동성애를 질병으로 보거나 치료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에 반대하며,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트랜스젠더가 한국사회에서 쉽사리 성별 전환 수술을 할 수 없는 맥락을 짚기도 한다. 그 밖에 우리 사회의 인종차별이나 동성애자, AIDS 환자에 대한 혐오의 정도를 OECD 국가 간 비교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한국사회의 주요한 문제들을 합리적 근거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어떤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서로 돕는 공동체 문화가 심장병 사망률을 낮췄던 로세토(Roseto) 마을의 사례, 사회적 연결망이 기대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사회역학의 연구 사례 등을 소개하며, 함께 건강하기 위해 공동체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 김승섭 교수의 치열한 고민과 사유가 잘 묻어난 몇몇 문장들은 의미 있는 보도사진이나 한국 화가들의 작품과 함께 배치되어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접기
올해의 책
2017 올해의 책 :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사회의 아픔을 과학적으로 접근한 작품. 건조하지만, 행간에 느껴지는 따뜻한 인간애가 넘침 - 雨香
재미있다 - thanksir
소수의 아픔을 보듬어주는 좋은 책입니다. - lenapage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유를 알 것. 그의 행보에 주목한다. - 소리넋
멋진 책 - 원곡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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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원인의 원인"을 밝히는 사회역학의 눈으로 한국사회 건강불평등을 말하다
혐오,차별,고용불안,재난 사회적 상처는 우리 몸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사람들은 보통 그 대답으로 먼저 의료기술을 떠올린다
저자는 의료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충분한 해법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의료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더라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역학은 질병의 원인을 찾는 학문
저자는 사회역학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사회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잇는 길을 찾는 학문이다
건강은 공동체의 책임이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병리적인 변화는 항상 유전적인 요소와 환경적 요소가 함께 상호작용하며 나타나고 진행된다
공동체와 완전히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살아가는 개인은 존재할 수 없기에 사회적 환경과 완전히 단절되어 진행되는 병이란 존재할 수 없다
한국가 같이 실업자의 재취업을 위한 실직적 지원이 없고 그들이 기댈 수 있는 공적 안전망이 취약한 사회에서 해고는 살인이 되기도 한다
정리해고는 노동자의 잘못이 아닌 사용자 측 사정으로 인한 경영상 이유에 위한 해고를 뜻한다
누군가는 그들 편에 서야 한다
가장 위험한 작업을 가장 약한 이들에게 넘기는 외주화가 지속되고 확대된다면
규제의 손길이 닿지 않는 국내 하청기업의 비졍규직 노동자나 인도나 중국의 누군가가 될 수도 있다
한국과 같이 한 사회의 자살률이 급격히 증가했을 때 그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공동체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열정맘 2019-12-02 공감 (0) 댓글 (0)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란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인간 사회는 이상하게도 개인의 건강악화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人間이란 말그대로 서로 간에 함께 존재해야 의미를 갖는 사회적 존재임에도 스트레스를 개인적인 일로만 취급한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사회역학이다. 이 책에서 처음 안 개념인데, 차별과 사회적 고립과 고용불안이 인간의 몸을 해칠수 있다는 연구가설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목표란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면서도 매우 신선했는데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사회역학적으로 본 우리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을 들추었다. 쌍용자동차문제, 가습기살균제문제, 세월호, 성소수자 등의 문제들이다. 저자의 이력도 무척 독특했다. 한국에서 최상위로 공부를 잘 해야 가는 의과대학을 졸업했지만 우리 사회의 적잖은 부조리와 많은 아픔을 목도한 경험이 그를 사회역학의 길로 이끈 것 같다.
여러 주제중 우선 눈에 띈 것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 사회는 이에 무척 둔감해 과거엔 물질적 손상에만 치료와 지원을 하고 외상후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개인적 문제로만 취급했다. 최근은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 외상후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도 하고 있는데 이조차 수준이 무척 낮아 맥락없이 의학적 처치나 약물처치만 하는 실정이다. 책에는 세월호 피해자가 외상후스트레스 지원을 받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무런 이야기나 상담없이 그저 안구운동과 약물처치만 해서 기가막혔다고 한다.
저자는 트라우마에 대한 진정한 처치는 몸과 정신에 상처를 남기는 사건처리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사건의 의미가 해석되고 재생산되는 사회적 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즉,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공유를 통해서 명예회복-보상-처벌에 대한 사회관계회복 개선으로 나아가야 진정한 치유가 이루어진 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쌍용자동차 문제나 세월호 사건에 대한 정신외상 치유는 무척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정부와 여권에 의해 실태파악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처벌 및 명예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웠고, 보상 역시 역대급으로 받았지만 보상액이 공개되고, 입시 혜택까지 받으면서 사회적 조롱에 시달렸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 지원방안은 공개되지 않는다고 한다.
