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봉 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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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귀국과 2중 전쟁위기
3월 25일, 68일 만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1월 16일 미국에 들어가 5-6곳에서 한반도 안팎의 전쟁위기에 대해 얘기했는데 불안한 심정으로 귀국했지요.
미국에서 지켜본 2-3월 한반도 상황은 너무도 위급했습니다.
- 2월 1일 남한과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로 초토화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한 한미연합훈련을 시작하자, 2일 북한이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 초강력 대응할 것”이라 하더군요.
- 곧 북한 지도부를 처형하겠다는 소위 ‘참수작전’을 포함한 한미연합 특수작전과 최대 규모의 과학전투 훈련 등이 이어지자, 북한은 17일 “한미훈련 구상을 실현하면 지속적이고 전례 없는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 경고하더니 18일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요.
- 19일 남한과 미국이 전략폭격기와 스텔스전투기를 동원한 연합비행훈련을 실시하자, 북한은 20일 초대형 방사포를 쏘더군요.
- 22일 남한과 미국이 핵무기와 전략폭격기 등 핵전력을 전개하는 소위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을 실시하며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정권종말을 초래할 것”이라 위협했지만, 북한은 멈칫거리기는커녕 23일 전략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24일엔 미국의 '적대적이며 도발적 관행' 계속은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며 “상응한 강력 대응 조치가 따를 것”이라고 오히려 큰소리쳤고요.
3월엔 더 급박해졌습니다. 13일부터 23일까지 남한과 미국이 대규모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가운데, 20일부터 4월 3일까지 한미 해병대가 북한에 침투하는 연합상륙훈련을 이어가고 있거든요. 여기엔 영국 해병대도 참여하고 호주 해병대는 참관한답니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시작 전날엔 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을 쏘아올리고, 훈련이 끝날 무렵엔 핵폭탄 공중폭발 및 수중폭발까지 시험했다는군요. 처음 들어보는 '핵 무인 수중 공격정 (核無人水中攻撃艇)‘은 바닷속에 거대한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이나 연합상륙작전 부대를 파괴한답니다. 앞으로는 어떤 새로운 핵무기를 선보일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3월 귀국을 앞두고 은근히 걱정했습니다. 핵미사일이 오가는 전쟁터에 들어서게 될까봐요. 29년 전 사태를 생각하면서요. 1994년 3월 북한 폭격설이 떠도는 가운데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회담 중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왔지요. 5-6월엔 미국 항공모함들이 동해에 들어오면서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서울에선 방독면과 라면 등을 싹쓸이하는 사재기 광풍이 불었고요.
그 무렵 제가 미국 유학생활 끝내고 귀국 준비하는데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들이 적잖더군요. 10년간 힘들게 공부해 박사 됐는데 서울 돌아가 개죽음 당할 거냐는 거였죠. 다행히 6월 카터가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과 협상함으로써 전쟁 위기가 해소됐고, 저는 8월 무사 귀국했습니다.
요즘의 전쟁위기는 금세 사라질 것 같지 않고 오히려 증폭될 것 같습니다. 과거엔 남한과 미국이 연합군사훈련을 벌이면 북한이 위축된 듯 군사행동을 자제했는데, 2017년 ‘핵무력 완성’과 2022년 ‘핵무력 법제화’ 이후엔 한미연합훈련에 조금이라도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강 대 강’으로 맞서며 ‘핵실전 능력'을 과시하고 있거든요. 6월엔 남한과 미국이 최첨단 전력을 많이 동원해 대규모 ‘연합합동화력 격멸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니 언제든 핵전쟁이 터질 듯한 위기가 지속되겠군요.
게다가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려는 국민당과 대만 독립을 지향하려는 민진당 가운데 어느 쪽이 이길지 지켜봐야겠지만, 대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벌여도 남한은 불바다 되기 쉬울 테니 우리는 ‘2중의 전쟁위기’ 속에 살아가야 하겠죠.
이에 저는 여기저기 글과 강연을 통해 전쟁만큼은 막자고 절박하게 외치며 거듭거듭 강조하렵니다. 어느 쪽이 먼저 쏘든 핵전쟁 터지면, 진보나 보수나, 친북이나 반북이나, 친미친일이나 반미반일이나, 살아남기 어려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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