전공의들이 아프다는 점도 놀라웠다. 우리나라 전공의들은 드라마나 영화, 혹은 뉴스에서 다뤄진 것처럼 살인적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으며 선배나 교수에 의해 군대식 조련으로 폭력적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많은 급여와 특권을 누리는 집단이기에 피해자적 인식을 갖기 어려웠는데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은 무려 주당93시간이었다. 2015년 전공의 특별법이 제정되어 주당80시간으로 줄긴 했는데 이 역시 다른 직종과 비교해보면 살인적 근무시간이 아닐수 없다.
문제는 수련단계의 의사들이 아파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는데 시간이 부족하고 힘들어 그냥 넘어가거나 자신이 처치하기 일수였다.
전공의의 건강악화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기에 더 큰 문제다. 그들은 의사이기에 환자를 처치하고 환자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해 평균 세계적으로 21만의 환자가 의료과실로 사망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격무에 시달린 전공의가 의료과실을 범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는가? 책은 이런 문제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눈길을 끈 주제는 사전주의 원칙이었다. 우리나라 같은 나라일수록 기업이나 정부등 힘있는 기관을 대상으로 개인이 피해를 보았을 때 구제가 되지 않거나 재판에서 대개 지곤하는데. 이는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을 피해자에게 귀속시키기 때문이다. 책은 그래서 사전주의 원칙을 제시한다. 이는 국가나 사회가 새로운 화학물질등의 사용으로 이득을 보는 경우 그 기업과 사람들이 그 새물질의 미유해성을 사전에 증명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삼성반도체의 백혈병 문제도, 가습기살균제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회 전방위로의 적용이 필요하다.
이 책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인 공동체가 건강해야 거기에 속한 개개인도 소속감을 느끼고 심리적 안정감과 사회적 안전망의 제공으로 역시 건강할 수 있음을 말하는 내용이다. 한국사회는 먹을 거리의 특성과 고소득, 의학의 발달로 세계에서 가장 평균 수명이 높은 편이지만 공동체는 매우 건강하지 못하다. 아마도 공동체 마저 건강했다면 사회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평균수명이 일본의 수준에 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본에 의해서 공동체가 완전히 와해되고, 갈등 양상이 더 심해지며 공동지대마저 얼마남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형국이다. 그래서 응답하라 1988이 그리 인기였을지도 모르겠다.
닷슈 2019-11-05 공감 (30) 댓글 (0)
【 아픔이 길이 되려면 】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_김승섭 / 동아시아
일반적으로 한 개인이 질병에 걸렸을 경우, 그 개인을 탓하기 쉽다. 미련하게 병을 키워서 그렇다는 둥, 평소에 건강관리를 전혀 안하고 지내더니 결국 그렇게 됐다는 핀잔을 주게 된다. 과연 그럴까? 전적으로 개인의 잘못인가? 물론 어느 정도는 본인에게 책임이 있지만, 큰 시야로 볼 때는 사회적 책임, 공동체의 책무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질병뿐이 아니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도 중요하다.
이 책의 부제는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로 되어있다. 이 책의 저자 김승섭 교수는 사회역학(Social Epidemiology)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역학은 질병의 원인을 찾는 학문이다. 사회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하는 많은 부분에 공감한다.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모든 이들에게 동일하게 분포 되어있지 않다. 건강에도 빈익분, 부익부 현상이 적용된다. 사회적 약자나 가난한 사람들이 질병에 많이 노출된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득이 없는 노인이, 차별에 노출된 결혼이주여성과 성소수자의 수명이 짧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낙태수술을 법으로 금지했다. 그러나 2019년 4월 11일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낙태를 전면금지하고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외국의 사례는 어떠한가? 낙태금지법 시행 후, 루마니아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1966년, 루마니아의 국가원수였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낙태금지법을 시행한다. 루마니아의 출산율이 급감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발단이었다. 1989년 12월 루마니아 혁명으로 폐기될 때까지 23년 동안 지속된 낙태금지법이 어떤 사회적 영향을 끼쳤는지 연구되었다. 처음 몇 해 동안은 출산률이 증가했으나 법이 시행된 후 4년 뒤부터 이전 상황으로 돌아갔다. 출산률은 제자리걸음이 되었다. 고아들이 증가했다. 키울 능력이 없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모성 사망비가 증가했다. 불법 시술 중 출혈과 감염으로 사망한 산모들이 많아진 것이다. 최대 7배~9배 까지 높아졌다. 낙태금지법이 철폐된 후 모성사망비는 급격히 감소한다.
저자의 관심은 깊고도 넓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 분석, 가난과 몸의 관계, 해고노동자, 직업병, 전공의 근무환경과 환자의 안전, 소방공무원, 세월호 참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인종차별, 재소자와 교도관의 건강 문제 등과 사회적 관계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등이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진다.”
#아픔이길이되려면
#질병의사회적책임
#김승섭
#동아시아
“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모든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 P249
쎄인트saint 2019-04-17 공감 (3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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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좋은 책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alsdl9173 2017-09-18 공감 (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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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월이지만, 나에게는 올해의 논픽션. 별 다섯개로는 평가할 수가 없다.
˝인권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모든 혜택의 사각 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요.˝ -p.249
토큰 2018-01-30 공감 (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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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야말로 전 세대를 위한 자기계발서로 읽혀야지 않을런지. 학자적 삶이란, 탐구란 어떠해야 하는지를 모범적으로 제시하는 고백으로 읽었다. 이곳저곳 띄우길래 괜한 의심으로 펼쳤으나 어떤 희망 혹은 깊은 위로를 발견했다. 지금도 사회 어두운 곳에서 고통 받는 이웃을 발견하게 도운 한권.
용도사 2018-02-19 공감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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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구체적인 고통들을 하나씩 들여다보고나면 질문이 남습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나는 왜 착하게 살아야 할까” 한편, 타인의 고통에 예민한 사회,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꿈꾸게 해주는 책이기도 해요. 글 하나 하나에 온기가 느껴지기도 하구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동네쿨가이 2018-01-27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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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의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도 이런 일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는 생각에 안도가 됩니다. 사회역학이라는 학문이 많이 알려지고학생들의 교과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하삐걸 2018-09-14 공감 (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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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라는 책은 친구가 전해줘서 시작하게 되었지만,
처음 시작할때만 해도 사회역학자라는 용어도 좀 생소하고 어렵지 않을까 싶었었다.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얼마 전 이용마 님 책을 읽었을때 제기했던 문제와 관련, 생각해볼 거리도 있고 나름 좋았다.
질병의 원인을 추적하는 학문이 역학이라면,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 사회역학이란다.
바이러스나 인체에 위험한 물질 따위를 질병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건 알마든지 일반적이지만,
타인에게 혐오발언을 듣거나 구직 과정에서 차별을 겪거나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했을때, 이러한 경험도 질병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관계를 모색해 내는 게 사회 역학자들의 역할이란다.
우려와는 다르게 전혀 어렵지 않았고,
문체도 아름다워서 감정이입(씩이나?)하며 읽을 수 있었다.
팩트의 전달이라도 어려운 용어만 사용한다면 생소해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슈들(세월호 사고의 생존자와 유가족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소방 공무원, 성소수자, 왕따와 차별을 겪은 이들...등)을 쉬운 용어로 풀어내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은 후 드는 생각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이런 사회적 이슈의 선봉에 선 사람들, 정치가들이나 사회문제 연구가, 정책 입안자 같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동안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비중 있게 다가왔던 문제는,
태아기의 영양결핍이 성인 만성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절약형질 가설'이었다.
나 또한 어릴적 여러 가지 의미로 결핍을 경험하였고,
그리하여 각종 성인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조심하고 관리하여야 겠다.
또 한가지,
취업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했냐는 연구에서,
'예, 아니오, 해당사항 없음'의 대답 중 '해당 사항 없음'이 경우에 따라서 다르게 읽히고 해석된다는 점이었다.
이 '해당사항 없음'은 비슷한 다른 질문에서도 의미가 있는데,
차별이나 폭력을 겪고도 말조차 못할 때,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넘겨버렸던 것들이 실제로는 몸을 아프게 하는 원인이었다는 거다.
오늘 뉴스를 보니, 낙태와 관련한 조국의 코멘트가 눈에 띄었는데,
영어로 된 뉴스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생긴 '해석의 차이'에서 생긴 오해인지,
천주교와의 힘겨루기가 될 지 궁금하다.
잘못하면 꼴 사나운 해프닝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겠다.
제도가 존재를 부정할 때 몸은 아프단다.(189쪽)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입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22쪽)
그래도 희망이 있는 것은 이런 생각을 하는 김승섭 님 같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아픔이 단지 아픔으로 고착되지않고 길이 되기 위해서는,
앞 선이들의 눈물겨운 발자국도 중요하지만,
그 발자국을 발지취 삼아 함께 걸어가려는 사회적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그걸 김승섭 님은 이렇게 얘기한다.
아름다은 사회는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예민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그래서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자존을 지킬 수 없을 때 그 좌절에 함께 분노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 접기
양철나무꾼 2017-11-28 공감(34)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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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사회역학이라는 분야를 이 책을 읽고 처음 알게 되었다. 역학과 사회학 만남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고립 등의 여러 문제들이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연구하는 것이 바로 사회역학이다.
"사회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입니다."
저자는 개인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고민한다. 질병의 원을 개인 차원이 아닌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토대 위에서 역학적으로 고민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고용불안에 처한 사람이 더 일찍 죽는다. 이에 대해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정부와 사회는 이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지고 제도와 시스템을 바꾸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 해결의 시발점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사회역학 탐구의 목적이다.
고용불안에 처한 사람뿐만이 아니다. 남녀 차별을 경험한 여성의 경우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이 아팠다. 놀라운 것은 자신이 남녀 차별을 받았는지에 대해 '해당사항 없음'으로 답한 여성들이 가장 많이 아팠다는 것이다. 심지어 차별을 경험했다는 사람들보다 더 건강 상태가 안 좋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차별 경험을 말하지 못하는 이들이 실제로는 가장 많이 아팠다'라고 이야기한다.
학교 폭력도 마찬가지였다. 폭력을 경험하고 누구에게도 요청하지 못한 학생들의 우울증상 유병률이 높았다. 놀라운 점은,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학생들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갔다'라고 답한 남학생이 더 아프다는 것이다. 스스로 괜찮다고 말하며 상처를 숨기는 학생들이 더 큰 아프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 현상들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동시에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결국 사회의 약자들과 소외받는 자들이 단순히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개인의 건강까지도 약탈당하고 침해당하며 보호받지 못하다는 사실을 저자는 여러 사례를 통해서 알려준다. 나아가, 이런 사회역학 구조를 분석해서 원인을 파악하게 되면, 그다음 유사한 위험이 닥쳤을 때에 준비하고 방어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저자는 강조한다.
폭염도 에어컨이 없는 가난한 이들이 일반인들보다 사망할 위험이 3배나 높았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혼자 사는 이들도 폭염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높았다. 이 원인을 사회역학적으로 파악한 뒤, 그다음 폭염에서는 대체가 가능했음을 저자는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준다. 놀랍게도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대응한 결과, 사망자 수가 700명에서 110명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낙태 금지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1966년 루마니아에서 낙태금지법을 시행했다. 그 결과 처음 잠깐은 출산율이 증가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음지에서 낙태수술을 하거나 의사 도움 없이 유산하는 등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래서 출산율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고아원 아이의 수는 늘어나고 모성 사망비가 급증하게 된다. 결국 1989년 12월 낙태금지법은 철폐되고 모성 사망비는 다시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아무런 사회적 제도와 안전망 없이 시행하는 낙태금지법은 오히려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임신 상태에서의 영양 공급이 아기가 성인이 되었을 때의 건강 상태와 아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도 언급한다. 이 결과는 이 책뿐 아니라 다른 여러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사실이다.
흡연도 사회역학의 관점으로 다가서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흡연은 저소득층 사람들이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적은 비용으로 푸는 하나의 방법이다. 물론 스트레스는 아주 잠깐 줄어들었다가 원래대로 다시 늘어난다.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10년 뒤에 폐암이 발생할 수 있으니 담배 끊으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그들이 처한 상황이 개선되거나 바뀌지 않은 채, 개인에게 금연을 하라는 것은 옳은 접근이 아니다. 실제로 저자는 연구 결과 금연 프로그램만 진행한 경우와 금연 프로그램과 더불어 산업안전 프로그램 진행을 병행하여 사업장을 안전하게 바꾼 케이스를 비교한다. 그 결과 놀랍게도 후자가 금연율이 2배 가까이 높았다.
에이즈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이미 치료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가나 정부가 제공하지 못하면 여전히 사람들은 치료를 못 받고 죽게 된다.
저자는 IMF 관련해서도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참여한 동유럽 나라의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14%, 16% 증가했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프로그램에서 빠져나오면 결핵 사망률이 31% 정도 줄어들었고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슬로베니아는 오히려 결핵 사망률이 감소했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데이비드 스터클러 교수는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공공의료 시스템과 사회안전망에 투자하는 비용이 감소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처럼 개인의 질병과 관련하여 국가와 정부, 공동체의 책임이 분명히 존재한다. 사회역학 탐구를 통해 그 관계와 원인이 명확히 드러나는 것이다.
"그 원인은 개인의 것이 아닙니다. 위험한 작업장을 방치했던 일터가 금연율을 낮췄고, HIV 치료약 공급을 전적으로 민간보험에 맡겨둔 지역사회가 AIDS 사망률을 높였고, 경제 위기 속에서 공공보건의료 영역의 투자를 줄이기로 한 국가의 결정이 결핵 사망률을 증가시켰습니다."
책에 나오는 저자의 연구결과는 진짜인가 싶을 정도로 놀라울 때가 있는데, 쌍용차 노동자들의 연구가 그중 하나였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50.5% 제1차 걸프전에 실제 참여한 군인(22%), 포로로 잡힌 군인들(48%) 보다 높았다. 정리해고와 파업을 하며 경험한 일이 전쟁보다 더 깊은 상처로 노동자들에게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자살을 비롯해, 뇌출혈, 심장마비 등으로 죽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실업률이 증가하면 그 사회의 자살률이 높아진다는 것도 너무나 슬픈 연구 결과이자 '사실'이다. 그런데,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는 두 지표가 서로 관련이 없었다. 바로, 정부와 국가에서 실업자에 대한 재고용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사회적 안전망이 있고 없고는 개인의 안녕에 너무나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서의 해고는 북유럽의 해고와는 질이 다른 것이다. 저자는 '해고는 살인'이 되기도 한다고 표현한다.
대기업과 연관된 직업병에 대한 이슈는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대기업의 근무 환경이 원인이라는 것을 밝혀내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대기업의 권력과 돈을 앞세운 공격 앞에서 묵묵히 아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심지어 위협을 느끼면서까지 약자인 근로자들의 편에 서는 것도 쉽지 않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는 살아있고 대의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이 있어서 그나마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들의 노력과 헌신이 없었다면 이슈조차 되지 않고 부당한 처우와 죽음을 당한 이들은 잊혀졌을 것이다.
고용 불안은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몸이 아픈데도 참고 일한 경우가 2배 이상 높았다. 언제 해고 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몸이 아파도 쉬지도 못하고 참고 일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가 바로 경제적으로도 건강에서도 발생하는 상황이다.
장시간 노동도 문제인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전공의들이다. 한국의 전공의들이 비교해보면 노동 시간이 길수록 우울증상 발생 위험도 높아졌다. 그리고 이들도 아파도 참거나 스스로 처방해서 약을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직 30%만 다른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았다. 이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의료과실이고 그 피해는 다시 서민에게로 돌아가는 것이다.
소방공무원도 빠질 수 없다. 소방공무원은 업무 중 부상당해도 혹시나 인사 평가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 치료 신청을 하지 못했다. 항상 위험을 동반하며 근무할 수밖에 없는데, 그리고 일하다 다치는 것도 억울한데 치료도 자기가 직접 비용을 지불하면서 해야 된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다.
성소수자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연구결과, 동성 결혼 금지 법안이 통과된 주에 거주하는 성소수자들만 정신건강이 악화되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즉, 합법적으로 결혼한 성소수자들은 이성 부부와 비슷하게 양호했다. 이성애자보다 성소주자의 자살 시도도 높고 우울증 등도 1.5배 높았다. 결국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편견, 분위기, 차별이 이들의 마음뿐만 아니라 몸도 더 아프게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이민자와 재소자의 인권에 대한 부분도 짚고 넘어간다.
또한 책에서는 사회적 연결과 사망률이 연관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놀랍게도 사회적 관계망에 따라 1.8배에서 2.7배가량의 사망률 차이가 존재했다. 더 많이 연결될수록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지금 사용되는 화학물질들은 여전히 그 독성이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화학물질이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이 이렇게 버젓이 사용되는 이유는 독성이 확실히 있다는 충분한 증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을 다루는 분야에서는 새로운 물질이 사용되기 전에(사전주의 원칙) 기업이 충분히 사람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크리벨 교수를 인용하며 말하고 있다. 또한 대중들이 사용할지 말지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함도 지적한다.
이와 같이 저자는 책에서 사회 곳곳에 있는 약자들을 대변하며 공동체에 그 책임이 있음을 호소한다. 이제는 더 이상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할 수 없다. 나아가, 정부와 국가, 공동체가 변화될 때 더 많은 사람이 더 건강하고 아프지 않은 상태로 이 땅을 살아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읽어보고 고민해야 하는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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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굴데굴 2018-07-09 공감(3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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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폭력은 인간의 몸에 시간으로 새겨진다
양승태가 물러갔다...
평상시에 법은 별로 효용이 없다.
그렇지만 비상시에는 법이 사람을 지켜야 하는데,
이명박 시대에 임명된 양승태 시절... 노조는 이겼던 재판도 패소하게 되었고,
기업 프렌들리 판사들의 판결로 노조원들은 빚더미에서 목숨을 버리기도 했다.
비상식적인 시대들이었고,
최근에도 심각한 범죄 사안이어서
민주주의를 악질적으로 훼손하는 인간들을 영장심사에서 기각시켜버렸다.
조윤선이도 풀어줬다. 그 부하들은 징역인데...
법이 만인(萬人, 모든 사람) 앞에 평등해야 하거늘,
5천만의 국민 중에 만인(萬人, 1만명)에게만 평등하고, 4천999만명에게는 혹독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부끄러웠다.
제도가 존재를 부정할 때, 몸은 아프다(189)
동성애자들을 더럽게 여기고, 범죄시하는 발언들을 혐오하지 못했던 나를 반성한다.
혹시라도 내가 이성애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사람같은 발언을 하지 않았나 돌아본다.
한국은 유일하게 군대를 부정하면 감옥에 처넣는 나라다.
군대가 그만큼 힘들고 추악해서 군대를 전역한 사람은 남들이 거길 안간다 하면 욕을 한다.
그렇지만 유능한 의사나 법관이 될 수도 있고, 세상에서 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을 감옥에 처넣어 미래를 없애는 일은 비극이다.
지난 9년간, 용산에서, 쌍용자동차에서,
세월호와 온갖 노조들의 아우성에서... 세상은 비정상이었다.
국가라는 제도가 국민이라는 존재를 무시할 때,
민주공화국이 무너졌던 9년간, 많이 아팠다.
마음이 아니라 몸도 아팠다.
아파서, 히가시노 게이고 류의 타임킬링용 책이나 읽고 있었다.
충분한 신뢰를 쌓기도 전에 어떤 상처인제 말해야 트라우마가 극복된다며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네가 필요할 땐 언제나 곁에 있겠다며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186)
세월호 생존학생들 이야기다.
피해자 개인에게,
자원과 자본이 없는 사회적 약자에게
인과관계 증명의 부담을 떠안기는
한국 사회의 취약함이 세월호 참사에서 극적으로 드러나고 있다.(185)
미국에서는 동성 결혼도 2015.6.26을 기해서 허락이 되었다 한다.
그런데, 미국 좋아하는 개독교에서는 아직도 동성애 문제를 씹어 돌린다.
나쁜 자유당 넘들도 마찬가지다.
왜 무식하고 나쁜 놈들은 그렇게 약자를 괴롭힐까?
그것이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고, 돈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추잡한 세상이었다.
이제 새 대법원장 하에서, 쌓였던 찌꺼기가 하나씩이라도 걷히길 바란다.
세월호 특조위도 구성해야 하고,
쥐박이의 사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를 밝히고, 선거 부정을 명확히 해서 처벌해야 한다.
어제 한 사람 죽었다고 끊길 고리가 아니다.
고통이 사회구조적 폭력에서 기인했을 때
공동체는 그 고통의 원인을 해부하고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합니다.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공유를 통해,
명예회복 - 보상 - 처벌을 거쳐 사회관계 회복개선으로 나아가는
사회적 치유작업이 함께 되어야 합니다.(177)
젊은 의사가 이런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대견하다.
그가 젊어 다행이다.
앞으로 이런 작업을 오래할 수 있을 것이어서.
근무환경에 대한 규제가 없으니
위험한지에 대한 정량적 연구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소방공무원들은 현장에서 발암물질에 노출되지만
측정된 적이 없어서,
폐암을 비롯한 만성병에 걸려도
공무상 요양(공상)으로 치료받기 힘듭니다.(145)
소방공무원이야말로 극한의 직업이다.
세금이 쓰여야 할 부분은
쥐박이의 댐 만들기가 아니라,
닭의 스포츠 사업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투입되어야 한다.
인턴이나 레지던트의 지옥같은 근무 환경 역시 연구 대상이란다.
1997년 13.1/10만명 이던 자살률은
2014년 27.3/10만명으로 늘었다.
무엇이 이 공동체를 그토록 잔인한 사회로 바꾸어 놓았을까?(126)
난 안철수가 예능프로에 나와서 첫 마디로,
자살률 1위, 출산률 꼴찌를 문제로 짚어서 마음에 들어했다.
요즘 몽니부리는 꼴 보면, 사람은 말로 믿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헬 조선은 쥐박이와 닭의 시대를 거치며 공고화된 것이다.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지만, 국가가 그 속도를 늦출 노력을 하지 않고, 오히려 IMF의 협박에 못이겨
불균형의 거리를 넓히는데 속도를 낸 것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때도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제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로 가야 한다.
천천히 가더라도 같이 가야 한다. 그래야 멀리, 오래 갈 수 있다.
왜 이런 일을 하나요?
골리앗에 맞서는 것이지요. 법정에서 노동자들은 보통 이길 수 없습니다.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변호사는 어떤 학자는 그의 편에 서있어야 합니다.(108)
한국에도 민변이나 양심적인 학자들이 많이 있어왔다.
지난 9년간 수시로 교수나 지식인들의 성명이 등장했다.
시국 선언이 나오는 시대는 불행하다.
그러나, 곡학아세의 돌팔이 학자들은 그때 돈을 벌었다.
소위 블랙리스트는 억압하고, 자기들 편인 화이트리스트는 우려먹었다.
한국 사회는 IMF 이후 모두가 PTSD에 시달린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모든 학부모는 애들을 달달 볶는다.
길거리엔 노란 봉고차가 택시보다 자주 보일 지경이다.
걸프전 참전 군인이 20%대의 유병률을,
심지어 포로의 유병률이 48%인데, 쌍용차 참가자의 유병률은 50.5%였다 한다.
2009년의 그 비극적이던 옥상의 토끼몰이를 잊을 수 없다.
국가의 공권력이 마구 두들기던 모습은,
1980년의 광주였다.
2017년은 윤이상 탄생 100주년이다. 닭의 애비도 윤이상과 동갑이다.
그런데 독일에서 다카키마사오보다 윤이상을 존경하는 걸 보고
동백림 사건으로 윤이상을 잡아 넣어 고문한다.
닭은 통영에서 윤이상의 이름을 지웠다.
영부인이 독일 갔을 때, 통영의 동백나무 한 그루 윤이상 묘 옆에 심었다.
참 비극적인 나라다.
그래서 윤이상의 '가락'같은 음악을 듣고 있으면,
게르니카의 비극이 스쳐간다.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입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22)
아픔이 과거가 아니라
앞날의 길이 되려면...
촛불을 잊지 말아야 한다.
흔들리지만 꺼뜨리지 않을 촛불 하나 마음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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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7-09-22 공감(3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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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것이 내 탓이기만 한가?
【 아픔이 길이 되려면 】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_김승섭 / 동아시아
일반적으로 한 개인이 질병에 걸렸을 경우, 그 개인을 탓하기 쉽다. 미련하게 병을 키워서 그렇다는 둥, 평소에 건강관리를 전혀 안하고 지내더니 결국 그렇게 됐다는 핀잔을 주게 된다. 과연 그럴까? 전적으로 개인의 잘못인가? 물론 어느 정도는 본인에게 책임이 있지만, 큰 시야로 볼 때는 사회적 책임, 공동체의 책무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질병뿐이 아니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도 중요하다.
이 책의 부제는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로 되어있다. 이 책의 저자 김승섭 교수는 사회역학(Social Epidemiology)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역학은 질병의 원인을 찾는 학문이다. 사회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하는 많은 부분에 공감한다. 질병의 사회적 원인은 모든 이들에게 동일하게 분포 되어있지 않다. 건강에도 빈익분, 부익부 현상이 적용된다. 사회적 약자나 가난한 사람들이 질병에 많이 노출된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득이 없는 노인이, 차별에 노출된 결혼이주여성과 성소수자의 수명이 짧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낙태수술을 법으로 금지했다. 그러나 2019년 4월 11일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낙태를 전면금지하고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외국의 사례는 어떠한가? 낙태금지법 시행 후, 루마니아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1966년, 루마니아의 국가원수였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낙태금지법을 시행한다. 루마니아의 출산율이 급감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발단이었다. 1989년 12월 루마니아 혁명으로 폐기될 때까지 23년 동안 지속된 낙태금지법이 어떤 사회적 영향을 끼쳤는지 연구되었다. 처음 몇 해 동안은 출산률이 증가했으나 법이 시행된 후 4년 뒤부터 이전 상황으로 돌아갔다. 출산률은 제자리걸음이 되었다. 고아들이 증가했다. 키울 능력이 없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모성 사망비가 증가했다. 불법 시술 중 출혈과 감염으로 사망한 산모들이 많아진 것이다. 최대 7배~9배 까지 높아졌다. 낙태금지법이 철폐된 후 모성사망비는 급격히 감소한다.
저자의 관심은 깊고도 넓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 분석, 가난과 몸의 관계, 해고노동자, 직업병, 전공의 근무환경과 환자의 안전, 소방공무원, 세월호 참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인종차별, 재소자와 교도관의 건강 문제 등과 사회적 관계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등이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진다.”
#아픔이길이되려면
#질병의사회적책임
#김승섭
#동아시아
“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모든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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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saint 2019-04-17 공감(3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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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사회적 책임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란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인간 사회는 이상하게도 개인의 건강악화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人間이란 말그대로 서로 간에 함께 존재해야 의미를 갖는 사회적 존재임에도 스트레스를 개인적인 일로만 취급한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사회역학이다. 이 책에서 처음 안 개념인데, 차별과 사회적 고립과 고용불안이 인간의 몸을 해칠수 있다는 연구가설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목표란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면서도 매우 신선했는데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사회역학적으로 본 우리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을 들추었다. 쌍용자동차문제, 가습기살균제문제, 세월호, 성소수자 등의 문제들이다. 저자의 이력도 무척 독특했다. 한국에서 최상위로 공부를 잘 해야 가는 의과대학을 졸업했지만 우리 사회의 적잖은 부조리와 많은 아픔을 목도한 경험이 그를 사회역학의 길로 이끈 것 같다.
여러 주제중 우선 눈에 띈 것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 사회는 이에 무척 둔감해 과거엔 물질적 손상에만 치료와 지원을 하고 외상후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고 개인적 문제로만 취급했다. 최근은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 외상후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도 하고 있는데 이조차 수준이 무척 낮아 맥락없이 의학적 처치나 약물처치만 하는 실정이다. 책에는 세월호 피해자가 외상후스트레스 지원을 받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무런 이야기나 상담없이 그저 안구운동과 약물처치만 해서 기가막혔다고 한다.
저자는 트라우마에 대한 진정한 처치는 몸과 정신에 상처를 남기는 사건처리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사건의 의미가 해석되고 재생산되는 사회적 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즉, 트라우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 공유를 통해서 명예회복-보상-처벌에 대한 사회관계회복 개선으로 나아가야 진정한 치유가 이루어진 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쌍용자동차 문제나 세월호 사건에 대한 정신외상 치유는 무척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정부와 여권에 의해 실태파악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처벌 및 명예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웠고, 보상 역시 역대급으로 받았지만 보상액이 공개되고, 입시 혜택까지 받으면서 사회적 조롱에 시달렸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 지원방안은 공개되지 않는다고 한다.
전공의들이 아프다는 점도 놀라웠다. 우리나라 전공의들은 드라마나 영화, 혹은 뉴스에서 다뤄진 것처럼 살인적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으며 선배나 교수에 의해 군대식 조련으로 폭력적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많은 급여와 특권을 누리는 집단이기에 피해자적 인식을 갖기 어려웠는데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은 무려 주당93시간이었다. 2015년 전공의 특별법이 제정되어 주당80시간으로 줄긴 했는데 이 역시 다른 직종과 비교해보면 살인적 근무시간이 아닐수 없다.
문제는 수련단계의 의사들이 아파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는데 시간이 부족하고 힘들어 그냥 넘어가거나 자신이 처치하기 일수였다.
전공의의 건강악화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기에 더 큰 문제다. 그들은 의사이기에 환자를 처치하고 환자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해 평균 세계적으로 21만의 환자가 의료과실로 사망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격무에 시달린 전공의가 의료과실을 범할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는가? 책은 이런 문제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눈길을 끈 주제는 사전주의 원칙이었다. 우리나라 같은 나라일수록 기업이나 정부등 힘있는 기관을 대상으로 개인이 피해를 보았을 때 구제가 되지 않거나 재판에서 대개 지곤하는데. 이는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을 피해자에게 귀속시키기 때문이다. 책은 그래서 사전주의 원칙을 제시한다. 이는 국가나 사회가 새로운 화학물질등의 사용으로 이득을 보는 경우 그 기업과 사람들이 그 새물질의 미유해성을 사전에 증명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삼성반도체의 백혈병 문제도, 가습기살균제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회 전방위로의 적용이 필요하다.
이 책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인 공동체가 건강해야 거기에 속한 개개인도 소속감을 느끼고 심리적 안정감과 사회적 안전망의 제공으로 역시 건강할 수 있음을 말하는 내용이다. 한국사회는 먹을 거리의 특성과 고소득, 의학의 발달로 세계에서 가장 평균 수명이 높은 편이지만 공동체는 매우 건강하지 못하다. 아마도 공동체 마저 건강했다면 사회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평균수명이 일본의 수준에 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본에 의해서 공동체가 완전히 와해되고, 갈등 양상이 더 심해지며 공동지대마저 얼마남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형국이다. 그래서 응답하라 1988이 그리 인기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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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19-11-05 공감(3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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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10,800원 → 10,800원(0%할인) / 마일리지 540원(5% 적립)
2019년 03월 15일에 구매
[eBook] 우리 몸이 세계라면-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2월
12,000원 → 12,000원(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9년 03월 15일에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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